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②연극 '변신' 주역을 만나다...정다은 "아버지 같은 연극인이 되고 싶어요"
[서영석의 현장인터뷰] ②연극 '변신' 주역을 만나다...정다은 "아버지 같은 연극인이 되고 싶어요"
  • 서영석
  • 승인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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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호 연출 연극 '변신' 주역...중견배우 김명중·2세 연극인 정다은·바둑선수 출신 배우 강운
- 2019년에 이은 ‘극단 이구아구’의 앙코르 공연
- 김명중 "명퇴 없는 배우 인생...항상 신인이라는 자세로"
- 정다은, 아버지 정재호 연출가 뒤이어 '2세 연극인' 활약
- 바둑선수 출신 배우 강운 "꿈같은 공연이죠"
연극 ‘변신’ 연습 현장/사진=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부조리냐, 실존이냐? 질문부터 쉽지 않다. 그러면 답은?  

실존주의 작가로 알려진 F. 카프카(1883-1924)의 ‘변신’이 기존의 멤버와 새로운 배우들과 앙코르에 들어간다. ‘대학로에서 가장 믿을만한 연출가’ 정재호의 연출로 말이다.

일반적으로 ‘변신’은 현대인의 소외 현상과 삶의 부조리라 알려져 있다. 작품적 특성은 의인화된 벌레를 등장시켜 우화의 형식과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을 벌레로 변화시켜 관객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어려운 발상을 카프카가 해낸 것이다.  

작품은 가족의 경제를 떠맡은 그레고르가 어느 날 아침, 다각류의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해 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그의 출근을 재촉하지만 벌레로 변해버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에 회사의 지배인이 찾아와 그레고르의 결근을 다그치고, 방문을 열어본 그들은 경악한다. 이후 가족들은 아들에게 먹을 것을 방으로 넣어주며 그를 보살피지만 더 이상 가족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그레고르를 기피한다. 이윽고 거추장스러워진 그레고르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가족들은 다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①카프카 '변신' 무대에 올린 정재호 연출 이어서

중견배우 김명중, "초심을 잊지 않고 항상 신인이라고 생각"

연극 ‘변신’ 연습 현장에서 만난 배우 김명중/사진=서영석

이 공연에는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중견 배우 김명중은 그레고르의 아버지 역으로 처음 합류했다. 그는 대학로를 이끄는 중심 배우이기도 하다. 방랑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대한민국 연극제 참가작 ‘산 너머 고개 너머’를 관극하고 연극의 매력에 빠져 배우의 길을 택했단다. 서울예전을 졸업 후 극단 생활을 전전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배우는 아니었다.

“1982년 국립극단에서 단역배우로 데뷔를 했어요. 비록 단역이지만 어린 나이에 국립과 공연한다고 기고만장했지요. 대선배님들에게 발성 등 배우의 기본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런 대배우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러나 자존심이 너무 셌어요. 큰 키와 멋진 성대, 말끔한 외모가 배우로 자신이 있어 선배들의 충고를 무시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렸지요.”

그렇게 허송한 시간이 안타깝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매달렸단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김정호 연출의 ‘핏대’였어요. 연출이 제게 많은 부분을 할애해 주셔서 연극에 대한 획기적 발전을 할 수 있었죠. 눈이 뜨였다고 할까요? 젊은 시절 배낭여행으로 50여 개국을 돌았어요. 고생하면서도 그때의 기억들이 인간 생활에는 물론 배우 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항상 신인이라는 자세로 작품에 임한다”고 말하는 그의 해맑은 웃음에는 선한 성품이 묻어난다. “제 친구들은 거의 명퇴를 했어요. 시간 보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 공연이 밀려들어 정신이 없어요.” 

