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아트맥과 극단 이이터 합동 공연
- “부모님과 노인들 삶에 관심 갖는 사회가 되길”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모처럼 가슴에 이는 공연이 대학로에 막을 올린다. 연극 ‘만석어매’가 공연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이 공연은 ‘극단 아트맥’(대표 이명희)과 ‘극단 이이터’(대표 김영래)의 합동 공연으로 대학로 베테랑 여배우들의 연기 각축장이기도 하다.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 할 내용을 김영래(‘극단 이이터’대표, 정화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조교수)교수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공연에는 대학로 여배우들의 터줏대감인 이명희(만석 어매 역)를 비롯하여 관록의 정영신(오춘자 역), 김영인(세레나 박 역), 권남희(문 씨 역)와 대학로에서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은 이현주(부산댁 역) 등 대학로 고참 여배우들이 총 출동했다.
다섯 할머니가 행복요양원에서 만나다
‘만석어매’는 인생의 굴곡 많은 다섯 할머니가 요양원에 머무르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그린 휴먼 블랙 코미디다. 행복요양원의 작은 방에 모인 할머니들은 각자 힘들고 슬픈 사연을 가졌다.
인왕산에서 명성을 날리던 무당 오춘자, 늙음을 부정하고 예쁘게만 보이고 싶은 소녀 감성 세레나 박, 평생 폐휴지만 줍다 황혼 이혼당한 부산댁,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왕년의 톱스타 문 씨, 그리고 아들 만석을 잃고 딸 집에 얹혀살다 요양원에 온 만석어미 까지. 더는 갈 곳이 없기에 모두가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고, 그래서 더 안쓰럽다.
그런데 두 명의 할머니가 강제로 최악의 열악한 요양 시설로 옮겨야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들은 끔찍한 요양 시설로 가지 않기 위해 가슴 아린 미완의 음모를 꾸민다. 세상에서 그녀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공간, 할머니들은 세상 밖으로 나갈 마음이 없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픈 마음만이 절실하다. 다섯 할머니는 무사히 그 요양원에서 머물 수 있을까?
휴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김영래 “제 어머니 이야기 담았죠”
김영래 연출가는 “제 어머니 이야기”라며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언젠가 어느 신문에 노인 문제에 대한 사설이 실렸어요. 현재 대한민국 노령인구는 거의 천만에 육박하고 있습니다만 노인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팍팍한 현실이지요. 이런 제반의 문제들을 공론화시키고픈 마음도 있었습니다. 또 어머니가 치매를 앓으셨고, 형이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항상 문을 열어놓고 밥상을 차려놓으셨죠. 이러한 상황들이 작품을 쓰게 만든 동기지요.”
인터뷰 내내 심각한 분위기에서 그가 작품을 대하는 감정이 일반 여타의 작품과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웃음과 감동이 있는 휴먼 블랙 코미디를 표방한다.
김 연출가는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관객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연출 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부모님이나 노인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 이명희 "남의 이야기 아냐...노인문제 공감하는 계기 되길"
극단 ‘아트맥’ 대표이자 배우 이명희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학로의 대표 배우다. 나이 70을 목전에 둔 그녀는 아직도 20대 못지않은 열정과 에너지를 지닌 마당발 배우이다.
이명희는 이 공연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노인 문제가 어떤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노인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공연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기에 예술이라는 범주에 매이고 싶지 않았어요. 관객들은 그저 웃고 즐기는 공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저 역시 나이도 많고 이 공연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며 “내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가슴을 울리는 공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김영인은 이번 공연에서 천진난만한 세레나 박 역을 맡아 특유의 몸짓으로 무대를 휘젓는다.
“이 공연은 이 시대의 갈등과 고민을 다룬 주제라 생각해요. 젊음은 너무 짧고, 순식간에 늙어버립니다. 어르신들도 한때는 팔팔한 청년, 어여쁜 처녀들이었지요. 저도 벌써 나이를 이렇게 먹었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 공연을 통해 벌써 내가 이 나이가 되었나 하는 현실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인간은 모두 늙고 죽습니다. 젊은이들도 젊다고 너무 노인들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곧 자신에게도 다가올 미래니까요.”
그는 이 공연을 통해 “신나고 재미있게 보시다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절대 자식을 버릴 수 없어요. 항상 자식을 위해 희생만 하는 어머니는 우리는 잘 모르고 지내기 일쑤지요. 저도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리허설 공연 보니...너무 착한 연출, 그러나 대학로서 손꼽힐만한 마지막 명장면
각본에 어머니 이야기를 녹였다는 김영래 연출가는 자신과 어머니의 이야기가 극의 줄거리인 만큼 하나도 버리기 아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연출이 너무 착하다. 연출이 착하면 공연을 망친다는 속설이 있다. 대학로에 떠도는 말로, “연출과 배우들이 싸움을 많이 할수록 좋은 공연이 올라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워낙 출중한 배우들이 출연하니 연기에 대한 연출의 조언이 불필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이 성격구축에 혼돈이 왔을 때 연출은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배우들이 갈팡질팡하니 공연은 짜임새가 떨어지고 산만해 보인다. 공연은 치밀한 연출력이 요구된다. 시종일관 똑같은 템포의 공연 연출 역시 관객 입장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진다.
배우들한테 착한 연출은 관객들에게도 너무 친절하다. 자신이 쓴 대본이라 그런지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친절하고 세세히 설명을 다 해 준다. ‘연극의 여운’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연극은 약속이다. 연습을 통해 철저한 연습만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좌장인 이명희 대표의 임무도 막중하다. 물론 공연에서도 충분히 잘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공연은 이른바 날고 긴다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그러나 배우들이 너무도 쉽게 연기에 다가가다 보니 연극 특유의 무대 연기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연극배우의 연기가 타 장르에 비해 달라야 한다는 정설을 보여준다.
반면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무대를 제공한다. 이종성을 비롯해 요양사로 등장하는 강성민, 김민주, 부새연, 함혜정, 김민의 열연은 완성도에는 못 미치지만,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만큼은 여느 유명 배우들 못지않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아쉬움은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 상쇄 되어버린다.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은 이 공연이 대학로에서 손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공연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 아쉽다. 18일부터 23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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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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