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12간지 '띠'를 상징하는 영화보기 (38)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12간지 '띠'를 상징하는 영화보기 (38)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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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12간지 타이틀의 개척자 '말띠 여대생'
-남성 전용운동 럭비시합 경기에 여성 최초로 등장시킨 '범띠 가시네'
-새마을 운동의 근검절약 정신을 보인 억척부인 고은아의 '쥐띠 부인'
-우체부로 열연한 '소띠 아저씨' 허장강의 애환
이상언 감독이 연출한 '범띠 가시네'/사진=정종화<br>
이상언 감독이 연출한 '범띠 가시네'/사진=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1919년 첫 우리 영화가 탄생된 지 100년의 고고성(呱呱聲)을 울릴 2019년 10월 27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월의 나이테를 12간지로 분류해 저마다 동물을 상징하며 그 해를 수놓고 있다. 우리 영화 속에서 '12간지'인 동물을 제목으로 내세운 유머러스한 작품을 살펴봤다.

'말띠 여대생'(1942)/사진=정종화

최초로 12간지 타이틀을 붙인 영화는 '말띠 여대생'이다. 1942년 말띠 생은 20년 후인 1962년 여대생이 되어 여자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사감과 말띠 그룹 기숙생과 항상 티격태격하며 보낸다. 사감 역의 배우 황정순과 여대생 역의 배우 엄앵란, 최지희, 방성자, 남미리의 발랄한 면모로 60년 대 풍속도를 질펀하게 깔아 재미를 만끽시켰다. 

당시 시나리오 작가로 서서히 필명을 알리고 있던 신봉승은 말띠 여대생의 기숙사에 대한 에피소드를 듣고 '서울의 지붕밑'의 이형표 감독과 함께 '말띠 여대생' 기획에 나섰다. 이를 위해 몰래 기숙사를 잠행해 취재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기숙사를 생활한 몇몇 여대생을 수소문해 집필했다는 스토리를 들려줬다. 

1970년 양미란이 불러 히트한 '범띠 가시네'는 70년대 부푼 새마을 운동과 함께 이상언 감독이 연출했다. 범띠 생은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을 안고 트로이카 스타 윤정희를 위시하여 안인숙, 최인숙, 유미를 등장시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남성의 전용 운동인 럭비 시합에 여성을 끌어들여 '왈가닥 여대생'의 희한한 진풍경을 스포츠로 담아냈다. 

1972년 한창 새마을 운동이 팽배해 근검절약의 풍조가 미덕이었을 시절, 국가 시책에 편승해 제작자 곽정환이 감독한 '쥐띠 부인'도 관심을 끌었다. 부산에서 살다가 아내의 내조로 서울로 상경하여 집을 마련한 억척부인 고은아의 열연이 '쥐띠부인'을 상징했다. 

영화에서는 '악역의 명수' 허장강이 인자한 시아버지로 나오며 '박서방'과 '마부'의 황정순이 등장한다. 최무룡이 남편 역을 맡아 부인 고은아와 호흡을 같이 하며 시동생들의 허영과 낭비벽, 그리고 나태함을 바로 잡아 집안을 보금자리로 개선하는 억척 부인의 행장기이다. 남진과 라이벌인 가수 나훈아가 나와 이채를 띠었다.

1974년 노진섭 감독의 '소띠 아저씨'/사진=정종화

1974년 노진섭 감독은 '소띠 아저씨'를 내놓았다. 반평생을 우체부(당시의 집배원)로 근무한 허장강의 인생역정을 가족의 애환을 곁들여 소시민의 생태를 그렸다. 김희갑, 도금봉을 위시해 김옥진, 김청자, 김순복과 아역인 손창민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12간지가 상징하는 저마다의 인생 유전이 스크린을 수놓았는데, 1966년 말띠 해에 '말띠 신부'로 신성일과 엄앵란 실제 부부가 공연했고 1979년 말띠 해에도 김보연의 '말띠 며느리'가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1972년 '속 쥐띠 부인'도 전편에 이어 전격적으로 제작됐다. 1961년 '돼지꿈'이란 타이틀도 세태를 풍자했으며, 1966년 코미디언 서영춘의 '용꿈'이 제작됐다. 1979년 '미스양의 모험'의 히로인 정희를 내세워 생활 전선의 낮과 밤의 양면성을 그린 영화 '꽃띠 여자'는 12간지의 '엑스트라'이련가?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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