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지 인터뷰] “한번 뿐인 청춘, 공부에만 바치기엔 너무 아깝죠”
[독일 현지 인터뷰] “한번 뿐인 청춘, 공부에만 바치기엔 너무 아깝죠”
  • 신향식
  • 승인 2018.11.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 교민이자 괴팅겐통합학교 학부모인 허수미 씨가 보는 독일 교육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는 한국 학생들 독일선 이해 못해”
8년 전 독일에 정착한 괴팅겐 교민 허수미 씨는 괴팅겐 통합학교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의 자녀를 둔 학부모다. 그는 "독일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라며 "한국 학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너무 공부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사진=신향식

[인터뷰365 신향식 인터뷰어(독일)] “진짜로 아이들이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나요? 밤 12시까지 공부한다는 게 사실이에요?”

대학도시로 유명한 독일 괴팅겐의 교민 허수미 씨는 현지에서 한국의 교육 현실에 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너무나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질문하여 (허 씨가 보기엔) 오히려 그게 더 신기할 정도다.

허수미 씨는 “독일에선 부모나 아이가 교육 문제로 지나치게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것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선 남보다 앞서 가기 위해 다음 학기, 다음 학년의 단원을 미리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란 뜻입니다. 방학 때는 주로 쉬고 여행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요.”

허 씨는 이어 “한국 학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너무 공부만 하는 것 같다”면서 “심지어 방과 후 학원에까지 가서 공부를 한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에서도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이용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처럼 누구나 다 일반적으로 이용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한번뿐인 청춘을 공부에만 바치기엔 너무 아깝죠. 한국에서도 학교 밖의 삶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어요. 아이가 주체적으로 진로를 찾을 수 있는 문화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허수미 씨 자녀는 괴팅겐 통합학교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다닌다. 통합학교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독일에 어떤 학교가 있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독일의 중고교엔 김나지움(Gymnasium, 한국의 인문계 중고교)과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5년제 직업학교), 레알슐레(Realschule, 6년제 실업학교), 통합학교(Integrierte Gesamtschule, IGS)가 있다.

괴팅겐 통합학교 풍경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 전경. 통합학교(5~10학년 과정)는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을 통합한 교육기관이다./사진=신향식

그 중에서 1970년부터 등장한 통합학교(5~10학년 과정)는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을 통합한 교육기관이다. 세 가지 과정의 학생들이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 의미를 둔다.

계층과 진로가 서로 다른 청소년들이 함께 학습하고 체험하면서 유대관계를 쌓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으로 치면, 독일의 통합학교는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일반고, 특성화고 학생들이 한 학교,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셈이다.

대학도시 괴팅겐에 있는 '괴팅겐 통합학교'는 책상모임(Tischgurppe) 활동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학생 6명이 책상을 마주 붙여놓고 공동으로 과제연구(프로젝트)를 하는 방식이다. 통합학교에서는 진로를 더 오래 탐색할 수 있고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학업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괴팅겐 시내에서 허수미 씨를 만나 인터뷰한 뒤 최근에 이메일로 추가 취재를 하였다. 다음은 문답 전문.

루벡의 한 박물관에서 허수미 씨 가족사진
루벡의 한 박물관에서 가족과 함께한 허수미 씨(사진 중앙). 허수미 씨의 남편인 정진헌 윤이상하우스운영관장 겸 베를린자유대 교수(맨 왼쪽)와 괴팅겐 통합학교에 다니는 아들 정도연 군./사진=신향식

◆ 통합학교엔 다양한 아이들을 차별 없이 한 학급에 편성

-김나지움과 통합학교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김나지움은 대체로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의 성적을 토대로 담임 추천을 받은 아이들이 다닙니다. 지속적으로 학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 아이들입니다. 통합학교에서는 김나지움 추천을 받은 아이들을 포함해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등을 추천받은 학생들이 입학합니다. 다양한 아이들을 차별 없이 한 반에 골고루 편성하지요.

-괴팅겐 통합학교의 특장점이 있다면요?

