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세상 속 진짜‘ 그리고 기억...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거짓말 같은 세상 속 진짜‘ 그리고 기억...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 주하영
  • 승인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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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2017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독회 작품, 창작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창작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컨셉 컷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2017년 10월 인간형 로봇, AI ‘소피아(Sophia)’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오드리 헵번을 모델로 한 외모에 60여개에 달하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며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는 AI ‘소피아’는 2018년 ‘제 3차 블록체인 이코노믹 포럼’에 등장해 ‘새로운 삶(The New Life)’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달을 가속화했고, 전문가들은 빠르면 2030년대에 로봇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한다.

사람의 감정을 읽어낼 뿐 아니라 자신의 눈썹과 입술을 움직여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감성로봇’, 반려동물을 기르는 수고를 덜어주고 도움의 기능을 더한 ‘반려로봇’, 상처 입은 인간의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를 더할 수 있는 ‘힐링로봇’,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간병로봇’ 등 사람과 똑같은 형상을 한 로봇이 인간을 돌보고 집안일을 대신할 뿐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고 ‘치유’에 도움을 주는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 있는지도 모른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자신을 집 안에 가두어 버린 채 외로운 노인이 되어 버린 '엠마'./사진=좋은사람컴퍼니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는 독거노인으로 고립되어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엠마’와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배달된 휴머노이드 도우미 로봇 ‘스톤’이 전하는 따뜻한 감성의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의 공연이 한창이다.

창작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2014년 작품개발을 시작해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독회’에서 주목을 받은 후 2018년 초연 무대를 가지게 된 작품이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박해림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어느 날 혼자 청소를 하고 있는 ‘로봇 청소기’를 보다가 작품구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해림 작가는 “극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도 있었고 변화도 있었지만 기억과 삶의 문제를 반추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큰 틀은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게 되는 ‘로봇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독거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영국의 한 싱글 마을, 유독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70대 노인 ‘엠마’의 집 앞에 배달된 도우미 로봇은 사건의 발단이 될 뿐 이야기의 흐름은 ‘엠마의 과거의 삶과 기억’을 조명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AI ‘소피아’는 포럼 기조연설에서 “생존력이란 기초대사와 재생산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능력”이며, “인간 삶의 목적은 생존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인간의 삶은 단지 생존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식으로만 추구되지 않는다. 인간은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고통과 지루함 사이를 오가면서도 잠깐씩 주어지는 행복에 기대어 그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며 사는 존재이다. 비록 그것이 영원히 이어질 수 없음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싱글마을'에 TV만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엠마'.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싱글마을'에 TV만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엠마'./사진=좋은사람컴퍼니

엠마는 ‘지루함’의 끝에 서 있다. 그녀는 자신을 집 안에 가둔 채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삶 속에도 분명 ‘고통’과 ‘행복’이 존재했을 테지만 엠마는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녀의 삶은 정지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햇빛이 두렵고, 또 하루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채찍질’처럼 느껴지는 그녀는 그저 삶이 끝나기만을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한 그녀의 일상에 “주인님의 마음까지 읽어드린다”는 최첨단 로봇 ‘스톤’이 배달된다. 요란스럽게 초인종을 울리며 “택배왔어요!”를 외치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준 엠마는 사람이랑 똑같이 생긴 ‘스톤’이 들어와 “제가 마음에 드신다면 활성화 버튼을 눌러주세요!”라고 말하자 “아니, 왜 정부는 쓰레기를 우리 집에 버렸어?”라고 말한다.

자신도 모르게 활성화버튼을 눌러버린 엠마 앞에 선 스톤이 말한다. “저는 독거노인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생활 로봇입니다. 저는 이제 엠마를 위해 존재합니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자신의 집에 배달된 휴머노이드 도우미 로봇 '스톤'과 마주한 엠마./사진=좋은사람컴퍼니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가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변화’이다.

정지된 것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외부의 ‘힘’이 필요한 법이고, ‘변화’는 위험한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공급한다. 자연의 법칙은 변화와 순환을 따르기 마련이고, 자연 속에 존재하는 인간 또한 그러한 법칙을 떠나 살아갈 수가 없다. 흐르는 속성을 지닌 삶과 시간 속에서 인간은 원하던 원치 않던 그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화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렵고, 현재의 안정된 상태를 깨는 것이기에 귀찮고 불편하다. 인간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끊임없이 자연에 맞추어 변화해야 함에도 인간은 끝없이 어딘가에 안주하기를 원한다.

