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두호가 만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선행 20년 특별증언인터뷰
[인터뷰365] 김두호가 만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선행 20년 특별증언인터뷰
  • 김두호
  • 승인 20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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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노송동은 ‘천사마을’로 이름도 바뀌어
-매년 크리스마스 연말에 출현 7억여 원 기부
-청소년들 귀감의 견학 관광코스로 발길모아
골목 담장 곳곳에 천사들의 그림이 그려진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은 '천사 마을'로 불린다. 그 곳엔 20여 년간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 2000년 4월에 58만40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지나가는 어린 소년의 손을 빌려 동사무소 민원대에 올려놓고 간 뒤 매년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매년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해왔다. 그러나 미담의 주인공은 지금껏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노송동 마을 공동체 대표 김성국 씨(사진 오른쪽)와 노송동 동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한 최성식 씨는 ‘얼굴 없는 천사’의 20여년 선행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전주)]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른다.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살고 있다.

나타나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실존 인물이 분명한 ‘얼굴 없는 천사’의 내력에는 20여 년을 두고 아름다운 미담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아마도 자신이 사는 동네로 짐작되는 동사무소(지금의 노송동 주민자치센터)에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해온 그 천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며칠 지나 한 해가 마감되는 시기에 산타클로스의 착한 유령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2000년 4월에 58만40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지나가는 어린 소년의 손을 빌려 동사무소 민원대에 올려놓고 간 뒤 2018년 12월까지 기부한 성금이 모두 6억 834만 660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천사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 스며있는 기부금은 그의 요청대로 5291세대가 사는 노송동의 소년소녀 가장, 독신 노인 등 불행한 소외 가정을 돕고 어려운 가정의 ‘천사 장학금’으로 전달되었다. 그는 가끔 성금 뭉치 안에 짧은 편지로 전해주기를 바라는 대상을 적어두기도 했다.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무엇을 하고 나이는 얼마나 되는 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제 ‘전주시 노송동’ 하면 ‘얼굴 없는 천사가 사는 동네’로 연상될 만큼 그는 대단히 유명해져 있다. 그 덕분에 노송동 마을도 많이 달라졌다. 동네가 온통 천사의 마을 견학 관광지로 단장되어 있다.

골목 담장에 천사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점포의 간판, 천사가 자주 성금자루를 숨겨두고 가는 공원과 버스 정류장 등이 모두 기념 장소가 되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사진 촬영장소로 인기를 모은다.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마을에는 곳곳에 천사와 천사 날개가 그려진 벽화부터 상점의 간판이름, 곳곳에 선행기념 소개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인터뷰365

전주 노송동에 분명 천사가 살고 있지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니 아직 누구도 그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없다. 20여년을 두고 얼굴 드러내길 싫어하는 그를 굳이 찾아내고 공개한다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천사의 마을 사람들도 이젠 그를 살아있는 전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서 ‘얼굴 없는 천사’ 대신해 그의 덕행을 가장 가까이서 전달받고 맞이해온 동네 어른을 만났다.

노송동 마을 공동체 대표 김성국 씨(전주시 노송동 마당재 4길 26)와 노송동 동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한 최성식 씨(전주시 덕진구청 행정지원과장)를 만나 ‘얼굴 없는 천사’의 20여년 착한 행적을 정리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40∼50대 남자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천사의 길' 표지판 앞에서 함께 자리한 마을 공동체 대표 김성국 씨(사진 오른쪽)와 노송동 동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한 최성식 씨. 지난 20여 년간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얼굴 없는 천사’의 20여년 덕행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다./사진=인터뷰365

-‘얼굴 없는 천사’라는 말이 나오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전주 노송동’을 지칭합니다. 해마다 연말 미담기사로 알려져 왔던 탓입니다. 처음 이야기부터 들려주시지요.

최성식 전 노송동 동장(이하 최성식)= 정확히 2000년 4월 3일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묵직한 돼지 저금통 보따리를 중노송2동사무소 민원대에 올려놓고 아저씨 심부름을 왔다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가 누구냐고 뛰어나가 봤지만 사라지고 없었지요.

김성국 노송동 공동체대표(이하 김성국)= 지폐와 동전까지 차곡차곡 제대로 저축한 현금 58만4천원이 들어 있었지요. 보낼 때는 불쌍한 소년소녀 가장들을 도와달라는 짧은 편지도 써 보냅니다. 그 후 네 번째부터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사이에 성금을 전달해줍니다.

-최근 마지막 받은 때는 언제입니까?

최성식= 작년(2018년) 12월 27일입니다. 그게 스무 번째인데 그동안 기부금 총액이 6억834만 660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작년도에는 한번에 5천20만1950원을 보내왔고, 2009년 12월에는 8천여 만 원을 전해왔습니다. 가장 많은 액수입니다.

-왜 그때는 그렇게 많은 액수를 기부한 것일까요?

김성국= 아마 그 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조의금으로 받은 돈을 전부 성금으로 보내왔을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어요.

-어머니라면? 그럼 어머니도 살아 계실 때 ‘얼굴 없는 천사’인 자식의 선행을 알고 계셨다고 볼 수 있겠군요.

최성식= 바로 그런 추측들이 동네에 오래전부터 나돌았어요. 아마도 어머니가 아들을 시켜 좋은 일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짐작이었지요.

