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단독 인터뷰] 김두호가 만난 시드니대 스펜스 총장
[인터뷰365 단독 인터뷰] 김두호가 만난 시드니대 스펜스 총장
  • 김두호
  • 승인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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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상위권 대학의 총수 시드니대 마이클 스펜스 총장
-이주 한국인 아내 동반, 여덟 번째 아기 안고 처가나라 방문
-사회가 필요한 실용주의 교육으로 세계 최상위권 평가받아
-'한국어 열공'...한국어 전공하며 한국어 사랑에 빠져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호주대사관 무역투자대표부 회의실에서<인터뷰365>와 인터뷰 중인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이 자리엔 한국계 아내 제니 인 여사가 4개월 된 딸을 품안에 안고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박상훈 기자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정리=김리선 기자] 호주 시드니대학교는 1850년에 호주 최초로 개교한 오랜 전통의 명문대학이다. 인터뷰365는 시드니대 총장을 10년 넘게 재임한데 이어서 최근 대학재단 인사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시 연임에 서명한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1962~) 총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학생수 6만여명에 재정규모가 연간 24억 달러에 달하는 시드니대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THE가 발표한 '2019 세계대학 영향력 순위’에서 25위, 세계 대학 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19년도 세계 대학 취업 경쟁력 순위’에서는 5위에 랭크된 세계 최상위권 명문 대학이다.

시드니대의 성과는 일찍부터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용학문 중심의 대학 발전 철학을 교육과 대학 운영에 반영해온 총장 마이클 스펜스 박사의 탁월한 리더십의 역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명문대의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놀랍게도 8남매를 사랑으로 보듬어가며 키우는 따뜻한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다. 첫 부인과 사별 후 만난 부인이 시드니대를 다니며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이주한국동포 제니 인(1982~) 여사라는 점도 시선을 이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호주대사관 무역투자대표부 회의실에서 진행된 스펜스 총장과의 인터뷰에는 부인 제니 인여사가 4개월 된 딸 아진(영어명 아라벨라 메리 아진 스펜스)을 품안에 안고 자리를 함께 했다. 스펜서 총장은 인터뷰 도중 엄마 품에서 칭얼대는 어린 딸을 자신의 품으로 옮겨 토닥이고 잠재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니 인,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마이클 스펜스 호주 시드니대학교 총장(사진 오른쪽)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호주대사관 무역투자대표부 회의실에서 <인터뷰365>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엔 한국계 아내 제니 인(사진 왼쪽) 여사가 4개월 된 딸을 품안에 안고 자리를 함께 했다./사진=박상훈 기자

◆ 시드니대 전 세계 상위 대학교 0.5% 명문...세계 5위 취업률

-시드니대는 유학을 준비 중인 한국학생들에게도 관심이 높은 대학으로 꼽힌다. 전체 학생수와 유학생수 그리고 한국 유학생수는 어느 정도인가?

전체 학생이 6만명에 달한다. 이 중의 반이 140여 개 국에서 온 국제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360여명으로 비교적 적은 편인데 앞으로 더욱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2008년에 시드니대 25대 총장으로 취임 후 올해 재임 11년차를 맞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많은 발전을 보여준 시드니대의 특화된 장점부터 소개해 달라.

시드니 대학교는 '대학'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교육방향과 생각을 갖고 있다. 대학은 단순히 교수 중심으로 교류하는 곳이 아니다. 학문적인 질문에 대한 답 뿐 아니라, 사회가 질문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해주는 곳이다. 이런 점들이 시드니 대학의 리서치(조사와 연구방법)와 교수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복합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것은 물리학, 화학, 경제, 인류학 등 어느 한 분야로만 문제들이 발생하는 게 아니므로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복합적으로 접목시키는 게 중요하다. 시드니 대학은 이런 훈련을 위한 리서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는 복합 프로젝트를 여러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극복을 위해 철학자, 경제학자, 물리학자, 의사, 기초과학전문가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6백만 달러(한화 4850억 원)규모에 달한다.

또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시야를 갖도록 교육하고 있다. 한 과목에 대한 심층 학습을 넘어서 전혀 다른 분야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학생들이 국제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언어적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전공 과목과 관계없이 제2,3,4개국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전교생의 반 이상이 일정 기간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이 일정 기간 파리나 뉴욕, 베이징에서 공부하면서 시드니 대학 학위수여를 받을 수도 있다.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호주대사관 무역투자대표부 회의실에서<인터뷰365>와 인터뷰 중인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부문이라면 무엇부터 소개할 수 있는가?

