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기생충' 조여정 “계획 많던 20대 지나 '무계획의 미학' 즐기는 중”
[365인터뷰] '기생충' 조여정 “계획 많던 20대 지나 '무계획의 미학' 즐기는 중”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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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칸 진출 영광…"내 영화인데 푹 빠져 즐기면서 봐"
-봉준호 감독 "조여정은 '다이아몬드 광산' 같은 배우" 극찬
-연교보다 기우에 몰입..."시나리오 볼 때부터 기우에게 마음 쓰여"
-심플한 캐릭터 연교, 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조여정은 22주년의 긴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지만 영화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개봉작 '방자전'을 통해 귀여운 이미지를 벗어던진 그는 '후궁'(2012)까지 연속으로 파격 노출이 담긴 영화를 선보였다. 그는 두 작품을 통해 '조여정의 재발견'이라는 평가와 함께 '연기 잘하는' 흥행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선보인 '인간중독'(2014)을 통해 3개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도 이뤄졌다. '인간중독'의 조여정을 인상 깊게 본 봉 감독은 '다이아몬드 광산' 같은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두 사람이 만난 영화 '기생충'을 통해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인의 극찬을 받은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다.

조여정은 '기생충'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핵심 인물 연교로 등장한다. 스스로 철두철미한 성격이라 남을 잘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 심플한 인물이다.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안기는 그는 '기생충'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과 연기 호평을 받고 있지만 들뜨기보단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연기에 자신감이 붙지 않았냐는 질문에 "'기생충'을 다시 한번 찍을 수 있다면 자신감이 생질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작품에서 연기할 땐 모든 게 새롭다. 언제쯤 나도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기생충' 개봉 후 <인터뷰365>와 만난 조여정은 형식적인 겸손함이 아닌 배우의 고민과 진심이 묻어나는 진지한 답변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 인터뷰에는 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 칸 진출 영광…"내 영화인데 푹 빠져 즐기면서 봐"

-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고 돌아왔다. 첫 참석이었는데 상영 분위기는 어땠나.

내 영화가 상영되는 게 신기했다. 칸에 가기 전 기술 시사 때 한번 보고 두 번째 관람이었는데도 영화에 푹 빠져서 봤다. 배우가 자기 영화를 관객처럼 몰입해서 보는 게 흔치 않은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상영 당시 (이)선균 오빠가 너무 영화에 반응하니까 주변에서 '우리 영화인데 왜 그러냐'고 그랬다는데, 사실 내가 그 옆에서 '어머나! 어떻게 해!' 이러면서 더 반응하면서 봤다. 푹 빠져서 보다가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올 때 같이 정신이 들었다.(웃음)

-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 봤을 때 느낌은 어떻게 다르던가.

연교를 연기했지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최우식이 연기한 기우의 마음을 따라가게 되더라. 처음 영화를 볼 때도 기우에게 몰입하다 보니 상황이 마냥 웃기지도 않고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 칸에서 두 번째 볼 때는 영화 전체를 보면서 이야기를 따라갔다.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어떤가.

봉준호 감독님, 송강호 선배님이 출연하는 영화라 내가 출연하지 않았어도 당장 보고 싶은 영화다. 부담을 가지기보다는 두 분을 믿고 가려고 한다.

칸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정은,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정은,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연교보다 기우에 몰입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움직였나.

연교와 박사장이 소파에서 기택(송강호)에 대해 험담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테이블 밑에 숨어있던 기택과 가족들이 다 듣고 있지 않았나. 동료들끼리의 험담 수준이 아닌 자식들과 함께 있는 기택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연교 입장에서는 고의가 없고 '내 집에서 그런 말도 못 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버지를 존중하는 기우의 입장에서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냥 그런 상황 자체가 비극인 것 같다. 사실 기택네 가족은 가족 사기단이다.(웃음) 나쁜 일을 하는데 서로를 사랑하고 엄청나게 의지하는 관계다. 다들 가족과는 그렇게 의지하면서 살고 싶을 거다. 이렇게 두 가족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영화가 설득력 있는 영화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극 중 연교와 기우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우가 딸 다혜(정지소)의 첫 과외 수업 때 '실전은 기세야 기세'라고 말할 때 기우의 기세에 연교가 눌렸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려가서 돈 세지 않나.(웃음) 

-연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도 많은데. 연교는 남편도 잃고 피해자 아닌가.

정말 감사하다. 정작 연기한 사람은 기우에 몰입해 있는데...연교는 아마 그 뒤에 재혼하고 잘 살았을 거다.(웃음) 배우 조여정이 연기할 때는 연교가 되지만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건 또 다른 것 같다. 

