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 브로드웨이' 한국 뮤지컬 중심에 선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
[인터뷰] '아시아 브로드웨이' 한국 뮤지컬 중심에 선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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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까지 한국 뮤지컬계 익끄는 김지원 대표
-대극장 공연에서는 나의 '감'을 믿는다...창작 뮤지컬로 해외 진출 꿈꿔
-스타 마케팅 비판?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것은 아냐...200명 일자리 창출 기여"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우리 어머니가 봐도 재미있고, 어린아이들이 봐도 재미있고 또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려요.”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는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뮤지컬 흥행 성공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레베카' 등의 대형 뮤지컬을 성공시키며 뮤지컬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무엇보다 세계 뮤지컬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이 아닌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뮤지컬을 국내 무대에 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많은 작품을 성공시킨 비결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가 있지 않고 그저 자신의 '감'을 믿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극장을 가득 채운 비결로 직관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원작의 대본과 음악은 살리되 한국 관객의 취향에 맞는 현지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여기엔 스토리, 캐릭터, 연출, 음악 그리고 관객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가 뒷받침이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유럽 뮤지컬의 국내 현지화 과정에서 쌓은 경험으로 최근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와 '웃는 남자'도 선보였다. 

한국 뮤지컬 시장을 '아시아 브로드웨이'로 성장시킨 1등 공신 김지원 대표에게 유럽 뮤지컬을 한국에 들여오게 된 계기부터 한국에서의 성공 과정, 앞으로 EMK의 창작 뮤지컬 제작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유럽 뮤지컬'...성공 비결은?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는 오스트리아, '몬테크리스토'는 스위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 작품이 아닌 유럽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그 당시 우리는 후발 주자였고 기존의 제작사들이 이미 미국 뮤지컬을 하고 있었다. 경쟁 자체가 어려웠고 위험부담도 컸다. 그래서 우리만의 길을 찾은 거다.

-이들 작품들 모두 국내 흥행에 성공했는데 비결이 있나.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 직감을 믿는 편이다. 결국은 '감' 이더라.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정말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지. 대극장을 기준으로 대중들이 좋아할 작품을 고를 땐 나를 믿는 편이다. 그 믿음으로 10년을 왔다.

-불안함은 없나?

요즘 좀 그렇다. 10년이 지나니까 여기서 만약 내 선택이 틀린다면 '이 일을 놓아야 하나?' 하는 불안감도 당연히 있지. 처음엔 선택 한대로 잘 되니까 '그게 맞나 보다'하고 그냥 갔지만 점점 더 무서워진다.

-실패의 경험도 있나?

소극장은 실패했다. 사실 그래서 소극장은 자신이 없다. 대중적인 작품은 내 감을 믿는데 제한된 마니아층을 상대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더라.

'모차르트!' 포스터/사진=EMK
'모차르트!' 포스터/사진=EMK

◆ 끊임없는 도전...'논 레플리카'와 '현지화'

-해외 작품을 가져올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레플리카와 논 레플리카 방식이 있는데 레플리카는 원작의 100%를 따라야 한다. 무대, 동선, 조명 하나까지 바꿀 수 없다. 원작의 기술 스태프가 한국으로 와야 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고충은 비용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고충은 비용이다. 해외 스태프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통역, 체제비, 일급 등 많은 비용이 나간다. 그렇게 나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매우 많고, 그렇게 부담스러운 비용은 뮤지컬 상영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작사가 레플리카를 원하면 어쩔 수 없이 비용을 감당하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논 레플리카는 대본과 음악만 가지고 새롭게 바꿀 수 있다.

-제작자로서는 확실히 부담스럽겠다.

그렇다고 내가 레플리카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 따라 레플리카로 들여오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반대로 우리 작품을 해외에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논 레플리카는 어떻게 시작한건가?

좋은 작품은 그대로 들여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때로는 '저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그걸 그대로 따라 해야 되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논 레플리카의 시작이 '모차르트!'였다. 

-'모차르트!' 측의 반응은 어땠나.

우리가 논 레플리카를 강하게 요구했다. '모차르트!'의 저작권이 공기관인 비엔나 극장 협회에 있는데 다행히 그들도 우리와 생각이 맞았다. 그쪽 역시 우리 나라에 맞는 형태로 작품이 토착화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음악과 대본만 가지고 와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 '엘리자벳', '레베카' 모두 논 레플리카로 한국에 들여올 수 있었다.

'엘리자벳' 옥주현/사진=EMK
'엘리자벳' 옥주현/사진=EMK

-논 레플리카로 들여와서 현지화할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가장 중요한 건 한국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맞춰야 한다. 원작과 달라지는 점은 세트가 바뀌면서 연출, 동선, 안무도 바뀌고 전반적으로 시각적인 면이 많이 달라진다. 또 원작자와 협의해 대본이나 음악을 바꾸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의 현지화 과정은 어땠나.

