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가 만난 人] 누드화 2천점 소장한 수집 대가(大家), 문일석 콜렉터
[김두호가 만난 人] 누드화 2천점 소장한 수집 대가(大家), 문일석 콜렉터
  • 김두호 인터뷰어
  • 승인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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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문일석 누드화 수집 전문 콜렉터 겸 중진 언론인

- 글로벌 명소 ‘서울누드화미술관’ 건립이 꿈
- 시사매체 발행인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
- 20여 년 전 ‘누드화 수집’ 취미로 시작해 국내 최다 소장자로
- 누드 미술작품 3000점 수집이 목표
- "알을 품듯 소중히 간직해온 작품들, 언젠간 한 곳에서 세상에 내놓을 것" 
20여 년간 누드화 2천점을 모은 '누드화 큰손 소장가(所藏家)' 문일석 콜렉터.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 국내외 유무명 화가의 창작 미술 작품인 누드화만 자그마치 2000점을 수집, 소장해 ‘서울누드화미술관(가칭)’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문일석(73, 브레이크뉴스 발행인) 누드화 콜렉터는 시인이면서 평생을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주간 시사매체 분야의 중진 언론인이다. ‘토요신문’ ‘주간 현대’ ‘사건과 내막’ 등을 만들거나 창간하고 한때 전국 독자권의 종합일간지 ‘펜과 자유’를 발행하기도 했다. 

여전히 현역 저널리스트로 자신이 발행하는 매체에 기사를 쓰고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는가 하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도 ‘문일석’이란 이름을 쉬지 않고 띄우고 있는 그는 최고 누드화 수집가로도 소문나 있다. 한때 뉴욕에서 한국계 신문의 기자로도 활동하며 20여 년 전부터 ‘누드화 수집’을 취미로 시작해 그동안 국내외 누드 미술작품 2000점을 모았다. 소장 누드화 작가는 고금(古今)의 국내외 유무명 화가들이 망라된다.

문일석 누드화 콜렉터가 소장한 마광수(1951-2017) 교수의 유작/사진 제공=문일석

국내에 누드 그림을 전시하는 전문 미술관이 없는 점에서 문일석 콜렉터의 누드화 전용 전시관이나 박물관 형태의 관람 공간이 등장한다는 것은 매우 새롭고 이색적인 풍물거리로 시선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꿈처럼 ‘서울누드화미술관’은 글로벌 관광 명소로 발길을 모을 수도 있다.

어쩌다 미술계에서 작가나 작품이 흔치 않은 누드화,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남녀의 육체를 예술의 소재로 한 누드화 수집에 꽂힌 것인지, 호기심의 시선을 받고 사는 문일석 누드화 수집 전문 콜렉터를 만났다.

화실서 접한 누드화, 신비로운 그림 세계에 빠져들다 

- 수집 누드 미술작품이 2천 점이라니, 아마도 국내 최다 소장가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누드화 수집광(狂)일수도 있다. 동기부터 궁금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조범제 화가와 친구 사이로 가깝게 만나면서 친분을 나누었다. 지난 2006년 어느 날 경기도 한탄강 근방에 있던 조 화백의 화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자연 풍치가 좋은 동네에 있는 그의 화실에서 누드화의 작가로 유명한 그의 아름다운 누드화를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그의 유명세만큼 누드화의 가치도 높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구입을 하게 되면서 누드 인체의 신비로운 그림 세계에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누드화는 시선만 감미로운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인체의 체취와 향기도 전해온다."

KakaoTalk_20240411_103447405 문일석(왼쪽). 조범제 화가(오른쫑)
(사진 왼쪽부터)문일석 콜렉터와 조범제 화가./사진 제공=문일석

- 그렇다 해도 한두 작품이 아니고 수많은 미술 수집품이 모두 발가벗은 육체라는 점에서 혹시 가족이나 주변의 눈치를 의식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어떤 신념이나 분명한 누드화 수집가로서의 당당한 신념이나 원칙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암탉은 몸에서 낳은 알을 품어 따뜻한 자신의 체온으로 병아리를 부화시킨다. 어미 닭이 품지 않으면 생명의 차원이 다른 병아리가 될 수 없다. 처음에는 취미 정도로 한두 점씩 모았고 그러다가 점점 애정이 깊어지면서 화가가 그린 귀중한 작품을 내가 인수해 알을 품듯이 소중하게 하나, 둘씩 품에 안고 살아왔다. 언젠가 그 알들을 깨어나게 해 한꺼번에 한 곳에서 세상에 내놓을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소망이 20여 년이 흐르면서 2000점이 넘어서게 되었다. 

나는 틈만 나면 서울 인사동이나 신설동에 있는 풍물시장, 그리고 도처의 미술 전시장을 찾아다녔고 전시 작품 중 누드화만 보면 반가워 일단 떨리는 가슴으로 구입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가치 판단에 골몰하는 습관을 가졌다.