인간이 느끼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매일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를 체크하는 자칭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비밀보안관” 버나드를 통해 구현된다.

엠마 집에 찾아온 로봇 스톤으로 인해 생긴 변화는 버나드에 의해 인식된다. “이 시간에 저 집에 불이 켜져 있을 리가 없는데? 변화가 생겼어. 말도 안 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자신의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밖으로 나가 산책할 것을 권하는 '스톤'./사진=좋은사람컴퍼니

강박증 혹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듯 보이는 버나드는 걸음을 걸을 때도 오른발, 왼발의 순서를 맞추어야 하고, 흐트러진 물건들을 제 자리에 가져다 놓지 못하면 불안과 좌절을 느낀다. 그는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늦은 밤까지 불이 켜져 있는 엠마의 집 문에 “살아있습니까?”라고 묻는 쪽지를 붙인다.

그의 쪽지는 엠마에게 전해지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스톤이 대신 적어 넣은 “네, 저는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죽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는 답변만 되돌아온다.

이 답변은 버나드에게 엄청난 ‘불안’을 선사한다. 그에게 ‘변화’는 위험한 것이다. 한 번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적 없는 버나드는 혹시나 자신을 필요로 할지 모를 엠마를 구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에 나선다.

“엄마가 그랬어. 세상을 이롭게 하라고. 이제 그 임무를 완수할 때야. 제가 도와드릴게요!”

갑자기 '변화'가 생긴 엠마의 집을 바라보며 세상에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는 '버나드'.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갑자기 '변화'가 생긴 엠마의 집을 바라보며 세상에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는 '버나드'./사진=좋은사람컴퍼니

‘살아있지만 죽어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스톤의 답변은 관객들에게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인간이 아니기에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는 로봇의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엠마의 상태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육체는 분명 숨 쉬고 있지만 그녀의 정신과 기억은 모든 것을 망각한 채로 ‘죽음’과 같은 암흑 속에 놓여있다.

스톤은 매일 아침 커튼을 열어젖히고 날씨를 알려주며 집안을 청소하고 엠마에게 잔소리를 해댄다. 창밖을 볼 것을 권하고 적당한 운동과 비타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울증을 걱정하는 스톤은 말한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당신은 분명 변할 거예요. 그게 내 임무니까요!”

'엠마'가 잠든 사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던 '피아노' 앞에 몰래 앉아 연주하는 '스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엠마'가 잠든 사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던 '피아노' 앞에 몰래 앉아 연주하는 '스톤'./사진=좋은사람컴퍼니

엠마는 자신의 반경 5미터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전원을 끄는 버튼조차 없는 스톤이 못마땅하고 거추장스럽다. 고집스럽게 커튼을 닫고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문 밖은 절대 나갈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엠마는 대청소를 한다면서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는 스톤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들어간 적 없던 방에 들어선다.

먼지가 가득 쌓인 방, 열어본지 오래 된 듯 보이는 서랍장, 온통 회색빛으로 칠해진 무대는 오랜 세월 삶의 무게와 때를 간직한 엠마의 ‘기억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무언가로 가득 들어차 있지만 방치된 채 존재한 적도 없었던 듯 갇혀버린 기억들...

기억도 기계와 같아 가끔은 꺼내어 햇빛에 비추어도 보고, 버려야 할 것들을 털어내고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앞을 향해 무작정 걸어온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한다.

커튼을 열어젖히는 행위는 ‘기억의 청소’를 위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빛의 밝음에 비추어야 얼마나 먼지가 쌓였는지 알 수 있고, 기억 위에 두껍게 쌓여 있는 검은 곰팡이들을 쓸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좋은사람컴퍼니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스톤이 대청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따라 들어온 방에서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미소를 띄기 시작하는 '엠마'/사진=좋은사람컴퍼니

햇볕은 ‘따스함’, 즉 ‘온정’의 손길을 의미하고 한 줄기 빛은 회색의 죽어가는 공간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희망’이 된다. 아무거나 만지거나 함부로 버릴까봐 따라 들어온 방에서 엠마는 스톤이 집어 드는 물건들을 통해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이제는 향이 다 날아가 버린 양초, 딸아이가 소중히 여긴 자전거, 생쥐를 잡기 위해 치즈를 그려놓은 낙서들, 아이가 받아온 메달들, 함께 찍은 사진들... 괴팍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땡큐”라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는 스톤의 애원도 매몰차게 거절하던 엠마는 처음으로 온 얼굴에 미소를 띄기 시작한다.

