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②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②
  • 김두호·김리선
  • 승인 2019.03.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은 우리와 군사동맹국 '맹방'...한미관계 좀더 케어하고 신경 써야
-보수라서 하는 말 아니다...유엔사무총장은 진보적인 말과 행동도 해야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 살라미처럼 얇게 잘라놔 "단계적 접근이라 볼 수 없어"..빅딜로 전체를 씌워야
-대북 협상 전문가 키워야...한일 관계는 과거 집착보다는 미래 지향적으로 대처해야
-대선에 정식으로 출마 한 적 없다...'연목구어(緣木求魚)' 정계 복귀 가능성 전혀 없다
-중국에 미세먼지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기보다 끌어안아야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관훈클럽포럼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인터뷰365

[정리=인터뷰365 김두호 관훈클럽회원·김리선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북정책 마이웨이보다 국제사회와 협력 필요"①  이어서

-지난해 문 대통령을 만나 "한미 외교 동맹이 외교의 기초다"고 조언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조 연설에서 얘기한 한미동맹이 흠집이 나 있다는 발언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가. 단순히 한미간 북핵문제나 또는 방법론에 대한 차이로 인한 흠집이 닌,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있다고 보는 건가. 

외교는 기본적으로 양자관계도 있고, 다자관계도 있다. 외교는 다변화시키고, 다원화시켜야 한다. 국가관계는 다변화하고, 문화나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다원화시키는 넓고 깊은 외교가 바람직하다. 

미국은 국가의 안보, 또 국가의 발전이라던가 모든 면에서 아주 중요한 국가다. 이런 점은 그대로 지켜나가야 한다. 미국은 어떤 기준으로 보거나 세계의 '리딩 컨츄리'이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더 말할 필요 없는 맹방이다. 미국은 우방이고 우리의 얼라이언스(Alliance, 동맹)다. 미국은 우리의 군사동맹국인데, 군사동맹이라는게 국가관 관계에 많지 않다.  

회사 역시 주 파트너가 있는데, 그걸 잘 관리하면서 가야한다. 우리가 다변화하면서 미국도 '원오브뎀(one of them)'이렇게 나가면 외교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요즘 걱정이다. 한미 동맹에 여러 문제가 있는건가란 말이 나온 것도 최근 일이다. 한미 동맹이 여러 현 상황에 있어서는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부부관계가 늘 사랑을 확인하고 심지어 친구관계도 우애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 듯, 동맹관계도 서로 관리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그 넓은 땅에서 '반한시위'를 본 적이 있나. 한국에서는 반미구호, 반미시위가 서울에 이렇게 많아졌는지 걱정스럽다. 주한미국대사관의 주변은 경호와 경호 버스로 이중 삼중 둘러 쌓여있어서 들어가기조차 힘들다. 최고의 맹방이라는 미국의 한국에서의 지위다. 북한하고 아직도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인데, 대게 이런 걸 잊어버리고 한가지 면만 보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제가 보수라고 말하는게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보수 일 수가 없다. 진보적인 말과 행동도 해야 한다. 서울에서 진보적인 발언을 했다가 야단을 맞은 적도 있지 않았나. 동성애 발언에 대해서 비판도 받았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는 거다. 아직 문제는 없지만 우리가 좀더 케어하고 신경 써야 한다. 

-한미동맹이 이원화되는 사회 분위기에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건가.  

정부의 리더, 리더십이 그래서 필요한거다. 안보외교분야에선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 장관이 리더다. 좀 더 확실한 지향점을 국민들에게 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외교에 대해서는 외교부에서 주도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북미외교라인이 많이 퇴진하고, 청와대 주도로 외교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또 대북 유화 중심의 컬러를 가진 분들이 청와대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이 한미 동맹에 어떠한 영향이 있다고 보나.  

제가 인사 문제를 가지고 말씀 드릴 처지가 아니다.