잘 알려진 김나지움과 달리 통합학교는 한국에선 생소할 겁니다. 독일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때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통계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때부터 모인 성적과 평가로 4학년 후반에 각 학생에게 적합한 학교를 추천받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어느 학교를 추천받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적을 짐작하게 됩니다. 혹은 공부 못하는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이미 학생들의 이미지를 진단해 버릴 수도 있지요.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겁니다.

괴팅겐 통합학교 수업 장면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신향식

◆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님 이름 직접 불러

-통합학교만의 또 다른 장점은 무엇인가요?

학부모 토론이 자유롭고, 학부모 연대가 더 친화적입니다. 자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1년에 두세 번 모이고 학사 일정 등을 서로 의논합니다. 거수로 결정하기도 하지요.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아이들 여행에 휴대전화를 가져가게 할 것인가 아닌가도 토론 주제가 됩니다. 1년에 한두 번 아이들과 선생님, 부모들이 방학 전에 함께 모여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다과회를 엽니다. 서로 친숙해지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정기적인 운동회라든가 부모가 함께 가는 소풍은 없습니다.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경청하는 장면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신향식

-교사 이름을 직접 부른다면서요?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님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은 성(Frau Kim)을 부르는데 이름을 부름으로써 친근함을 더해 줍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존경심이 덜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밖에 어떤 특징이 있나요?

괴팅겐 통합학교에는 '책상 모임'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매 학기 혹은 매년 6명씩 새로운 조를 짜서 한 팀이 됩니다. 아이들이 서로 희망 사항을 적고 선생님과 최종 의논해서 결정합니다. 책상 모임은 조에 속한 아이들의 집을 돌아가면서 1년에 서너 번씩 모입니다. 담임교사 두 분 중 한 분이 오셔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과 성과, 진행될 과제연구(프로젝트), 수학여행 등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들도 조별 모임 및 수업 내용의 평가, 발표, 느낀 점, 앞으로 노력해야 할 점을 발표합니다. 그 후에 부모들이 궁금한 점을 묻고 담소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교생활이나 진행과정을 알게 됩니다.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지 정보를 얻습니다.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 수업 장면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신향식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조 모임을 했는데 너희들 서로 의견이 잘 맞았어?’, ‘어땠어?’, ‘어떤 것이 문제였니?’, ‘해결책은 뭐가 있겠니?’와 같이 교사나 학부모가 유도하면 아이들이 각자 의견을 말합니다. 토론 문화가 일상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가끔 너무 자잘한 것까지도 따지고 평가하여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주제를 두고도 어떻게 달리 생각하는지 개인 성향이나 가치관을 이해하는 기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의견 차이로 갈등이 생기지는 않나요?

책상 모임을 통해서 더 가까워지고 서로 장점도 발견합니다. 때론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친구들과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화합해야 하는지 스스로 방법을 찾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어요.

◆ 통합학교 다니며 자신에게 더 알맞은 진로 찾기도

-통합학교 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들 진로가 바뀌는 사례가 있었나요?

있습니다. 4학년까지 공부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교사나 새로운 학교,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고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대학 진학을 기대하지 않던 아이들의 진학률이 높아지는 사례가 실제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만일 초등학교 4학년 때 추천받은 학교를 그대로 갔더라면 공부보다는 취업을 하기 위한 과정에 더 열정을 쏟았겠지요.

-통합학교가 진로에 좋은 역할을 하는군요.

물론 통합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하게 되거나 대학을 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혹시라도 계속해서 학업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초등학교 4년간의 학교 과정으로 판단하는 일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아이들 중 통합학교를 통하여 제대로 다시 자신의 진로나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4학년까지 공부를 못하던 아이가 중학교 때에도 못하리라는 법은 없죠.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자동차 등을 수리하는 장면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직접 자동차 등을 수리하고 있다./사진=신향식

-김나지움과 통합학교의 평가방식이 다른가요?

네, 그렇습니다.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통합학교에선 8학년 1학기까지 3년 반 동안 점수나 숫자로 성적을 매기진 않습니다. 반면 김나지움은 입학하는 해부터 성적을 내죠. 점수가 1부터 6까지 있는데 1이 가장 높은 점수입니다. 성적을 점수로 환산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그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성적을 점수로 매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평가를 진행하나요?

