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소프라노 조수미, 성악가 꿈꾸던 어머니께 바치는 '사모곡(思母曲)'
[365인터뷰] 소프라노 조수미, 성악가 꿈꾸던 어머니께 바치는 '사모곡(思母曲)'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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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앓고 있는 어머니와의 옛 추억 담은 새 앨범 'MOTHER'(마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앨범
-어린시절 수의사가 꿈이었지만 성악가 꿈꾸던 어머니 영향으로 성악가의 길 걸어
-성악가 꿈꾸던 어머니의 꿈 이뤄주고 싶어 힘든 유학생활도 버텨
-"'나의 어머니'는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한국을 의미하기도 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MOTHER'(마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MOTHER'(마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제가 비록 엄마가 되진 못했지만, 항상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큰 사랑을 품고 있습니다. 그 사랑을 모든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을 이번 앨범에 담았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셨던 저의 어머니 그리고 세상 모든 어머니와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을 위한 앨범입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 18일 새 앨범 'MOTHER'(마더)를 발매했다. 지난 2015년 가요음반 '그.리.다'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앨범을 위해 새로 녹음한 신곡 7곡과 기존앨범에 있던 곡 중 앨범의 콘셉트와 어울려 선곡된 3곡, 미발표곡 2곡, 그리고 보너스트랙을 포함하여 총 13곡이 담겼다.

현대인들의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곡들로 담았다. 클래식 명곡에서부터 가요, 크로스오버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어우러져 있다.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진행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 역시 스토리 전체에 추억을 담아, 엄마의 품처럼 편안하고 따뜻함을 채워줄 수 있는 음악들로 조수미가 직접 선곡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조수미는 30세 이전에 세계 5대 오페라극장 주연, 동양인 최초 국제 6개 콩쿠르 석권, 동양인 최초 황금기러기상(최고의 소프라노), 동양인 최초 그래미상(클래식부문)' 이탈리아인이 아닌 유일한 국제 푸치니상 수상하였고, 30년 넘게 세계 최고 프리마돈나의 자리를 지켜왔다.

선화예중, 예고, 서울대 음대를 거쳐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나폴리 존타 국제 콩쿠르, 프랜시스 비옷티 국제 콩쿠르, 베로나 국제 콩쿠르 등의 명성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렛토'의 '질다' 역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꾸준한 음악활동으로 조수미는 1993년 이탈리아에서 그 해 최고의 소프라노에게 수여하는 '황금 기러기 상(La Siola d'Oro)'을 수상하였으며 2008년 푸치니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성악가에게 있어 자랑스런 명예이자 큰 영광인 '푸치니 상(The Puccini Award)'을 수상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제29회 북경 올림픽에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안젤라 게오르규와 함께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선정되어 독창회 무대를 가졌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다음은 조수미와의 일문일답.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4년 만에 새 앨범 'MOTHER'(마더)를 발표했다. 

늘 나의 어머니, 이 세상의 어머니들을 위한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올해 용기를 냈다. 어머니의 따뜻함,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담았다. 나의 어머니 그리고 세상 모든 어머니께 드리는 사랑의 음반이다. 

-앨범을 제작하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국에서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파리에서 DVD 촬영이 예정된 콘서트가 있었다. 장례식 참석도 못 하고 어머니의 말씀대로 팬들을 위해서 노래를 했다. 그런데 공연 마지막에 '아베마리아'가 부르게 됐고, 생각지도 못하게 운명처럼 그 콘서트가 나와 함께 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위한 콘서트가 됐다. 그 콘서트는 'For My Father'(아버지를 위하여)라는 영상으로 남겨졌다.

현재 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시고 치매를 앓고 계신다.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인데 문득 예전에 어머니가 스쳐 가듯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그렇게 음악으로 기억하는데 나에 대해서도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공연도 많이 오시면서, 라이브로 보시는 게 좋지'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니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어머니를 위한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수록된 노래 대부분이 어머니와 함께 불렀던 곡들이다. 

