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윤희에게' 김희애 "배우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캐릭터와 가까울 때"
[인터뷰365] '윤희에게' 김희애 "배우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캐릭터와 가까울 때"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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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없는 무공해 영화 '윤희에게'로 돌아온 김희애
-여성과 여성의 사랑 연기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 있어"
-"머리 희끗희끗해질 때까지 오래 일하고파"
영화 '윤희에게'의 주인공 '윤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사진=리틀빅픽쳐스
영화 '윤희에게'의 주인공 '윤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사진=리틀빅픽쳐스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배우 김희애만큼 대표작을 꼽기 힘든 배우가 또 있을까. 드라마 '아들과 딸' '내 남자의 여자' '밀회' 등 36년간 시대를 대표하는 히트작을 내놓으며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활약 중이다.

지난 2014년 영화 '우아한 거짓말'로 21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후 김희애는 '쎄시봉' '사라진 밤' '허스토리' '윤희에게'까지 작품의 규모, 역할의 비중을 가리지 않고 꾸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흐트러짐 없고 우아한 CF이미지와 달리 작품 속 김희애는 늘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특히 친구 남편과의 불륜, 제자와의 사랑 등 파격적인 멜로 연기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김희애가 이번엔 여성과의 멜로 연기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신작 '윤희에게'에선 캐릭터의 성격은 물론 배우 김희애의 새로운 연기도 엿볼 수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은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감성 멜로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같이 깨끗하고 순수한 감성이 돋보인다. 극 중 김희애는 20년 만에 추억 속 인물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 떠나는 '윤희' 역을 맡았다. 

오랜 시간 화장품 모델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인 빛나는 피부,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함을 유지해온 김희애는 이번 영화에서 물광 피부 대신 건조한 피부로 관객을 맞는다. 그는 "사실적으로 나와 걱정도 되지만 배우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캐릭터와 가까울 때라고 믿고싶다"며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에서 김희애와 <인터뷰365>가 나눈 일문일답.

영화 '윤희에게'의 주인공 '윤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사진=리틀빅픽쳐스
영화 '윤희에게'의 주인공 '윤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사진=리틀빅픽쳐스

 


자극 없는 무공해 영화 '윤희에게'로 돌아온 김희애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어땠나. 어떤 점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했는지.

"이런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정말 자극적인 게 없고, 순수했다. 관객들은 더 자극적인 것들을 원할 수도 있어서 흥행에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배우로서 궁금증도 생기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또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어서 '나도 같이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소재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긴 하다. 그런데 연기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영화의 소재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 않았고, 보통 사람들처럼 똑같은 사랑으로 봤지 다른 종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이 있지 않나. 꼭 그 사랑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와 힐링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윤희'는 감정표현이 직접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쥰'과 호흡하는 장면도 많지 않은데.

"'쥰'과 만나는 장면이 짧고 마음을 감추고 표현하지 않은 상태로만 나오다가 짧은 순간에 감정을 폭발시켜야 했다. 시나리오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영화, 음악, 책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많이 담금질했다."

-아무리 베테랑 배우여도 어려운 촬영이었을 것 같은데.

"영화 '허스토리'때 사투리 연기를 못하니까 감독님도 그렇고 배우 김선영 씨도 '언니 이래서 되겠나'라고 말할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 정말 '사고다' 싶을 정도로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첫 촬영부터 돌직구로 경상도 사투리 장면을 찍었다. 그런데 촬영은 한 번에 끝냈다. 내 장점인데 카메라 앞에서는 '빙의'가 된다.(웃음) 이번에도 어떡하나 걱정하며 첫날 감정신을 찍었는데 다행히 현장에서 잘 표현되더라."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윤희'의 얼굴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나온다.

"가공된 얼굴들만 보시다가 '알아보실까?' 싶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나온다. 걱정되는 마음이 왜 없겠나. 그렇지만 배우는 가장 캐릭터와 가까울 때 아름답다는 걸 믿고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다양성 영화, 여성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주로 선택하고 있는데.

"늘 나에게 주어진 밥상 중에 가장 최선의 것을 고른다. 다양성 영화, 여성 영화를 떠나서 일단 시나리오가 좋았다. 운이 좋게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윤희에게'가 잘돼야 여성 중심 영화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데, 흥행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부러워하는 할리우드 여배우들도 힘들다고 그러더라. 그들도 힘들어하는 데 우리는 어떻겠나. 오래 하다 보니 변화도 겪게 되고 점점 환경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만의 짝사랑은 아니었더라. 여기서 더 바라면 안 될 것 같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사진=리틀빅픽처스

딸 '새봄' 연기한 소혜 연기 극찬 "보여줄 게 많은 배우"

-임대형 감독은 장편 영화가 처음인데 함께 작업한 소감이 궁금하다.

