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스크린을 수놓은 가수의 면모를 그린 영화 (17)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스크린을 수놓은 가수의 면모를 그린 영화 (17)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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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 영화는 현인 주연 '푸른언덕'
-가수 이미자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1967년 한형모 감독의 '엘리지의 여왕'
-남인수의 일대기를 재현한 영화 '이강산 낙화유수'
-역경과 장애를 극복한 맹인가수 이용복의 스토리를 그린 조문진 감독의 '어린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 영화로 현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1948년 영화 '푸른언덕' ⓒ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춥고 배고픈 시절, 우리나라에서 음악 영화는 관객의 외면으로 좀처럼 기획이 힘들었다.

해방 후 상해에서 귀국한 '신라의 달밤'의 현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1948년 '푸른언덕'은 '빨간마후라'의 황문평이 영화음악을 맡아 서정적인 분위기로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음악적인 재능이 많은 현인은 성악가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하여 콩쿨대회에서 1등을 하고 일약 유명해진다. 많은 여성의 유혹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내려가 장래를 약속한 처녀와 푸른언덕에서 새로운 삶을 나눈다는 스토리로 당시 명동의 시공관( 현 명동예술극장)에서 밤새도록 콩쿨대회 씬을 촬영하였다.

수도극장(구 스카라)에서 개봉된 후 주인공 현인이 상영시 마다 무대인사와 노래를 불렀지만 흥행은 저조해 음악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수 이미자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1967년 한형모 감독의 '엘리지의 여왕' ⓒ정종화 

1967년 한형모 감독의 '엘리지의 여왕'은 1959년 '열아홉순정'으로 데뷔해 1964년 영화주제가 '동백아가씨'로 무명을 벗고 스타 가수로 성장한 이미자의 성장스토리를 다룬 영화다. 이미자 역은 당시 '트로이카' 여배우 남정임이 이미자 노래를 더빙하여 연기했다. 이미자의 어린 시절은 '빙글 빙글'로 인기를 끈 나미(본명 김명옥)가 열연해 장터의 노래자랑을 전진하는 소녀가장으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1969년 영화 '이강산 낙화유수'에서는 김진규가 '애수의 소야곡'의 미성 가수 남인수의 일대기를 재현했고, 평생동안 사랑했던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 역은 문정숙이 맡았으나 음악영화의 홀대로 개봉극장에서 상영을 못하고 변두리 2번관에서 체면을 유지하였다.

남인수와 이난영의 이별과 사랑을 그린 1969년 영화 '이강산 낙화유수' ⓒ정종화 

1962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1970년 '맨발의 청춘'의 김기덕 감독이 신성일 대신 뉴 페이스 고강일을 과감히 픽업했다. 고강일은 짧은 인생을 살다간 차중락 역을 맡아 문희와 호흡을 맞췄지만, 이 역시 쓸쓸한 낙엽처럼 조락의 길을 가고 말았다.

낙엽과 함께 짧은 생애를 마감한 차중락의 노래 인생을 담은 영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정종화

1967년 '인정많은 아저씨'와 1971년 '세월이 약이겠지요'를 내놓고 긴 무명의 설움을 겪다가 1975년 '해뜰날'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가수 송대관의 기구한 인생살이가 1976년에 영화화 되기도 했지만, 인기가요와 영화는 반비례하는 등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송대관은 자신의 노래 가사 처럼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쨍하는 햇빛이 밝혀주는 제2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 숱한 풍상을 겪으며 4대 천왕으로 70대를 구가하고 있다.

34세로 요절한 김정호의 피맺힌 절규를 가슴으로 노래한 김기현 감독의 '못다 부른 노래 님' ⓒ정종화

1975년 김기덕 감독이 가수 중 가장 많은 영화에 출연한 '만능 엔터테이너' 남진을 출연시킨 '가수왕'은 목포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며 꿈을 이루며 가수왕이 되어 금의 환향하는 영화이다.

1987년 '못다 부른 노래 님'에선 34세의 나이로 폐결핵의 고통으로 한을 남기고 간 김정호 역을 탤런트 이희도가 맡아 피맺힌 절규를 가슴으로 노래하였다.

역경과 장애를 극복한 맹인가수 이용복의 스토리를 그린 조문진 감독의 '어린시절'ⓒ정종화

실제 인물을 사실적이며 영화적인 스토리로 엮은 1974년 조문진 감독의 '어린시절'은 인기가수가 된 맹인가수 이용복의 스토리다. 

매사가 낙천적인 가수 이용복은 장애를 숙명으로 받아드리며 촬영장에서 주위를 웃기며 연기하면서 불우한 과거를 회상한다. 병환으로 오열하는 인혜(최유라)를 구하려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져 실명하는 용복(김정훈)은 모진 운명에 도전하며 '한국의 레이 찰스'로 거듭난다. 그는 오늘도 '어린시절'을 상기하며 가수로 우뚝서고 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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