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북정책 마이웨이보다 국제사회와 협력 필요"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북정책 마이웨이보다 국제사회와 협력 필요"①
  • 김두호·김리선
  • 승인 201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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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에 대한 정의, 북한과 한미 양국의 기본 입장 다르다...원칙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모종의 北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北주장 '단계적 비핵화'는 단계적 접근으로 볼 수 없어
-비핵화는 남북, 한미, 미북의 세 가지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야...그러나 세 톱니 바퀴가 모두 틀렸다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南北 톱니바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흠집 나 있는 한미동맹 수선하고 더욱 강화해야
반기문(2)20190326관훈클럽포럼 사진=인터뷰365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관훈클럽포럼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인터뷰365

[정리=인터뷰365 김두호 관훈클럽회원·김리선 기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 범국가 기구 위원장을 수락하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런데 26일 반 전 사무총장이 참석한 관훈클럽토론회에서는 정작 미세먼지 이슈보다는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지난 50여년간 외교전문가로 활동해온 그의 모두 발언이 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기조와는 상이한 입장을 보여서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직설적이고 강도 높은 화법으로 "현 단계에서 남북경협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남북 톱니바퀴" 등 현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반 전 총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언제 어떻게 핵을 폐기하고 완전히 포기하느냐에 대해선 '전략적 결단'을 안했다고 본다"며 "외국속담에 "한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다"는 말이 있는데 이를 염두해야 한다. 지난 28년간 북한의 과거 행태를 쭉 보면 소나기가 오면 소나기를 피하는데는 아주 유연하고 기밀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를 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과 독자적으로 무엇을 섣불리 하겠다고 하지 말고 북한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에 더 확고히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방법론에 대해서도 "마이웨이 보다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미 동맹과 관련해 "흠집이 나있는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19대 대선 불출마 선언 당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대선에 정식으로 출마 한 적이 없다. 당시 제가 살던 세상과는 다르다고 생각했고, 심플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2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정계복귀엔 관심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토론회 사회는 방문식 관훈클럽 총무(SBS 논설위원)가 맡았으며,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우탁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 이중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가나다순)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외교안보분야와 국내정치, 그리고 미세먼지 분야와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다음은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진행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다음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모두 발언이다. 

[미세먼지] 
 
저는 지난 2년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저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실현에 이바지하지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제가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의 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망설임도 없지 않았고, 많은 분들이 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왜 떠맡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는 지속가능개발을 해야 된다, 기후변화행동을 해야 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기여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이를 어떤 이유로든 회피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청와대 춘추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범국가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미세먼지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저는 특히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유관 부처는 미세먼지 줄이기를 부처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부처의 여타 정책적 과제를 여기에 맞추는 등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 기구 하나 만들어 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권은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미세먼지는 이념도 정파도 가리지 않고 국경도 없습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범국가 기구는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산업계와 사회의 다양한 이익집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은 사실 해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산업계나 이익집단이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야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이 많은 공기를 마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역할도 참 크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 여러분께서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의 여론을 올바로 드러내주며 정치적 공방을 억지해 범국가 기구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과 공동 대응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행히 제가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기후 관련 국제협약과 관련된 경험을 쌓았고, 다수의 국제 지도자들과 교분도 쌓았습니다. 이러한 점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미세먼지와 직결되어 있는 기후변화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의 대응을 보다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곧 범국가 기구 실무추진단이 구성될 것입니다. 실무추진단의 활동을 독려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범국가 기구가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또 내일 보아오포럼 이사장 자격으로 연례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합니다. 여기에서 중국 지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는데, 한중간의 책임 공방이 아니라 이웃나라 간의 건설적 협력방안에 대해 정부의 일을 돕고 저의 역할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북핵문제] 

 

하노이 미북회담 결렬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여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22일 개성공단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뒤에 일부 복귀하는 일이 발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무부의 추가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철회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제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깊이 생각해볼 때입니다. 

