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혈혈단신 미국행...애니메이터 꿈 이룬 '겨울왕국2' 이현민 슈퍼바이저
[인터뷰365] 혈혈단신 미국행...애니메이터 꿈 이룬 '겨울왕국2' 이현민 슈퍼바이저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1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왕국' 시리즈부터 '주토피아' '모아나' 등 전 세계인의 사랑받는 작품 참여
-애니메이터 꿈 응원해준 어머니...고등학생 때 암으로 떠나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애니메이터의 꿈안고 미국 유학
-'안나'와 꼭 닮은 삶과 성격...더 특별한 '겨울왕국 2'
-디즈니의 힘? "수평적 분위기...현재와 미래를 함께 바라봐"
영화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를 맡은 이현민 슈퍼바이저/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를 맡은 이현민 슈퍼바이저/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이현민 디즈니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는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겨울왕국'의 후속편에 이어 '겨울왕국 2'에 제작에 참여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어린 시절 디즈니의 만화를 좋아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보고 그리며 애니메이터의 꿈을 키웠다. 그의 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부모님의 응원 아래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웨슬리언 대학교에 입학해 미술을 전공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고난의 순간도 있었다. 애니메이터의 꿈을 응원해준 어머니가 대학교 합격 소식을 듣고 암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가 된 순간에서 애니메이션을 향한 열정과 가족들의 응원으로 버틸 수 있었다.

이후 '겨울왕국'의 크리스 벅 감독을 비롯해 디즈니 스튜디오 출신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Arts)에서 공부하며 디즈니 애니메이터의 꿈을 키웠다. 2007년 디즈니 인턴쉽 프로그램을 통해 꿈에 그리던 디즈니에 입사 후 2009년 '공주와 개구리'를 시작으로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등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겨울왕국 2'에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당차고 씩씩한 주인공 캐릭터 '안나'를 담당했다.

그는 극 중 혼자가 된 '안나'가 'The Next Right Thing'(더 넥스트 라잇 띵)을 부르는 순간에는 과거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디즈니에서 꿈을 이룬 모습을 직접 보지 못 하셨지만 항상 응원이 느껴져 '겨울왕국 2'가 더 특별하게 와닿는다는 그의 삶도 성격도 '안나'와 꼭 닮아 보였다.

'겨울왕국 2' 개봉 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365>와 만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안나'를 닮은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를 맡은 이현민 슈퍼바이저/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를 맡은 이현민 슈퍼바이저/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 애니메이터 이어 '겨울왕국 2' 슈퍼바이저 맡아

-디즈니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2007년에 6개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벌써 12년이 됐다. 지금은 1년 과정으로 바뀐 것도 있는데, 디즈니에는 매년 졸업한 지 3년 이내 학생들을 뽑는 프로그램이 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고 애니메이터로 승격할 수 있다. 처음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작품은 '공주와 개구리'다. 애니메이터라고 해서 꼭 애니메이션만 하지 않고 스토리보드나 캐릭터 디자인 등 다른 부분도 참여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캐릭터 디자인에도 참여한다."

-'겨울왕국 2' 슈퍼바이저는 어떻게 맡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슈퍼바이저는 애니메이터보다 작품에 더 깊이 관여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겨울왕국' 1편에서 애니메이터로 작업한 만큼 더 큰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운 좋게 뽑힌 거다.(웃음)"

-많은 캐릭터가 있는데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안나'를 맡았다.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건가?

"슈퍼바이저를 지원할 때 감독님이나 헤드업 슈퍼바이저가 어떤 캐릭터를 원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애니메이터의 성격을 보고 배정해주기도 한다. 나는 '어떤 캐릭터라도 좋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특별히 애정을 가진 '안나'를 맡게 됐다. 아마 나의 밝은 면을 많이 봐주신 것 같다. 또 1편 때 캐릭터 디자인에도 참여해서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해서 뽑아주신 것 같다. 덕분에 더 신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영화 전체에서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맡은 역할에 대해 소개하자면.

"디즈니에서는 모든 것이 협업으로 이뤄진다.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해서 '안나'와 '엘사'라는 캐릭터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완성한다. '안나'만해도 캐릭터 디자인, 의상 디자인, 스토리보드까지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가 맡은 부분은 배우의 연기가 녹음된 상태에서 녹음한 대사와 맞춰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의 방항성을 제시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몸동작을 하고, 어떤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웃을 때의 입 모양 등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겨울왕국 2'에는 몇 명의 애니메이터와 슈퍼바이저가 있었나.

"나를 포함해 총 여섯 명의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가 있다. 각자 다른 캐릭터를 담당하는데, 감독님의 뜻을 전달하는 중간다리 역할부터 애니메이터들을 도와 함께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터는 8~90명 정도가 함께했다."

-디즈니의 직급 체계도 궁금하다.

"애니메이터-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헤드업 애니메이션이 있다. 그런데 이게 고정된 직급체계는 아니고 계속 순환되는 수평적 구조다. 8~90명이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실력이 뛰어나서 영화마다 다 다르고, 모든 애니메이터가 슈퍼바이저와 헤드업 애니메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감독과 프로듀서분들이 애니메이터의 실력이나 특징, 특별히 잘하는 부분을 찾아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뽑는다.

