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우리 영화 100년의 기록 중 '부전자전'의 빨치산 연기를 한 '피아골'의 허장강과 '남부군'의 허기호의 묘한 연기세습(?)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1955년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은 그해 8월 24일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빨치산의 생태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반공 영화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문교부 검열에서 중지를 당해 검열 파문을 낳았다.
그러나 제작자와 이강천 감독이 불미한 대사와 잔인한 장면, 그리고 지리산을 내려와 섬진강 백사장을 걷는 노경희의 얼굴위로 태극기를 날리는 씬을 넣어 재상영을 허가받았다. 이 영화에서 허장강은 빨치산 대원 만수로 나와 여대원을 겁탈하고 동료를 죽이는 등 야수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반공이냐 용공이냐로 '피아골'의 평가가 분분했지만 '사실적인 반공 휴머니즘 영화로서 예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다. 휴전 후인 1954년 지리산 노고단과 피아골에서 촬영을 감행한 이 작품은 이예춘을 비롯해 12명의 배우와 김진규와 노경희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35년후인 1990년, 이태 원작·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에서 안성기를 비롯해 영화계 2세인 최민수와 허기호, 독고영재, 조형기 그리고 이만희 감독의 딸 이혜영, 트위스트 김, 최진실이 출연했다. 특히 정지영 감독은 카메오로 남부군의 전설적 인물 '이현상'을 연기했다.
'남부군'에서 허기호는 빨치산의 간부로 전투가 있을 때마다 부하대원을 격려하고 같이 싸우며 '승리전선'의 전단지로 사기를 북돋아 주는 역을 맡았다. 계속되는 전투에 쫓기던 남부군은 지리산 속으로 잠입하나, 남한의 토벌대에 비극적인 운명에 처하며 북괴로 부터도 버림 받는다.
'남부군' 역시 지리산 노고단을 위시하여 영암 월출산과 고창 선운사 계곡, 포항 보경사에서 촬영 했으며, 눈오는 씬은 강원도 오대산에서 감행했다.
부친 허장강은 6·25때 종군연예병으로 최전선을 누비며 국군의 사기진작에 매진했으며 아들 허기호는 해군 UDT를 지원했으나 체력이 약해 진해에서 해군으로 복무했다.
6·25 전쟁이 낳은 'partizan(파르티잔)'인 빨치산 역을 35년 시차로 연기 한 부자(父子)는 북괴의 만행을 속죄라도 하듯 아버지 허장강은 영화 '결사대작전'에서 인천상륙작전의 특공대원을, 아들 허기호는 영화 '연평해전'에서 작전본부장으로 늠름한 기상을 보였다.
아버지 허장강과 아들 허기호는 각각 영화 '피아골'과 '남부군'에서 모두 죽는 역이였으나 한국 영화와 함께 영원히 소생하며 새로운 100년을 맞이할 것이다.
-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