 

그동안 비핵화라는 기계는 남북, 한미, 미북의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톱니바퀴들 중 어느 것 하나 단단하지 못했고,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도 못했습니다. 삼자 모두 그렇지 않은 척 했지만, 한 가지 핵심적인 문제 앞에서 이 톱니바퀴들의 취약함이 결정적으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듯이, 비핵화에 관한 정의에 있어서 북한과 한미 양국의 기본 입장은 확연히 다릅니다.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을 철폐하고 한반도 주변의 비핵지대화를 목표로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저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이 협상을 받아들여 당장 시작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북핵의 CVID식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아니라 사실상 북핵 활동의 동결 플러스 미국 핵우산의 제거로 이해해 왔던 것입니다. 이는 1991년 김일성 주석이 주장하던 비핵화 개념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 핵능력의 전면 폐기로 이해한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여기에 합의한 것은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모면하고 이 모호한 표현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대응으로 인해 북한의 의도가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보유한 핵을 포기하지 않고 동결하는 선에서 미국과 타협해 보려는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협상의 완전 결렬은 실망스러운 결과임에 틀림없지만,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와 의도가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꼭 실망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명확해졌다는 점도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북핵문제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전략도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는 향후의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번 회담 결렬로 북한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락사무소 철수논란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은 당장은 강경한 자세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안보정세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우리는 우리대로 대비 태세를 잘 갖춰야 하겠습니다. 우선 북한이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모종의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세 개의 톱니바퀴 중 한미라는 톱니바퀴만큼은 양국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단단히 조여지는 것이므로, 흠집이 나 있는 한미동맹을 수선하고 더욱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북한과 독자적으로 무엇을 섣불리 하겠다고 하지 말고 북한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에 더 확고히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미 톱니바퀴를 튼튼히 할 수 있고, 나아가 남북 톱니바퀴도 제대로 수선할 수 있습니다. 현 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은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남북 톱니바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무엇이 진정한 해결책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재단법인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궁금해하지는 분들이 많아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반기문 재단은 지난 3월 5일 출범을 선언했습니다. 반기문 재단은 제 유엔 사무총장 재임시절의 어젠다를 이어받아 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세상,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 더 공정하고 권리에 기초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과 가치의 실현을 위해 반기문 재단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개발 목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 여성청소년아동의 권익 신장, 개발도상국의 빈곤 및 질병 퇴치, 인재 양성과 세계시민교육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려고 합니다. 

 

반기문 재단이 보다 나은 미래, 보다 좋은 세상을 실현하는 데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많은 참여와 성원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관훈클럽포럼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사진=인터뷰365

 

<다음은 일문일답>

[외교안보 분야]

-남북미 비핵화 개념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쉽게 말하면 여행을 가는데 각자 다른 행선지를 향해 간다는 뜻 같다. 현재 목표와 지향점이 다른 사람들끼리 이미 여기까지 멀리 와 있는 상황이다. 비핵화 개념 부터 새롭게 정립해 새로이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비핵화는 궁극적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핵과 핵 계획의 모든 포기·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라 볼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경우 1991년 12월 31일 합의가 되고 1992년 2월 19일 추인됐는데, 이 선언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8개의 조항으로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나 북한, 그리고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4월 27일과 5월 26일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확인을 했다고 말씀을 했지만, 그것이 어떤내용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안했다. 

미국 역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로 나가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상당히 즉흥적이고 캐주얼하게 얘기하면서 "우리는 실험을 안하면 된다"고 한다던지 등등 여러 혼선이 있었고 혼란스런 발언도 많았다. 저는 이런 것이 하노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고 본다.

제가 오랫동안 북한핵문제 관련 교섭대표도 해보고, 장관(제33대 외교통상부 장관)과 유엔사무총장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바로는 결국 북이 생각하는 것은 현재 개발한 핵은 두고 더 이상 핵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핵의 동결'이다. 미사일을 폐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핵을 동결하고 더 이상 실험하지 않겠다는 이 정도로 하노이 회담에 임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북한의 그러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선의로 믿은게 아닌가 싶다. 미국은 미국대로 트럽프 대통령이 즉흥적인 지시를 많이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고. 

한국, 북한, 미국 이 세가지 톱니 바퀴가 잘 맞아야 돌아간다. 하나만 맞물리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게 되어 있다. 그런데 세 톱니 바퀴가 모두 틀렸다. 남북한간 세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 톱니바퀴의 아귀가 안맞았다. 한미간 톱니바퀴 역시 안맞으니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겠느냐. 순전히 제 개인적인 논리로 본거다. 