애니메이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예술적인 부분이고 애니메이션 하는 걸 좋아한다. 슈퍼바이저를 맡으면 몇 장면밖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실력이 뛰어난 애니메이터임에도 불구하고 관리할 부분이 많아지는 슈퍼바이저나 헤드업은 일부러 지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애니메이션만 하면서 다른 애니메이터들의 본보기가 됨으로써 또 다른 리더의 역할을 하는 거다."

영화 '겨울왕국 2' 엘사, 안나 캐릭터 포스터/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겨울왕국 2' 엘사, 안나 캐릭터 포스터/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밝은 모습 유지하면서 성숙해진 '안나' 표현하기 위해 노력

-'안나'의 캐릭터를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1편에서는 철이 없다고 보일 만큼 두려움도 잃을 것도 없이 직진하는 밝은 캐릭터였다. 이번에는 '안나'가 평생 기다려왔던 모든 것을 가지게 된 상태다. 아렌델 왕국도 가족도 행복한 상태라 과거와 달리 잃을 것도 많아진 상태가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걱정도 많아진 면도 있다.

'안나'의 밝은 모습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갈등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안나'의 힘의 근원이 됐던 사라들이 주변에 없을 때 어떻게 이겨내고 자기 자신만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드리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안나' 역시 자기 자신보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존재감과 내면의 힘이 있다는 걸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2편에서 외적으로 달라진 '안나'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땋은 머리가 '안나' 특징이지 않나. '안나'의 특징을 살리면서 변화를 주려고 했다. 예를 들면 1편에선 양 갈래로 머리를 땋고 있는데, 2편에선 머리를 내리고 뒤로 땋아서 묶었다. 의상도 1편에서 입었던 옷의 색감은 어느 정도 유지하되, 채도를 낮춰 무게감 있게 표현했다. 밝고 씩씩한 모습과 함께 걱정도 책임감도 커진 '안나'의 깊은 내면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안나'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감독님들이 캐릭터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항상 기본을 잘 잡아준다. 가족, 친구부터 장을 보러 가서 만난 사람에게서 까지 일상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애니메이터들이 많이 하는 게 직접 연기를 해보고 비디오로 찍어서 레퍼런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중에 '안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연기 레퍼런스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게 '안나'의 목소리를 녹음한 배우 크리스틴 벨이 녹음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서 제공해준다. 그때 배우의 표정이나 입 모양, 손짓 등 연기를 많이 참고한다."

-애니메이터들이 뮤지컬 수업도 받는다고 들었는데.

"캐릭터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립싱크와 라이브의 느낌이 다르지 않나. '안나'와 '엘사'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노래하는 장면이 립싱크가 아니라 직접 부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많이 노력했다. 실제 뮤지컬 배우의 보컬 코치를 모셔와 수업도 받았다. 노래할 때 어디서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지까지도 공부했다.(웃음)"

영화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를 맡은 이현민 슈퍼바이저/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겨울왕국 2'의 '안나' 캐릭터를 맡은 이현민 슈퍼바이저/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어려운 순간...'안나' 보고 힘냈으면

-성인이 되고 미국으로 가 디즈니에 입사했다.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고등학생 때 수능을 보고 대학교 발표가 난 직후에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늘 가족과 똘똘 뭉쳐서 지냈는데 어머니도 떠나보내고 가족과도 멀리 떨어져 미국 대학교에 가게 됐다. 혼자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는데, 도전의 순간이 올 때마다 가족들의 응원 덕에 버틸 수 있었다. 극 중 '안나'가 옆에 아무도 없고 혼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부르는 'The Next Right Thing'(더 넥스트 라잇 띵)이라는 곡이 있다. 그 순간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더라. 누구에게나 그런 도전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나. 관객분들도 '안나'의 모습을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디즈니가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월트 디즈니가 처음 디즈니를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의 공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 늘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나가는 분이다. 현재 디즈니에서 일하는 모든 분이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에게서 영감을 받고 성장한 만큼, 월트디즈니의 정신을 이어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줘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모두가 디즈니라는 회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애정도 많다. 이렇게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면서 일한다는 게 디즈니만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현민 슈퍼바이저에게 '안나'는 어떤 존재인가.

"애니메이터는 그 캐릭터만 생각하고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하게된다. 자식같고 친구같은 존재다. 작업이 끝나면 내보내는 느낌이 들어서 섭섭하기도 하다. '가서 잘 해야 돼' 이런 기분도 들고.(웃음)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은 열심히 잘 할수록 '나'라는 존재는 사라진다. 애니메이터의 존재가 최대한 보이지 않고, 캐릭터가 캐릭터 자체로 존재 할때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나'와 '엘사'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캐릭터가 되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특히 '안나'를 보면 '건강해야돼. 열심히 잘 하고 힘내서 잘 살아가도록해!'라는 마음이 한켠에 있다. 가족과 헤어질때 인사하듯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더라. 2편을 작업하면서 떠나보낸 가족을 다시 만난 느낌이라서 더 좋았다.(웃음)"

 

관련기사

-->
관심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