엠마는 점점 스톤에게 익숙해진다. 사람처럼 웃기도 하고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기도 하며,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해주며, 자신보다 더 따뜻한 손을 가진 스톤을 통해 엠마는 자신의 삶 속에 자리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하나씩 소환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기억은 너무 가벼워서 쉽게 잊혀지고, 변하고, 사라진다”고 말하는 스톤에게 엠마가 대답한다. “사라진 건 아니지.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일 뿐!”

인간은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기억한다고 말하는 엠마는 사실상 자신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거짓말 같은 세상에 진실 같은 가짜”인 스톤이 불러온 알 수 없는 떨림과 나쁘지 않은 두려움이 왠지 싫지 않다.

그녀는 스톤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적막한 밤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녀의 ‘기억의 서랍장’은 그렇게 열린다. 오래된 숄, 빨간 구두, 귀걸이, 원피스... 서랍장에서 나온 물건들은 그 물건이 품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현실로 불러온다. 행복했던 순간들, 아름다웠던 순간들, 그녀가 가장 빛났던 순간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빨간 구두'를 선물받던 젊은 시절의 '엠마'의 기억장면./사진=좋은사람컴퍼니

기억은 과거의 모습 뿐 아니라 느낌과 감촉, 냄새까지 모든 감각을 일깨운다. 하지만 스톤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품었던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해 낸 엠마는 애써 묻어놓았던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마저 소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랑으로 가득한 ‘행복’이 무너지던 순간이 바로 고통과 절망의 순간이었던 그녀에게 고통과 행복은 맞닿아있고, 기억은 그 어느 한 쪽만 간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은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 내가 의식하지 않는 시간은 ‘현재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억이 없는 의식”이란 있을 수 없고, 나는 내가 기억하는 시간에 따라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 수 있다.

딸에 관한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가운데 나타난 딸 '미아'의 환영. 딸의 환영인지 과거 자신의 환영인지 알 수 없는 젊은 여인은 쌓아놓는 일을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미아의 환영(왼쪽), 엠마(오른쪽))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딸에 관한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가운데 나타난 딸 '미아'의 환영. 딸의 환영인지 과거 자신의 환영인지 알 수 없는 젊은 여인은 쌓아놓는 일을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미아의 환영(왼쪽), 엠마(오른쪽))/사진=좋은사람컴퍼니

엠마는 자신을 과거 속에 가둔다. 그녀가 과거 속에 깊이 뿌리박힌 ‘고통스러운 진실’을 끊임없이 외면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영원히 ‘현재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엠마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하는 버나드가 전하는 그의 엄마의 말처럼 “살아간다는 건 생각은 점점 젊어지는데 나이만 자꾸 많아지는 것”이고,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잘 모르겠을 때에는 자꾸 기억을 해내야” 한다.

‘과거의 나’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또 다른 기억을 만들기 위해 ‘미래의 나’를 향해 허공으로 손을 뻗는 것, 그것이 삶이고 기억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삶은 정지하고, 변화하는 자만이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엠마는 깨닫는다. 살다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고,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도 만나지 못하는 것일 뿐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다. 슬프고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자신을 가둘 순 있지만 그와 동시에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들 역시 놓쳐버릴 수밖에 없다.

고통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나의 죄의식과 슬픔, 절망마저 사랑하는 것, “거짓말 같은 세상에 진짜를 만나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했음”을 인식하는 것, 그것만이 잃어버린 사랑을 지속시키는 길임을 깨달은 엠마는 말한다.

“사랑한 기억들, 아름다운 추억들, 잊지 못할 순간들, 땡큐!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 '엠마'의 행복한 기억 장면.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장면.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 '엠마'의 행복한 기억 장면./사진=좋은사람컴퍼니

물론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에는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버나드와 엠마의 관계, 어린 시절 죽음에 이른 딸 미나의 환영과 젊은 시절 엠마의 기억이 빚어내는 충돌과 같이 설명되지 않는 여러 지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기억하는 우리의 ‘삶’은 사실상 많은 논리적 오류를 품고 있을 때가 많다. 어쩌면 지나온 삶을 추억함에 있어 더 필요한 것은 ‘논리적 사실’이 아니라 ‘감정적 진실’이 아닐까?

엠마의 삶에 깃들어있던 끔찍한 아픔과 고통의 기억, 그녀에게 찾아온 ‘변화’의 시작인 로봇 스톤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를 통해 확인해 봄이 어떨까? 10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가천대, 상지대 등의 대학교에 출강해오면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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