[365인터뷰] 송강호 "'기생충' 시나리오 받고 '작가 봉준호' 야심 느껴져"
[365인터뷰] 송강호 "'기생충' 시나리오 받고 '작가 봉준호' 야심 느껴져"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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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2007) '박쥐'(2009) '기생충'(2019)까지 세 번째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영혼의 단짝'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기생충'은 봉준호식 '리얼리즘'의 정점

-"'기생충'으로 남우주연상? 황금종려상에 다 포함돼"

-"20대 아들과 딸이 '또 보고 싶다'고 영화 응원해줘"

-연기 인생 30년…사회적인 성공 바라고 달려오지 않아 "무계획이 계획"
영화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네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네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가 '영혼의 단짝'과도 같은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영화 '기생충'으로 돌아왔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개봉 이후 국내 관객들의 호평을 얻으며 흥행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부유한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다. 

극중 박사장(이선균)에게 선을 넘는 '냄새'를 풍기는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을 연기한 그는 새하얀 반소매 니트를 입고 인터뷰 자리에 등장했다.

송강호는 "영화를 찍고 나서는 괜히 향수를 뿌리게 되고 냄새를 확인하게 된다"고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농담을 던졌다. 칸 영화제에서의 현장 분위기를 얘기할 때는 마치 1인극을 보는 듯 다채로운 표정과 손짓, 상황극을 동원하며 '친절한' 설명을 이어갔다. 

영화 개봉 당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인터뷰365>와 만난 송강호는 "관객들이 어려운 예술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질까 봐 우려되지만 '기생충'은 아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칸에서 2300명에게 받은 박수...배우로서 짜릿한 경험

-칸 황금종려상 수상 축하한다. 덕분에 국내 관객들의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졌다.

어려운 예술영화라는 선입견이 생길까봐 좀 우려가 되긴 한다. 그런데 요즘은 해외 작품도 관객분들이 다들 즐기시니까 '기생충'도 좋은 반응을 기대하게 된다. 충분히 즐기면서 소통할 수 있는 영화다.

-칸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운이 좋게 경쟁 부문에 세 번이나 초청받아서 영화가 상영될 때 분위기를 좀 안다. 비경쟁 부문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보지만 경쟁 부문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만들었나~'하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무리 거장 감독의 영화라도 영화가 안 좋으면 야유하고 퇴장도 한다. 그게 경쟁 부문 상영의 풍경인데 깜짝 놀랐다. 완전히 국내 VIP 시사회 분위기였다.(웃음) 뤼미에르 극장에서 2300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즐거워하시고 박수를 쳤다. 배우로서 너무 즐겁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매 순간이 다 감동적이었지만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다.(웃음) 폐막식에 참가하기 전에 느낀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심사위원들이 휴대폰도 다 반납하고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서 심사를 한다. 12시부터 심사를 시작해서 수상자들에게는 12시부터 1시 사이에 폐막식 참석 연락이 온다고 하더라. 그 사이에 안 오면 다들 짐 싸서 돌아가야 하는 거다. 그런데 40분이 될 때까지 아무 연락이 없었다. 정확히 12시 41분에 연락이 왔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극장에 들어가서는 또 어떤 상을 받을지 모르니 각자 참석한 영화 팀들을 보고 서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거다.(웃음)

-남우주연상의 유력 후보였다고 들었는데 아쉬움이 남지는 않나.

봉 감독이 수상식이 끝난 후 새벽 3~4시쯤 맥주를 들고 자축하러 와서는 심사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남우주연상이 유력했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 황금종려상 안에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지 않나. 남우주연상보다 더 큰 영광이다. 정말로 남우주연상의 카테고리에 담기기엔 이 영화가 아깝다고 생각했다. 봉 감독한테도 이게 내 진심이라고 말했다. 

-'밀양' '박쥐'에 이어 '기생충'까지 경쟁 부문에 진출할 때마다 영화가 상을 받았다.

