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배우 차인표가 전하는 '도전의 가치'
[365인터뷰]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배우 차인표가 전하는 '도전의 가치'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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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옹알스'로 다큐멘터리 장르 장편 영화 감독 데뷔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덕분에 개봉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 들어"
-영화제작사 TKC픽쳐스 창립 "신인 감독들에게 도움 주고파"
-배우로서의 삶도 계속..."작은 영화 출연한다고 얼굴 닳지 않아"
영화 '옹알스' 차인표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 차인표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배우 차인표가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를 통해 감독으로 변신했다. 데뷔 이후 오랜 시간 바른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그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범적인 연예인으로도 손꼽힌다. 

연기, 예능을 넘나들며 도전을 즐기는 그의 새로운 도전은 영화 현장에서 호흡하는 감독이다. 영화제작사 TKC픽쳐스를 창립해 선보인 단편영화 '50'(2017)으로 연출자의 가능성을 입증한 그는 '50'의 조연출로 함께한 전혜림 감독과 함께 다큐멘터리 장르의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옹알스'는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한국의 코미디를 알린 넌버벌 코미디 팀 '옹알스'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전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8년 1월 미국 LA 촬영을 첫 시작으로 약 13개월간의 촬영과 편집이 진행됐고,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관객들과 만났다.

어느덧 데뷔 27년 차를 맞아 이제는 어디를 가도 '선생님' 대접을 받는다는 차인표는 "영화를 계속하고 싶은건 현장에서 젊은 분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이 주는 에너지를 계속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진실한 행보로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배우 차인표와 공동 연출로 함께한 전혜림 감독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365>가 만났다.

영화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차인표 감독과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차인표 감독과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로 다큐멘터리 장르 장편 영화 감독 데뷔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간절히 기다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정식 개봉을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차인표 감독(이하 차)=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고 흥행을 목적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수험생이 성적표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코미디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았다가 실망하는 분들은 없을까 염려도 된다. 전주영화제에 초청이 안 됐다면 개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주에서 나를 좀 뽑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나같이 많은 것을 가진 사람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훨씬 어려운 여건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 아닌가. 그 사람들은 어떤 심정으로 기다릴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다. 

-투자배급을 중소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에서 맡았다. 특별한 인연이 있나.

차=리틀빅픽처스 대표가 유일하게 아는 투자배급사 관계자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도 가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버리는 카드였는지는 모르겠다.(웃음) 나중에 물어보니 다큐멘터리 영화에 투자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하더라.

-단편 영화 '50'을 선보인 이후 2년 만에 '옹알스'를 통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차=뭘 모르는 사람이 사고를 친다고 하지 않나. '옹알스'도 처음엔 제작을 계획했지, 연출까지 맡을 계획은 전혀 없었다. 미국 감독을 섭외해서 잘 만들어지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팔 계획도 있었다. 촬영 시작 후 감독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내가 연출까지 맡게 된 거다.

영화 '옹알스' 촬영 현장에서 차인표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 촬영 현장에서 차인표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계획에 없던 연출이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차=계산 없이 시작하다 보니 하루 촬영했는데도 너무 힘들더라. 카메라 세 대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세 대가 전부 한 방향에서 같은 크기로 찍고 있더라니까.(웃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배우로 출연한 영화 '마이보이'(2014)때 연출부로 만난 전혜림 감독이 현장 편집 스태프였는데 공동 연출을 제안했다. 현장에서 촬영도 하고, 현장의 느낌을 살려 편집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분이 필요했다. 

-전혜림 감독은 차인표 감독에게 공동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전혜림 감독(이하 전)=감사한 기회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당시 (차인표) 선배님이 갑작스럽게 제안을 한 상황이었다. 스태프들이 다 있었고 바로 대답을 해야 하는데 안 한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웃음)

영화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차인표 감독과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차인표 감독과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옹알스'의 이야기 전하고자 영화 제작 시작...험난한 제작 과정

-'옹알스'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차=2017년 봉사활동 중 만났다. 멤버 채경선, 조준우와 커피를 마시면서 '옹알스'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로 제작해보자고 처음 이야기를 나눴다. 인도네시아, 이란, 웨스트엔드를 거쳐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계획이 있더라. 영화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 과정은 순조로웠나.