김성국=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짐작한 것은 그 어머니 되시는 분이 과거 가난하고 어려울 때 동사무소나 동네 사람들의 신세를 져 그걸 잊지 못하고 부자가 되어 아들을 통해 갚으려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고 모두 짐작입니다.

-그렇게 착한 사람이 있었다면 동네사람들부터 수소문해서 찾아낼 생각을 했을 텐데 20여년을 두고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는 것도 금방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성식= 애써 얼굴도 이름도 밝히지 않겠다는 사람을 찾아내 왁자지껄 세상에 알리는 것도 도리가 아니지요. 궁금했지만 동네사람 모두들 함께 감춰주는 게 그 분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지나간 것입니다.

추적 취재기자도 되돌려 보냈다

<인터뷰365>의 취재에 흔쾌히 응해준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마을 공동체 대표 김성국 씨(사진 오른쪽)와 노송동 동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한 최성식 씨. 지난 20여 년간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얼굴 없는 천사’의 20여년 덕행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다.

-그럼에도 요즘 같은 세상에 극성 기자들이 찾아내지 못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김성국= 공개될 위기가 있었지요. 어느 종편 방송국 취재팀이 연말 크리스마스가 되어 ‘얼굴없는 천사’가 나타날 시기에 잠복 카메라를 설치하고 철야 추적을 했어요. 그때 우리 동네사람들이 그들을 만나 도대체 당사자가 밝히기를 원치 않는 일인데 왜 강제로 공개하려 하느냐고 따졌습니다. 만일 그로인해 그가 기부활동을 중단한다면 당신네가 그 아름다운 미담을 이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다음은요?

최성식= 2박 3일 만에 방송 취재팀이 카메라를 들고 철수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감추려고해서 감추어지는 것이 아니고 감추는 것이 ‘얼굴 없는 천사’에게 보답하는 도리라는 것으로 생각해 이제는 동네 이름까지 ‘얼굴 없는 천사의 마을’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주로 어떻게 성금을 전달해 주는가요?

김성국= 화려한 포장지를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복사용지 박스 같은 소모품 박스에 현찰을 정성껏 담아 주민자치센터 가까운 공원의 나무그늘이나 길가에 주차한 자동차 밑 등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아두고 자치센터로 전화를 해서 찾아가도록 합니다.

-대충 그 천사 분이 어떤 분인지 조금이라도 짐작할만한 단서라면 어떤 것일지 알고 싶군요.

김성국= 전화를 받은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목소리가 40∼50대 남자로 알고 있습니다.

노송동, 천사의 마을로 바뀌다

천사마을로 불리는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은 2017년에는 미래유산보존심의회를 거쳐 10년 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 성금은 어디에 어떻게 전달되었습니까?

주민자치위원회와 협의해 마을 5,291세대의 소외계층에 나누어 드립니다. 현금을 전달하기도 하고 쌀, 연탄, 난방유 주유권으로 전합니다. 작년에 ‘얼굴 없는 천사’께서는 컴퓨터 타이핑 문자로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함께 보냈어요. 그러나 지금은 소년소녀 가장이 드물어요. 그래서 저소득층 가정의 초중고생 2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천사마을'로 불리는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얼굴 없는 천사' 소개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2000년 4월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에선 "전화 한통으로 돈이 놓인 장소만 알려주고 사라져 지금까지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어 '얼굴없는 천사'로만 알려지고 있다. 2018년까지 19년간 6억 834여만원의 성금을 기탁해 노송동 지역에 사는 저소득 주민 4815세대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마을을 돌아보니 천사들의 벽화부터 상점의 간판이름, 곳곳에 선행기념 소개기념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달라진 마을 노송동의 지금 모습을 소개해 주시지요.

최성식= 2015년 12월에 동주민센터 뒤편에 기부천사 쉼터가 조성됐고, 2017년에는 미래유산보존심의회를 거쳐 10년 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2018년에는 노송동 주민센터에 천사의 선행내용과 천사의 편지, 특별 공익장 상패와 메달 등을 전시하는 천사기념관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천사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눈에 ‘얼굴 없는 천사’를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15년 12월에 조성된 동주민센터 뒤편에 위치한 기부천사 쉼터
(사진 왼쪽부터) 얼굴없는 천사에게 수여된 '제14회 초아의 봉사대상'(2018), 전주시민의장 '특별공익장' 메달과 상패(2010)

김성국= 천사와 관련된 각종 행사도 쉬지 않고 개최합니다. ‘천사 백일장’을 통해 글짓기 우수 학생을 선발, 표창하면서 마을이 살아있는 선행 교육의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자선단체인 라이온스와 봉사대상시상식도 개최하고, 동내 골목길도 천사의 길로 단장해 가고 있습니다.

최성식= 아하, 우리 마을에는 CCTV 카메라가 없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를 위해 그런 걸 철거했어요. 이제 노송동 마을은 오래도록 ‘천사의 마을’로 전설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소문내고 선행을 하는 것은 이미 자신을 자랑한 것이니 더 밝힐 것이 없게 됩니다.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의 감추며 행하는 선행은 모든 사람의 흠모를 받는 아름다운 전설이며 신화가 됩니다.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는 오래오래 얼굴 없는 천사로 이어지길 간곡하게 소망합니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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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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