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천체물리학 개척자를 통해 새 시대상 조명한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천체물리학 개척자를 통해 새 시대상 조명한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04.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레히트 희곡 자체가 난해한 170분의 목적극
[국립극단]갈릴레이의 생애_공연사진_08_갈릴레이役(김명수)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장면. 갈릴레이 역의 배우 김명수./사진=국립극단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4월5일~28일 명동예술극장)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로 알려진 천체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평전을 연극으로 형상화한 대작이었다. 그것도 연극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한 브레히트의 의식을 투영시킨 희곡으로...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한 ‘갈릴레이의 생애‘는 연극적 감동을 추구하기 보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강조한 목적극이라는 표현이 걸맞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어떤 의도로 갈릴레이의 생애를 희곡화 했는지 알수 없지만 필자처럼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 관객에겐 주제 자체가 난해하고 내용 또한 무겁고 부담스러웠다.

특히 1막의 85분은 감내하기가 힘들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토론과 논쟁에 귀를 세워보았지만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대사를 따라잡기도 버거웠고 수학, 자연철학, 종교, 속세가 뒤얽힌 내용은 복잡하기만 했다.

15분 휴식 후의 2막 70분은 그래도 연극적 요소가 많아 재미도 있고 메시지도 간명하게 읽혔다.

국립극단이 제작한 이번 공연은 무대 디자인이나 영상을 활용한 시각 효과가 단연 돋보였고, 주역을 맡은 김명수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손색이 없었다. 이 정도 완성도 있는 무대를 꾸미려면 제작비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관객도 많았다.

[국립극단]갈릴레이의 생애_공연사진_17_왼쪽부터 페데르쪼니役(강진휘), 갈릴레이役(김명수), 어른 안드레아役(정현철), 키 작은 사제役(장지아)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한데 왜 지금 17세기 갈릴레이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프로그램 북에 이성열 연출과의 인터뷰 내용에 “새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글을 보고서야 의도를 짐작할 수있었다.

연출자는 브레히트의 희곡을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의 충돌로 보았다”며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가는 선구자로서의 갈릴레이를 바라보았고, 그것이 지금 우리 시대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극중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강조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어떤 점에서 새 시대인지 설명이 되지 않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4백년 전 종교 재판으로 한발 물러선 갈리레오를 21세기 변화에 대비시킨 것도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시대를 뛰어넘는 첨단기술 경쟁이 각축을 벌이는 현대에서 과연 현재 우리 사회의 어떤 계층, 어떤 대상을 새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으로 보았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물론 구미 각국에서 공연하는 ‘브레히트의 갈릴레이’를 국립극단이 국내 무대에 소개한 것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립극단]갈릴레이의 생애_공연사진_03_왼쪽부터 갈릴레이役(김명수), 대학 재무관役(이호재)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장면. 왼쪽부터 갈릴레이 역의 배우 김명수, 대학 재무관 역의 이호재/사진=국립극단

특히 이성열 연출은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생소화 효과에 구애되지 않으려는 듯 극 중간 중간에 배우들의 노래와 코믹 요소도 가미해 웃음도 유발했고, 라스트에서 유려한 미장셴과 함께 극적 효과를 도출해 냈다.

그가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시대의 경계선’이라는 관점에서 ‘오슬로‘에 이어 ‘갈릴레이의 생애‘를 연이어 발표한 것도 의도와 목적을 지닌 작업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작품은 아역까지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비롯해 모든 요소가 국립 무대다웠다.

갈릴레이 역의 김명수는 세련된 화술과 안정된 연기로 어려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대배우 이호재가 종교재판관, 추기경 등의 정통 연기를 보이다 라스트에 국경 경비대원 역을 맛깔스럽게 해내는 장면도 멋진 볼거리였다.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 커튼 콜 장면./사진=정중헌

문제는 왜 국립극단이고 명동예술극장이냐는 것이다. 필자의 좁은 소견인지는 몰라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 단체라면 그 나라 전통과 정서가 담긴 고전이나 대표 작품을 올려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올해 명동예술극장의 공연일정을 보면 로랑 가리 원작 ‘자기 앞의 생‘, 브레히트 작 ‘갈릴레이의 생애‘에 이어 베케트 작 ‘고도를 기다리며‘, 나나 레인 작 ‘콘세트-동의‘, 몰리에르 작 ‘스카펭의 간계‘, 세익스피어 작 ‘한 여름 밤의 꿈‘ 등으로 라인업이 짜여져 있다. 창작극은 김재엽 작 연출의 ‘알리바이 연대기‘ 뿐이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
관심가는 이야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terview365@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