한미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미국이 우리에 대한 기대가 어쩔 땐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보다 더 높을 때가 있었고, 한국 역시 미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기대했을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남북 문제에 대해 거의 모든 정권마다 갈등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북방 정책을 추진했을 당시 밀어붙였는데 그 때 미국이 그렇게 빨리가는건 안 좋다며 속도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나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있었고. 친구도 너무 가까우면 약간씩 갈등이 나오지 않나.

결국 정부의 지향하는 점에 따라서 공직자는 대게 그 일을 다 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공직을 맡았는데 저 사람은 친일파고, 저 사람은 친미파다, 이런게 아니다. 공직자들은 자기일을 하는 거다. 그러나 리더가 되었을 때 그 방향을 어떻게 제시를 하느냐는 국민적으로 여러가지 서포트를 받아가면서 하는게 좋다는 의미다. 

-외교부의 대 선배로서, 외교부가 패싱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외교부가 패싱되서 잘 될 일이 없다고 본다. 영역에 따라 국가의 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를 수 있지만, 외교나 국방에 관한한 어느나라에서나 중요한 축이다. 경제정책은 많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외교, 안보 축이다. 그래서 외교부 장관이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을 수 있더라도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은 늘 어디가나 대통령, 수상, 외교부 장관이다. 국가의 상징적 지도라인이다. 그런 상징적인 부서가 소위 패싱된다는 건 국가의 발전에 절대 도움이 안된다는 거다. 

-북한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에 확고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셨는데, 트럼프 리스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어느 정도 타협점을 내놓으면 우리 기준에서는 한참 못 미쳐도 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가 추가적인 대북 제재조치를 철회했다고 한 순간 북한이 철수했던 연락사무소 일부가 귀환을 했는데, 이건 일종의 '말하지 않는 교감'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이라던가, '케미'가 맞는것 같은 기분도 든다. 문제를 완전히 봉착에 빠트리지는 않고 해결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빅딜이냐, 스몰딜이냐 여러가지가 나온다. 빅딜을 단계적으로 하느냐, 계속 빅딜로 가느냐, 완전히 원샷으로 빅딜로 하느냐 이건 다르겠지만. 

-단기적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대비한다고 말씀했는데. 만약 도발을 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 미사일 발사나 재래식 도발로 할 것으로 보나.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제가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사태 돌파구를 마련한다던지, 상대방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늘 그런 조치를 취해왔다. 어떤일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미사일 실험을 한다던지, 굵직한 일이 있을 수 있어서 작은일이라도 예의 주시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미 관계 만큼은 양국 정부의 의지만 있으며 다시 톱니바퀴를 단단히 조일 수 있다고 말씀했다. 현 정부가 한미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보나. 

의지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절대 현 정부가 한미간 관계를 경시한다고 보는게 아니다. 다만 어떤일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긴밀하게 소통하고 상대 측 이해를 구하면서 가야하는데, 그 점이 못미쳤다고 생각하는 거다. 급하다 보면 빨리 가는 수가 있다. 국민 한사람으로 볼 때 일방적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방법론적으로 보면 현 정부와 차이가 많이 난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면, 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은 답변들을 보고 미세먼지 위원장직을 취소나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좌중 웃음) 

대통령의 결심에 대해 전 코멘트가 없다.(웃음) 미세먼지든 핵 문제든 기본적으로 느끼는게 있고 또 생각하는 바가 있다. 올해가 제가 외교에 몸 담은지 50년이 된다. 서울에서 37년간을 외교관으로 봉직 했고, 유엔에서 10년, 유엔에서 퇴임한지 3년째니 햇수로 50년이다.

50년을 일하면서 큰일 작은일 많이 겪었고, 박정희 전대통령을 포함해 전 대통령을 다 모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특별 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식적으로 모시게 됐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공직자로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느끼는 것도 많다. 

제가 아까 역사적인 퍼스펙티브를 말씀드린 것은, 그때 그때 현상만 보면 전체가 안보인다. 과거를 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거다. 제가 북한의 행태를 28년간 쭉 봐왔다. 단절단절마다 고비가 많았는데,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거다. 그래서 말씀드린 거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을 믿는가. 