제가 1991년과 1992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 도출을 위해 5명의 교섭단 중 일원으로 참석했는데, 그 때 많은 걸 느꼈다. 1992년 남북 핵통제 공동위원회라는게 있었는데, 사찰까지 합의를 하려다 결과적으론 실패를 했다. 결국 제네바 합의로 가고 여러 절차를 겪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1991년에야 선언을 하긴했지만. 2015년 9월 9일 6자회담에서도 선언했다.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안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합리적으로 추정할 때 북한은 그럴 의사(핵 포기)가 없는게 아닌가 한다. 현재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이스라엘을 포함한 9개국 정도가 되는데, 핵을 개발하려고는 계획이 있다가 포기한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가 있다. 그리고 남의 핵을 갖고 있다가 보상을 받고 돌려준 나라로는 카자흐스탄이 있다. 

그러나 핵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시험을 하고 보유하고 있는 그 어떤 나라 중 핵 무기를 폐기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이런 과정을 북한이 추구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럼 북은 핵 보유국이고 핵 폐기의사가 없다고 보는 건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볼 수 없다. 국제적으로 보면 보유가 아니다.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 국제적으로 핵을 보유했다고 보지만, 핵 보유국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조약에서 인정안하고 있다. 북한도 핵 보유국으로 인정 할 수 없는거다.  

-말씀을 들어보면 한국이 바라보는 북한과 미국이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이 다른 것 같다.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어떤 국가로 봐야하는냐의 지향하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같다. 북한의 인권이 존중되고 세계나 한반도에 무력적으로 위협이 안되는,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아오게 한다는 목표는 마찬가지다. 

다만 핵 문제에 대한 사안에서 저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워스트 케이스(worst case)'에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안보에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는다. 미사일만 없으면. 미사일이 이동수단인데 이것만 없으면 되는거다. 그 본심을 트럼프 대통령이 무의식중에 말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실험만 안하면 된다'. 왜냐면 손으로 터트릴 수 있는게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절대적으로 핵을 가지고 있는 북한과 살 수 없는 것이다.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 프로그램도 폐기해야 한다. 이런 입장이 대한민국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꼭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게 아니라, 원칙적인 입장이 그렇다. 노태우 전 대통령때부터 대한민국이 이어온 일관된 정책이다.

-하노이담판이 결렬되기 전까지 한반도는 대전환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을 세 차례나 만나서 설득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현재까지 왔고 큰 판이 열렸다. 중재자 역할, 최근엔 촉진자 역할이란 말도 나왔는데. 그러나 하노이담판이 결렬 됐다. 한국이 추구해온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가.  

문재인대통령께서 추구하는 목표나 정책에 대해 이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핵이 없는 북한, 인권이 보호받으며 동족으로서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대원칙에 대해선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서 현실적인 어프로치(approach·접근)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그 방법론에 대해선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때부터 남북정상회담을 하려고 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남북정상회담 날짜까지 잡혔는데 결과적으로 김일성의 사망으로 무산됐다. 어느 정부에서나 대통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해 차이가 있었다. 보수 정부이냐 보수가 아닌 정부냐에 따라서. 보수가 아닌 다른 정부의 경우 좀더 북한하고의 '동족', '동포'라는 점이 더 고려가 됐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이 세 번의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도 두 번을 한 상황에서 잘 안되고 있다는 걸 보면 우리나라 정부도 현실적인 면에서 잘 검토를 해봐야 한다. 숨을 깊이 쉬고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북한의 핵폐기 의지와 의도에 대한 반 총장의 해석에 의문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식들이 평생 핵을 이고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그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러면 북한이 보이고 있는 비핵화 의지가 당장의 위기를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는건가.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아직까지 소위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안했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도 "후손들이 핵 위협속에 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소원이다"고 말한 걸 보면 북도 핵 처리에 대해 기본 방향은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떻게 핵을 폐기하고 완전히 포기하느냐에 대해선 전략적 결단을 안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의 과거 행태를 쭉 보면 소나기가 오면 소나기를 피하는데는 아주 유연하고 기밀하다. 이것도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퍼스펙티브(perspective·관점)를 보면서 느낀거다.

