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맨발의 디바' 이은미 펑펑 울린 30년 팬의 편지
[인터뷰365] '맨발의 디바' 이은미 펑펑 울린 30년 팬의 편지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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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는 매 순간순간이 기적 같아"
-"말하지 않았던 음악의 진심 공감해주는 관객 있어"
-"'애인 있어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노래"
-30년간 팬들의 사랑 '흠뻑' 받아..."나는 복 받은 사람"
데뷔 30주년을 맞은 '맨발의 디바' 이은미/사진=PRM
데뷔 30주년을 맞은 '맨발의 디바' 이은미/사진=PRM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내 음악으로 느끼면서, 나와 같이 나이를 먹었다는 팬의 편지를 받고 펑펑 울었어요. 음악 속에 담긴 내 이야기를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는데, 팬들은 음악을 통해서 내 마음을 다 느끼고 있었더라고요. 누가 내 음악을 알아줄까 싶은 적도 있었는데 요즘엔 매 순간순간이 '기적' 같아요."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9년 신촌블루스 3집의 객원 가수로 참여해 부른 '그댄 바람에 안개를 날리고'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은미는 1992년 1집 '기억 속으로'와 2집 '어떤 그리움'으로 발라드 가수로 인기를 누렸다. 이후 3집 '자유인'에서는 폭발적인 록 사운드를 선보이며 음악적 변신을 시도했다.

이은미는 모든 노래를 애정이 가는 곡이라고 밝히면서도 드라마 '내 생에 마지막 스캔들' OST 타이틀곡으로 쓰이며 히트곡이 된 '애인 있어요'를 "가장 힘든 시절 나를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곡"이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꼽았다.

그는 "세월이 차곡차곡 쌓여서 30년이 됐다"며 "지난 시간이 수월하지 않았고 기적 같은 순간들도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무척 설레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3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30주년을 기념해 새 앨범 '흠뻑'과 '30 years 1,000th, Thank You'라는 타이틀로 오는 광주와 부산을 시작으로 인천, 전주, 서울 등 전국 35개 도시에서 공연으로 2020년 말까지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은 이은미와의 일문일답.

이은미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무척 설레고 두렵다"고 데뷔 30주년 소감을 밝혔다./사진=PRM
이은미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무척 설레고 두렵다"고 데뷔 30주년 소감을 밝혔다./사진=PRM

데뷔 30주년...처음 시작할 때처럼 설레고 두려워

-30주년을 맞이한 소감이 궁금하다.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무척 설레고 두렵다. 이런 감정을 느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크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고비를 잘 넘기게 도와줬던 분들도 생각난다. 많은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고 늘 묵묵히 지켜주는 팬들도 고맙다. 지난주에 부산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30년 동안 묵묵하게 지켜준 팬들의 손편지 때문에 펑펑 울었다. 한시도 잊지 않고 말없이 묵묵히 지켜준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 싶다.

-데뷔 시절 그린 30년 후의 이은미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어떤가.

처음 음악을 만났을 때 보다 훨씬 더 음악에 솔직해졌다. 30주년 기념 앨범을 '흠뻑'으로 정한 이유도 30년 동안 나처럼 행복한 순간들을 누리며 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내가 음악을 바라보고, 음악이 나를 바라봤을 때 서로 존중하며 나이 드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이런 표현을 음악으로 담아내고 싶다.

-30년을 음악가로 살아오면서 가장 기적 같았던 순간을 꼽아본다면.

30주년 공연하는 순간순간이 기적 같다.(웃음) 부산 공연에서 받은 편지를 가져오라다가 현관 앞에 두고 나왔다. 나이가 드니 자꾸 깜빡깜빡한다. 30년간 나 혼자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면서 음악을 만들었다. 그중에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음악들이 많이 있지 않겠나. 내가 고통스럽게 작업하면서 만든 음악을 '누가 알아줄까?' 싶었는데,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감정을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더라. 이런 순간들이 음악가로서 기적 같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편지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나?

중1때 부산 공개방송에서 날 만났는데 그때 4분간 들었던 노래 '어떤 그리움'의 전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때 그 어린 소녀가 30년 동안 언니가 바라보는 세상을 언니의 음악으로 느끼며 언니랑 같이 나이를 먹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힘들었던 순간이나 음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밝힌 적이 없었는데 그 친구가 음악을 통해서 내 마음을 다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더라. 나만 아닌 척 했지 '팬들이 다 느끼고 있었구나'라는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 라디오를 진행하며 더 팬들과 많이 만나고 있다. 짧은 문자지만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가수 이은미/사진=PRM
가수 이은미/사진=PRM

 

이은미의 원동력은 역시 '음악'

-1000회 이상 공연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은미에게 공연이란 어떤 의미인가.

20주년 기념 공연 때 '진정한 딴따라'가 되는 것 같은 순간을 경험했다. 밴드와 함께 투어버스를 타고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매주 공연할 장소가 있다는 기쁨도 느꼈고, 새로운 분들을 만난다는 즐거움도 알았다. 무대 위에서 살아있다고 느끼면서 그때 '이제야 음악가가 됐구나' 생각했다. 30주년이 된 지금 느껴지는 감정도 그때와 아주 다르지 않다. 이제는 내 삶도, 음악가로서도 노후를 맞이하면서 잘 마무리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 이 무대가 마지막이어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만들자고 다짐하면서 무대에 오른다.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진 않나.

