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KY 캐슬' 조현탁 감독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두 가지 얼굴 담아내"
[인터뷰] 'SKY 캐슬' 조현탁 감독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두 가지 얼굴 담아내"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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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은 "김주영이 한서진에게 '다 감수하시겠습니까?' 묻는 장면"
-주제곡 'We All Lie'(위 올 라이) 표절 논란? "전혀 알지 못했고 원곡도 못 들어봐...확인되지 않은 부분 남아"
드라마 'SKY 캐슬'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사진=JTBC
드라마 'SKY 캐슬'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사진=JTBC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2019년 새해 대한민국은 'SKY 캐슬' 신드롬으로 들썩였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민낯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지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로, 매 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엔딩 장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1%대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 후 매회 드라마틱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 시청률 10%도 넘기 힘든 요즘 지상파도 아닌 비지상파에서 2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했고, '의심하고 또 의심해',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다 감수하시겠습니까?' 등 수많은 유행어와 패러디를 양산했다. 

그야말로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는 말을 증명한 드라마였다.

극 속 염정아, 김서형, 이태란, 김정난, 정준호 등 연기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각자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을 이끌어낸 일등 공신은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이다. 

조 감독은 촘촘한 대본을 써준 유현미 작가와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이 작품의 성공에는 배우의 얼굴 근육의 떨림까지 전달하는 그의 치밀하고 섬세한 연출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지막 회를 남기고 지난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다음은 조 감독과의 일문일답.

드라마 'SKY 캐슬'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사진=JTBC

-'SKY 캐슬'이 비지상파 채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뻔한 답이겠지만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스토리와 맞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공부를 잘하는 자녀를 둔 부모나 반대의 경우나 전부 다 나름의 고충을 안고 살아간다.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고 다른 사람들과는 나누기 힘든 부분을 드라마가 이야기하니 많이들 봐 주신 것 같다.

-매 회 화제의 중심에 섰던 엔딩 장면 덕분 아닐까?

엔딩은 촘촘한 대본 덕분이다. 대본을 보면 다음 회를 안 읽고는 못 배기게 구성돼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편집실에서 편집팀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부터 10부 정도까지 대본이 나와 있어서 뒷 이야기의 계산과 짐작이 가능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대본의 힘이 컸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표정 액션'에 집중했다. 미세한 사람들의 얼굴,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가지 얼굴을 담으려고 애썼다. 거울이나 상이 두개로 나뉘는 연출을 통해 표현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뒷모습은 거짓말 못한다. 실망하고 돌아선 뒷모습의 손동작이라던가. 상대가 좋지 않은데 웃고 있는 얼굴로 상대를 속일 수도 있지만 손은 이상한 걸 남긴다. 미술감독, 촬영감독과 함께 준비를 많이 했다. 시청자들이 알아봐 주셔서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올 거라고는 정말 예상 못했다. (웃음)

드라마 'SKY 캐슬'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사진=JTBC
드라마 'SKY 캐슬'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사진=JTBC

-드라마 일정 상 후반부에는 연출이 무너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더라. 가장 공들여서 촬영한 장면이 있다면?

막판에 와서 연출이 살짝살짝 많이 무너졌는데 아직 못보신 것 같다. (웃음) 얼마 전에 모두 다 같이 나와서 '개싸움'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 드라마가 모여서 촬영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서로 완벽하게 호흡이 맞고 '저 감독이 뭘 좋아하는지' 배우들도 다 알고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넘치는 유쾌한 촬영이었다. 

-혼외 자식, 청부 살인 등 자극적인 요소로 막장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막장은 죄가 없다.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없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 막장 자체는 죄가 없다. 소재가 악의적으로 시청자를 자극하기 위해서 남용될 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작품에도 막장 요소들이 있지만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풍부하게 운반하기 위해 가져온 설정이다.

드라마 'SKY 캐슬' 김서형, 염정아 스틸컷/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드라마 'SKY 캐슬' 김서형, 염정아 스틸컷/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스스로 생각하는 '스카이 캐슬'의 명장면은?

