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중한 대서사극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연극 '드리나강의 다리' 
[리뷰] 장중한 대서사극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연극 '드리나강의 다리'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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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연극 '드리나강의 다리'...연기와 앙상블에 감탄
-그러나 2018 SPAF의 아쉬웠던 관객 서비스...빠르게 흐르는 한국어 자막에 내용 이해 힘들어 '겉핥기식' 관람에 그쳐
드리나강의 다리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연극 '드리나강의 다리' 공연장면/사진=2018 SPAF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장중한 대서사극이었지만, 배려심이 아쉬웠던 2018 SPAF(서울국제공연예술제)였다. 10월 11일 아르코대극장 무대에 오른 개막작은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연극 '드리나강의 다리'였다.

196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보 안드리치의 소설을 코칸 믈라데노비치가 각색 연출한 2016년 초연작으로, 내한 무대는 세르비아어로 공연하고 한국어 자막을 달았다. 그런데 공연시간 150분을 인터미션 없이 진행한데다 빠르게 흐르는 한국어 자막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겉핥기식 관람이 되어버렸다.

올해 18회를 맞는 SPAF의 관객 서비스가 이러니 관객이 많을 리가 없다. 아마도 중간 휴식이 있었으면 관객 상당수가 극장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방대한 원작을 읽지 못해 연극으로 보나 했으나 소통 부족으로 관극이 힘들었다. 발칸 반도의 역사가 워낙 복잡하고 유고 내전 역시 다단해 사전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자막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서사시를 직역해 전광판에 흐르게 하려니 속도는 빠르고, 지명과 인명 따라잡기도 바빠 전체 내용은 절반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보 안드리치가 1945년에 발표한 소설은 드리나강 중류에 있는 소도시 비셰그라드에 다리가 놓인 1516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다리가 폭파될 때까지의 400년 수난의 역사를 다루었다.

연출가 믈라데노비치는 원작의 연대기적 구조를 배우들의 독백으로 바꾸고, 유고 연방 해체 계기가 된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이야기를 추가했다. 내전으로 얼룩진 발칸반도의 현대사도 제대로 일지 못한 관객에게 드리나 강에 비친 그들의 역사 이야기는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드리나강의 다리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연극 '드리나강의 다리' 커튼콜 장면./사진=정중헌

그러나 연극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본고장의 연극은 외형만으로도 볼거리가 많았다.

무대는 비교적 심플했다. 다리를 상징하는 양안(兩岸)의 벽과 가운데 높은 장벽을 설치하고 바닥에는 물을 채웠다. 배우들은 나무 의자와 테이블 수십 개로 큐브를 짜맞추듯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냈다. 감옥도 되고 사형장도 되는 이 수작업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했다.

다리 위에 북과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는 악사를 세워 연주한 생생한 라이브 음악도 좋았다. 무엇보다 압권은 배우들의 연기, 특히 발성은 배울 점이 많았다. 20여명에 달하는 배우들은 원작의 노래와 기도문을 합창으로 들려주었으며, 다양한 의상과 신분의 역사 인물로 분장하고 나와 유려하고도 극적인 모놀로그를 경연하듯 펼쳐냈다.

물을 채운 무대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연기와 앙상블은 박수를 보낼 만 했다. 연극의 시작과 끝은 어린이들을 내세웠는데 마지막 장면에 총을 든 아역 배우를 등장시킨 것은 미국을 비판하는 은유로 보였다.

그러나 극의 맥락과 이야기의 내용을 모르니 죽고 죽이는 마임 같은 동작만 반복해 보여 답답하고 지루했다. 그런데다 2시간 30분의 작품을 중간 휴식 없이 공연한다는 것은, 특히 이번 같은 대서사극에서는 상식적으로도 무리다.

SPAF가 많은 예산을 들여 해외의 우수한 작품을 초청 공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 해도 우리 관객의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배려해야 했는데 이런 서비스가 부족했다.

외국영화나 문학작품의 번역 수준은 높은데 비해 대사 위주 연극은 직역만 해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핵심 내용을 자막으로 전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자는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정신이 마음에 들었다. 국내외 연극과 문화유산을 보존 계승하고 “가장 가치 있는 창의적 현대 예술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주로 야심 찬 대형 창작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국립극단도 참고해 봄직한 내용이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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