정재호 연출가 딸, '2세 연극인' 정다은 "아버지처럼 신뢰할 수 있는 연기자 되고 싶어요"

연극 ‘변신’ 연습 현장에서 만난 배우 정다은/사진=서영석

배우 정다은은 이 작품에서 맑고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는 그레고르의 여동생 그레타 역을 맡았다. 여리한 외모와 달리 내면은 단단한 배우다. 서울예대에서 연출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선 연기전공으로 바꾼 석사 연기자로 데뷔 6년 차의 신인급 배우다. 

“어린 시절 할머니들 손에서 자랐어요. 항상 조용한 아이였던 것 같아요. 감성이 풍부한데, 할머니 유전자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혼자 밥 먹고 누군가를 기다렸던 정적의 시간들, 할머니의 지극했던 사랑과 엄마에 대한 갈망이 조용한 아이로 만들었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색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됐죠.”

그의 아버지는 정재호 감독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연극인생을 걷는 2세 연극인인 셈이다. 정다은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무대 위에서 노는 것을 즐겼다"며 "아마 배우가 천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가 연극인의 길로 들어선 이유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의 삶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 보여서요. 배우의 기질이 있었나 봐요. 기억에 어린 시절 아버지가 러시아 극단과 작업을 하신적이 있어요. 그 공연 CD를 아버지에게 구해 배우들처럼 무대로 설정하고 똑같이 따라하며 혼자 연기하며 놀았어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러시아 배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고요.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연극이란 직업이 불안해서 다가가지 못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의 무대 데뷔도 아버지의 작품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2017)였다. 아버지와 함께 작품을 하는 장담점에 대해 묻자 "질풍노도의 시절에 아버지에게 많이 대들었다. 하지만 작품에 돌입하면 아버지를 존경한다. 배우로서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요즘은 아버지 말씀에 무조건 따른다"며 "아버지도 딸이라고 봐주는 것이 없어 서운할 때도 있다”고 웃었다.  

“제 장점이요? 대사를 잘 외워요. 대사 외우는 데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겁니다. 끼는 부족하지만, 어릴 때부터 악기(피아노, 플롯 등)를 했기에 음악적 재질도 풍부하고 발레를 했기에 춤은 자신 있어요. 그러나 감정의 폭을 넘나드는 연기는 어려워요. 이를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다은은 “아버지처럼 신뢰할 수 있는 연극인이 되고 싶다”며 ”누구나 함께 작업을 하고픈 배우가 꿈”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국가대표 바둑선수 출신 강운, 스페인서 봤던 뮤지컬에 매료되어 배우로 전향

연극 ‘변신’ 연습 현장에서 만난 배우 강운/사진=서영석

이 공연의 또 한 명의 심상찮은 배우, 그레고르 역(정형철과 더블캐스팅)의 강운은 1996년 생의 부산 출신이다. 국가대표 바둑선수(아마 5단)였다는 그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중학교 때 세계 바둑대회 출전 중 스페인에서 봤던 뮤지컬 한편에 매료되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귀국 후 바로 연기학원에 등록, 일산의 고양예고로 진학을 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고교 2학년 때 부산의 영상예술고등학교로 전학, 부산예대에서 배우로서의 기본을 닦았단다. 이후 2022년 정재호 감독의 ‘안티고네’로 데뷔, ‘1919 필라델피아’, ‘운악’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 배우다.

“작품이 요구하는 인물의 표현에 자신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변신’ 같은 신표현주의(?) 연기가 맞는 것 같아요. 꿈같은 공연이지요. 매 순간 한계에 부딪히는 작업이지만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품이기에 순간순간 긴장을 하면서 작품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배우 이전에 인간 그레고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단 한 번의 공연이라도 정확하게 배역을 소화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공연에는 이 외 서광재(아버지 역 더블), 이은향·임은연(어머니 역 더블), 엄지용·정지환(지배인 역 더블) , 정형렬(그레고르 더블)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동한다. 특히 임은연은 현재 대학로의 대표 여배우로 불꽃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극단 이구아구’(대표 정재호)의 ‘변신’은 7월 27일~8월 6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된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서영석
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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