1991년부터 말씀을 드리면, 맨 처음 미국정부로부터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부터 제가 관여를 해왔다. 역사가들은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제가 역사적인 퍼스펙티브를 보면 북한 정권에서 두 번의 절대적인 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김일성 정부 때 일어났고, 두 번째는 김정일 정부 때 부터 계속된 것이 김정은 위원장 때 나왔다 이렇게 생각한다. 

1980년대 말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소련 연방이 16개국으로 분리 독립이 되던 시기였다. 양 독일이 통일이 된다. 그 당시 전세계의 시선은 "Who is next(후 이즈 넥스트)", 다음이 어디냐에 쏠려 있었다. 그때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한반도가 될 것으로 봤다.

당시 김일성으로서는 동구라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길, 산불을 보면서 위협을 느꼈다. 본인 정권 전체와 북한 전체의 존망에 대해서. 그래서 1990년 1월 1일 바로 김일성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남북한 간에도 시멘트 장벽을 허물자, 고위급 대화를 하자는 내용을 발표한다. 노태우 정부 당시에도 순간적으로 이런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그때 남북기반합의서가 이뤄지고, 남북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그때서야 이뤄졌다. 

그러나 시간을 좀 더 벌었다 생각할 때 문을 닫아버렸다. 불이 꺼졌다. 동구라파 10개국이 독립하고, 중앙아시아에의 4개국이 독립을 하고 그 '불길'이 꺼졌을 때 남북한 문도 닫혔다. 

유엔 안보리가 6번의 북한 핵 선언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제재를 가해서 11개 정도의 대북제재를 가했다. 안보리 제재는 상당히 철두철미하다. 석탄 한 올갱이, 고기 생선 한 마리도 수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북한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2018년 중국 세관의 통계를 보면 북한 경제가 얼마나 많은 압박을 받았느냐가 나온다. 이런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사실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한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계기가 남북한 화해무드의 문을 열어줬다. 그 이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오고. 미국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호감을 보이는 상황인데 이 위기를 아직까지 넘겼다고 생각은 못할 것이다. 여전히 제재가 북한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퍼스펙티브를 가지고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한다.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관훈클럽포럼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사진=인터뷰365

-기조발언에서 강한 톤으로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섣불리하지 말고 북한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에 더 확고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경협 등 현 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바꿔야한다는 말인가. 

기조 발언에서 톱니바퀴가 조금 어긋났다고 했지, 톱니바퀴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말씀이 아니다. 아예 안맞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톱니바퀴는 수선하면 되고, 수선은 고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톱니바퀴는 하나만 엇갈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남북경협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제가 장관 당시 전 주한외교대사들을 데리고 개성공단에 갔었다. 당시 북한 노동자들의 얼굴을 보고 상당히 찡했다. 그들의 얼굴에 누가 뭐래도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 처럼 보였다. 5만명이란 사람들이 개성공단에서 매일 출퇴근을 한다. 전 절대적으로 찬성을 한다. 

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시기나 이런 것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봐가면서 미국, 유럽 등 여러 입장들을 보고 유엔 규정을 살펴가면서 가는게 낫다는 말이다. 무조건 우리는 이리로 가겠다, '마이웨이'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북경협은 반대하지는 않지만, 현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어렵다 하더라도 가능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인건가. 

아주 순수한 인도적 부분의 제재를 해제할 수도 있고 안보리와 협의하면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미국이 이란을 공격 했을 때 국민들이 너무 헐벗고 많은 이들이 사망하니 의약품이나 긴급 식량, 유아용 식품 등 인도적인 상황에 대해서 안보리가 제재를 해제했다. 

북한의 경우 여러가지 유엔의 검토가 있어야 하는데, 유엔에는 세계식량기구도 있고, 유니세프, WHO등 인도적 사업기구들이 많다. 이런 기구들이 북한에 지원하는 하겠다 하면 좋은데, 통일부 입장에서 자꾸 추진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얼마전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유엔평양사무소장을 서울에서 만났다. 저와 함께 있었던 직원이었는데, 이런저런 상황을 전해 듣고 제가 유엔이 할 수 있는게 있다면 노력을 해달라고 했다. 같은 동족인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좀더 유엔을 끼고 해야 한다. 우리 대사나 공관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런걸 한번 안하는가에 안타까울 뿐이다.  
 

이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②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김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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