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두호가 만난 '109개국 배낭여행' 제임스 리
[인터뷰] 김두호가 만난 '109개국 배낭여행' 제임스 리
  • 김두호
  • 승인 20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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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개국 돌고 오늘도 배낭 끈 조이는 제임스 리
-어릴 때 선물 받은 지구본이 꿈과 인생의 나침판
-인생의 롤 모델은 배낭여행 원조 김찬삼 교수
-'여행 박사'가 추천한 세계 5대 관광지는?
30여 년간 109개 국가를 쉬지 않고 여행한 배낭여행가 제임스 리. 가난하게 자라던 초등학교 시절에 누군가 선물로 준 지구본 하나가 유일한 친구였다. 그는 "지도책도 가까이 두고 지구본과 맞추어 보며 나라마다 다른 풍경을 그려보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꿈을 꾸는 것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배낭여행가 제임스 리(1957∼ ) 씨는 서울에서 출생해 한국인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호주 시민권자로 국적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국적은 별로 의미가 없다. 30여 년간 109개 국가를 쉬지 않고 여행하며 국경을 초월해 살아와 지구촌이 통째 그의 거주 활동영역이고 세계가 그의 국적이다.

‘여행’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취미 종목이지만 제임스 리 씨에게는 전문직종이며 인생의 목적이 되고 있다. 연중 계획표는 여행 스케줄이 중심을 차지한다. 직업 여행가로서 그의 전문성과 견문지식은 단순한 관광전문가나 여행고수의 수준을 넘어 여행인문학 강좌와 여행 토크콘서트를 주관하는 경지에 닿아있다.

1년에 3, 4차례씩 장기간 여행이 끝나면 체험하고 발견한 여행지의 변모하는 최신 정보 등을 정리해 책으로 펴내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거나 방송출연, 또는 국가 기관, 연수원과 단체, 대학 등에서 강연활동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육군사병으로 최전방 복무시절의 체험을 소재로 한 실화소설 <1980 화악산>을 출간해 작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19901001 네팔 카투만두 트레킹
1990년 네팔 카투만두에서 트레킹 하던 모습/사진=제임스리

제임스 리 씨가 여행한 109개 국가 중 84개 국가는 순수하게 혼자서 떠난 배낭여행이다. 여행지의 충분한 예비 정보를 확보해 최소의 절약 여행을 해온 그의 여행 인생의 청사진은 소년기부터 예정된, 집요한 꿈과 호기심이 만들어 낸 내력이 있다.

가난하게 자라던 초등학교 시절에 누군가 선물로 준 지구본 하나가 소년의 시선을 세계로 돌리게 했고 둥근 지구본을 돌려보며 비록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리워하며 자랐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무전여행기를 책으로 펴내는 등 배낭여행의 선각자로 이름을 떨 친 고 김찬삼(1926∼2003) 전 경희대 지리학교수에게 존경심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받은 답장 내용을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기억하고 산다.

김 교수로 부터 “너는 나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어른이 되면 나보다 더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더 많은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요지의 격려 답장을 받고 감격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여행인생의 특별한 삶의 비화를 고백했다.

여행가 제임스 리는 꼭 가봐야할 세계 5대 관광지로 트리니다드, 다마스쿠스, 마추픽추, 이구아수 폭포, 탄자니아와 케냐의 사파리를 꼽았다./사진=인터뷰365

◆‘여행 박사’가 추천하는 세계 5대 관광지

-페이스 북에서 당신을 발견했다. 여행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을 틈날 때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인생과 일상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삶이 부럽고 놀랍다. 먼저 휴가철을 맞이해 꼭 가봐야 할 세계 5대 관광지를 추천한다면?

역시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는 소문난 관광지를 빼놓을 수 없다. 좋아하는 자연경관이나 역사, 생활문화 등 풍물을 접하는 관광객의 선호도에 따라 평가에 차이가 있지만 나는 자연경관과 함께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역사와 함께 숨 쉬고 독특한 인간의 삶이 피어나는 곳을 좋아 한다.

그래서 풍물이 인상 깊은 곳을 포함해서 선뜻 대표적인 다섯 곳을 꼽는다면

1.도시의 골목골목이 쿠바라는 나라의 운치를 아름답게 간직한 트리니다드,

2. 아랍인 사회의 독특한 체취와 역사 유적, 문물이 가득한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3. 잉카문명의 숨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페루의 유적지 마추픽추,

4.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지역에 있는 신이 내려준 경이로운 자연 명소 이구아수 폭포,

5. 동물들의 낙원인 탄자니아와 케냐 지역의 사파리 정도를 꼭 한번은 구경해야 할 곳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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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탄자니아 국경도시 나망가에서/사진=제임스리
페루 마추픽추에서/사진=제임스리 

-도대체 여행을 삶의 과제로 생각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내 인생에서 여행과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내 스스로 맞이하게 된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나는 가난한 부모를 둔 가정의 아들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워낙 사는 환경이 불쌍하게 보였던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때에 담임선생이 중학교에 가지 말고 날품팔이라도 해서 돈을 버는 것을 권유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도저히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였지만 그런 어둡고 답답한 환경이 오히려 먼 바깥세상으로 떠나고 싶은 간절한 꿈을 싹트게 하고 성장하면서 한층 세계여행을 동경하게 만든 동기가 된 셈이다.

