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개인 극장에 상주할 예술단체를 모집합니다"...이준석 대표의 '파격 프로젝트'
[서영석의 현장인터뷰] "개인 극장에 상주할 예술단체를 모집합니다"...이준석 대표의 '파격 프로젝트'
  • 서영석
  • 승인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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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후플러스 대표, 공연예술분야 지원사업 중단·축소에 직접 팔 걷어
- 소극장 '후암스테이지'과 대본 연습 사무 공간 등 활용해 4개 상주예술단체 모집
이준석 후플러스 대표/사진=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가뭄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대학로에 정부 차원의 예산 삭감으로 다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정부가 수년간 이어오던 공연장 대관료 지원 사업을 폐지했다. 연극인들이 공연을 하면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대관료다.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의 거의 모든 극단들이 대관을 해서 공연을 올린다. 관극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관료로 대관 경쟁이 치열한데, 특히 열악한 극단엔 대관 자체가 ‘가뭄에 콩 나기’를 바랄 정도로 어렵다. 연극 관련 단체, 특히 연극협회는 마땅한 대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기획 전문회사인 ㈜후플러스(대표 이준석)가 엄청난 제안을 들고나와 가뭄에 허덕이는 대학로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그것은 ‘WHO+ 2023년 상주 예술단체 모집’이란 획기적인 제안이다.

후플러스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 '후암스테이지'와 소규모 회의·대본 연습 공간을 활용해 장르 구분 없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판로를 개척하고 예술혼을 불태우며 극장과 공연단체가 상생할 수 있는 약 4개의 상주 예술단체를 모집한다.

후플러스의 대표인 이준석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소강과 완화로 숨통이 트였던 공연예술 분야의 정부 발 지원 사업들의 중단과 축소로 다시 엄동설한을 맡고 있다. 게다가 극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높아진 이자율과 월세로 사업의 존폐를 걱정하는 예술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에 후플러스는 침체 일로의 공연예술계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상생할 예술단체들을 찾는 취지로 운영하는 창의 공간과 '후암스테이지'를 통해 장르 구분 없이 판로를 개척하고 상생할 약 4개의 공연단체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WHO+ 2023년 상주 예술단체 모집’ 포스터/사진=후플러스

대관료는 공연제작비 중 부담이 큰 부분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대관료 지원 사업은 사정이 어려운 극단들에게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중한 지원책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사라진 것이다. 기존의 몇몇 역량 있는 예술단체를 제외하고는 공연에 거의 손을 놓아야 하는 현실을 맞게 됐다. 

전국의 어느 공연단체가 수천만 원이 드는 대관료를 내며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이는 몇몇 상업적 극단을 제외하고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극장 대관의 어려움은 예술단체에도 큰 문제이지만 대관을 해서 극장을 운영해야 하는 극장주에게도 결정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극장주가 월세를 내가며 운영하는 현실에서, 극장 대관이 어려워지면 이들도 바로 폐관이라는 절차를 따라야 하는 운명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상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나와 결기를 다진다. 상주 예술단체로 선정되면 대관료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다만, 전기료, 냉난방비 등의 비용은 사용 단체 부담이다. 또 공연의 수입금을 5대 5로 나눈다는 안전장치를 두었다. 대관료가 무료라는 것은 그야말로 예술공연단체에는 획기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열악한 연극 예술인들의 시각에서 공연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금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연극배우는 보통 가난한 직업이라고들 말한다. 사실, 연극을 해서 돈을 벌긴 쉽지 않다. 필자도 10여 회의 연극 제작을 했지만, 기획 단계부터 90% 이상 제작비를 까먹는다고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 연극이다.

극장 안을 바라보는 이준석 후플러스 대표/사진=서영석

이런 상황의 대처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나름대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극장은 지키고 싶다. 이번 공지도 많은 고민을 했다. 극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공연 수입금을 나눈다고 해도 대관료에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자금 동원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헛웃음만 짓는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이렇게 좋은 제도를 악용하려는 단체의 골라내기지요. 정작 신청을 해 놓고 공연에는 관심이 없고 어찌 됐든 자기들 단체의 연혁 부풀리기에만 골몰하는 단체들이 있거든요. 실제로 10여 회의 공연에 수입금이 단돈 만 원이었던 단체도 있었어요. 그래서 고심 끝에 출연진들의 나이와 경력을 제한 조건으로 안전장치를 했습니다.”

실제 그는 공연기획으로 시작하여 이젠 연출까지 하는 열혈 연극인이다. 또 타 극단의 공연을 홍보, 기획하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남의 일을 도우면서 돈을 모아 극장을 운영하는 유별난 연극인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후플러스의 기획공연 사업이 대학로에 따스한 훈풍이 되어 이준석 대표가 추구하는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서영석
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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