북한의 접근 방식을 단계적인 접근방식으로 봐주기엔 너무 짧다. 일종의 살라미처럼 너무 얇게 잘라놨다. 이걸 단계적 접근이라 볼 수 없다. 협상을 하면 북한은 만만치 않다. 북한의 경우엔 빅딜을 해야 전체를 씌운다.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 더이상 말을 못한다. 

북한은 그래놓고도 또 바꾼다. 1991년부터 이제까지 해온 북한의 행태다. 그동안 6자회담을 얼마나 많이 했나. 6자회담을 하면 1년이 넘어간다. 2008년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로 CNN을 통해 전세계에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모습을 보이고도 이듬해 핵실험을 세번이나 했다.

그 현상만 보면 당연히 믿지만, 과거의 경험을 봤을 때 과연 믿을 수 있겠나. 외국속담에 "한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다"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누가 외교·국방 장관이 되던지 이런 점을 우리는 염두해야 한다.

우린 너무 협상가들을 자주 바꾼다. 1991년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저와 같이 앉았는데 아직까지도 있지 않나. 그 당시 있었던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외교부도 자꾸 바뀐다. 계속 그러니 우리가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제대로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여담을 말하자면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재직한 후 2년 반 정도 됐을 당시 제가 장관(2004~2006.11 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 재직)으로 발령이 났다. 한국의 장관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화를 냈다고 하더라. 또 바뀌었냐고. 본인이 계산해보니 5번째 라고 하더라. 2년 반 사이에.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 매번 새 사람이 나간다. 북한은 프로들만 나오는데 우리는 다 '루키'다. 그래서 여러가지 어려운 점들이 많다.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위안부합의, 징용자 배상판결, 최근에는 초계기 갈등까지 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군사적 갈등도 있다. 이러한 한일 갈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일 관계가 참 악화될때로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일 관계가 이렇게 나빴던 적은 없었다. 어느 때든 한일 관계가 원만 하진 않았지만 서로 존중해가면서 과거사를 풀어 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솔직히 제 기분이지만, 일본이 늘 약간 미안해하는 감으로 우리를 대했고, 우리가 강하게 이야기를 하면 수긍하는 자세로 외교가 이뤄졌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약간 우월감을 가지며 일본을 대했고, 일본이 받아들였던 같은 기분이었달까.

지금 상황은 일본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자기들도 할 만큼 했고 한국 측 입장을 수용할 만큼 하고 존중했는데 더이상 이런 상황은 못참겠다 이런게 아닌가 싶다. 

한국인이기도 하지만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 제가 일본을 작년 12월 방문했는데 정부 관리들은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고, 상당히 냉랭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일 동포들도 이런 분위기에 상당히 걱정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과거사 문제가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 그러나 한일처럼 표출된 나라는 거의 없다.

수교가 되고 관계가 정상화된 이래 어느 정권에나 외교적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이렇게 얘기해왔다. 과거에 집착보다는 미래를 지향하자는 거다. 그런데 그런 관계가 지금 상당히 우려할 정도다. 우리가 주변에 있는 나라들과의 관계가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느껴지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 모두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미래지향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험을 볼 때 첫 질문에 어려운 문제가 나와서 한시간 동안 그것만 끙끙거리다 보면 아무것도 못하고 낙제를 받는다. 한일 관계 역시 아무것도 못한다. 한일관계에 그 문제만 있는게 아니니까. 이문제는 이문제 대로 관리를 해나가면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버르장머리 고쳐버리겠다"고 해서 한일관계가 악화 된 적이 있다. 당시 제가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었는데, 일본 수상과의 회담에 앞서 대통령님께 독도도 문제 중요하고 여러 과거사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가 많이 있으니 우선 독도문제, 과거사문제는 이 정도로 말씀 하시고 미래지향적인걸 우선 해결해야 하지 않냐 건의를 드렸다. 회담에서 처음에 과거사와 독도와 관련한 원칙적인 입장을 이야기한 후 쉽고 중요한 협력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씀드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오부치 선언도 역사적으로 평가받지 않나. 역대 어느 대통령 때도 한일 관계 문제가 없었던 적이 없지만, 그러나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한일 한중 한미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국가들과의 관계다. 우리가 이제는 감성, 과거, 이런 점들을 먼저 표출하기 보다는 좀 더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솔직한 생각이다.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관훈클럽포럼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인터뷰365

