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현장] 명예문학박사 학위 받은 배우 안성기 "지구상 가장 오래된 현역으로 남고 싶다"
[365현장] 명예문학박사 학위 받은 배우 안성기 "지구상 가장 오래된 현역으로 남고 싶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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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배우 외길' 배우 안성기, 경기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 받아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배우 안성기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한국영화 100년 중 62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몇 년 더 영화를 하면 지구상 가장 오래된 현역으로 현장에 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이는 들겠지만 늙지 않는 마음으로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7일 오후 3시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종합강의동 최호준 홀에서 명예문학박사를 받은 영화배우 안성기(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가 지난 62년을 영화인으로 살아온 소회를 밝혔다. 

이날 수여식에는 그와 오랜 친분을 맺어온 배창호 감독과 음악가 김수철, 배우 박중훈, 정우성 등 영화인을 비롯, 김두호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상임이사, 박경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석좌교수 등 문화계 인사가 참여해 안 이사장의 수여식을 축하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든 경기대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안성기는 이날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한 올해 의미있는 수여식을 마련한 경기대의 대단한 안목에 감사한 말씀을 드린다"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장내에 웃음을 안기며 "상을 받는 건 저이지만, 이 영광은 모든 영화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5살의 나이에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스크린에 데뷔한지 올해로 62년을 맞았다. 한 평생 영화 인생 외길을 살아온 안성기는 한국 영화사와 함께 호흡해온 '국민배우'다. 60여년간 16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온 그는 최근엔 영화 '사자'(김주환·2019)에 출연하며 현역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7일 오후 3시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종합강의동 최호준 홀에서 진행된 배우 안성기 명예문학박사 학위 수여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한 문화계 인사들. 그와 오랜 친분을 맺어온 배창호 감독과 음악가 김수철, 배우 박중훈, 정우성 등 영화인을 비롯, 김두호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상임이사, 박경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석좌교수 등이 참석했다./사진=인터뷰365

이날 안성기는 데뷔 당시를 떠올리며 "1957년 '황혼열차' 출연했던 김지미 대배우와 데뷔 동기"라고 웃었다. 이어 "당시 내가 어떤 연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신문광고나 포스터 등에 '천재소년 안성기'란 과장스런 표현도 있었다. 하하. 어쨌든 이 영화를 시작으로 160여편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역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승호, 김진규, 최무룡, 허장강, 조미령 분 등이 눈에 선하고 그립다"며 "저의 데뷔 60주년 행사에 지난해 타계하신 신성일 선배님이 참석하셔서 "안성기, 니가 내 선배다"라며 경상도 사투리로 격려해줬던 기억도 난다. 모두들 오늘의 한국 영화를 있게 해주신 분들"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또 안성기는 어린 시절 겪었던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험하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 영화를 찍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난 어린시절 잠이 많은 아이였다. 당시 밤샘 촬영이 많았는데, 잠을 안재우려고 고사리 같은 내 손에 화투장을 쥐어주기도 했다.(웃음) 어느 날은 너무 졸린 나머지 들키지 않으려고 여배우의 큰 의상 가방에 들어가서 자다가 촬영을 펑크낸 경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1960년대 '겹치기' 출연으로 아찔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1960년대는 다수 영화가 제작됐던 한국 영화 전성기였다. 당시 겹치기 출연이 잦았는데, 인기 배우들은 10편 정도의 영화에 겹치기 출연을 했다. 저도 3-4편의 영화 출연을 계속 했었는데, 서울과 속초에서 영화가 각각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며 "그런데 속초에서 계속 날 잡아둬서 서울에 못 올라가던 상황이었다. 서울 쪽 영화 제작 부장이 속초로 내려와 저를 앉혀놓고 상대방 제작 부장에게 "오늘 (안성기를) 데리러가지 못하면 나를 죽이라"고 테이블에 칼을 꽂는 바람에 그날 밤 진부령을 넘은 기억도 난다"고 웃었다. 

7일 오후 3시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종합강의동 최호준 홀에서 진행된 배우 안성기의 명예문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배우 박중훈과 정우성이 안성기를 축하하고 있다./사진=인터뷰365

이어 그는 "아역배우를 끝내고 학업과 군대를 마친 후 1978년 성인배우로 영화를 다시 시작했다.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 영화를 제대로 만들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을 통해 성인 연기자로 변신한 후 '고래사냥'(배창호·1984), '칠수와 만수'(박광수·1988), '투캅스'(강우석·1993) 등을 통해 1980-90년대 한국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는 "1970년대 당시엔 영화나 영화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았기에, 그때 가장 큰 소망은 영화와 영화인이 대중의 사랑과 존중을 받는 것이었다. 또 한가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며 "그 출발점이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작품은 시골에서 상경한 청년의 모습을 통해 1980년 서울 변두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영화로,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며 "전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는데 큰 도움이 됐고 그 이후 제 소망을 향해 비교적 평탄하게 달려갈 수 있었다. 이후 시대가 변화하면서 영화도 변화했고, 세계 속의 한국 영화가 됐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안성기는 "언제부터인가 영화에 대한 제 소망은 이뤄진 것 같다. 영화를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오랜세월을 함께 해온 영화인들과 끊임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관객분들께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저를 위해 늘 애쓰면서 저를 명예 박사 자리까지 오게한 제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함께 자리한 아내 오소영씨에게 고마움을 전해 장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경기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배우 안성기(가운데)와 김인규 경기대 총장(왼쪽), 김연권 경기대 대학원장(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인터뷰365

이날 김인규 경기대 총장은 "안성기씨는 국민배우임에도 겸손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배우"라며 "명예박사학위를 한사코 고사했지만,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이란 점을 강조해서 어렵게 학위 수여 승낙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개교 72주년과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한류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안성기 씨의 삶의 궤적이 경기대학교의 건학이념인 진(眞) 성(誠) 애(愛)를 구현했다고 평가해 명예문학박사 수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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