-그렇다 해도 어린 나이에 막연히 세계 여행의 꿈을 맞이하기란 쉽지 않다. 직접적인 어떤 모티브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초등학교 다닐 때 우연히 친지 어른으로부터 지구본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장난감 따위도 없던 나에게 지구본은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심심하면 빙글빙글 돌리며 세계 여러 나라와 도시를 구경하고 다니는 착각에 빠지며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폈다. 또 지도책도 가까이 두고 지구본과 맞추어 보며 나라마다 다른 풍경을 그려보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꿈을 꾸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소년기를 보낸 곳은 어디인가?

‘새우젓 동네’로 알려진 지금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경찰서 뒷동네에 살았다. 공덕초등학교를 다녔다. 태풍이 불거나 홍수가 발생하면 한강물이 우리 동네에 인접한 마포대로 인근의 철길 굴다리까지 범람해 무섭고 어둡고 처량했던 동네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난한 소년의 가슴에 세계여행의 꿈을 싹트게 한 지구본 일화가 동화같다.

어린 나의 여행에 대한 동경심은 참으로 황당하고 막연했다. 그러나 지구본을 돌리며 만나는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은 공상만으로도 훨훨 꿈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세계여행에 대한 망상심리가 얼마나 심했던지 나는 혼자서 때때로 버스를 타고 곧잘 김포공항을 찾아갔다. 출입국 문을 드나드는 여행객들을 부럽게 바라보다가 내 또래의 아이가 보이면 내가 그 아이가 된 환상에도 빠졌다. 어쩌다 떠오르고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거나 지나가는 유니폼을 입은 조종사나 스튜어디스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넋을 잃고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 무렵 우리 동네 길 건너편 마포 형무소 자리에 극장이 생겼다. 지배인 어른과 가깝게 지내게 되어 성인영화까지 가리지 않고 공짜로 관람하며 스크린을 통해 세계 풍물을 구경하며 즐길 때도 많았다.

30여 년간 109개 국가를 여행한 배낭여행가 제임스 리. 4년 만에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호주로 훌쩍 떠난 그는 시드니 법대대학원을 수료하고 본격적인 여행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사진=인터뷰365

◆ 밖으로 나가야 세계가 보인다

-마침내 스스로 여행을 하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와 사별하고 뒤이어 어머니도 별세하시면서 장학금으로 어렵게 학업을 끝내고 군복무 후 국내 최고의 기업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여러 나라 바이어들을 직접상대하며 해외여행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가까운 동남아 국가부터 순조롭게 해외를 오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직장에 매달려 있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또 해외에서의 학업에 대한 미련도 있어서 4년 만에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호주로 훌쩍 떠났다. 가족이라고 하나 뿐인 나의 형(현재 성악가)도 비엔나 국립음대로 홀연히 유학을 떠났다. 비로소 나홀로 넓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시드니 법대대학원을 수료하고 본격적인 여행 인생이 시작됐다.

- 저서 중에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는 호주 유학을 한 뒤 쓴 책인가?

2004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문위원으로 적을 두고 있을 때 코트라에서 펴낸 책이다. 2년 전인 2016년 e-book으로 다시 발간했다. 작년에는 호주 내 한인 불법체류자의 애환을 그린 <불법 체류자>라는 논픽션 소설을 내놓았다. 내가 가진 장기 해외 체류 경험과 여행지식 등을 다양한 장르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사명으로 생각한다. 여행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다음(Daum)카페 ‘해외여행사랑-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도 운영하고 있다.

제임스 리는 "밖으로 나가야 세계를 알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달라지고 인생을 즐겁고 바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여행 가치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발하기 전 여행지의 숙식과 교통 등 생활정보를 철저히 파악하고 예약 등 일정을 짜며 꼭 필요한 예산만 준비한다. "돈과 시간 낭비를 최대한 배제하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사진=인터뷰365

-당신의 세계여행은 단순한 지식 정보 가이드가 아니라 소속 없는 세계여행 홍보대사 역할이다.

