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②연극 ‘악의 꽃’ 주역, '멘사·약사' 출신 김도연과 '숨은 보석' 김선학
[인터뷰365] ②연극 ‘악의 꽃’ 주역, '멘사·약사' 출신 김도연과 '숨은 보석' 김선학
  • 이승한 기자
  • 승인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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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석 작·연출로 재탄생한 창작극 ‘보들레르의 악의 꽃’ 11일 개막
- 연극계 유일의 약사 배우 김도연 "무에서 유를 창조했을 때의 희열이 연극의 매력"
- 주연 보들레르 역 김선학 "배우는 에너지와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지상 최고의 직업"
창작극 ‘보들레르의 악의 꽃’의 배우 김선학과 김도연/사진=예술극단 판

인터뷰365 이승한 기자 = 움츠렸던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니 대학로에도 각종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요란하다. 겨울의 옷을 벗고 정통 연극, ‘보들레르의 악의 꽃’(서영석 작/연출)이 오는 11일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4월 21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되는 이 공연은 2016년 4월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했던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서영석 극작가 겸 연출가가 다시 개작해 막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의 준비를 위해 2년여를 고생했단다.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린 탓에 극장을 예약하고도 몇몇 배우가 바뀌었고,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졌다. 

샤를 삐에르 보들레르(1821~1867)와 발자크(1799~1850)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 문호이다. ‘악의 꽃’은 보들레르의 시집 타이틀이다. 이 작품은 보들레르의 전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에 따른 순수 창작극이다. 

[인터뷰] ①재탄생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서영석 연출 "2년 간의 결실" 이어서

멘사 출신 약사 연극 배우, 김도연

극 속 김선학은 주연인 보들레르로, 김도연은 그를 흠모하는 귀족 가문의 엘레느로 등장해 호흡을 맞췄다. 

엘레느 역을 맡은 김도연은 한마디로 똑똑한 배우다. 멘사 멤버에 성균관대 석사 출신일 정도로 똑똑하다. 우연히 노래를 배우러 갔다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연극계 유일의 약사 배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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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들레르의 악의 꽃’의 엘렌느 역 김도연/사진=예술극단 판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합류하게 된 그는 “이 작품을 만난 것이 저에겐 엄청난 행운”이라며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연출가님, 선배님들과 무대에서 만난다는 설렘에 하루하루가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본과 배우들과의 호흡”에 매료됐다며 웃었다.

“제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난 단지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어.’ 사랑의 대상은 인간을 넘어 연극과 세상 만물에 통용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작품과 달리 연습이 지루하지 않아요. 아침에 눈을 뜨면 연습 생각에 가슴 설레기도 합니다.” 

김도연은 외모는 천상 요조숙녀처럼 보이지만 결혼도 마다하고 연극 배우의 길에 매진하고 있는 ‘열정 배우’이기도 하다. 가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약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무대를 향한 목마름은 여전하다.

그는 “한 작품 마칠 때마다 인생의 깨달음을 가졌을 때의 숨 막히는 희열은 저를 꼼짝 못 하게 한다”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을 때의 희열, 그 결과물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았을 때의 감동은 제 삶을 무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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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들레르의 악의 꽃’의 엘렌느 역 김도연/사진=예술극단 판

김도연은 대구에서 유년기와 대학(덕화여중, 대구여고, 영남대학교)시절을 보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키가 커(173㎝) 달리기를 남자들보다 더 빨리 달렸단다. 어린시절 꿈은 천문학자였다. 중학교 시절 유난히 천체 관측과 공부에 매달리기도 했다. 약학대 당시 야학과 사물놀이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 회원이다. 첫사랑을 만나고 싶어 멘사에 가입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놓았다.

“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를 짝사랑하다시피 하며 가슴 졸였는데 10년 후 멘사 송년회 때 재회를 했어요. 시간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그저 가슴 한켠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첫사랑이었죠.”

부모님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안정된 직업을 뿌리치고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딸의 결정을 존중했다.

“저도 성인인지라 내색은 하지 않으세요. 은근히 응원도 해주시는 것 같고요. 결혼도 제 눈치만 보실 뿐 일체 거론하지 않으세요. 제 걱정보다는 부모님께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숨겨졌던 보석, ‘배우가 가장 어울리는 배우’ 김선학

연극 ‘보들레르의 악의 꽃’ 보들레르 역의 김선학/사진=예술극단 판

김선학은 훤칠한 키에 수려한 마스크의 소유자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한눈에 배우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배우가 가장 어울리는 배우’이다.

고교시절 교회 성극을 접하며 막연히 배우를 꿈꿨던 그는 졸업 후 TV와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 연기 경력을 쌓았다. 삼수 끝에 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한 후에는 하루 종일 학교에서 지내며 연기에 열정을 쏟았다. 이 같은 열정과 성실함은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았는데 당시 탤런트로 유명했던 김주승 배우와 박정자 배우의 연기에 매료됐죠. 방송이나 영화로만 보다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숨소리와 에너지가 전해지는 연극은 신선한 충격이었죠.”

연극 ‘보들레르의 악의 꽃’ 보들레르 역의 김선학/사진=예술극단 판

막상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들 역시 안정된 은행원으로 살기를 바라셨지만, 연기를 향한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대학 졸업 후 국립창극단에 연수단원으로 들어간 그는 본격적으로 연극 배우의 길을 걸었다.

“갈수록 너덜너덜해지는 대본을 보며 해석적 예술가로서 느끼는 노력의 흔적과 물아일체의 연기가 진행될 때 주변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정적과 에너지가 있죠. 이 같은 희열은 다른 어떤 직업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지상 최고의 직업입니다. 갈수록 AI로 대체되는 모든 직업군에서 연극은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대체불가의 영역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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