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의 새로운 역할·기능 고민하면서 강사법 개선책 찾아야”
[인터뷰] “대학의 새로운 역할·기능 고민하면서 강사법 개선책 찾아야”
  • 신향식
  • 승인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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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지부 고려대분회 문민기 분회장 "대학 측 강사법 빌미로 시간강사 구조조정...전반적인 교육 문제 초래 우려"
-시간강사 처우 개선 새 강사법 시행 앞두고 대학 구조조정 움직임에 강사·학생 반발
-문 분회장 "이윤이 아닌 학문과 교육을 생각하는 대학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길"
문민기 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지부 고려대분회 분회장은 "대학 측이 강사법을 빌미로 시간강사 구조조정을 하려고 한다"며 "개정된 강사법안은 대학 당국에서도 동의했고 이를 내실있게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사진=문민기씨 제공

[인터뷰365 신향식 인터뷰어] 내년 8월 시행되는 ‘새 강사법(고등교육법)’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1년 이상 임용하는 등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4대보험과 방학 때의 월급 및 퇴직금이 지급하는 등 좀 더 좋은 대우를 해 주는 것이다. 강사에게 교원 지위가 부여되면 학생 지도와 상담이 알차게 이루어지고 최장 3년간 (공동) 연구실도 사용할 수 있다. 부당한 처우에 제도적으로 항의할 권리도 생긴다.

그런데 대학 당국들이 여기에 부실하게 대처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각 대학들은 현재의 재정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시간강사 수를 대폭 줄이고 명예교수나 초빙 또는 겸임교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일부에서는 대학 측의 처사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총학생회와 대학원생 노조가 중심이 되어 강사법의 올바른 시행을 촉구하고 대학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고려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선전 활동을 하고 지난달 22일에는 기자회견 뒤 학교 측과 면담을 추진하였다.

고려대는 새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로 들어갈 비용은 55억 원 정도인데 고대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의 0.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비용보다 해고, 파업 등 노무 문제 때문에 시간강사 채용을 꺼린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지부 고려대분회의 문민기 분회장과 이메일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문민기 분회장은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자, 타 대학에서 한국사 교양강의를 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다음은 문답 전문. 

-강사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된 건가요?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서정민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기폭제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법령 상의 미비점으로 인해 대학 당국은 물론 당사자인 강사들 역시 법 시행을 반대해서 지금까지 몇 차례 유예된 바 있습니다. 개정된 강사법안은 강사대표(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대학강사노조)와 대학대표(대교협, 전문대교협, 교무처장협의회), 그리고 국회 추천 인사들이18차례 회의를 하여 합의한 것입니다. 대학 당국에서도 강사법의 개정에 동의했고 이를 내실있게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일련의 사태를 설명해 주시지요.

대학 측에서는 강사법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하려고 합니다. 대학이 이윤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교육을 포기하는 행태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사법 시행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어느 대학들이 그런 움직임을 보이나요?

서울에 있는 규모 있는 대학에서 먼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대학 가운데 규모가 있고 상대적으로 재정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대학들이 먼저 나서서 시간강사들을 해고하려는 겁니다. 이것을 기준 삼아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사법이 대학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하나요?

선후관계를 분명히 해야 할 일니다. 강사법이 대학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구조조정 대책이 마련된 것이 아닙니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거기에 핑계거리로 삼은 것이 강사법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대학교가 강사법 시행으로 약 50억 원이 추가로 부담된다며 이를 피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시간강사들의 ‘시간강의료’가 전체 학교의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 정도인가요?

2017년 기준으로 ‘시간강의료’는 서울, 세종, 의대를 다 포함해서 101억 원 정도입니다(서울 83억 원, 세종 16억 원, 의대 1억 6천만 원). 이는 등록금 수입과 비등록금 수입 6553억 원 중 1.55%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강사료는 모두 등록금 회계에서 부담하는 등록금 수입 3545억 원으로 따져봐도 2.87%입니다. 강사들이 담당하는 강의 비율을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강사들의 임금과 총수입을 고려할 때 이 추가지출이 학교의 재정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 고려대에서는 추가로 최대 55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학교 전체 수입의 0.8%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는 최대치로 잡은 수치로, 필요한 예산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서 고려대 측 대응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등록금 수입으로만 따져보아도 2%가 되지 않는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을 빌미로 수업의 20%를 줄이고, 졸업이수학점의 7%를 줄이겠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강사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전체 시간강의료를 강사들의 숫자로 나누어 보면 1인당 평균 강의료는 1년에 8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수치를 확인한다면 현재의 강사료가 말도 안 되게 적게 책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 말하는 부담이 강의를 줄이면서까지 대응해야 할 정도인지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현재 교육부에서는 강사법 시행에 대비하여 대학 측에 재정 지원을 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학도 이처럼 급한 예산이 투여될 때 활용하기 위한 기금이 있을 겁니다. 대학이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므로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려대는 과목개설검토위원회를 설치하여 강의개설 자체를 본부에서 통제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인가요?