[국내 정치 분야] 

-대선 과정을 복기해보자면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2017년 1월 12일 귀국 직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른 당들의 지지자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고, 음성 꽃동네 앞치마 논란 등도 있었다. 진실은 무엇이고, 그 당시 심경을 되돌이켜 보면 어땠나. 

일단은 대선에 정식으로 출마를 한 적이 없다. 과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단지 하나 느낀 점은 세상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를 절감 했다. 모든 사람이 이제까지 저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으로 대해 왔고, 누구와 나쁜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배척 받은 적도 없었고. 어떻게 보면 관직도 순탄하게 이어갔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맡게되면서 세계 많은 사람들이 칭송도 하고. 

그런데 서울에 도착한 순간부터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저는 인천공항에서 출마하겠다는 말을 안했다. 저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대에 어떻게 부응하며 좋을 지에 대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겠다, 그리고 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오래걸리지 않았다. 딱 20일 걸렸다. 

이런 세상은 제가 살던 세상과는 다르니 그런 분들이 하는게 낫겠다는 심플하고 단순한 생각이었다. 권력욕이 있어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아주 부담없이 선을 그은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가까운 지인들과도 협의도 안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제가 직접 손 글씨도 썼다. 

-당시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다. 지금 와서도 당시 상황이었다면 같은 판단을 하실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좌중 웃음) 

그런 상황이 생기지도 않으니 그런 판단을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솔직한 심정이다. (웃음)

-귀국을 앞두고 2016년 12월 '바른정당'이란 신당이 만들어졌다. 당시 제 19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반기문을 영입하기 위한 당이라고 많은이들이 생각했다. 실제 바른정당인들과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었나. 

없었다. 한국에 와서 당시 김무성 대표를 한번 만났고, 홍문표 의원은 두어번 만났다. 협의를 전제로 만난 게 아니고, 그 당시 각 당의 분들을 한 번씩 다 만났다. 그리고 제가 더이상 한 건 없다. 

처음부터 전 정치하고는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유엔이 있고 임기가 임박할 때 쯤 많은 과거 고위정치 지도자분들이 만나자는 요청이 많았지만 계속 거절했다. 2016년 12월 31일까지 우직스러울만큼 UN사무총장 임무에 충실했다. 만에하나 그런(정치) 생각이 있었으면 재임되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니었다. 

- 그당시 더불어 민주당이 동생과 조카를 문제(뇌물 혐의로 체포되어 미국에서 기소된 사안)로 삼았고 기사도 났다. 미국의 당국 조사라던지 그 이후 어떻게 처리됐나. 

제가 큰 아버지가 되고 제 조카니까 도의적으로 보면 뭐라 말씀드릴 수 없고 송구스럽다. 국민들께도 그 당시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이후 제 조카가 미국법에 따라 재판에서 판결을 받아 법적인 절차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의 위원장을 맡으면 어쩔 수 없이 정치인들과 만나야 할텐데. 앞으로 어떻게 할 예정인가.  

산업계라던지 모든 관계자들을 다 만나야 되는 위치에 있다. 필요하면 여러가지 협조 인사차 각 정당의 대표라던지, 각 정당에 몸을 담고 있는 미세먼지 전문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미세먼지 대책 기구가 정식으로 출범 하면 전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관련된 일은 없다. 

모두 발언에서 왜 반기문 재단 이야기를 꺼냈냐면, 순수하게 재단이라도 만들어서 제가 하던 일을 계속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발기 총회까지 한 상태다. 지나고 보니 그것도 못할 뻔 했다. 총회 3-4일 후에 맡게 됐으니까. 정치적인 오해가 있을지 모르니 제가 주장을 해서 '일체 정치 활동은 금지한다'고 재단 정관에 박아놨다. 모든 발기인들이 다 도장을 찍었다. 그 점에 대해선 추측이나 과대 해석을 안 했으면 좋겠다. 

