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판 좀비사극 '킹덤' 김은희 작가 "'좀비'가 빠른 이유요?"
[인터뷰] 한국판 좀비사극 '킹덤' 김은희 작가 "'좀비'가 빠른 이유요?"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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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작가' 김은희가 국내 방송국 아닌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유
-'킹덤 시즌 1' 16부작으로 치면 3부 초반까지 진행..."시즌 2 기대해 달라"
-좀비가 빠른 이유? 정말 배고프면 빨라질 수 밖에 없어
-다음 시즌에서 배우가 하차한다면? "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김은숙 작가와 "'우리가 대본 안 쓰면 뭐 하겠냐'는 이야기 나눠...글 쓸 때 가장 행복"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대한민국 장르물의 대표 주자, 김은희 작가가 힘들고 배고팠던 시절부터 기획한 드라마 '킹덤'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시그널'(2016), '싸인'(2011) 등을 집필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은희 작가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 '킹덤'을 선보인다. 특히 국내 방송사가 아닌 넷플릭스와 한국 제작진이 만난 첫 번째 드라마로도 화제를 모았다.

김 작가는 '킹덤'을 통해 "결국에는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좀비 자체도 식욕만 남아있는 괴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워낙 그 당시가 피폐했고, 기득권층이나 지도자층에서 세금이나 환곡 등 부당한 대우를 일삼았다. 배고프고 헐벗은 시대를 좀비라는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좀비물은 다 재미있고 좋아한다는 그는 "믿을지 모르겠지만 잔인한 걸 싫어한다. 좀비물은 좋아하지만 좀비 게임은 무서워서 못한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대본을 쓰며 노트북 앞에 앉아있을 때는 힘들지만, 노트북을 떠나면 불안하다는 그는 "글을 쓸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내 글이 영상화가 될 때의 느낌이 정말 좋다. 그래서 더 잘 쓰고 싶고,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 공개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킹덤'을 탄생시킨 주인공 김은희 작가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 '스타 작가' 김은희가 국내 방송국 아닌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유

-'킹덤'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는데 해외 시청자들 반응도 챙겨보고 있나.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헤드라인 정도는 해석이 되는데 내용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이래서 중고등학교 때 영어를 가르쳤나 보다. (웃음) 조금 떨리기도 하고 사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국 시청자를 위해서 내가 잘하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 집필한 작품이라서 해외의 반응을 보면 떨리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넷플릭스는 조회 수를 공개하지 않아서 성공 여부를 알아보기가 힘들던데.

우리 제작진들이 어떻게든 수치를 알아보려고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보안이 철통 같더라. 넷플릭스에서는 좋은 편이라고만 말해줬다.(웃음)

-국내 방송사에서 모셔가는 스타 작가이지 않나.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내가 넷플릭스를 선택했다기 보다 '킹덤'이라는 드라마를 영상화할 수 있는 곳이 넷플릭스뿐이었다. 좀비라는 소재도 그렇고 표현하는 수위도 지상파에서는 방송 자체가 힘든 작품이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는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드라마 '시그널'이 끝난 후 넷플릭스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킹덤'이야기를 꺼냈더니, 넷플리스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하더라. '드디어 할 수 있게 됐구나!' 싶었다. 

-꼭 영상화 하고 싶었던 장면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인육을 먹는 장면.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진짜 말 그대로의 단순한 음식에 대한 배고픔이라기보단 허기를 갈구하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권력에 대한 배고픔과 탐욕이 합쳐져서 역병이 만들어졌으면 했다. 그래서 인육을 먹는 걸 꼭 표현하고 싶었다. 또 내가 인생을 살면서 기성세대가 됐을 땐 결국 지금의 이 사회를 우리도 같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있다. '과연 2030세대에게 좋은 사회를 물려주고 있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작품을 통해서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조금 더 합리적인 생각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전 세계 시청자에게 공개되는 넷플릭스와 만나면서 처음 기획과 달라진 부분은 없나.