수집취미가 수집벽이 된 초기부터 누드화 미술관 설립을 염두에 두었다. 인사동에서 만나는 많은 화가들은 누드화 작품을 공개할 때 나를 먼저 찾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림을 사고파는 것을 업으로 하는 화상(畵商)들도 나를 누드화 매집가로 알고 있다. 특히 일요일 마다 가끔 진기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풍물시장을 드나들면서 고금 작가들의 누드화를 구입해왔다."

- 아마추어 작가가 아닌, 전문 전업 화가들의 작품을 자그마치 2000점 모은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미치지 않는다.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다.

"단순한 취미 수집을 넘어서도록 누드화 소장대가(所藏大家)의 꿈을 안겨준 비장의 사연이 있다. 모티브가 된 선각자분을 바로 만물 시장인 그 풍물시장에서 소문을 듣고 알게 되었다. 자그마치 50여 년을 두고 누드화를 수집해온 분인데 병으로 건강상태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집품의 새 주인을 찾을 무렵에 그 집을 방문했다. 결국 그분은 별세하였고 유가족을 통해 고인이 모은 700여 점의 누드 미술품을 모두 매입 인수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내가 모은 300여 점과 합치니 1000점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미술관 설립의 꿈도 함께 움트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어느 날 갑자기 평생 꾸기 힘든 날아가는 용꿈을 꾸고 행운을 만난 기분이었다. 보관창고는 별도로 없지만 살고 있는 독립주택과 회사 건물의 빈 공간이 모두 그림 창고가 되어 있다."

신설동 풍물시장서 만난 걸작들...“벌거벗은 여인의 그림을 집에 걸어두느냐?” 쫓겨난 명품

풍물시장에서 만난 이상봉 디자이너(중앙), 김종근 미술평론가(오른쪽). 문일석(왼쪽)
풍물시장에서 만난 이상봉 디자이너(중앙), 김종근 미술평론가(오른쪽). 사진 맨 왼쪽이 문일석 콜렉터./사진 제공=문일석 

- 미술품 구입은 작가와 작품에 따라 구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흥정도 쉽지가 않다. 한두 점도 아니고 그 많은 작품을 모으려면 수집 과장에 겪은 에피소드도 수북이 쌓여 있을 것이다. 매입비용도 만만치 않은 액수로 짐작된다.

"매번 흥정이 시작될 때마다 구입자금의 한계를 느끼고 부담감을 안 가질 수 없다. 대체로 모든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 값을 최대치로 부른다. 그로 인해 전시회에 나온 그림은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런데 풍물시장에 흘러나온 그림은 아주 희귀한 고전 작품도 만나고 또 구매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흥정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가끔 이름이 많이 알려진 작가나 비록 무명작가의 작품일지라도 미술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걸작을 만날 때도 많다.

특히 누드화는 아무나 구입하지 않은 점도 수집에 용이한 면이 있다. 재미있는 누드화 이면의 이야깃거리도 천일야화같이 풀어 놓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집에 걸어둔 귀한 누드화를 수줍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족들이 이제 구경 지겹게 감상했다며 그림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 마켓창구에 내놓기도 하고, 때로는 부부간에 누드화로 인한 가정불화 끝에 버리듯이 내놓은 경우도 있다.

가치가 높은 누드화를 쉽게 구입한 경우 중에는 “벌거벗은 여인의 그림을 어찌하여 집에 걸어두느냐?”며 부부 싸움을 하다가 밖으로 쫓겨난 명품도 있다. 그로 인해 풍물시장까지 흘러나온 누드화는 대체로 짐작보다 값이 높지 않다. 그래서 신설동 풍물시장은 내가 늘 부담감을 느끼는 매입 자금의 열세를 만회해주는 좋은 시장이다."

- 누드화 수집과정에서 인연이 된 사람들 중에 특별히 기억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달라.

"사람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고 인연의 동물이다. 누드화 전문 수집가가 되다 보니 재미있는 분들도 많이 만나고 그러다 보니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단순히 수집의 벽을 넘어 그림과 연관이 된 전문가들을 만나게 되어 미술공부도 많이 하고 정보를 듣고 나누는 인간관계도 폭넓게 이어졌다.

지난 3월 27일(음력 2월 18일)이 내가 태어난 날이다. 생일날 내가 소장해오던 누드화 점수를 총점검해 보니 내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인 2천여 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돌이켜 보니 수집과정에 자주 만나고 정분을 나눈 풍물시장 점포 주인들이 내 인생의 따뜻한 벗이 되고 동반자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보고 평가하고 비판하는 안목, 미술품에 대한 분석과 전문지식에 개안(開眼)의 지식을 준 분들도 많다. 몇 분 이름을 거명하면, 유정염 문화재청 전문위원, 김종근 미술평론가 등등이 그런 분들이다."

