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되어버린 폭력, 그 속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연극 '킬롤로지'
'놀이'가 되어버린 폭력, 그 속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연극 '킬롤로지'
  • 주하영
  • 승인 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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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연극열전7' 첫 번째 작품, 게리 오웬(Gary Owen)의 'Killology'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데이비' 역할을 맡은 배우 이주승, 뒤쪽으로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는 아버지 '알란'의 모습이 보인다./사진=연극열전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연극이 ‘폭력’을 다룰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폭력이 인간에게 내재된 생물학적 경향”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1965년 젊은 층의 유아살해를 다룬 연극 ‘구원‘(Saved)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영국의 극작가 에드워드 본드는 폭력이 발생하는 상황이 품고 있는 사회적 구조의 모순과 개인의 삶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의 정체를 밝힐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대부분의 폭력은 삶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간 폭력은 불공정에 맞서는 대응방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폭력에 대응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폭력의 원인을 찾아내어 그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극작가는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의 상황들을 철저히 검토하고, “폭력의 장면으로부터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는 ‘연극열전7’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킬롤로지‘의 막이 내렸다. 연극 ‘킬롤로지‘는 ‘새로운 작가들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로열코트 극장과 웨일스를 대표하는 셔먼 씨어터가 공동 제작한 ‘게리 오웬’의 2017년 신작으로, 지난해 3월과 5월, 영국 극장계에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웬은 2015년 소외된 젊은 여성의 결핍된 삶과 방황, 사회 구조의 문제를 신랄하게 파헤친 1인극 ‘스플롯의 이피게니아‘(Iphigenia in Splott)로 영국 연극상을 수상한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이다.

“억압받는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오웬은 폭력과 사회, 개인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극 ‘킬롤로지‘를 선보임으로써 2018년 웨일스 씨어터 어워드 ‘최고 극작상’과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데이비가 살해되던 날의 영상을 함께 지켜보는 '폴'(김대승, 왼쪽)과 '알란'(김수현, 오른쪽). 아들이 가장 아버지의 도움을 필요로 했을 순간에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아들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주해야 할 필요를 인식시킨다. 알란은 폴에게 영상을 함께 볼 것을 주장하고, 폴은 자신이 개발한 게임의 결과를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다. 영상은 제시되지 않으며 오직 두 배우의 표정연기와 소음, 대사들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데이비가 살해되던 날의 영상을 함께 지켜보는 '폴'(김승대, 왼쪽)과 '알란'(김수현, 오른쪽). 아들이 가장 아버지의 도움을 필요로 했을 순간에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아들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주해야 할 필요를 인식시킨다. 알란은 폴에게 영상을 함께 볼 것을 주장하고, 폴은 자신이 개발한 게임의 결과를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다. 영상은 제시되지 않으며 오직 두 배우의 표정연기와 소음, 대사들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요구한다./사진=연극열전

게임을 모방한 살인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의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의 모순과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의 부재’라는 문제를 흡입력 있게 펼쳐 보인 연극 ‘킬롤로지‘는 폭력과 사회, 인간의 관계를 매우 심도 있게 탐구한다.

오웬은 로열코트 극장과의 인터뷰 영상에서 “‘킬롤로지‘는 1995년 ‘인간은 살인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살인의 조건화’를 학습시키는 사회의 시스템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데이브 그로스먼의 책 ‘살인의 심리학‘(On Killing)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반복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의식적인 조건화 반응을 양산하는 폭력적인 영상과 게임과 같은 것들이 “실제로 ‘인간을 죽이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음을 밝히며,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폭력을 재현하는 일이 인간을 타락시키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폭력의 이미지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으니 이대로 외면한 채 모든 것을 그냥 계속할까요?”

기술매체의 발달은 아이들이 그 어느 때 보다 쉽게 폭력을 모방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든 ‘추악한 현실’을 낳았다.

‘살해학’이라 번역되는 ‘킬롤로지(Killology)’는 극 중 전 세계를 사로잡은 화제의 ‘온라인 게임’이다.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보더콜리종 강아지 '메이시'를 아홉 살 생일 선물로 받았던 때를 회상하는 '데이비'(장율)/사진=연극열전

어느 날, 게임 ‘킬롤로지’에서 사용되는 살해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여덟 살 여자아이의 자전거를 훔쳐 타고 도로 한복판을 달리던 열여섯 살 남자아이 데이비(Davey)는 아버지의 차를 몰고 나온 열아홉 살 불량배들에게 끌려가 게임에서 최고점을 받을 수 있는 잔혹한 방식으로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된다.

