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리천만배우' 송강호 "시나리오 볼 때 새로운 시선 가장 중시"
[인터뷰] '쓰리천만배우' 송강호 "시나리오 볼 때 새로운 시선 가장 중시"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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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 캐릭터 맡아
-다양한 얼굴 선보인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짝쿵짝'
-"'마약왕'은 인간에 대한 탐구 영화...논쟁 있는 영화되길"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로 국내 최초 쓰리 천만 배우 등극..."시나리오 볼 때 새로운 시선을 가장 중요시"
영화 '마약왕'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사진=쇼박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지난 20여년간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작품의 중심에는 배우 송강호가 있다. 

연극 배우 출신인 그는 1996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에서 단역 배우로 데뷔하며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로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든 그는 그해 '넘버 3'에서 말더듬이 삼류 조폭 역할로 신인상과 조연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2000), '반칙왕'(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변호인'(2013), '밀정'(2016) 등 굵직한 작품에서 장르불문,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지난해 여름엔 '택시운전사'로 '괴물'(2006), '변호인'(2013)에 이어 세번째 '천만배우' 왕좌에 올랐다. '연기의 신', '믿고 보는 배우', '천만 흥행 배우'란 수식어도 낯설지 않다. 

올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혀온 영화 '마약왕' 역시 그의 출연 소식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마약왕'은 1970년대 한국에서 일어난 마약 유통사건을 모티브로 재창작된 영화로, 1970년대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였다가 마약 범죄의 세계에 뛰어든 후 부와 권력을 거머쥔 마약왕 '이두삼'의 흥망성쇠를 그렸다. 

송강호는 그동안 '택시운전사', '변호인', '괴물'에서 선보였던 소시민적인 모습부터 권력과 부를 손에 쥔 마약왕의 광기어린 모습까지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를 펼쳐보인다. 특히 후반부 이두삼이 약에 취해 파멸해 가는 모습은 스크린을 압도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개봉에 앞서 만난 송강호는 인터뷰에서 "마약세계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말했다.

그는 "유쾌한 모습부터 그간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짝쿵짝 뛰었다"고 웃으며 "'송강호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 송강호/사진=쇼박스

"다양한 얼굴 선보인다는 생각에 시나리오 보고 심장 뛰어"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마약을 소재로 한 영화다. 게다가 영화 속 '마약왕' 이두삼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약밀수업자 아니던가.

이 시나리오를 보고 과거 '살인의 추억'(2003), '넘버 3'(1997), '초록 물고기'(1997)에서 보여줬던 유쾌한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후반부에는 그동안 한번도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었고. 관객들 입장에서는 마약왕이란 영화가 '쇼킹'하게 다가올 것이란 심정이 들었다. 그런 지점에 도달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영화 속 유쾌한 소시민적인 모습부터 권력과 부를 손에 쥔 마약왕의 광기 어린 모습까지 이두삼의 다양한 얼굴을 선보인다.

모처럼 심장이 쿵짝쿵짝 뛴다는 느낌이었다. 신나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 전반부는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지만, 후반부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영화 '마약왕' 포스터
영화 '마약왕' 포스터

-메인 포스터 속 중후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다. 조직의 보스 같은 느낌도 나고.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 당시 누군가 내가 노란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 포스터를 보니 영화가 슬플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더라. 이번에는 포스터에 무섭게 등장하니까 정작 내용은 웃길 것 같다는 이런 말이 돌았으면 한다. 실제로도 전반부는 유쾌하고 재미있으니까.  

-'공공의 적'인 마약이란 소재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감독님이나 저나 경험이 전무한 세계에 접근해야 했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관객분들께 어떻게 접근해야 실감나고 현실감있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배우 송강호/사진=쇼박스

 

◆'마약왕'은 "인간에 대한 탐구 영화"...시나리오 볼 때 '이야기의 시선' 중점

-천만관객을 동원한 전작 '택시운전사'(2017) 속 소시민 캐릭터를 떠올리면 이번 캐릭터는 파격적인 선택이다.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마약과 실제 사건을 소재로 다루긴 했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처럼 느껴져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 인간의 비뚤어진 야망과 왜곡된 집착과 파멸이 뒤섞이면서 무너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재 세종대왕의 모습을 그린 '나랏말싸미'란 영화를 찍고 있는데, 세종대왕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고, 그동안 많이 다뤄온 인물 아닌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 역시 이 분의 새로운 고뇌, 훈민정음 창제시 우리가 몰랐던 사실과 정서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볼때 어는 부분을 먼저 보는가. 

