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이순재 대배우가 펼치는 노년들의 로맨스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이순재 대배우가 펼치는 노년들의 로맨스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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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만원 사례...85세 이순재 대배우 노익장 과시
-배우 이순재, '장수상회', '세일즈맨의 죽음' 등 연극 무대 열정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연 장면/사진=나인스토리
배우 이순재 주연의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연 장면/사진=나인스토리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중인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한파도 아랑곳 없이 3백석 넘는 객석이 만원을 이뤘다.

오래된 이 작품에 관객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85세 이순재 대배우의 인기 때문 아닐까. 최근 KBS '인간극장'에 그의 일과가 상세히 소개되었지만 그는 노익장을 넘어 한국 공연과 영상분야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고 있다.

이 작품뿐 아니라 '장수상회' 등 3~4편에 주역을 맡아 연중 전국을 순회중인 그는 대사 하나 동작 하나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달동네에서 파지를 모아 근근히 살아가는 송씨(정영숙)에게 따사한 햇볕 같은 인정을 베풀어 이름을 찾아주고 삶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김만석 역을 맡은 그는 극중에서 스쿠터를 타고 우유를 배달하는가 하면, 가파른 비탈길에서 넘어지는 연기를 실감나게 펼치면서 구성진 욕도 내뱉어 객석에 폭소를 자아냈다.

이순재 대배우는 현역 배우 중 최고령에 속한다. 80대 중반에 여러 편의 연극 대사를 다 외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그는 2016년 12월 연기 인생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원형 그대로 아르코대극장에서 공연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최근 TV드라마나 영화 보다 연극 무대에 더 열정을 쏟고 있는 그는 가천대에서 후학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일에도 정열을 쏟고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포스터(사진=컴퍼니그리다).
배우 이순재의 연기 인생 60주년 기념 공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2016) 포스터/사진=컴퍼니그리다.

강풀의 만화가 원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연극으로 보는 것이 더 실감을 안겨준다. 출연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아서이다. 이순재 정영숙 콤비에 연운경 신철진 콤비가 조화를 잘 이룬 이날 무대는 안정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냄새가 풍겨나와 훈훈했다.

연운경 배우는 치매 할머니 역을 천연덕스럽게 해내 관객의 눈물샘을 고이게 했다. 오랜만에 무대에서 본 신철진 배우도 연륜에서 묻어나는 묵직하고 편한 연기를 보였다.

최근 연극 출연이 활발한 정영숙은 이름도 없이 살다가 이름도 없는 딸마저 잃고 고독한 인생을 살아온 독거노인 역을 가련하게 해내 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극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 중에는 노령사회로 가는 삭막한 세상에 스토리 자체가 따사한 위로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사랑의 숨을 불어넣어 인정의 샘을 솟게 하는 노년의 러브스토리에 중장년은 물론 젊은 관객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기획사 공연임에도 연출이 짜임새 있고 무대세트 등이 작품 분위기에 잘 맞은 점도 관객이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본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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