시드니 대학교는 전 세계 상위 대학교 0.5%에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 중의 하나다. 취업률은 세계 5위로 평가받는다.

또 안전하고 친절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들이 큰 강점이다. 시차도 큰 차이가 없으니 한국의 가족들과 연락도 용이하다.

아시아와 영미문화가 만나는 호주는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영어와 영미권 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무엇보다도 학습을 위해선 영어가 중요할 텐데. 영어가 서투른 학생들을 위한 입학 프로그램이 있는가?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선 입학 전 영어 연계 프로그램도 있고, 학업 중에도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무료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 실생활서 적용할 수 있는 융·복합적 교육 지향...60세가 넘어도 공부할 수 있는 대학 만들고파

-총장 스스로도 뿌듯했다고 생각하는 대학운영의 성과를 꼽는다면.

우선 대학교의 평가 랭킹이 입증해주기도 했지만 실제적으로 이론적 학문을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변화시킨 부문이다. 이론적으로만 공부하는 대학이 아니라 실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용 학문을 배우고 실행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강조해왔다.

또 일부 학사 과정을 재편해 한 과목만이 아닌, 여러 분야의 학문을 선택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융,복합적 교육을 일찍부터 지향해 왔다.

최근엔 호주에서 가장 많은 대학기금모금 조성을 달성했다. 대학의 연구 활동과 교육을 위해 10억 호주 달러(한화 8000억원 이상) 넘는 규모의 기업후원을 받았다. 그동안 학교의 성과를 봤기 때문에 이런 후원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발전은 후원기금이 큰 동력이 된다.

-총장의 교육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

배워서 사장되는 공부가 아닌, 실제 사회에서 필요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총장으로서 대학 운영의 지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요즘엔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직종을 여러 번 바꾸기도 한다. 또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활성화 되는 산업도 있을 테고, 사라지는 산업도 있다.

그래서 학사 과정을 재편할 때 고심했던 점이 지식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어떤 산업에 종사하던 ‘학위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다.

60세가 넘어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을 위해 ‘60년 과정’을 구상하고 있다. 20대에 한정되지 않고 졸업 이후라도 언제든지 공부 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50세에도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생애 전반에 걸쳐 개방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모색하고 있다.

◆'한국어 열공' 현재 대학에서 한국어 전공...존댓말 어려워

-총장이 학생들과 한국어 수업을 듣는 등 남다른 한국어 사랑이 대학에서도 소문난 것으로 알고 있다. 2016년 시드니대에서 열린 '호주 한국어 교육 학술대회' 개막식에서 한국어로 환영사까지 했다는데.

우리 가정이 영어와 한국어를 쓰는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내(제니 인)와 어린 자녀들이 한국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앞 집에 살고 계시는 장인어른, 장모님도 한국어를 쓴다. 가족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었다. 내 삶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내가 한국말 하는 걸 잘 안 도와주니까 좀 빠르게 늘지 못하고 있다. 하하.

-총장이 한국어를 전공하는 따님과 함께 공부한다는 얘기도 사실인가?

난 현재 시드니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았다. 학생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직접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함께 한국어를 전공하는 넷째 딸과 함께 수업도 듣고 점심도 같이 먹을 때가 있다.  

시드니대학에서는 750여명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대부분이 중국 학생들인데,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많은 언어 중 한국어를 배우기가 쉽지 않은 언어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에 익숙하고, 중국어도 말하고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 솔직히 한국어는 내가 배웠던 언어들 중에 가장 어렵다. 읽는 건 문제는 없는데, 말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존댓말 표현이 어렵다.

예를 들면 '은, 는, 이, 가'와 같은 접미사, 상대방의 나이에 따른 '한테, 에게'와 같은 낮춤말, '주시다, 드리다'와 같은 높임말까지 구분해야 하는 게 복잡하다. 중국어는 단어만 나열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사진 오른쪽)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호주대사관 무역투자대표부 회의실에서 <인터뷰365>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엔 한국계 아내 제니 인 여사와 4개월 된 딸이 함께 했다. 마이클 스펜스 총장은 인터뷰 중 아내 품에서 칭얼대는 어린 딸을 자신의 품으로 옮겨 토닥이고 잠재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사진=박상훈 기자

◆2015년 한국계 아내와 부부의 연 맺어...여덟 자녀의 아버지로

-이제 제니 인 여사와 만난 러브스토리를 듣고 싶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동기부터 궁금하다.