-반기문재단 발기인대회 때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있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어떤 의미인지?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있다는 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가 그렇다. 아주 극심한 소득불평등이 팽배하고 있고, 다자주의가 훼손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주화가 계속 발전하면서 국민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다양한 건 좋은 일이다. 꼭 진보냐 보수냐 따질 필요가 없이 각 분야에서 시민 사회 대표들이 많이 나오고, 그것이 건강한 사회가 되는거다. 

그런데 지금 보면 정부의 공권력이 극히 저하 되어 있다. 193개국을 다녀보면 독재국가이던, 민주주의 국가이던 그 나라에 맞게 공권력이 잘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야말로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선 공권력이 약하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순간 국민들의 여러 이해계층에서 저항하고 정부가 그걸 수용한다. 

우리나라에선 경찰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집행을 못한다. 그런나라는 없다. 미국만 봐도 그렇다. 200개 다른 민족이 살고 있는데 그 나라 경찰 공권력이 얼마나 센가. 우리나라는 민중의 소리라는 의미로 넘어가버린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뼈를 깍는 심정으로 고쳐야 한다. 공권력을 정확히 하는게 다음 세대를 위해, 나라 발전을 위해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한다. 

제가 미세먼지 대책을 하지만 얼마나 많은 또 비난을 받을지, 또 얼마나 많은 의견이 나올지 두렵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아무 득도 없을 텐데 그걸 왜 맡느냐고 한다. 가만이 있어도 전직 사무총장으로 존경받을텐데 왜 끼어드느냐고 우려한다. 내가 어떻게 피하나. 외교에서 '대통령의 초청은 명령'이란 말이 있다. 그런 의미로 제가 받은 거다. 대통령이 말씀하신거니까. 앞으로 걱정이겠지만 노력 하겠다. 

-정계복귀를 묻는 질문에 연목구어(緣木求魚)라며 가능성이 없다고 하셨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궁금증을 갖고 있다. 국민들이 만약 원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제가 어제 세종시에 가서 공무원상대로 첫 연설을 했는데 '요만큼도' 없다고 했다. 젊게 가야한다. 젊은 지도자도 많을 텐데 왜 자꾸 구세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하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회를 다녀온적 있나. 

안갔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귀국인사로 전화를 드렸지만, 그 다음엔 접촉은 없었다. 

-혹시 면회를 가실 의향이 있나.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여러 차례 고민한 결과 공연히 불필요한 주목을 받을 필요가 없어서 안가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미세먼지 분야] 

-반 전 총장이 추진하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정부의 핵심 정책과 충돌할 경우, 예를 들어 탈원전 정책 처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는 초당파적, 과학적·전문적이고 시민과 사회 모두를 아울러서 해결책을 대통령께 건의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께는 비록 자문기구지만 전국민들의 건강과 관련되어 있으니 정부에서 적극 수용해서 정책으로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고 건의드렸다. 흔쾌히 대통령께서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구속력있게 정책에 적극적 반영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탈원전 문제를 어떻게 하겠냐 질문엔 민감하다. 이문제는 국내에서 토론이 많았고, 탈원전 공론화도 있고. 제 개인의 입장은 있지만, 이미 공론화와 토론회를 거쳐서 대통령께서 결정을 했으니 여기서 말씀은 적절치 않다. 얼마 전 문 대통령님께서 30년 이상 노후화 된 석탄 화력 발전소는 폐쇄해라 지시했는데, 좀 늦은감이 있지만 필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폐쇄하면 부득이 전력수급, 전기가격 등이 부수적인 사안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미세먼지 발생원 중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분야가 많다. 에너지 부분을 포함해서 미세먼지 저감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는 과정을 협의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모든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단은 하지 않는다.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관훈클럽포럼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사진=인터뷰365

