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13년 만에 가수 복귀 김현철 "이유없이 싫어진 음악, 이유없이 다시 좋아져"
[365인터뷰] 13년 만에 가수 복귀 김현철 "이유없이 싫어진 음악, 이유없이 다시 좋아져"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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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가수 김현철
-천재 프로듀서? "이승철이 비꼬듯 붙여준 고마운 별명"
-선후배 가수 참여 비중 높아…"프로듀스한 음악도 내 음악"
-CD, LP, 카세트테이프 발표 "음악 인생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
-무계획이 계획...자유로운 뮤지션 되고 싶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MBC '복면가왕' 패널, 라디오 DJ, 교수, 연예기획사 대표 등으로 활동하던 김현철이 13년 만에 본업인 가수로 돌아왔다.

1989년 1집 앨범을 발표해 올해로 데뷔 30년 차 가수지만 2006년 9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긴 공백기를 가졌다. 이유는 음악이 재미없고 싫어졌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그저 음악이 좋아서 만든 1집 앨범으로 동료 뮤지션들은 물론 대중에게 '천재 프로듀서'로 인정받았던 김현철다운 이유다.

가을 정규 10집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 5곡을 담은 미니앨범 '프리뷰'를 발표했다. 김현철의 목소리만으로 완성된 곡은 4번 트랙 '열심' 한 곡 뿐이지만 앨범 전체에서 김현철의 색이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타이틀곡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부른 마마무의 화사와 휘인부터 죠지, 숄, 옥상달빛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이 눈에 띈다.

그는 자신을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라고 평가했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목소리에서는 '청년' 김현철만의 청량한 음색이 살아 숨 쉰다.

김현철은 뮤지션으로서의 욕심도 내비쳤다. 음원 시장이 자리를 잡은 2019년에 CD는 물론 LP와 카세트 테이프까지 발매할 예정이다.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윤도현의 러브레터'도 아닌 2002년 종영된 '이소라의 프로포즈'로 습관처럼 부르는 그의 연륜에서 느껴지는 뚝심 있는 행보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5월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365>와 김현철이 만났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천재 프로듀서? "이승철이 비꼬듯 붙여준 고마운 별명"

-'천재 프로듀서'의 컴백이라 기대감이 높다. '천재 프로듀서'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오래전 이야기인데 이승철 형이 나를 모를 때 '김현철이 무슨 천재라면서?'라고 나를 '디스'하듯, 비꼬면서(웃음) 얘기한 게 현재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거다. 하하. 지금은 그저 고맙고 영광스럽다. 요즘도 (이)승철이 형과 만나면 이 이야기를 한다.

-2006년 9집 이후 13년 만에 새 앨범이다. 왜 그렇게 오래 걸린 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9집 앨범 이후 음악이 재미 없고 싫어지기까지 했다. 처음 음악을 재미있어 했을 때도 그랬지만 재미가 없어지는 것도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 악기도 후배들에게 주고 작업에 사용하던 컴퓨터도 다 팔았다. 9년 동안 음악과 관련된 기계는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다행인 건 음악을 하지 않았어도 라디오 DJ, 복면가왕 등 방송 활동을 하고 있어서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웃음) 그러다 보니 13년이 걸렸다. 

-선공개로 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을 냈다. 정규 10집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가을에 낼 앨범을 준비하다 보니 LP 생각이 났다. 한 면에 23분, 46분 밖에 못 담는다. 그래서 두 장을 내야 되겠다 생각해서 10집을 더블로 준비 중이다. 카세트테이프도, CD도 두 장으로 준비 중이다. 미니앨범 첫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내년 여름까지 기다렸다가 낼 순 없어서 선공개를 하게 됐다. 작업한 곡은 스무곡이 넘는데 10집에 넣을 곡을 아직 정하진 못했다.

-오랜만에 작업인데 감을 잃었다고 느꼈다거나 어려움은 없었나.

아무래도 예전보단 감이 떨어졌을 거다. 그런데 꾸준히 일주일에 몇번씩 학생들을 가르치고 만나다 보니까 기초적인 감은 계속 유지가 됐다. 

-본격적인 10집 앨범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작년 5월쯤부터 악기도 다시 사고 컴퓨터나 악기에 대해서 공부도 하면서 곡을 썼다. 음악과 멀어진 동안 노래를 만들 수 잇는 에너지가 많이 축적돼 있었나 보다. 활발하게 곡을 쓰면서 나에게도 이런 에너제틱한 면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본격적인 녹음은 작년 11월부터 들어갔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느낀 게 만약 내가 음악이 싫어졌을 때 꾸역꾸역 계속 음악을 했더라면 지금 같은 음악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이 갑자기 싫어지면 그만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새 앨범에는 본인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가나. 아니면 유행에 맞춰가는 부분도 있나.

철저하게 기존의 내 색깔로 작업했다. 다른 사람의 곡을 받는 것도 아니고 싱어송라이터 입장에선 내 색깔이 아니고서는 음반을 낼 수가 없다.

-이범 앨범의 제목이 '프리뷰'인데 어떤 의미인가.

힘을 뺐다는 뜻이다.(웃음)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선후배 가수 참여 비중 높아…"프로듀스한 음악도 내 음악"

-오랜만에 내는 앨범인데 김현철만의 목소리로 작업한 곡은 딱 한곡 뿐이다. 