아홉 살 생일 이후 한 번도 아들을 찾지 않았던 아버지 알란(Alan)은 법정에서 불량배들이 자신의 아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던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죽이는 훈련’의 반복적 연습이 몸을 무의식적으로 먼저 반응하도록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견한 알란은 살인을 교육시키는 게임 ‘킬롤로지’를 발명한 폴(Paul)에게 자신의 아들이 살해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인’을 행함으로써 사회의 ‘악’을 제거하고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극은 알란이 ‘살인’을 위해 폴의 아파트에 몰래 잠입해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알란은 관객들을 향해 말한다. “이제 저는 가만히 앉아서 제가 살해할 사람이 오기를 기다릴 겁니다.”

'킬롤로지' 게임의 개발자 '폴'(이율)의 집에 잠입한 데이비의 아버지 '알란'(이석준)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킬롤로지' 게임의 개발자 '폴'(이율)의 집에 잠입한 데이비의 아버지 '알란'(이석준)/사진=연극열전

극은 희생자인 데이비와 아버지 알란, 게임 개발자 폴이라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긴 모놀로그(독백) 형식을 이어가며 얽히고설킨 그들의 관계와 상황을 풀어낸다.

독백은 사건 발생의 흐름을 따르지 않으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때로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 혹은 달라질 수 있었던 현실을 환상처럼 전달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연극 ‘킬롤로지‘에서 주목할 점은 폭력이 가해지고 실행되는 방식이 무대 위에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세세한 묘사로 제공됨으로써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이다.

마치 시각을 통해 폭력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마비되는 것을 경계라도 하듯 오웬은 데이비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끔찍한 폭력의 장면들을 관객들이 귀로 들으면서 온 몸으로 느끼도록 만든다.

상상력을 방해하는 시각이 제거된 ‘청각’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보다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주는 잔혹함과 고통, 좌절감과 분노는 폭력 자체가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폭력이 발생하게 된 궁극적 원인들’을 깨닫도록 만든다.

데이비와 폴은 정반대의 환경 속에서 자라난다.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집을 떠난 아버지와 경제적 빈곤 속에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사이에 방치된 데이비는 ‘아버지’라는 보호막 없이 ‘외로움’ 속에 성장한다.

“매일 밤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기적”이라 여겨질 만큼 사이코패스가 난무하는 학교와 폭력으로 점철된 거리, 그 속에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엄마에게 그 어떤 ‘진실’도 말할 수 없는 데이비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아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아버지 '알란'(이석준). 아들의 아홉 살 생일날 강아지를 선물했던 때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연극열전

그에게 유일하게 따스함과 사랑을 일깨우는 존재는 아버지가 아홉 살 생일선물로 남기고 간 보더콜리종 강아지 ‘메이시‘(Maisie) 뿐이다.

열세 살이 된 데이비는 자신을 위협하는 학교폭력에 맞서기 위해 폭력을 행하고 그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위험 속으로 빠져든다. 부당한 현실 앞에서 자신을 구할 수 없는 데이비는 불량배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메이시를 대신 희생시킨다.

자신의 비겁한 선택과 메이시의 죽음 앞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죄책감, 좌절과 혐오를 경험한 데이비는 불공정한 사회를 향해 치솟는 감정을 가누지 못한 채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을 충분히 의심하면서도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엄마와 경찰들, 해결책을 제공하지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위로만 건네는 선생님들, 모든 책임을 외면한 채 자신과 엄마의 곁을 떠나버린 비겁한 아버지, 불합리한 세상, 벗어날 수 없는 현실...

하지만 분노로 인한 폭력은 겨눠야 할 곳으로 흐르지 못한다. 벌주어야 할 것을 벌하지 못하고 바로 세워야 할 것을 세우지 못하는 좌절과 절망은 솟구칠 곳을 찾아 헤매다 결국 엉뚱한 순간에 잘못된 곳을 향해 분출된다.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을 향해, 자신을 해하지 않을 사람을 향해서 말이다.

분노를 촉매로 한 폭력은 그렇게 연쇄반응을 거듭하며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돌진한다. 그리고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신을 향해 되돌아온다. ‘킬롤로지’라는 게임의 처참한 살해와 복수의 방식으로 말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데이비와는 다르게 모든 혜택을 안고 유복한 가정에 태어난 폴은 “하고 싶은 건 뭐든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보호 속에 성장한다.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자신에게 해를 가하려는 '알란'을 제압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며 게임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폭력의 영향력을 인식하는 폴(이율)/사진=연극열전

하지만 폴은 발을 헛딛고 넘어질 때면 언제나 자신을 잡아줄 아버지의 큰 손이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맹신한 탓에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트래킹을 간 날 밤, 별들을 바라보며 “어둠이란 없어. 원래 다 ‘빛’인거야... 넌 저 별에 갈 수 있단다. 넌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은 폴의 인생을 왜곡된 방식으로 지배한다.

그는 언제나 ‘옳은 가치’를 주장하고 나름의 ‘정답’을 강요해 온 아버지를 향해 반발이라도 하듯 학교를 멀리하고 게임에만 빠져 결국 ‘게임 개발자’가 된다.