제일 먼저 한 건 포스터를 바꾸는 일이었다. 이게 제일 큰 결정이었다. 비주얼부터 시작해서 작품의 내용도 우리 정서에 맞게 더 공감할 수 있게 바꿨다. 시어머니, 남편, 아들과의 관계, 한 여성의 자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우리 관객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그 나라의 역사적인 부분은 좀 덜어내기도 하고. 섬세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했다.

'레베카'의 댄버스를 연기한 옥주현/사진=EMK
'레베카'의 댄버스를 연기한 옥주현/사진=EMK

-EMK 작품 중 '레베카'를 빼 놓을 수 없다.

처음 '레베카'는 한국에 못 들여올 뻔했다. '레베카'라는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감동을 느껴 무대에 올리기로 했지만 일본에서 다시 봤을 땐 처음 봤을 때 만큼의 감동이 없어 고민했다. 약간의 불확실함이 있었다. 배우와 투자자 모두 고민을 하면서 이 작품을 준비했는데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때 배우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고.

가장 잘나가는 주연 배우인 옥주현 씨에게 주인공이 아닌 조연 댄버스를 추천했다.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옥주현 씨가 댄버스를 연기했다. 옥주현 씨의 댄버스가 있었기 때문에 '레베카'라는 작품이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음악, 스토리더라도 무대에서 배우가 잘 전달하지 못하면 결국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김지원 EMK 인터내셔널 대표/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 한국 뮤지컬을 지탱하는 배우의 힘

-해외에서 작품을 가져올 때 본인만의 기준이 있을 것같은데.

해외에서 작품을 볼 때 배역에 바로 떠오르는 우리나라 배우가 없으면 들여오지 않는다. 내 생각엔 드라마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캐릭터가 사랑받아야 콘텐츠의 수명이 더 길어진다. EMK 작품의 성공 요인을 되짚어보면 작품도 작품이지만 굉장히 강하게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떤 캐릭터가 기억에 남나?

'엘리자벳'에서는 엘리자벳, 토드, 루케니.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 스타가 됐고 관객들이 열광했다.

-해외 관계자들도 한국 배우들에게 감탄한다고 들었다.

나는 한국 뮤지컬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배우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가창력, 퍼포먼스가 좋으면 그 콘텐츠가 더 좋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엘리자벳' 토드 역 김준수, 엘리자벳 역 김소현/사진=EMK
'엘리자벳' 토드 역 김준수, 엘리자벳 역 김소현/사진=EMK

◆ 뮤지컬의 대중화와 스타 마케팅

-EMK는 뮤지컬 관객 파이를 늘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얻는다.

고마운 말이다. 그런데 처음엔 욕을 많이 먹었다. 기존의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고 나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관객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고 저항력이 강했다. 조금씩 벽이 허물어지면서 관객의 파이가 커졌다.

-한국 관객만의 특징이 있나?

한국 관객들은 뮤지컬을 관람할 때 굉장히 조용해야 하고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작품을 즐기고 싶어 한다. 어린아이들이 들어오는 것도 싫어하고. 솔직히 브로드웨이가 성공하는 건 관광객 때문이다. 한국은 극장 수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들이 다 차는 것도 아니다. 극장 수보다는 관객이 부족하다.

-해외 관객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사실 외국어 자막 서비스를 지원해주겠다는 단체가 있었다. 그런데 해보지도 않고 포기했다. 관객들의 컴플레인이 뻔해서 시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한 회를 전부 다 외국 관객이 보는 것도 아니고, 언어를 극복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이것만 해결이 되면 조금 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해결책을 고민 중이다.

-스타 마케팅과 관련해선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한다.

EMK는 대극장 뮤지컬을 제작한다. 대형 뮤지컬을 하면 그만큼 조연, 앙상블, 스태프가 설자리가 많아진다. 한두명의 스타로 인해서 150~200명 가까운 인원이 더 참여하면서 실제로 일자리 창출이 되고 있다. 그래서 꼭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남자' 포스터/사진=EMK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남자' 포스터/사진=EMK

◆ '아시아 브로드웨이' 한국 창작 뮤지컬로 세계 진출 꿈꾼다

-외국은 어딜 많이 가나?

주로 유럽에 많이 간다. 최근엔 브로드웨이 쪽으로 많이 가려고 보고 있고 아시아 쪽은 싱가포르나 중국, 일본은 한 달에 한 번씩 가고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있나.

해외를 많이 나가면서 느낀 점은 점점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뮤지컬계에서는 한국을 '아시아 브로드웨이'라고 칭한다. 일본 시장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굉장히 긍정적인 사인이라고 본다.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이 돼 아시아를 넘어 유럽 시장, 미국 시장으로 더 넓게 나아갈 수 있게 고민 중이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논 레플리카의 경험을 살려 내년에 창작극 '엑스칼리버'를 준비 중인데 네 번째 창작을 또 준비하고 있다. 어떤 작품인지는 아직 비밀이다. 여름쯤에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

-마지막으로 EMK의 꿈은?

EMK의 창작 뮤지컬이 해외에 나가는 것이다. 지금 '마리 앙투아네트', '엑스칼리버' 등이 그런 길을 가고 있지만, 더 많은 작품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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