2012년 전처와 갑작스럽게 사별을 하고 다섯 자녀와 살던 힘든 시기에 아들과 함께 교회를 나가면서 만났다. 당시 아들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 딸과 교제를 하다가 헤어지면서 다른 교회를 찾게 됐는데, 새 교회를 나와 함께 다녔다. 아내는 그 교회의 부목사로 있으면서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우연히 그의 미술전시회에 갔다가 작품 중 눈물이 나오게 하는 한 점의 그림을 구매했고 그 작품이 우리의 인연과 마음을 따뜻하게 통하게 이어주었다.

-8남매의 자녀를 둔 아버지라는 사실이 놀랍다.

전처와의 사이에서 5명의 자녀들이 있는데, 2015년 아내와 결혼하면서 3년 사이에 세 명의 아이들이 더 태어났다. 한국 여성의 강인한 모성애를 아내를 통해 느낀다. 독신으로 5남매를 키우다가 재혼 3년 만에 3명이 늘어 아내는 지금 8명의 엄마가 된 것이다. 그런데 엄청난 가족을 뒷바라지 하는 빅 맘으로 집안을 아주 잘 이끌어 가고 있다.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과 2015년 부부의 연을 맺은 한국계 아내 제니 인 여사.

-남편(스펜스 총장)과의 첫 만남 때의 일화를 소개한다면.

제니 인 여사(이하 제니 인)= 그림으로 첫 교감이 이뤄진 것같다. 처음 전시회에서 내 그림을 본 총장께서 숨 쉬듯 살아 있다고 표현하셨다. 바로 내가 그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와 느낌을 그대로 말씀해 너무 놀랐다. 그 그림은 몇 년 전 아팠던 내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림을 통해 아픔은 숨겨야 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이라는 점을 표현을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당시 전부인과 사별을 하고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던 남편이 그 그림을 보고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우린 아주 우연히 그림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교감을 나눈 것 같았다.

또 얘기를 하다보니 신앙이 같고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사람이란 확신이 처음부터 다가왔다. 그래서 나이 차이나 그에게 5명의 자녀들이 있다는 사실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신뢰와 자신감이 생겼다.

-제니 인 여사와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대학 인사 청문회의 허가까지 받았다는, 당시 현지 신문보도의 에피소드가 사실인가?

아내가 시드니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어서, 시드니대학교는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에 대해서 학생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아내가 학생 신분이므로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연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결혼을 해도 되는지 청문회에 상정한 것이다.

◆아내 만난 후 삶의 큰 변화...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가정으로 변화

-아내를 만나고 자신의 삶에 가장 변화된 모습이 있었다면?

삶의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축복스럽게도 세 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호주 가정이 한국 가정으로 문화가 바뀌고 있다.

딸이 시드니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것, 다른 두 명의 자녀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또 장모님께서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는 데, 장모님 댁에 가서 한국 요리를 배우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애들이 침대에서 떨어질까봐 침대를 치워 버리고 옛날 한국식으로 방바닥에서 같이 잠을 잔다. 하하.

(맨 앞줄 가운데)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과 한국계 아내 제니 인 여사의 일곱번째 자녀 건우 스펜스의 돌을 축하하기 위해 스펜스 총장의 자녀들과 제니 인 여사의 부모가 함께 자리 했다. /사진=마이클 스펜스 제공  

-스펜스 총장은 자상한 아버지처럼 보인다. 실제 가정에서 어떤 남편인가?

제니 인= 총장일로도 바쁜데 아내와 자식들에게 세심한 일까지 배려하고 잘 해주는 한가정의 어른이다. 이해심도 깊고 가사와 육아도 잘 도와준다. 주말엔 밥도 하고, 퇴근해선 설거지 등 그릇 정리도 도맡아 해주신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늘 기도해주는데, 그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이 없다.

-총장의 아내이면서 8남매 자녀를 뒷바라지 하는 제니 인 여사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제니 인= 지금의 가장 큰 일은 어린 아이의 육아에 몰두 하는 일이다. 미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아직 못 끝낸 상황이다. 첫째 아이 임신 후 미술 작업도 중단했다. 막내 아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제니 인 여사와 결혼이 총장으로서의 일상에 어떤 변화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데, 배우자는 필연적으로 서로의 직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만든다. 일에 관한 것을 배우자와 공유하게 되고 그 외의 일들도 공유할 기회가 많다. 그리고 배우자와 같이 성장하게 된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리더십에도 자신감의 변화를 주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뷰365>와 인터뷰 중인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사진 오른쪽)과 4개월 된 딸을 안고 있는 제니 인 여사 부부.

-호주에 이주, 정착하게 된 가족 이야기를 들려 달라.