20년 마음에 품어온 서울누드화미술관 건립의 꿈 

문일석 누드화 콜렉터는 ‘토요신문’ ‘주간 현대’ ‘사건과 내막’ 등 주간 시사매체를 창간하고 브레이크뉴스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진 언론인이기도 하다. 2008년 당시 취재 중인 모습. 

- 생일에 2000점의 소장 성과를 기록하고 만족감을 느꼈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의미 있는 축복 축배의 날로 볼 수 있다. 스스로 맞이한 생일 선물로 최고의 선물 같다.

"사람의 태어남을 12가지 동물에 빗댄 12간지(干支")의 6바퀴 돌기를 완료하고, 7바퀴 돌기를 새로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나름, 인생의 성취감을 스스로 장만한 의미로 정의했다.

- 언제쯤 ‘서울누드화미술관’을 설립할 예정인가?

"이영일 전 국회의원이 직접 답사한 일본의 나오시마(直島)-쇼도시마(小豆島)에 건립된, 일본의 미술관 이야기가 부럽게 다가왔다. 이영일 전 의원은 지난 2월 9일자 페이스북에 올린 “쓰레기 더미가 설치미술의 현장으로 변한 나오시마(直島)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의 글이 계속해서 나의 눈에 아른거렸다. 이영일 전 의원은 이 글에서 “일본 시고쿠(四國) 다카마스(高松)의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도시 자체보다는 다카마스에 이어지는 두 개의 섬, 즉 나오시마(直島)와 쇼도시마(小豆島)에서 빛났다. 나오시마는 우리 서울의 난지도처럼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쓰레기더미로 방치된 섬이었는데, '메네세'라는 일본의 부호가 이 섬의 40%를 매입하여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후 최고의 건축 대가로 알려진 안도 다다오와 제휴하여 이곳에 미술관을 건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인 설치미술의 현장으로 이 섬의 면모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메네세’는 ‘경제는 예술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구호를 만들면서 거금을 나오시마 미술관 개발에 투입, 메네세 미술관을 비롯하여 섬의 곳곳을 설치미술의 현장으로 바꾸어 나갔고, 우리나라 설치미술계의 대가로 알려진 이우환 화백의 전시장도 이곳에 설치되어 있다. 쓰레기 더미의 섬이던 나오시마가 이제는 안도와 ‘메네세’의 노력으로 미술의 섬으로 팔자가 바뀌어 버렸다”라고 덧붙였다. 이영일 전 의원이 쓴 글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필자가 지난 18년간 관심을 기울여왔던 서울누드화미술관 건립의 꿈을 가다듬고 있다. 그 설립 시기가 지금은 희망 사항이다. 적잖은 건물 구입과정이 따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시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문일석 콜렉터가 소장하고 있는 누드화. (사진 왼쪽부터) 조범제작가와 길현수 작가의 누드화./사진 제공=문일석  

- 과거 누드화 전시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3번에 걸쳐 소장전을 개최했다. 서울 서대문 충정로의 충정각, 종로 인사동의 담 갤러리와 산촌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지면서 더욱 누드화 수집에 애착을 느끼는 반응을 남겼다. 누드화가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것을 감상자들이 보여준 반응이다."

- 여전히 누드화는 우리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누드 미술 분야가 소외지역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전용 미술관이 등장하면 일단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천지창조’는 1508년부터 1512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제작됐다. 이 작품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로, 미켈란젤로의 예술적 재능과 종교적 상상력이 결합된 걸작이다. 역사적인 성스러운 예술품이지만 소재와 표현으로 보면 누드화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누드화를 보는 일반 관람자의 시각은 후진적인 면이 있어서 설립이 순조롭지 않을 듯한 짐작도 따른다. 일본인 '메네세'처럼 부자가 아니지만 2000점의 수집을 통한 집념처럼 전시관 설립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더 급한 나의 과제는 누드 미술작품 3000점 모으는 데 두고 있다.

누드 미술은 인간의 육체를 신비롭고 예술적인 눈으로 아름답게 바라보게 이끌어 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 서로 인체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을 느끼면서 숭고한 마음을 나누게 하는 창작의 세계이다. 인물화가 전통 미술의 큰 맥을 이어오듯이 누드화도 역사를 함께 해와 외설적인 생각으로 감상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누드 미술 수집가와 애호가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미술관 설립을 꿈꿀 때마다 나는 인상 깊게 관람한 미국의 명소로 유서 깊은 필라델피아미술관이 떠오르곤 한다. 설립자는 작은 극장의 주인이었다. 자금력이 부족해 그림을 구입할 때마다 생활이 늘 쪼들렸다. 정작, 살고 있는 집은 비가 오면 빗물이 스며들었다. 그래도 돈이 생기면 그림을 사들여 오늘날 필라델피아미술관 설립의 전설을 남겼다. 나의 집념이 결실로 바뀌기를 기대해 달라."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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