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혈사제' 이명우 PD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게"
[인터뷰] '열혈사제' 이명우 PD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게"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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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작가와의 호흡? "생각 조율하는 데 두 세달 걸려..."
-"김남길 내 생각보다 10배 이상 코믹감 뛰어난 배우"
-가톨릭에 대본 오픈..."드라마 최초 명동성당에서 촬영"
-SBS 첫 금토극 '열혈사제' "재미있게 만들 자신은 있는데 시청률은..."
SBS의 첫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연출을 맡은 이명우 감독/사진=SBS
SBS의 첫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연출을 맡은 이명우 감독/사진=SBS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이명우 PD는 지난 몇 년간 SBS의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꼽는다면 빠지지 않는 드라마 '펀치'(2014)와 '귓속말'(2017)을 연출한 SBS 드라마국을 대표하는 스타 PD다. 

특히 '펀치'를 통해서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올해의 방송인상 PD상, 한국방송비평학회 방송비평상 등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무게감 있는 드라마를 주로 연출했던 그가 데뷔작 SBS '불량커플'(2007) 이후 오랜만에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 '열혈사제'로 돌아왔다. KBS 드라마 '김과장'(2017)의 박재범 작가와 배우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가 주연으로 나서 완벽한 코미디 조합을 예고하고 있다.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과 바보 형사 구대영이 살인 사건으로 만나 어영부영 공조 수사를 시작하는 익스트림 코믹 수사극이다. 부정부패의 온상인 사회 악들을 저격하면서도, 이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 극의 재미를 살릴 예정이다. 

SBS가 주말드라마를 폐지하고 시도하는 금토드라마의 첫 타자로 드라마가 아닌 예능과 경쟁을 하게 됐다. 이 PD는 "우리 드라마가 잘 치고 나가야 후속도 잘 될텐데"라고 웃으며 "예능만큼 즐겁고 웃음 코드가 가득하다. 시간 가는지 모를 정도로 웃으면서 시청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8회 촬영인 한창이던 지난 1월 말 목동 SBS 사옥에서 이명우 감독을 인터뷰365가 만났다.

◆ '김과장' 박재범 작가 만나 코미디 감 살아나

-박재범 작가와는 첫 작업인데 호흡이 어떤가.

박재범 작가는 코믹물에 굉장히 특화된 분이다. 내가 기존에 했던 '펀치', '귓속말' 같은 작품은 사회의 정치적 이슈나 관심사를 무게감 있게 다뤘다면 박 작가는 '김과장'을 통해 가볍고 코믹하게 풍자한는 것에 강점이 있는 작가다. 서로 풀어가는 방법은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동일하다. 작년 7월에 만나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다. 캐스팅, 작품 수정 과정을 경험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대본이 90% 진행 중인데 첫 만남인데도 비슷한 세대라 잘 통한다. 내 첫 연출작이 코미디였다. '열혈사제'를 찍으면서 그때의 코미디 감이 살아나고 있다.(웃음)

-더 자세한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 데 두세 달 걸렸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각자가 생각했던 캐스팅을 엎었다. 큰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웃음) 묵직한 주제를 바탕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코믹하면서도 유연성 있게 끌어나갈 배우들을 찾게 됐다. 그렇게 현재의 캐스팅이 완성됐고, 김남길을 캐스팅했을 때 기뻐했었던 기억이 난다. 

(김남길은 극중 통제불능 다혈질 사제 김해일을 연기한다. 극중 김해일은 사제답지 않은 까칠함과 깡으로 무장한 신부님이다. 불의를 보면 화를 참지 못하는 사제 김해일은 죄짓고도 마음 편히 사는 나쁜 놈들을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하고, 사이다 액션을 날린다.뿐만 아니라 국정원 요원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사제의 길을 걷게 된 그의 사연도 시청 포인트.)

'열혈사제'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 캐릭터 포스터/사진=SBS
'열혈사제'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 캐릭터 포스터/사진=SBS

◆ "김남길, 이하늬 캐스팅 과정은..."

-김남길을 원했던 이유는?

최근 김남길이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멋있는 작품도 많이 하는 친구지만, 내가 봤을 때는 약간 코믹함이 들어간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모습과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10배 이상 코믹감이 뛰어난 배우다. 현장에서 항상 다들 깔깔거리고 웃고있다.