제니 인=내가 3살 되던 1984년에 가족들이 호주로 이민을 갔다. 7년 정도 호주에서 살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서울과 일산에 살며 초중고를 다녔다. 이어서 호주로 옮겨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지금까지 쭉 호주에 살고 있다.

-한국과 호주에 살면서 생활문화의 차이점을 비교한다면 무엇부터 얘기할지 궁금하다.

제니 인= '아니다'라는 한마디 말을 두고 한국인들은 말투와 뉘앙스를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여러 각도로 캐치하지만 호주 같은 외국인들의 의식문화는 말 그대로 단순히 '아니다'로 받아들인다.

한국인들은 하고 싶은 말도 직설적인 표현보다 겸손을 떨거나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버릇이 일종의 미덕이고 전통인 사회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프더라도 우선 처음엔 괜찮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호주인들은 배고프다, 먹을 걸 달라고 솔직하고 정확히 말하고 또 그렇게 받아들인다. 호주에서 겸손을 떨며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면 절대로 권유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 방법의 차이로 호주인들과 살다보면 문화에 익숙해질 때까지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제니 인,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사진 오른쪽)이 한국계 아내 제니 인(사진 왼쪽)여사와 함께 인터뷰 자리에 함께 했다. 4개월 된 딸 아진을 품안에 안고 있는 제니 인 여사./사진=박상훈 기자  

스펜스 총장= 한국어에는 영어와 달리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나 표현들이 무수히 많다.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영어는 단순하고 명확하게 말하는데 비해, 한국어는 문장을 맺을 때 상황에 따라 미세한 차이의 뉘앙스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복잡하고 헷갈리게 한다.

한국어는 아마 단일 민족의 언어이고, 민족이 오랫동안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매우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미묘한 언어 감각의 생활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

반면 영어는 매우 업무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다양한 국가와 인종들이 소통하다보니 의미 전달도 간결하게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하려면 생각해서 말해야 하는데, 영어는 해야만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도 언어문화의 차이점이다.  

-한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흥미를 느낀 한국 문화가 있었다면?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과목 중의 하나가 한국역사인데,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배웠던 내용 중 백제의 명장 계백장군의 스토리가 인상 깊었다.

계백장군이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았지만, 전쟁에 지면 가족들이 적군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에 출정 전 가족들을 몰살시키며 이기지 못할 상황에 대비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면, 서양역사의 장군이었다면 승리를 기약하고 전쟁에 임하는 낙관적인 장군의 모습으로 살아났을 것도 같다.

한국문화는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를 미리 준비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점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같다. 영미권 특히 미국의 문화는 매우 낙관적이고, 미래에 대해 확신이 있는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학교 총장

◆ 내게 가족은 힘이 되어 주는 존재...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로 남고 싶다 

-명문대 총장으로서의 무거운 사회적 책무와 8남매를 둔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역할 모두 평범하지가 않다. 심리적 부담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은 먼저 제니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점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돌아가면 가족이 우선 이다. 죽으면 내 비석에 총장이란 직함보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

가족들의 응원과 지원이 총장으로 책임을 다하게 하는 나의 가장 큰 힘이다. 저녁 늦게까지 업무를 봐야하고, 해외 출장도 잦아 가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굉장히 힘들다. 늘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난 행운남이다. 하하.

-집안 분위기가 늘 북적북적 하겠다.

제니 인= 말 그대로 시끌 벅적하다. 식사 시간은 레스토랑에 온 듯이 분위기가 즐겁다. 어쩔 때는 마치 대가족 중심의 한국 드라마 같은 가족사회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못다 이룬 총장의 꿈이 있다면?

시드니대학 총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매우 전통스럽고 학문적인 교육기관이었다. 이런 전통에는 장점도 있지만 유연하거나 기민하지 않고, 대응이 빠르지 않은 단점도 있었다. 고등교육 시장은 매우 치열한 경쟁 시장이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대학은 변하는 시대의 주역이 될 인재를 배출하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좋은 전통을 잘 유지하면서 유연하고 혁신적이며 실험적이고 아시아, 전세계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취임초기의 목표였다. 시드니대는 이 목표의 75%정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장직 연임에 서명한 것이다.

 

 

마이클 스펜스 시드니대 총장 약력


-2008년 25대 시드니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현재 
-시드니 대학교 영어/이태리어/법학과 졸업
-호주 저작권 위원회 (Australian Copyright Council) 근무
-옥스퍼드 대학 철학과 박사, 신학과 준석사 디플로마
-지식재산권 이론 분야 전문가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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