-세계적인 성악가로 키우기 위해 어머니가 굉장히 열정적인 교육을 하셨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본인이 성악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굉장히 원망하면서 사셨다. 어린 시절에 하루에 두세번씩 "너는 결혼을 하지 말고 아주 대단한 성악가가 돼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못한 노래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본인의 꿈을 대신 딸이 이뤘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하루에 피아노를 8시간씩 치지 않으면 문도 안 열어줬다. 당시엔 어머니를 미워하기도 하고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엄마가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보는데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 모습이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 다가왔달까. 행복한 결혼 생활이더라도 이루지 못한 꿈으로 힘드셨겠구나, 슬프셨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어떻게 하면 이 여성을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성악가를 꿈꾸게 된 특별한 날이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기억나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다면.

사실 1983년에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 가기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늘 원망했었다. 나의 유아 시절을 어머니가 빼앗아 갔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다. '자신의 꿈도 이루지 못하면서 어떻게 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시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셋방에서 혼자가 돼보니 그 순간 가장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원하셨던 꿈을 꼭 이뤄주고 싶었다. 오로지 그 생각으로 유학 생활을 버텼다. 어떻게 보면 나는 굉장히 효녀다.(웃음)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은 무엇이었나.

수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어머니를 위해서 내 꿈을 접었다. 어머니가 나의 성악 재능을 발견해주신 거니까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만약에 어느 날 나를 떠나신다면 아마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분이 될 거다.

-어머니께 새 앨범은 들려드렸는지.

내일 음반을 들고 어머니를 찾아뵐 예정이다. 지금은 나를 못 알아보는 상태라서 전혀 대화할 수 없다. 그냥 좋아하시던 음악을 들려주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독여줄 생각이다.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던 곡은 어떤 곡인가?

어머니는 드보르작의 'Songs My Mother Taught Me'(어머니가 가르쳐 주신노래)를 좋아하신다. 앨범에는 두 번째 수록되는 곡인데, 이번 앨범을 위해 체코 프라하 심포니의 연주에 새롭게 녹음했다. 음악적인 욕심도 컸고 어머니께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정말 좋은 음악이 나와서 기쁘다.

-다른 수록곡들에 관해서도 소개하자면.

어머니에 관한 수많은 곡들을 13곡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음악의 장르를 떠나서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골랐다. 폴란드 민요, 스코틀랜드 민요 등 여러 가지 음악이 실려있다. 또 우리나라를 위한 마음이 담긴 'I'm a Korean'(아임 어 코리안)이라는 곡도 있다. 앨범의 제목인 'MOTHER'는 나의 조국, 한국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으로 가능성도 없고 내가 비록 엄마가 되진 못했지만, 항상 나름대로 엄마의 사랑 같은 큰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베풀 수 있는 음악을 담고 싶었다. 준비 과정부터 스스로 굉장히 뿌듯한 작업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소프라노 조수미/사진=SMI

-'I'm a Korean'이라는 곡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세계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한시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어 본 적이 없다. 나의 이야기도 하지만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교민들, 한국에서 열심히 사는 모든 분들에게 '함께하자, 손을 잡자'는 이야기다. 스스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과 '자랑스럽고 당당한 한국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다양한 장르의 곡이 수록됐는데.

클래식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민요, 크로스오버 등 모든 분들이 듣고 힐링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나라 악기와 서양 악기가 조화된 특별한 곡도 수록됐다.

-클래식 외에 다른 장르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하기 전부터 팝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이다. 한 번도 클래식만이 좋은 음악이고 다른 음악은 감동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클래식을 하는 동안에도 젊은이들이 즐겨 듣는 음악이 뭔지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클래식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도 필요하다. 클래식 아티스트들도 꼭 모차르트, 바하, 베르디가 아니더라도 완성도 높은 다른 장르 음악을 많이 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음악적으로 수준이 높은 나라도 없다. 음악적인 면에서 봤을 때 막강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조수미가 2000년에 발매된 크로스오버 앨범 'Only Love(온리 러브)'는 국내 공식적으로 100만장 이상 판매되어 우리나라 클래식 음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겼으며, 2001년 드라마 '명성황후'의 OST로 부른 '나가거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울려퍼진 '챔피언' 등 무수한 히트곡을 쏟아냈다. 2016년 그가 부른 영화 'Youth'의 주제가 '심플송'은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주제가 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가요앨범 '그.리.다'를 발매했다. 그는 지금까지 40여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며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무대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뿜어내고 싶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자 해야 할 일이다. 정말 오랜 세월 동안 사랑해준 팬들 덕분에 아직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정말 감사드릴 수밖에 없다. 음악에 대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이번 음반이 오랫동안 많은 분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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