오히려 ‘여행 전도사’란 말이 적합하다. 세계여행은 나의 신앙이며 인생이다. 밖으로 나가야 세계를 알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달라지고 인생을 즐겁고 바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여행 가치관이다.

-정부 부처와 서울시 등 지자체, 각종 연수원과 한양대 부산대 영남대 등에서 여행인문학 강연도 한다는데 여행인문학 강의는 어떤 주제와 내용인가?

문화도 변하고 있다. 단순한 관광지의 볼거리 얘기가 아니라 마주치고 겪는 다채로운 인간들의 의식주 생활문화와 역사, 교육, 종교, 법제도와 의식구조 등 다양한 시각에서 목격하고 체 험한 지식을 내 나름의 가치기준에서 분석한 이야기들이 요지가 된다.

요르단 페트라에서(2011년 1월)
요르단 페트라에서(2011년 1월)/사진제공=제임스리
코소보 코소보대학에서(2013년 9월)
코소보 코소보대학에서(2013년 9월)/사진제공=제임스리

◆덴마크 의사당의 위대한 4대 흉상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 중에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없는, 감동을 줄 만한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꼽아 달라.

문화와 정치 후진국일수록 상하 계층 간의 차이가 많고 지도층 사회의 권위의식이 눈에 거슬린다. 권력과 지위가 사회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긴장시킨다.

덴마크 국회의사당 출입문 위쪽에 4개의 인물조각상이 있다. 턱을 괴고 괴로워하는 모습, 귀를 기울이는 모습,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 가슴을 움켜쥐는 모습인데 이것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사람은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수백 년을 두고 의회중심의 국가 운영체제가 잘 정착하고 안정된 유럽 국가의 의사당 앞에는 대다수 수많은 의원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들이 자랑스럽게 세워져 있다. 서류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출퇴근하며 말 그대로 국민의 심부름꾼 임무를 진실하게 수행한다.

-디지털 사회로 바뀌면서 세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여행길에서 발견한 다양한 삶의 모습 중에 근래 우리 시민사회에 귀감이 될 사례들이 있다면?

우리의 정치사회도 각성을 해야 하지만 보통 국민들의 소비문화와 생활의식도 변해야 한다. 그 중에 필요이상의 사치심리인 의식주 허세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내가 살았던 호주의 한 이웃어른이 오래된 중고 냉장고를 문밖으로 끌어내 정성껏 씻고 닦는 것을 보고 버릴 것도 깨끗하게 해서 버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결혼하는 딸의 혼수예물로 물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가난해서 그런 게 아니고 보통 중류가정의 자녀들도 그런 것을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였다.

잘 사는 하와이의 고급 주택가를 지나가면 골목이 벼룩시장처럼 보일 때가 있다. 집안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대문 앞에 내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구입해 가는 풍습이다. 선진국 도시를 걷다보면 몇 달러짜리 옷을 사기 위해 옷가게 앞에 한두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유럽 선진국가의 직장인들은 대개 오후 5시면 퇴근해 가족과 함께 대화를 하며 보내서 그런지, 아직은 가족 간의 소통문제가 심각하게 문제점으로 대두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가족끼리 만나도 서로 스마트 폰에 빠져 대화의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점점 삭막하게 변하고 있어서 큰일이다.

모나코에서(2014년 9월)
모나코에서(2014년 9월)/사진제공=제임스리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2012년 9월)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2012년 9월)/사진제공=제임스리
에스토니아 탈린에서(2010년 9월)
에스토니아 탈린에서(2010년 9월)/사진제공=제임스리

- 여행길은 예기치 않은 사태를 만나 불의의 고생을 겪기도 한다. 어려운 일을 당한 일도 많을 것이다.

1994년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겪은 일이다. 비행도중 기체에 이상이 발생해 비상 착륙지로 향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기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날기 시작했다. 아, 큰 사고가 났으니 죽는구나, 순간적으로 죽음이 의식되어 공포감이 밀어닥쳤다. 나는 많은 승객으로 꽉 찬 좌석을 둘러보았다. 뜻밖에도 모두가 숙연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용히 서로의 어깨를 끌어 앉고 기도하는 노부부가 보였고, 메모지를 끄집어내 유언을 쓰는 듯한 사람도 보였다. 단 한사람도 소리를 지르거나 경악의 표정으로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동양인은 나 혼자였던 것 같다. 비행기는 다행히 가까운 도시의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승객은 안전하게 다른 비행기 편을 이용하게 되었지만 위기의 상황에도 감정을 억제하고 질서와 인내를 보여준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기억된다.