-연교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대학에 다니다가 아이를 가져서 결혼한 여자다. 어느 한 세계에서만 살다 보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지 않나. 연교는 그런 면에서 심플한 여자다. 저택에서 부를 누리면서 살지만 연교에게는 간절히 원하고 갖고 싶은 삶이 아니라 그냥 익숙한 환경일 뿐인 거다. 그렇지만 연교의 심플한 삶 안에도 '전전긍긍'이 있다. 대학 때 아기를 가져서 바로 결혼했기 때문에 남편의 사회적인 지위에 발맞추고 싶어 한다. 영어를 사용하는 것도 귀여운 지적 허영심이다. 남편인 박사장 앞에서는 절대 영어를 안 쓰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 쓴다. 

-본인은 연교와 얼마나 닮아있나?

현장에서 배우들이 '너 지금 연교같아'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나는 '난 그렇게 심플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다른 사람인가보다.(웃음)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다이아몬드 광산' 같은 배우 조여정...봉준호 감독 극찬에 감동

-봉준호 감독과는 첫 번째 호흡인데 어떻게 캐스팅됐나.

나도 날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해서 첫 미팅 때 직접 물어봤다. 영화 '인간중독'(2014)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면서 내 흉내까지 내시더라.

-현장에서 만난 봉 감독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마주할 땐 인간적이고 유쾌한 분이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민하고 까칠할 것 같다고 예상하는 분들도 많은데 너무 푸근하고 유쾌해서 현장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또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배우의 순발력을 최대한 영화에 담아낸다. 즐거운 현장의 힘인 것 같다.

-봉 감독이 '다이아몬드 광산' 같은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동적이었다. 엄청난 칭찬 아닌가. 과연 내가 다이아몬드 광산인가 싶기도 하고.(웃음) 그렇게 표현해 주시니까 정말 감사하다.

-촬영 중 특별한 연기 지도는 없었나.

봉 감독님이 연기를 잘하신다. 감독님 안에 '기생충'의 모든 인물이 다 들어있다. 직접 몸으로 표현하시면서 연교의 느낌을 설명해주셨다. 진짜 감독님 의도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송강호 씨가 마지막 '마트신'에서 조여정 씨가 봉 감독의 촬영 방식에 진땀을 흘렸다고 하던데.

긴 대사와 동선을 한 컷으로 쭉 촬영해서 아무래도 어렵더라. 그 장면이 영화에는 후반에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연교의 첫 촬영이었다. 촬영 방식의 어려움보다는 초반이라 더 어려웠던 부분도 있다.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여정/사진=CJ엔터테인먼트

-가정부 문광 역을 연기한 이정은과의 호흡도 빛이 났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선배였는데 연기 호흡을 맞춘 뒤 더 좋아졌다. 초반에 촬영을 같이하다가 나중에 (이정은)언니를 내보내야 하지 않나. 연기인데도 실제로 헤어지는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겠고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연기하면서 처음 느낌 감정이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그 장면에서 연교가 어떤 대사를 했는지 기억하나?

문광에게 해고 이야기를 꺼내는 게 힘들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혼자 마당에 앉아서 마음 아파하고 있는 장면이 실제로 영화에 들어갔더라. 연교가 "언니가 진짜 톱이잖아. 다른 회장님댁에서 스카우트 하려는데 내가 안 보냈던 거 알지? 애 아빠가 아줌마 쓰지 말자고 했다. 내가 어쩌겠어 박사장한테 꼼짝 못 하는 거 알잖아~"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남편 핑계를 댔다. 

영화 '기생충' 이선균, 조여정 스틸/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이선균, 조여정 스틸/사진=CJ엔터테인먼트

늘 연기에 대해 고민...자신감 없어

-관객들이나 지인들의 반응도 챙겨 봤나?

다른 작품을 연기했을 때보다 여성 팬들이 많은 것 같다. 이성보다 동성이 나를 좋아해 주는 게 참 좋더라. 연교가 뒤끝이 없고 비교적 쿨한 캐릭터라 그런가? 시사회 때 전작을 함께 했던 감독님, 여동생, 대학교 교수님, 동료 배우들을 초대했는데 많은 말이 필요 없고 그냥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더라.

-연기 호평이 끊이질 않는데 소감이 어떤가.

정말 기쁘고 즐거운데 연기에 대해서 자신감은 생기지 않는다. 자신감이 생겨야 될 텐데 앞으로 뭘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된다. 이 작품을 다시 연기한다면 더 잘해봐야겠다고 자신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다른 작품은 또 새로운 연기를 해야 하지 않나. 언제 연기를 자신 있게 해볼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기생충'을 계기로 더 좋은 역할이 들어올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기택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무계획의 삶을 살아간다.(웃음) 20대에는 엄청난 계획을 가지고 살아봤고 성공도 실패도 했다. 큰 계획 없이 그날그날 충실하게 살고싶다. 무계획의 미학이 있다. 계획이 없이 즐기며 살다 보면 '기생충' 같은 작품을 만났을 때 '나한테 이런 일도 있네?'하고 더 즐겁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번 작품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꾸준히 연기를 해오다가 2018년에 주어진 작품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하려고 한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1007@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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