넷플릭스에서 나한테 특별히 '이거 하지 말아라, 저거 하지 말아라'라는 말은 없었다. 사실 처음 말한 것처럼 나는 영어도 못하고 해외 문화권에 대해서도 잘 알지도 못한다. 거기에 맞추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다.(웃음) 내가 잘 하는 것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넷플릭스와 작업에서 새로웠던 점은 대본 회의를 화상전화로 했다. 예능에서만 보던 외국 리액션 '와우~!' 이런 걸 실제로 들으니까 신기하더라. 다른 제작진들이 욕받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작가에게 특별히 요구했던 부분은 없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본격 진출하며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체 제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킹덤'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데. 

나는 작업실에서 글만 쓰는 사람이라 시장을 예견하는 능력은 없는데, 플랫폼의 다양화는 창작자는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업들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킹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류승룡, 배두나, 주지훈,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좀비로 분장한 출연진들/사진=넷플릭스
지난 1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킹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류승룡, 배두나, 주지훈,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좀비로 분장한 출연진들/사진=넷플릭스

◆ '킹덤 시즌 1' 16부작으로 치면 3부 초반까지 진행..."시즌 2 기대해 달라"

-해외 시청자들은 좀비가 왜 이렇게 빠르냐고도 하더라.

기획 의도에 들어간 건데 정말 배고프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전쟁을 겪은 육 남매, 칠 남매가 작은 떡 하나 가지고 싸우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김성훈 감독이 잘 연출해줬다. 

-이제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좀비물은 익숙한데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라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가 원래 좀비물을 정말 좋아한다. 좀비가 나오는 게임은 못하지만 좀비가 나오는 영화는 다 재미있게 봤다. 좀비물을 2011년부터 생각하다가 유교적인 가치, 신체 훼손이 불가능한 유교 사회에 좀비가 들어오면 아이러니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급 문화가 확실했던 조선시대에 '양반이 좀비가 된다면 목을 자를 수 있을까?' 이런 것들. 좀비가 되면 왕, 양반, 평민 모든 사람이 한 덩어리가 돼 평화로운 시대, 평등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장소를 동래로 설정한 이유는?

한양과 먼 도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해남이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이 없는데 자연스럽게 동래가 생각나더라. 또 쓰다 보니까 지리상으로도 백두대간이 자연스럽게 등장해서 잘 설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색이 있다든지 그런건 전혀 아니다.(웃음)

-수위가 생각보다 높더라.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잔인한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이전 작품에서도 불필요하게 잔인한 장면을 넣지는 않았다. '킹덤' 역시 기획 자체가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 좀비 이야기라서 인육 같은 잔인한 장면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참고 봐주길 바란다. 나는 혼자서 맥주 마시면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맥주 한 세 캔 정도 마시면서 알딸딸해질 때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때쯤 좀비가 나올 거다.(웃음)

-시즌 2가 공개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텐데 시즌 1 마무리가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첫 기획은 8부작이었다. 16부작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이라 쉽지 않았다. 또 넷플릭스에서는 쭉 이어서 보는 시청자들이 많으니까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50분 미만을 선호하더라. 시즌 1은 16부작으로 치면 3부 초반 정도까지 진행됐다. 곧 시즌 2 촬영이 시작되는데 기대하면서 기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확한 공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넷플릭스는 자막이나 후반 작업도 있고 오류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후반작업을 하더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완성도 있는 화면을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시즌 1보다는 조금 더 빨리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킹덤' 스틸컷/사진=넷플릭스
'킹덤' 스틸컷/사진=넷플릭스

◆ 다음 시즌에서 배우가 하차한다면? "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주지훈, 류승룡 씨를 비롯해 다들 잘해줬는데 배두나 씨 같은 경우는 연기력 논란도 있다고 알고 있다. 배두나 씨가 연기한 '서비'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장금 같은 의녀가 아닌 시골 의녀다. 자격증도 없고 전란에 치여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인데 착해서 남을 돕는 투박한 시골 의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배두나 씨가 해석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김성규 씨가 연기한 '영신'은 배우가 이러게 몸을 쓸 수도 있구나 싶어서 놀라웠다. 액션으로 화면을 좌지우지하더라.