(사진 맨 위부터)2010년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2011년 1월 시리아 다마스쿠스, 2011년 9월 쿠바 아바나에서/사진제공=제임스 리

◆ 외롭고 답답하면 어디론가 떠나라

-여행은 여행과 관련된 비즈니스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한 막대한 개인 경비가 필요하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필요한 것이 여행인데 장기간의 세계여행의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는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의 세계여행은 출발하기 전 여행지의 숙식과 교통 등 생활정보를 철저히 파악하고 예약 등 일정을 짜며 꼭 필요한 예산만 준비한다. 돈과 시간 낭비를 최대한 배제하는 원칙을 지켜왔다. 여행국가의 언어까지 어느 정도 준비해야 시간적인 낭비가 없고 소통의 기회도 생긴다. 더듬거리며 헤매는 초보적인 여행이 아니라 제대로 길을 파악해서 가는 프로 여행가다. 쌓인 마일리지도 적절하게 활용해 항공편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기내식도 남는 빵을 배낭에 챙겨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 있다. 1박에 2만원 미만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도 해 다른 사람들 여행 경비보다 최소 30∼50%를 절감한다.

-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이 아닌 경우 절약 여행의 비결이 사전 준비에 있다는 것을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공감하게 된다. 현지에서 닥치는 대로 행동하다가 비용도 많이 들고 고생도 사서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행지 선택은 어떤 곳, 무엇부터 먼저 검토하는가?

화려하고 소문난 근대 도시는 매력이 없다. 돈이나 써야하는 일 밖에 없다. 수많은 국가와 도시를 다녔지만 아직 뉴욕을 가본 적이 없다. 내 취향에 맞는 곳이 아니다. 나는 인간의 숨소리가 뜨겁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다양하고 향기가 많이 나는 곳을 좋아한다. 이슬람 국가나 남미, 아프리카 오지 같은 곳을 즐겨 돌아다녔다. 나의 여행 목적은 첫째가 낯선 나라와 도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즐거움에 두고 있다.

보스니아 모스타르에서(2012년 10월)
보스니아 모스타르에서(2012년 10월)/사진제공=제임스리
제임스리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2011년 9월)
제임스리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2011년 9월)/사진제공=제임스리

-일찍 인생의 목표를 여행으로 생각했다는데 여행 말고 좋아하는 취미는 없는가?

각국의 경치가 담긴 우표수집이 취미가 된 것도 여행과 관련된 것 때문이다. 지금까지 1000여 점을 수집했다. 또 중고교 시절부터 열심히 영어공부를 포함해 여러 외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세계 지리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알고 싶은 데서 비롯된 취미생활의 일부다. 나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인 학창시절에 세계 여러 나라 친구들과 펜팔 교제에도 열을 올렸다. 벨기에의 여학생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서로 오고갈 정도의 우정을 나눈 일도 있다. 그리고 취미 이상으로 몰입해서 하는 일이 밴드그룹 ‘드래곤힐즈’(Dragon Hills)의 드러머다.

-드러머? 여행을 즐기고 드럼을 치며 정말 인생을 신나게 산다.

호주에서 유학중인 30대 시절에 호주 공연을 온 한국전통음악의 명인들에게 사물놀이 가운데 북을 배웠다. 그 후 서울을 오가면서 드럼으로 바꾸어 ‘블루스밴드 악단’을 거쳐 지금은 용산고 출신 음악도들이 중심이 된 ‘드래곤힐즈’에 참여해 수시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제임스 리는 “넓은 세상을 보면 인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세계여행은 나의 신앙이며 인생"이라는 그는 오늘도 배낭 끈을 조인다./사진=인터뷰365

-최근 <1980 화악산>이란 제목의 실화소설을 발표했는데 어떤 책인가? 실화소설이라면 논픽션인가?

90%가 팩트다. 내가 군복무 중이던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 정치적 격변기에 최전방인 화악산 기슭의 부대 안에서 벌어진 군생활의 비화를 다루었다. 전반부에는 입영을 앞두고 참담했던 불행한 주인공(나)의 가정 얘기도 좀 언급했다.

-삶의 목적을 여행에 두고 살아온 남다른 스스로의 인생을 정의한다면 무엇부터 말하고 싶은가? 과연 인간생활에 여행이란 어떤 의미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유명한 영화감독인 고 신상옥 감독이 생전에 “나는 영화다”라는 말로 자신의 영화인생을 표현했다는 말을 기억한다. 나도 “나는 여행이다”라는 말로 내 인생의 정의를 요약하고 싶다. 활동하고 보고 있는 영역이 좁을수록 식견의 깊이나 범위도 좁을 수밖에 없다. ‘우물 안의 개구리’란 말이 있지 않은가. 넓은 세상을 보면 인생도 달라진다. 여행은 가장 실행하기 쉽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낼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의 아이콘이다. 그냥 누구에게나 답답하고 재미없고 외로울 때면 나는 “어디론가 떠나라. 그곳에 새로운 사람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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