애당초 나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가수로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참 좁다. 스스로 가수는 아니고 프로듀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훨씬 더 잘 부를 수 있는 가수가 있다면 내 목소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가수가 직접 노래를 불러야 자기 음악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프로듀싱하는 게 진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또 팬분들이 내 목소리를 못 들어서 아쉬워하진 않는 것 같다. 전체적인 내 음악 감상을 우선시하는 것 같아서 그런 분들을 믿고 내가 작업한 곡에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입혔다. 공연에 오면 내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다음 앨범에서도 피쳐링 비중이 높은가?

그렇다. 이번에는 후배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정규 앨범에는 선배들도 함께한다. 최백호 선배도 있고 박정현, 백지영, 정인부터 새소년, 오존까지 다양한 가수들이 참여했다.

-타이틀곡을 걸그룹 마마무가 불렀는데.

마마무를 제작한 작곡가 김도훈이 친한 후배다. 가끔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새 앨범을 준비한다고 하니 축하해주면서 도울 거 없냐고 물어보더라. 발라드곡이 하나 있다고 하니까, 마마무가 발라드곡이 없다면서 마마무가 부르는 건 어떻냐며 묻더라. 처음엔 '그 마마무?' 하면서 깜짝 놀랐다. 마마무는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도 노래를 잘한다고 알려진 친구들이라서 곡을 맡겼다. 곡은 이미 완성돼 있었고 화사와 휘인이 노래를 부른다는 얘기를 듣고 가사를 완성했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CD, LP, 카세트테이프 발표 "음악 인생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

-앨범 활동은 계획에 없나?

앨범을 알리는 부분에선 최선을 다해야한다. 사실 같이 활동했던 가수들이 노래 부를 무대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무대를 조금이라도 더 넓히려면 열심히 방송하는 수밖에 없겠더라. '프로포즈'는 한 달 만에 또 출연한다. 아마 최단기간 재출연일 거다. 아 '스케치북'이다. 언제적 '프로포즈'인가.(웃음)

-음악 시장의 중심이 이제 완전히 음원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음원 차트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음악의 진정성이 있으면 어디서든 통할거라 생각한다.

-달라진 환경에서 LP나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한다. 주변의 우려는 없었나.

다들 말린다. 아마 내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특히 카세트테이프까지 발매하는 건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내 음악 인생에 있어서 꼭 하고 싶은 일이다. 30년이 지나 80살이 됐을 때 다 모아놓고 보면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다. 우리나라에 500명 정도의 카세트 테이프 마니아가 있다더라. 그분들은 소장용 하나, 감상용 하나 두 장씩 무조건 산다. 가수는 중요하지 않고 카세트 테이프가 나오면 산다. 1000개를 보장 받을 수 있다. 더블로 나가니까 2000개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웃음)

-연예 기획사도 운영 중인데.

몇 년 전까지는 경영도 직접 했는데 요즘엔 한발 물러났다. 당시엔 일부러 가수가 아닌 연기자 매니지먼트만 했다. 가수를 매니지먼트하면 좋은 형과 동생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사장과 소속 연예인의 관계가 되더라. 음악 작업을 독촉하게 되고 방송 출연을 놓고 갈등도 생기고. 작년부턴 회사 직원들을 통해서 가수 일레인, 라디도 들어왔다. 

-가수 입장에서 가수를 매니지먼트할 때 특별히 신경을 쓰는 점은?

이제 겨우 일 년 해봤지만, 내가 그들에게 때를 묻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자유롭게 음악을 했기 때문이다. 회사 대표, 프로듀서 입장에서 가수에게 내 색깔을 강요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사진=FE엔터테인먼트

 

무계획이 계획...자유로운 뮤지션 되고 싶다

-이번 앨범을 통해 기대하는 게 있다면.

기대는 없다. 기대보다는 두려움 80%, 설렘 20%다. 음반을 내면 낼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30년 전 발표한 1집 앨범을 많이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낸 앨범이 2019년에 다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내는 앨범이 또 30년이 지난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궁금하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음악 하길 잘했다는 기분이다. 지금 와서 느낀 거지만 음악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싶다. 얼마 전에 공연이 끝나고 예순이 넘으신 분들이 내 사인을 받겠다고 30분을 기다리셨는데 앞으로 저런 분들을 위해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훨씬 잘하고 실력 있는 가수도 많은데 그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내 음악을 듣겠나.

내 음악을 찾아서 들어준다는 건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음악을 할 수 있던 것도 내 음악에 관심을 갖고 좋아해 주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서 겸손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땅바닥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었는데, 도중에 스스로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느끼고 착각하며 살았다. 이제는 땅에 발을 잘 붙이고 살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꿈꾸는 것을 싫어하는, 꿈 없는 뮤지션이다. 잠들기 전에는 오분 안에 인생이 바뀔 정도로 큰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무계획으로 사는 게 재미있다. 음악적으로는 가을에 10집을 내면 좀 자유로워질 것 같다. 10집까지 냈으니까.(웃음) 10집이 나에게는 엄청난 숙제였다. 이제 싱글, EP, LP 상관없이 자유롭게 음악 할 것이다. 또 안 내고 싶으면 안내고. 지금 계획은 인터뷰 끝나면 소주 마시면서 회를 먹는 것이다. 하하.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1007@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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