차=옹알스가 이란 공연에서 돈을 많이 받는데 문제는 이란을 가면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그래서 이란 공연을 포기했는데 미국까지 가는 비용이 문제였다. 결국엔 내가 이란에서 받을 돈을 '옹알스'에게 빌려줬다. 빌려준 돈 받으려면 빨리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웃음)

-촬영 중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

차=처음 촬영할 때만 해도 옹알스 멤버들과 가깝지 않아 선입견이 있었다. 옹알스는 개콘에서 결국 밀려난 사람들이다. 외국에 나간 것도 초대를 받고 간 게 아니다. 그냥 자기들끼리 무대를 찾아서 낮에는 공연하고 저녁엔 고깃집 불판을 닦으며 몇 달씩 준비해서 간 거다. 눈이 초롱초롱하던 당시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막상 촬영하면서 보니 각자의 삶에 지쳐있더라. 계속 과거의 초롱초롱함을 기대하니 옹알스 입장에선 부담스럽기도 했을 거다.

영화 '옹알스'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두 감독 모두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 연출을 모두 경험했는데.

전=다큐멘터리 영화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다. 극영화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기 때문에 감독의 개인적인 생각이 마음껏 들어가도 괜찮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그렇지 않다. 옹알스 멤버들의 이야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힘들었다. 처음엔 원하는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결국은 그게 나오지 않더라. 비슷하게는 나오더라도 진심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에 담을 수는 없었다. 

차=다큐에 개입하고 싶었던 유혹도 있었다. 그 때가 지난해 4월에 촬영팀이 해산하고 타일러도 계약 기간이 끝나서 미국으로 돌아가고 나와 전 감독, 프로듀서 셋이 남았을 때다. 당시 조수원 씨는 많이 아팠고, 옹알스는 라스베이거스에 갈 생각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힘든 시간이었다. 라스베이거스를 가야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 같아 '자비라도 들여서 가자고 해야 하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진행이 더딜 때 조바심은 없었나.

차=초반엔 라스베이거스에 왜 안 가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몸도 아프고, 집세도 내야 하는 각자의 상황이 있는데 어디 인천 가라는 것도 아니고 라스베이거스를 가라고 계속 도전하라고 한 거다. 돌이켜보니까 감독·제작자로서 옹알스를 묵묵히 믿고 기다려줘야 했는데 초반엔 그걸 못했다. 옹알스에게 정말 감사한 것은 촬영을 80회차 이상했는데 단 한 번도 촬영하자고 하면 바쁘다거나 싫다고 한 적이 없다. 그게 참 대단하다.

전=뭔가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걱정도 됐다. 지금 생각하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공감했어야 됐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열렬한 옹알스의 팬이 됐고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결국엔 라스베이거스 공연이라는 계획을 이루진 못했다.

차=계획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럴 상황도 아니었고 라스베이거스 도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베가스에 가면 행복할까?' 타협이라면 타협이고, 가보지 않았으니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작은 극장이라도 꾸준히 공연할 수 있는 무대였다. 투자 배급사와 함께 회의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해보자. 초청되면 개봉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안 되면 나는 1년을 더 찍겠다. 그 안에 라스베이거스를 가면 내용을 더 넣겠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전주에 초청이 돼서 개봉까지 왔다.

전=사실 촬영 중반부터 라스베이거스는 못 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버리는 카드라고 생각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옹알스의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다룬 것만으로도 매력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차인표 감독과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를 공동 연출한 차인표 감독과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제작사 TKC픽쳐스 창립 "신인 감독들에게 도움 주고파"

-영화 제작사도 차리고 꾸준히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차=젊은 사람들과 더불어서 일할 수 있어서 좋다. 내 나이가 되면 어디를 가도 선생님 대접을 받아 젊은 분들과 특별히 소통할 일이 없다. 그런데 영화는 현장이다. 현장에 뛰어드는 순간 나와 다른 세대와 협업할 수 있다.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이런 에너지를 느끼면서 일할 수 있어서 계속 영화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거다. 제작자로서는 신인 감독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배우로서 가진 재능으로 신인 감독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텐데.

차=물론이다. 내가 흥행 배우는 아니지만, 배우로서도 열려있다. 작은 영화에 출연한다고 얼굴이 닳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대본을 보고 출연해야지 너무 엉망이면 못한다.(웃음)

영화 '옹알스'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옹알스' 전혜림 감독/사진=리틀빅픽처스

-다시 다큐멘터리 영화에 도전할 계획은 없나?

차=만약에 한다면 전 감독님과 같이 계획을 더 철저하게 세워서 도전하고 싶다. 다큐멘터리는 사람이 어렵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도 카메라로 한참 따라다니면서 보는 사람과 다른 모습일 때 당혹스럽기도 하고. 옹알스는 좋은 면에서 다른 모습이긴 했다.

전=(차인표)선배님이 하자고 하시면 하겠지만 그전엔 극영화를 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전=보시는 내내 마음껏 개입하시고 끼어들었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게 메시지이긴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지금 살아가는 각자의 일상을 응원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차=이 영화를 통해서 옹알스 멤버들의 형편이 나아졌으면 좋겠고, 안정적인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관객분들에게는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도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각자의 도전을 응원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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