-이하늬의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우리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풀어나가는 서술 방식이 정공법보다는 변칙에 가깝다. 사건을 코믹한 상황으로 표현한다. 그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가 누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시청자들이 박경선 검사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밉상으로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주인공이 가는 길에 방해를 하기도 하는 인물이라 자칫 잘못하면 미워 보일 수 있는 역할인데, 밉게만 보이지 않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없나 고민했다. 이하늬 씨가 밝고, 건강하고, 약간의 푼수끼와 밉지 않은 섹시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함께 하게 돼서 굉장히 좋았다.

-SBS 드라마 '펀치'(2014), '귓속말'(2017)에 이어 검사 캐릭터가 등장한다.

우연히 내가 연출한 작품에 검사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직업군으로 따지면 다른 직업보다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등장하는 것 같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사권을 가진 검사, 검찰이 중대한 사건을 맞이했을 때 심적으로 어떻게 변하고 그것에 따라서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작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SBS의 첫 번째 금토드라마를 연출하게 됐는데.

처음으로 드라마가 아닌 예능과 경쟁하게 됐다. 우리 드라마가 잘 치고 나가야 후속도 잘 될 텐데.(웃음) '열혈사제'가 가족 오락물로서 굉장히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예능만큼 즐겁고 웃음 코드가 가득하다. 시간 가는지 모를 정도로 웃으면서 시청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다. 물론 권력을 가진 카르텔에 대항하는 소시민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존에 했던 정극보다는 많이 밝고 가겹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은 피하려고 한다. '확실하게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목표를 가지고 달리고 있다. 

◆ 드라마 최초 '명동성당'에서 찰영 진행

-'열혈사제' 이전에도 사제물이 많이 나왔는데.

처음 기획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 때는 사제를 소재로 한 작품이 없었다. 어찌하다 보니 다른 방송이 먼저 나가더라. 처음엔 '어떻게 하지?'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기존 작품들과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방향도 다르고 캐릭터의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문제는 없겠다고 판단했다. 

-종교인인 사제를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혹시나 잘못 표현해 종교를 비하하게 디거나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도 않나.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다. 우리는 가톨릭 교구 쪽에 조금도 미화하지 않고 대본을 전부 공개했다. 가톨릭에서는 신중하게 검토를 하고 '이 정도는 좋다'라고 했다. 또 드라마 최초로 명동성당, 가톨릭 교구에서 촬영도 진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가톨릭에서 특별히 요구했던 부분은 없었나.

우리 드라마가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가톨릭 쪽에서는 드라마가 가톨릭의 입장인 것처럼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너무 현실과 똑같이는 하지 말라달라고 주문을 받았을 정도다.(웃음) 드라마적인 느낌을 살려 현실과는 조금 다르게 연출하려고 한다. 

◆ "재미있게 만들 자신은 있는데 시청률은..."

-시청률은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나?

요즘은 10% 넘는 것도 엄청 어렵다. 미니시리즈가 시청률이 높지 않은 이유가 젊은 세대들은 반드시 TV 앞에 붙어있지 않는다. 재미있으면 끝나고 몰아보기도 하고, 휴대폰으로도 본다. 물론 드라마가 재미있고 완성도가 있으면 20%를 넘기도 한다. 나도 전작 '귓속말'로 20%를 넘었다. 그래서 시청률의 고지선을 정해놓고, 그것을 '넘냐, 안 넘는냐'를 걱정하진 않으려고 한다. 또 시청률과는 별개로 얼마만큼 화제성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참 재미있게 만들 자신은 있는데 TV 앞에 앉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나는 배우에게 연기를 많이 맡기는 편인데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좋고 다들 열의가 가득하다. '컷' 소리와 함께 다들 웃고 배우들이 연기한 걸 다시 모니터 하면서 또 웃고, 정말 웃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걱정도 된다. 사실 '우리만 재미있나?', '우리만 재미있으면 안 되는데...' 이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내가 재미있다고 말을 많이 했는데 '재미있으려고 노력하는 드라마'라고 다시 말하고 싶다.(웃음)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답답한 사회를 향해 던지는 한마디의 외침이 있는 드라마지만 그것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냥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드라마, 다음 회가 궁금해서 기다려지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재미있게 웃으면서 보는 와중에 마음속에 뭔가 남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금요일에 보면 토요일이 기다려지고, 토요일에는 다음 주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드라마를 만드는 게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의 목표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1007@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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