"천재같았다. 글도 천재같이 잘 쓰고 동시에 자세도 좋다. 이대로만 쭉 가면 훌륭한 감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진심으로 잘되길 빌고 있다."

-현장에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가. 

"정말 궁금하고 급한 건 물어보는데 평소에도 현장에선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캐릭터를 쓸 때는 감독의 것이지만 나한테 넘어오면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새롭게 꾸며나가고 형상화하는 것도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뭘 그렇게들 감독과 이야기 할 게 많은가 싶더라니까. 대사도 외워야하고 배우도 현장에서 할 게 많다. 또 감독이 현장에서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거기다 내가 궁금한 것까지 질문하면 얼마나 힘들겠나.(웃음)"

-딸로 나온 소혜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잘했다. '새봄'역은 소혜가 전 세계 최고로 잘한 거다. 할리우드 배우 누구를 데려와도 소혜보다 '새봄'을 잘 표현 할 수 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함, 신선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배우다. 성향 자체도 씩씩하고 역할에 아주 딱 맞았다. 아무래도 오래 하다 보면 검증은 됐을지 모르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고, 우려먹는 데도 한계가 있지 않나."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 촬영했는데 현장에서 추위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나.

"눈이 많았는데 춥지않고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 있었다. 영화에 눈도 나오고 달도 나온다. 소재가 주는 포근함이 있더라."

-영화의 제목이 원래 '만월'이었는데 '윤희에게'로 바뀌었다. 어떤 게 맘에 드나?

"'만월'도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지금 제목도 좋다. 내 캐릭터 이름이 '윤희'이기도 하고.(웃음)"

(시계방향) 드라마 '완전한 사랑', '내 남자의 여자', '아내의 자격', '밀회' 김희애 스틸/사진=SBS, JTBC
(시계방향) 드라마 '완전한 사랑', '내 남자의 여자', '아내의 자격', '밀회' 김희애 스틸/사진=SBS, JTBC

-지난 작품들을 다시 보기도 하나.

"내 연기를 다시 보는 편은 아닌데 '밀회'는 음악 때문인가 우연히 재방송하는 걸 보면 그냥 계속 틀어놓게 되더라."

-요즘 유튜브에서 2007년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대단한 화제다. 혹시 알고 있나.

"그런가? 전혀 몰랐다. 유튜브로 '내 남자의 여자'를 처음 보는 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올라와서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 정말 재밌더라.

"내가 대단한 작품을 많이 했다. '아내의 자격' 완전한 사랑' 등 재미있는 거 많다."

-그중 최고의 작품을 고를 수 있나.

"'아내의 자격'이다. 물론 '아들과 딸' '내 남자의 여자' 등 정말 좋은 게 많았지만 '아내의 자격' 방영 당시엔 요즘같이 종편이나 케이블을 많이 보지 않을 때였다. '내 남자의 여자'만큼 '아내의 자격'도 재미있을 거다. 혹시 봤나? 안 되겠다. 안 봤으면 보고 나한테 인증샷 보내라.(웃음)"

영화 '윤희에게'의 주인공 '윤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사진=리틀빅픽쳐스
영화 '윤희에게'의 주인공 '윤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사진=리틀빅픽쳐스

 


현장에서 오래 일하는 배우 되고 싶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원동력은 무엇인가.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건 일단 건강을 유지해서다. 그런데 이게 일을 하다 보니 건강을 유지하게 되는 건지 건강하니까 일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분명한 건 어떤 일이든 멈추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다. 잠깐 쉬는 건 괜찮지만, 아예 손을 놔버리면 금방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배우 일을 한다는 건 내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고, 또 뭔가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친구같기도 하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후배 배우들이 롬 모델로 꼽는 배우다. 책임감이나 무게감을 느끼진 않나.

"내가 뭐라고. 그런 책임감이나 무게감은 전혀 없고, 그저 하나의 작은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로서 남은 목표가 있다면.

"큰 목표는 없고 좀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 요즘 기억력이 자꾸 떨어져서 걱정이다. 머리가 자꾸 나빠지지 않고 대사도 잘 외우고 피해 주지 않으려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해서 오랫동안 일을 잡고 있으면 좋겠다. 주위에 보면 같이 나이 먹어가는 스타일리스트나 감독님들이 점점 현장에서 사라진다. 남 일 같지 않고 내 일같이 느껴지더라. 서로 '오래 일해'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머리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게 멋져 보인다. 나도 그 사람들중에 한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야 후배들도 희망을 품고 할 수 있고. 나도 나문희,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희망을 품는다. 선생님들이 잘 해내시는 걸 보면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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