이야기의 시선이다. 예를 들면 '대중들이 세종대왕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 것인가'란 새로운 시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다음이 인물을 보면서 접근하는 것 같다. 

&nbsp;영화 '마약왕' 스틸 컷/사진=쇼박스<br>
 영화 '마약왕' 스틸 컷/사진=쇼박스 
&nbsp;영화 '마약왕' 스틸 컷/사진=쇼박스<br>
영화 '마약왕' 스틸 컷/사진=쇼박스 

-가장 고민이 됐던 신이 있다면. 

아무래도 후반부의 감정과 표현들을 어떻게 밀도감 있게 전달할 것인가가 가장 화두였다. 10년이란 한 인물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다보니 마약 밀수자에서 마약왕으로 등극할 때까지 외모 뿐 아니라 내적인 변화들을 담아내야 했다. 

-이두삼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가. 참고한 자료나 모델이 따로 있었나

이두삼의 모델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당시 실존했던 인물들의 총 집합체였다. 40년 전 이야기지만, 당시 환경과 배경에 캐릭터를 잘 녹여가야 했다. 체중관리도 하면서 1970년대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극 초반 타이트한 옷을 입고 춤도 추던 이두삼이 점점 욕망이 커지면서 파멸되는 과정을 담기 위해 외형에도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슬림한 체형이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수염도 나고 둔탁해진 느낌을 살릴려고 노력했다. 

배우 송강호/사진=쇼박스

-후반부 마약에 취한 장면은 연극적 요소가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의도한건가. 

일부로 연극적으로 느껴지도록 찍었다. 약간 무대처럼 느껴지는, 새로운 방식이다. 관객들에게 늘 보여줬던 영화의 방식에서 벗어나 한 인물의 내면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무대화해 형상화시킨 첫 시도였다. 일종의 도전이었기에 위험 부담도 있었지만, 성취감도 있을 것 같더라. 신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이두삼이 마약에 취한 모습은 사실감이 넘쳐서 섬뜩할 정도였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이 있다면 

제가 얼마나 표현했을까만은, 연기의 '정성', 이 정도라도 관객들이 느끼기를 바랬다. 마약에 취한 모습은 사실 우리가 아는 모습이 아니지 않나. 내면의 붕괴 과정도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이고 설득력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고난이도였다. 

연기는 자기가 체화되어야 하기에 연습을 많이 했다. 과거 이창동 감독과 '밀양'(2007)을 함께 할 때 제게 "본인이 느껴라" 이런 말씀을 하셨다. 흉내를 낸다던가 보고 따라한다는 건 중요한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느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참 어려운 과정이다. 

스스로 체화가 되지 않으면 어떠한 완벽한 참고 영상이 있더라도 도움이 안된다. 연구하고 혼자 연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여기에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현장감도 중요하다. 현장감에서 오는 감각을 총 집합해서 연기했다. 

◆ 송강호의 새로운 얼굴 담았다

-극중 맛깔스럽게 부산 사투리를 선보인다. 김해출신이니, 사투리 걱정은 없었겠다. 

굉장히 편하긴 했는데, '밀양' 때도 그렇지만 실제 사투리를 말하면 다들 못알아듣는다. 무대 언어라는게 있다. 토종 사투리를 말하면 그 지역출신이 아니면 어떤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에 전 국민이 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조절을 해야 한다. 발음도 뭉게지지 않고 정확하게 발음해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렵다. 

-사투리 대사에도 직접 참여하기도 했나. 