성적을 점수로 환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개인의 성과나 수업 태도를 방관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 별로 거의 6장에 달하는 평가서를 가지고 학기 말에 면담을 합니다. 그 안에는 과목별 평가서, 수업태도, 과제 수행 능력, 조모임에서의 역할 등을 세세하게 기록합니다. 아이들을 평가해 숫자로 성적을 매긴 것 보다 어쩌면 더 겁나는 평가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몇 년간 아이들은 점수에 얽매이지 않고 학교생활과 그 외 운동이나 취미 생활에 열중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김나지움과의 차이라고 봅니다.

◆ 시험문제 출제, 성적평가 등 교사에게 전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군요.

맞습니다. 의사소통과 소규모 모임을 통해 아이들이 골고루 친해질 기회를 주듯이 부모들도 마찬가지에요. 매년 바뀌는 아이들의 조모임을 통해 부모들끼리도 서로 알아나갈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김나지움 학부모들은 몇년간 서로 잘 모르고 지내는 사례도 많다는 점이 통합학교와 다른 점입니다.

-과목별로 교과서가 따로 있나요? 주정부나 연방정부에서 만든 교과서가 별도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과목별로 교과서가 따로 있습니다. 학교에서 정해 주는 수업 교재를 개인이 구입하거나 학교에서 빌려서 쓸 수 있습니다. 부교재도 서점에서 살 수 있도록 지정해 줍니다.

-교사 재량이 매우 중요한 것 같네요.

독일은 교사에게 권위를 줍니다. 시험 문제 출제, 성적 평가 등은 교사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학부모 면담은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전자우편(이메일)을 보내거나 약속시간을 정해 면담합니다. 학기 말에 보통 평가서나 성적이 나오면 면담을 하죠. 첫 학기에 저는 되도록 아이가 없는 곳에서 질문하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이 곳에선 어떤 상황이나 문제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에 관한 일이라면 아이가 무조건 주체가 되는 문화입니다. 아이가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문제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개념이 강합니다. 학생을 빼놓고 교사와 부모만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1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의 학생들/사진=신향식

◆ 학생 빼놓고 교사와 부모만 상담하는 일은 드물어

-항상 같은 방식으로만 진행하나요?

처음엔 그게 익숙하지 않아 그게 꼭 좋은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이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 상담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따로 전자우편이나 전화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독일의 교육제도를 경험하고 나서 본 한국의 교육은 어떻게 느껴지나요?

한국에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무조건 대학 진학을 하거나 졸업 전에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죠. 반면에 여기서는 1년간 자기 적성을 찾거나 진로를 결정하도록 기회를 줍니다. 공부를 잘해도 외국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학 수업을 받기도 합니다. 대학 입학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뒤 대학 진학이나 직업 교육을 받으면서 진로를 결정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좋네요.

외국에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1년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직장에 가서 급여를 받으면서 실습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선 아예 국가가 그런 학생들이 진로를 찾을 때까지 일정기간 책임지고 숙식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2010년 가족과 함께 독일에 정착한 허수미 씨.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인 허 씨는 1년 과정의 직업 교육을 거쳐 현지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기도 하다./사진=신향식

◆ 독일선 대학 가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어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무조건 대학 입학만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고교 졸업 뒤 1년 정도 유예 기간을 두면 좋겠습니다. 물적, 심적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독일에선 대학에 가지 않아도 직업 교육 등을 통해 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세무사나 간호사, 유치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 교육이 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대학을 꼭 가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독일엔 언제 오셨나요?

미국에서 7년간의 박사과정을 마친 남편의 취업을 통해 2010년 7월에 함께 독일에 왔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1년 과정의 직업 교육을 거쳐 현재 노인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을 지도하는 방법을 교육 받고 일주일에 두 번 청소년 동아리에서 배드민턴을 가르칩니다.

 

 

신향식

필명 신우성. 언론인 출신의 입시전문가 겸 대학강사. 스포츠조선과 굿데이에서 체육기자로 활약했고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독서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경희대, 경인교대, 백석대, 인덕대, 신우성학원에서 작문(글쓰기) 관련 출강.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의 요약본이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수록. 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 저서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