-'킹덤'의 주인공 세자 '이창'(주지훈)을 통해 표현하려던 것이 있다면.

대본을 쓰면서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하나씩 적어놓는데 '킹덤'을 집필하면서는 '정치란 무엇일까'를 써놨다. 작품에 잘 표현됐는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잘 표현될지 모르겠고.(웃음)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세자가 공감대를 더 넓혀가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책으로 읽고 말로만 들었던 백성이 아니라 직접 본 백성의 이야기.

-영신(김성규)의 대사 중 '죽은 후에는 그저 고기다'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너무나 심한 배고픔을 겪게 된다면 인육을 먹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기근 자료를 찾아보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도 차마 자기 자식은 못 먹으니 서로 바꿔서 먹었다는 기록도 있더라. 영신 같은 경우엔 실제 전란을 겪었던 병사고 실제 인육을 먹는 경험을 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의 냉정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그 대사를 썼다.

-시즌제로 진행하다 보면 같은 배우가 계속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

다들 바쁘고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배우들이라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풀어야 할 이야기가 남았는데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시대니까 유학은 못 보내고 좀비가 된다든지 그 정도로?(웃음) 시즌 2에서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하니 기대해달라.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 김은숙 작가와 "'우리가 대본 안 쓰면 뭐 하겠냐'는 이야기 나눠...글 쓸 때 가장 행복"

-좋아하던 좀비물을 했는데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SF 물을 한번 해보고 싶다. 우주나 우주선이 나오는 건 아니고 한국적인 SF를 해보고 싶고, 또 하나는 한국적인 빙의 드라마도 조금 기획해 놓은 게 있다. '시그널 2'도 감독과 2019년에 방영이 안 되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본을 쓴다고 해서 드라마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남편인 장항준 감독은 평소에 많은 도움 주는지? 

장항준은 대본 한 줄 읽어주지 않았다.(웃음) 서로가 그렇긴 한데 정말 가족 같은, 동료 같은 느낌이다. 대본 쓰다가 조금 힘들다고 하면 "다 힘들어, 쉬운 일이 어디 있니~"라고 하고, 기획 회의하다가 "아무도 안 도와주는 것 같다"라고 말하면 "다 너 혼자 하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툭툭 던져주는 말들에서 진짜 우리가 가족이구나 남편이구나를 느낀다. 

(김은희 작가의 남편인 장항준 영화감독은 영화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후
영화 '기억의 밤'(2017), SBS 드라마 '싸인'(2011) 연출을 비롯,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아부의 왕’ 등에 직접 출연하며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잉꼬부부로도 유명한 이들은 종종 공동 작업도 진행했는데, tvN '위기일발 풍년빌라'(2010)를 공동 집필했으며, SBS '싸인'(2011)에서는 10회까지 장 감독이 연출을, 김 작가가 극본에 참여해 11회부터는 공동 집필을 맡았다.)

-작가로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성실함? 열심히 쓰는 것 같다. 일단 노트북을 떠나면 불안하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면 정말 힘든데 떠나면 불안하다. 글 쓰는 게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대본 쓰는 게 힘들지만 영상화가 될 때의 느낌이 정말 좋다. 그래서 더 잘 쓰고 싶고,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 같다. (김)은숙이랑도 '우리가 대본 안 쓰면 뭐 하겠냐'는 이야기를 나눈다.(웃음) 사실 난 살림을 잘 하지도 않고 애도 엄마가 다 키워주셨다.

-작가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정말 꿈같은 일이지 않나. 내가 쓴 대본에 몇 백억 가까운 돈을 들여서 좋은 감독, 배우가 참여하고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정말 뿌듯하다. 특히나 '킹덤'은 절대 영상화가 불가능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김성훈 감독과는 서로 정말 힘들 때, 내가 드라마 '싸인'을 시작할 때쯤 만났다. 서로 '잘해보자, 꿈을 잃지 말자'라고 응원해주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킹덤'에서 만나서 같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고 뿌듯하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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