감독님이 사투리를 잘 몰라서. 하하. 함께 호흡을 맞춘 김소진씨와 김대명씨 고향이 서울이라서 내가 사투리를 가르쳐주고 연습도 함께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너무 못해서 포기할 뻔도 했었다. (웃음) 둘다 뛰어난 배우들이어서, 인내심을 가지고 했더니 나중엔 정말 놀랄만큼 실력이 늘더라. 배우들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배우 송강호/사진=쇼박스

-이번 영화에서 많은 후배 배우들과 함께했다. 배우 배두나와 조정석은 앞서 '괴물'(2006), '관상'(2013)에서 각각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배두나는 막내 여동생같고, 조정석은 동생 같다. 잘 따른다. 매일 장난치고 괴롭히기도 한다. 김대명과 조우진, 이희준 배우와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이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정말 잘하는구나' 생각하다가 실제 대면하니 긴장도 했다.(웃음) 그런데 정말 잘하더라. 변화무쌍한 친구들이다.  

&nbsp;영화 '마약왕' 스틸 컷/사진=쇼박스<br>
 영화 '마약왕'에서 배두나와 함께 호흡을 맞춘 송강호./사진='마약왕' 스틸 컷

-우민호 감독과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나.

우민호 감독은 호방한 스타일인데, 그러면서도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고 예민한 면이 있어 저하고 닮은 구석이 있더라. 잘 맞았다. 

-필모그라피에서 이번 영화는 어떤 의미를 갖을까.

'마약왕' 만큼은 그동안 송강호에게서 못봤던 얼굴의 재발견 또는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그래서 흥행 결과를 떠나 더욱 내겐 소중한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한국 최초 쓰리 천만 배우 등극..."무게감 있는 작품, 일부러 해야겠다는 생각 없어"

-그간 영화 '괴물'(2006), '변호인'(2013), '택시운전사'(2017)를 통해 한국 최초 쓰리 천만 배우로 등극했다. 흥행 배우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흥행 여부는 짐작할 수 없다. 어떤 결과던 겸허히 받아들일 뿐이지. 단지 바라는 것은 흥행을 떠나 논쟁을 이끌어내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점에서 만족스럽다. 익숙함, 그리고 그 익숙함의 배반이 주는 신선함이 공존하다. 관객들이 영화를 본후 '갑론을박'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익숙치 않은 후반부가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갈 것 같다. 

영화 변호인 스틸 컷 사진=주)NEW
 '변호인'(2013) 스틸 컷/사진=NEW
2017년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 '택시운전사'&nbsp;
2017년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컷/사진=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 '변호인' 등 그간의 출연작들을 보면 주로 사회성을 담은 무게감 있는 영화에 출연한다는 시선도 있는데. 

오해다. 어쩌다 보니 지난 10여년 동안 친근한 소시민이면서도 좀 정의로운 모습을 추구하는, 한마디로 진지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것 같다. 간혹 진지한 시나리오가 들어오긴 했지만 일부러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좋은 작품이 들어와서 했을 뿐이다. 그래서 '마약왕' 오히려 더 반가웠다. 다양한 얼굴을 모처럼만에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멜로 영화에 출연할 생각은

난 이미 두편을 했다고 생각한다. 출연작인 영화 '밀양'(2007)이나, '박쥐'(2009)는 사랑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런 멜로가 나와 맞는 것 같다. 남녀의 전형적인 멜로는 잘 안 어울릴 것 같다. 

-공포 영화는 어떤가

안해본 장르라 한 번 해보고 싶다. 공포 영화를 보지는 못하지만 찍고는 싶다. 제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관객들을 보면 쾌감이 느껴질 것 같다. 

배우 송강호/사진=쇼박스

-촬영이 없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배우가 아닌 일반인 송강호의 모습은

게으르지는 않은데, 번잡한걸 싫어해 가만히 있는다. 하하. 근처 동네 산을 오르기도 하고 때론 조깅도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멍'을 때리는데, 가장 편안하다.

-이번 작품에 이어 내년 개봉을 앞둔 '나랏말싸미' 뿐 아니라 '기생충'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가족들의 이야기인데, 봉 감독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지점을 갖고 있다. 현재 쵤영 중인 '나랏말싸미'는 우리가 늘상 들어온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담은 새로운 스토리로 기대가 크다. 두 작품은 '마약왕'과 전혀 다른 지점에 놓여있는 작품이라서 '볼 맛'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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