체력은 타고나진 못했다. 콘서트에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음악을 잘 전달하려면 체력이 필수라 운동과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그게 20년 가까이 되니까 이골이 났다고 해야 하나.(웃음) 어느 순간에 놓치며 안 되는 일이 됐고 꼭 지켜야 할 약속이 됐다. 솔직히 50대 중반이 되니 그것도 쉽지 않다. 최대한 잘해보려고 지루하지 않게 여러 가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30년간 음악인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원동력은 역시 음악이다. 다른 사람의 음악이나 스스로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지 꿈꾸는 순간, 상상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재능의 한계를 보면 '난 왜 이것밖에 안 되지' 하면서도 다시 녹음실에 가 있는 걸 보면 그게 분명한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음악적 한계를 느낄 때마다 어렵다. 어떨 땐 민낯이 드러나는 듯한 느낌도 들고 부족함이 순간순간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매번 직관하면서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다.

가수 이은미/사진=PRM
가수 이은미/사진=PRM

 

'애인 있어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노래

-30년간 많은 곡을 발표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음악이 있다면.

모든 노래에 애정이 간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을 할 수는 없다. 내가 깊이 빠져들어 있어야만 완벽한 전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능한 한 깊이 빠질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애인 있어요'다. 가장 힘들고 어려웠을 때 이 노래 덕분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곡의 인기를 떠나서 내게 중요한 음악임은 확실하다. 상대적으로 아쉬운 음악들은 너무나 많다. '너에게 가고 싶어' '꿈' '괜찮아요' 등 많은 곡이 있다. 곡을 낳은 사람의 입장에서 지금이라도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30주년 기념 앨범 '흠뻑'의 구체적인 발매 계획도 궁금하다.

두 곡을 먼저 싱글로 발매했다. 투어를 진행하며 작업이 완성되는 대로 시기와 어울리는 노래를 그때그때 한두 곡씩 더 전달할 계획이다. 요즘은 CD의 의미가 없어지지 않았나. CD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지 않고, 음악 감상을 취미로 갖지 않는 이상 스피커를 갖고 있을 이유도 없어서 음반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어쨌든, 기록이니까 내년까지 이어질 전국 투어 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한 장으로 완성해 전해드리고 싶다.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흠뻑'은 이은미의 지난 30년간의 음악적 깊이와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앨범으로 지난 9월 25일 수록곡 '사랑이었구나'와 '어제 낮'이 선공개됐다. 에코브릿지와 작업한 '사랑이었구나'와 신예 작곡가인 '김채은'과 함께 작업한 '어제 낮'은 기존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항상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이은미의 음악적 완벽성이 담겨있다.)

-몇 곡 정도 수록될 예정인가?

가능하면 8곡의 신곡을 수록하고 싶은데, 또 한편으론 내 목소리로 잘 알려진 음악이나 좋은 음악인데 알려지지 않았던 명곡들을 내 목소리로 남겨놓고 싶은 욕심도 아직 남아있다. 구체적인 수록곡을 아직 정하진 않았다. 신곡보다 리메이크곡을 더 많이 수록하지 않으려고 한다. 30주년 기념 앨범인 만큼 정말 내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만 구성하고 싶다.

가수 이은미/사진=PRM
가수 이은미/사진=PRM

 

음악과 목소리에 자연스레 내 삶 녹여내고 싶다

-음악인 이은미와 달리 이은미의 일상적인 모습은 대중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부모님 건강이 안 좋아지면 마음 쓰이고, 집에 함께 있는 반려견이 속 썩이면 원망도 하고 모두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산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도 입기도 하기도하고. 사생활이나 원래의 모습이 무대에 서 있는 나와 크게 다르지도 않지만, 개인적인 부분은 나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 SNS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지켜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추악한 모습, 지쳐있는 모습, 행복한 모습 등 개인적인 이은미의 모습이 결국은 음악인 이은미를 채찍질하고, 무대 위에 오르게 하고, 꿈꾸게 한다.

-지난 30년간 방송국의 라이브 시스템을 비롯해 사회에 목소리는 내는데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나도 두렵다. 두렵지만 하는 거다.(웃음) 내가 데뷔 했을 때와 비교하면 분명히 달라졌다. 음악 시스템도 좋아졌고, 좋은 극장도 많아졌다. 심지어 대기실 환경까지도 모든 것이 훨씬 좋아졌다.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그건 사고방식이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근본적인 것이 많다. 이런 부분들은 세상이 변화고, 진화하고, 진보한 것처럼 서서히 변해갈 거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요즘은 립싱크하는 분들이 거의 없지 않나. 옛날에 시끄럽게 떠든 효과가 좀 있다고 봐야 하나 싶다. 그때는 참 욕을 많이 먹었는데 말이다.(웃음)

-30년을 옆에서 지켜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난 진짜 팬들에게 진짜 친절하지 못한 사람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공연이 있으면 전날 공연하는 도시에 내려가서 리허설을 시작한다. 아무리 짧아도 4시간 이상 하는데, 밴드와 함께 투어 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난 공연 상태에 들어간다. 그래서 무척 날카롭고 못된 모습이 나온다. 잘하고 싶다는 목표와 욕망 때문에 주변 스태프들이나 가깝게 다가오는 팬 여러분께 굉장히 못되게 군 면들이 많이 있다. 눈도 안 마주친다거나 사진을 요청할 땐 '죄송합니다'하고 휙 지나가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30년을 보낸 것 같아서 팬들의 편지를 받고 참 많이 후회했다. 사람이 쉽게 바뀌겠냐만 앞으로는 조심하고 더 친절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음악인 이은미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패티김 선배님이 평생 바른 자세로, 와인 한잔하지 않으실 만큼 목소리를 위한 삶을 살아오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라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고 그랬다.(웃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얼굴과 목소리, 내가 서 있는 무대, 전해드리는 음악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삶 자체가 고스란히 음악과 목소리에 녹아 내 주름이 되고, 윤기를 줘서 온전히 여러분과 음악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으면 한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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