-기조연설에서 "특별기구 하나 만들어 놓고 책임을 전가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만약 책임 전가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좌중 웃음)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선 답변을 안할 권리가 있다.(웃음) 시작도 하기 전에 안 일어날 일, 안될 일을 상정하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께서 이제까지 위원회가 범정부적인 위원회로 구성됐지만 이번에는 문제 성격상 위급하고 국민의 전체 보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기구라고 말했다고 하시니 저로서는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그런 질문에 답변 안 하는게 도리고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미세먼지 배출과 관련해 에너지 발전 비중 문제도 미세먼지 기구에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인 건가.

미세먼지의 저감을  위해선 미세먼지 하나만 보는게 아니라 발생원을 봐야할 것이다. 우리 국민에 어떤 건강 영향을 미치고, 또 산업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 수 있을까, 또 그 피해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가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중국과 동북아 등 국제적 협력 틀 안에서 해야하는게 아닌가 한다. 혼자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엔 없다. 

-미세먼지 배출에 있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줄이려면 다른 대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비싼 LNG(액화천연가스)로 대체 할 것이냐 아니면 총장님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말씀했던 원전을 가져갈 것인가의 논의를 하다보면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상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위원회나 분과위원도 구성이 안된 상태여서 어떤 어떤 논의도 예단하지 않고 있다. 제가 결정을 유도하는게 아니다. 각계각층인사들의 전문적이고 상식적이고, 또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해서 사회적인 협의를 도출해나가는 게 제 역할이고 방침이다.  

제 개인 입장이라는것은 오스트리아 대사 재직시절 IAEA (국제원자력기구)를 대사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기구의 의장도 했다. 핵에 대한 여러 의견을 얻었고, 많은 우방국 대사들과 협의를 했다. IAEA의 공식적 입장은 모든 에너지원 중에서 원자력이 가장 깨끗한 에너지라고 말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는 위원회에서 협의할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력과 공동대응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셨다. 그러나 국민들은 중국책임론에 대해 강하게 동의하고 있고, 정부에 강력 항의해 조치를 끌어달라고 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엔 우리측의 미세먼지 책임론에 대해 중국 외교부 측은 과학적 증거가 있냐며 반박한 일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과의 협력과 대응 쉽지 않아보이는데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가.  

책임 공방보다는 상호 협력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한 나라를 비난하고 책임 추궁할 단계는 지났다.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가 안된다. 중국을 끌어안아야 된다. 중국이 석탄발전소를 많이 쓰지만, 나름대로 저감 노력을 우리보다 꽤 많이 했다. 파란하늘 보기운동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평가하면서 사후 공생하자, 같이 문제를 해결해서 공동협력해 나가자 하는 방법이 더 좋은 접근이 아닌가 한다. 중국과의 관계도 이런 문제로 서먹하게 할 필요 없다. 결과적으로 모든 어려움이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더 해야 떳떳해진다. 우리도 할거 다 했는데, 당신들은 뭐했냐 이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우리는 결과적으로 걱정만 했지 크게 한게 없다. OECD 32개국의 3000개 도시 중 최악의 100개 도시에 한국에서만 44개 도시가 뽑혔다. 충격적인 일이다. 

제가 보아오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중국 보아오 포럼에서 여러 지도자들과 만나 노력하겠다. 다행히 여러나라에 '동북아 청정대기파트너십'이라는게 구성되어 있고, 틀은 잘 잡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돌이켜 보면 장관으로 취임할 때나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할 때 비장한 각오로 서지 않았다. 기분도 좋고, 희망으로 벅찼다. 사실 유엔 사무총장을 맡을 때 겁도 났지만, 비장하진 않았다. 기존에 하던 일을 확대하면 되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상당히 엄숙하고 비장하다. 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저를 걱정하고, 제 자신도 걱정이 된다. 

그야말로 모든 문제가 엮여 있고, 수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이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저 혼자 하겠다는게 아니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많이 도와달라. 열심히 하겠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관련기사

-->
관심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