“네가 이따위로 시간을 낭비하지만 않았다면 넌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어!”라는 아버지의 비난에 직면한 스물 세 살의 폴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끓어오르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게임을 통해 분출한다.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아버지와 트래킹을 떠났던 날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아버지와 나누었던 대화를 회상하는 '폴'(이율)./사진=연극열전

게임 캐릭터에 아버지의 사진을 붙여놓고 죽이고 해체하는 일을 반복하던 폴은 갑자기 ‘유레카!’를 외친다. “유저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싸움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살인을 위한 게임이었어요!”라고 말하는 폴은 이 모든 성공의 시작이 ‘아버지’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살인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그 게임은 인정받지 못한 아들 폴이 아버지의 ‘억압’을 향해 느끼는 ‘분노’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그가 느꼈을 분노는 다른 유저들이 각자의 삶에서 느꼈을 분노를 자극하고 급기야 인도의 뭄바이에 사는 한 여자 아이가 가장 끔찍한 단계의 살해방법을 고안하는 결과를 낳는다.

여자 아이는 그 대가로 ‘킬롤로지’ 게임의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린다. 아이들은 수익창출을 위한 ‘수요’ 뿐 아니라 심지어 ‘공급’까지 책임진다.

폴은 ‘킬롤로지’ 게임이 자신이 행하는 폭력의 결과를 지켜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게임보다 “도덕적”이라고 외친다. 그는 실제와 게임을 구분하지 못할 위험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사람들은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이 게임을 하는 걸 압니다. 게임에서 돼지가 날아다닌다고 해서 현실에서도 돼지가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나요? 현실과 게임의 차이를 모르는 건 그냥 당신이 미친놈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폭력을 세뇌시킬 위험성에 대한 질문에 폴(김승대)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유저들 개인의 잘못"이라고 항변한다.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게임이 폭력을 세뇌시킬 위험성에 대한 질문에 폴(김승대)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유저들 개인의 잘못"이라고 항변한다./사진=연극열전

연극 ‘킬롤로지‘는 모든 비극의 책임을 무책임하게 자신의 아들을 방치한 아버지 알란이나 이상적인 부모라는 자만에 빠져 고집스럽게 자신의 가치만을 강요했던 폴의 아버지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오웬은 사회가 품고 있는 ‘살해학’ 즉, 아이들이 무방비하게 폭력에 노출될 뿐 아니라 오히려 수익 창출을 위해 이용되는 아픈 현실을 강하게 비난한다.

‘킬롤로지‘는 사회 속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노출한다. 폭력은 부모가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부모들에게 상처 입은 아이들의 ‘분노’와 ‘좌절’로 시작해서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타인을 향한 ‘복수’의 방식으로 실행된다.

가상 세계인 게임, 영화와 같은 상업 제품들은 그들이 품은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는 ‘도구’가 되고, 실제가 아닌 환상이라는 안도는 도를 넘어서는 폭력성을 추구함으로써 자신들이 중독되거나 세뇌되는지도 모른 채 폭력을 ‘학습’하도록 만든다.

폭력의 행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으로 각인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의 순간에 폭발한다. 반복되는 해소의 카타르시스는 죄의식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일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든다.

폭력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놀이’가 된다. 절망한 아이들의 ‘복수’의 욕망을 이용하는 사회, 그 아이들을 지켜내기는커녕 오히려 ‘폭력’으로 내모는 어른들, 오웬이 ‘킬롤로지‘를 통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에 눈을 뜨라!’며 비난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현재의 사회를 방치한 장본인이자 문제를 알면서도 수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어른들, 그리고 그는 아이들을 향해 경고한다.

ㅊ데이비가 구원받을 수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 '환상 속 현실' 장면이다. 아들 '데이비'는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고 병원에서 사람들을 돕는 '포터'가 되어 병원에 실려온 아버지 '알란'과 다시 만나게 된다./사진=연극열전
연극 '킬롤로지' 공연 장면. 데이비가 구원받을 수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 '환상 속 현실' 장면이다. 아들 '데이비'는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고 병원에서 사람들을 돕는 '포터'가 되어 병원에 실려온 아버지 '알란'과 다시 만나게 된다./사진=연극열전

‘너희들이 어떤 식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인지를 인식하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는 깨달음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폭력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공범자이다.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착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유죄’이다.

알란의 대사처럼 “한 번 망가지면 다 망가져 버릴 뿐, 다시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연극은 데이비의 ‘달라질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줄 수 있지만 현실 속의 삶은 지나간 것을 되돌릴 수 없다. 게리 오웬의 질문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우리는 이대로 모든 것을 외면한 채 그대로 이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인가?”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가천대, 상지대 등의 대학교에 출강해오면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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