폐막식 참석만으로도 영광스럽다. 내가 받은 건 아니지만 전도연 씨부터 시작해서 다들 받기 어려운 상을 받아서 정말 기뻤다. 특히 전도연 씨는 내가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했는지 알 것이다. 뭐 모를 수도 있고.(웃음)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받고 '작가 봉준호'의 야심 느껴져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봉 감독이 평소에 정말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재미있는 사람인데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후배들은 봉 감독의 스타일을 정말 좋아했다. 최고의 감독이니까 현장에서 집요하고 숨 쉴 틈 없이 조여올 것이라고 예상들 했는데,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감독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땐 이런 성공을 예상했나.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이나 황금종려상은 생각도 못 했다. 봉준호 감독이 20년 동안 추구해 온 '봉준호식 리얼리즘'의 정점을 찍는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늘 존경하는 감독이었는데 특히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야심이 느껴졌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본인이 연기한 기택을 봤을 땐 어땠나.

'기택'과 내가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그 정서는 충분히 공감했다. 누구나 어려운 시절을 겪지 않나. 기택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다. 식구들에게 구박을 당하지만, 혐오가 아닌 애정 어린 구박이다. 사회 구조나 환경에 의해 힘들게 살아가는 기택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됐다.

-기택의 말투가 굉장히 독특했는데 봉 감독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는지.

사실 봉 감독에게 '왜 이 대사를 이렇게 해야 해요?'와 같은 시나리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오랜 세월 같이 해오면서 느끼는 무언의 호흡과 신뢰감 덕분이다. 기택의 대사가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참으로 시기적절하다' 이런 대사들이 연극적이면서도 만화적인 느낌이 드는데, 봉 감독이 관객들에게 관망해달라는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더라.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반지하 방으로 빨리 들어오세요, 몰입하세요'가 아니라 '이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봐달라'하는 나름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웃음)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br>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20대 아들과 딸이 '또 보고 싶다'고 영화 응원해줘

-스스로 연기적인 고민이 생길 땐 어떻게 해결하나.

감독이든 선배 배우든 누구나 정확하게 지적을 할 수 있지만 그런 환경이 점점 더 없어진다. 감독도 나보다 후배 감독들이 주로 대부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분주하게 내 연기를 확인한다. 현장에서는 감독이나 스태프들의 눈치를 살핀다.(웃음) 농담처럼 연기가 어땠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정확하게 물어보기도 한다. 계속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후배 배우들에게는 조언을 해주는 편인가.

조언을 구하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사실, 이 직업이 누군가에게 '이건 틀렸어'라고 지적하거나 가르침을 주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 내가 선배라 할지라도 참 조심스러운 문제다. 선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후배들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끔, 스스로가 좀 다르게 해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뿐이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이상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다들 정말 재미있고 또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 딸이 스무살, 아들이 스물네살인데 20대 관객분들도 좋아해 주실 것 같다. 물론 가족이기 때문에 약간의 립서비스는 있었다고 생각이 들지만.(웃음) 본질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 중 아들과 딸로 나온 최우식, 박소담과 호흡은 어땠나.

둘 다 처음부터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어보더라. 지금까지도 쭉 아버지라 부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스틸 컷<br>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스틸 컷

-관객들에게 기생충이 어떤 영화로 다가갔으면 좋겠나.

거창한 평가보다는 영화가 새로우면서도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싶다. 봉준호 감독의 심오한 예술의 세계를 만끽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 헛상이 아니다 보다는 새로운 형식인데 너무 웃기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기다려진다.

-제72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Excellence Award'(엑설런스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분하게 큰 상을 받았다. 봉 감독도 같이 초청됐는데 박수부대로 같이 가겠다고 하더라.(웃음)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연극을 할 때도, 영화를 처음 할 때도 큰 성공을 꿈꾸거나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사회적으로도 배우로서의 성공이 큰 가치가 있지 않았다. 만약 대단한 성공을 꿈꿨다면 벌써 그만뒀을 거다. 순수하게 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과정이었다. 긴 세월 과분하게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오게 됐는데,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무계획이 계획이다.(웃음)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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