각 학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이름의 전공/교양과목일지라도 그 세부적인 내용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현재 고려대에서는 비슷한 이름의 과목을 통폐합하겠다고 합니다. 과목개설검토위원회는 학과에서 필요한 수업을 새로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걸로 분석됩니다. 이는 강사들의 강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각 학과에서는 새로운 연구성과를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수업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그 때 과목개설검토위원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로 보이는데, 이는 학문의 자율성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학계의 최신 성과를 접하고 싶은 학생들 처지에서도 답답할 겁니다.

-강의 개설을 본부에서 통제하는 정책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본부와 견해 차이가 있는 일부 학과에게 강제성이 행사되는 현상도 우려됩니다.

그렇게까지 바라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학 본부에서 학과의 신규 과목 개설을 통제 및 허가한다는 방침은 본부 지침에 잘 따르는 학과에 편의를 보장해 준다는 뜻 아닌가요. 본부 지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학과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심산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번 사태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기업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학부생들은 당연히 질 높은 강의를 듣고, 기본적인 교육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강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대형강의가 늘어나면 분명 교육의 질이 떨어집니다.

-시간강사는 대학이 비용절감을 하면서 만들어진 배경이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가 강사법마저 피해 가려는 현실이지 않습니까?

강사들도 대학에서 육성해야 할 연구자들입니다. 대학원생이거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강의를 하는데, 이들은 강사임과 동시에 학문 발전에 일조하는 연구자들입니다. 강의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학문 성과를 학생들과 소통하는 행위입니다.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학생들로부터 자극을 받아 새롭게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대학과 시간강사를 단순히 고용-피고용 관계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강사들을 해고하겠다면 '연구자를 육성하여 학문 생태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무'를 대학이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요?

강사법을 핑계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은 강사들에게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닙니다. 전반적인 교육의 문제를 초래합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 단체들과 연대하여 ‘고려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여기에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대학원생 노조 및 학부 총학생회, 강사법 시행과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벌여온 학생단체 등이 모여 있습니다. 대자보를 게시하여 여론을 환기하려 했고, 지난 11월 2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날 총장님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학교 측으로부터 답을 얻지 못했고, 이미 약속했던 교무처장님도 다른 일정을 이유로 만나주지 않아 면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총장실과 교무처 입구에 우리의 요구를 담은 글을 붙이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생각입니까?

우선은 고려대에서 강사법 관련 정책에 책임 있는 분과 면담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문제들을 잘 전달하고, 학교 측에서 무리한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답을 얻어내려고 합니다. 새 강사법 문제가 비단 고려대학교 만의 일은 아니기에 다른 학교들과 연대하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고려대 등 각 대학 당국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고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대학 당국이 이를 포기하고 대학을 기업처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면서 크게 낙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윤을 남기는 대학이 아니라 학문과 교육을 생각하는 대학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대학 내에 강사법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조리에 관해서도 다른 대학 구성원들의 처지에서 좀 더 바라보길 요청 드립니다.

-정부(교육부)와 국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번 강사법 개정안의 올바른 시행에 큰 의지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학 당국에서 재정 문제만을 너무 강조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을 잘못된 요구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정부에서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연구자들의 연구노동에 어떻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대학 당국이 요구하는 재정 지원 등도 함께 고려해서 알맞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사법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으니, 이제는 시행령을 잘 만들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 듣고, 여러 가지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했으면 합니다.

-기타 추가하고 싶은 사항은?

새 강사법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는 대학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소위 ‘대량해고’ 방식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급격히 전개되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대학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단지 ‘인건비 절감’을 통한 이윤 남기기 방식으로 나아가면 안 됩니다. 대학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고민하면서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겁니다.

 

신향식

필명 신우성. 언론인 출신의 입시전문가 겸 대학강사. 스포츠조선과 굿데이에서 체육기자로 활약했고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독서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경희대, 경인교대, 백석대, 인덕대, 신우성학원에서 작문(글쓰기) 관련 출강.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의 요약본이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수록. 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 저서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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