김주영(김서형)이 한서진(염정아)에게 '다 감수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 드라마가 단순히 엄마가 자식을 서울의대를 보내려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한서진이라는 캐릭터는 악당의 면모를 가지고 있고 이기적인 부분도 있다.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주인공과도 거리가 멀고 호감을 갖기에도 불편한 지점이 있는데, 진짜 엄마의 입장으로 진심을 담아서 연기를 해버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김주영이 말한 불구덩이로 이 엄마가 '감수하겠다'면서 들어갈 때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정작 작가와 감독,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는 캐릭터인 이수임을 향해서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많았다.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다. 이태란 씨가 촬영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배우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이 그렇게 해석을 하시니까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 이태란 씨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다 아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한 장면 한 장면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다. 이태란 씨를 보면서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웠다. 중반부터는 '혐오 수임'에서 '빛 수임', '탄산수임'으로 변하더라. 드라마에서 한번 시청자들 눈밖에 나면 다시 돌아오기가 힘든데, 배우가 최선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어느 순간 알아봐 주시더라.

'SKY 캐슬'에서 이수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태란/사진=JTBC
'SKY 캐슬'에서 이수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태란/사진=JTBC

-피해자인 혜나를 '어른 찜쪄먹는' 캐릭터로 그려낸 것도 새로웠다.

그런 캐릭터가 이 시대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지고지순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불행을 당할 때 더 슬퍼지고 파장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입체적이고 파악이 되는 것 같지만 파악이 안된다. 이런 현실감 반영이 인물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의 혜나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어떤 파장을 노린 것은 아니고 나와 작가님이 느낀 대로 솔직하게 그려냈다.

-촬영 초반부터 유독 스포일러가 많았는데.

현장에서 염정아 씨와 김서형 씨가 '이런 스포일러가 있다'고 전해줬다. 전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들었던 스포일러는 다 틀렸다. 틀린 스포일러지만 어떻게 그렇게 디테일이 살아있는지 신기하더라.(웃음) 대본이 많이 나와있었고 정해진 이야기가 있어서 스포일러 때문에 좌지우지된 것은 없었다.

-17회는 아예 대본이 유출됐었다.

편집실에서 뒤늦게 17부 대본 유출 이야기를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대본이 밖으로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사실은 굉장히 분노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 문제도 있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는 현장에서 피고름을 짜서 일하는데 손쉽게 밖으로 유출됐다니... 엄격한 범죄행위다.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이것이 유명세다', '새로운 마케팅 효과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예를 들어 동네에 갑자기 큰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그 다음날 살인사건 덕분에 회사에 긴장감 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대본이 유출돼 시청률이 올랐다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다. 작가님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대본이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적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OST 'We All Lie'(위 올 라이) 표절 논란이 있다.

나는 전혀 몰랐다. 원곡도 못 들어봤고 일을 하다가 늦게 소식을 들었는데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감독이 성실하게 열심히 일을 해왔고 나와 긴밀하게 쌓아온 신뢰가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일(표절)'은 아닐까 싶은데, 확인된 게 아니라 섣불리 말하기는 힘들다.

'스카이 캐슬' 15회 스틸컷/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스카이 캐슬' 15회 스틸컷/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예서(김혜윤), 혜나(김보라) 등 아역들도 큰 역할을 했는데 어떻게 캐스팅했나?

혼자서 캐스팅한 것은 아니고 오디션 과정을 거쳤다. 조연출과 신인들을 모아 오디션을 시작했고 방송국 CP, 촬영감독, 제작사, 연출부 등 참석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했다. 오디션이 끝나면 무기명으로 의견을 제출했고 취합해보면 큰 흐름이 보였다. 캐스팅 확정 후에는 촬영 직전까지 방송국으로 출퇴근하면서 대본 리딩을 반복했다. 다들 재능 있는 친구들이라 현장 촬영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힘든 일정이었는데도 씩씩하게 열심히 임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전부 다 사랑스럽다. 한 명만 지목하기는 힘들다. 다들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인데 그 이전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연기는 잘하지만 인간적으로 조금 그런 분도 있는데 우리 드라마는 9명 전부 다 거짓말처럼 즐겁게 일해서 좋은 기억밖에 없다.

-마지막 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관전 포인트를 전한다면.

주변에서 결말을 묻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진짜 알고 싶냐? 진짜 알고 싶으면 말해 줄게'라고 했더니 '아니야, 그냥 방송 볼게'라고 하더라. 방송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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