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대문호 고골의 풍자극 '검찰관'...송훈상 연출"'부익부 빈익빈' 서민들의 박탈감 담고 싶었죠"
[서영석의 현장인터뷰] 대문호 고골의 풍자극 '검찰관'...송훈상 연출"'부익부 빈익빈' 서민들의 박탈감 담고 싶었죠"
  • 서영석
  • 승인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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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코미디 정수' 대문호 고골의 ‘눈물을 통한 웃음’ 풍자극
- 강희영 비롯 대학로의 고참 배우들의 연기 향연
- 속물근성 인간들 꼬집는 블랙코미디...카타르시스 만끽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연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만난 송훈상 연출/사진=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검찰관’의 막이 올랐다. 이 작품은 ‘눈물을 통한 웃음’이라는 블랙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는 연극이다.

‘눈물을 통한 웃음’이라고 회자되는 고골의 풍자기법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공연은 시골의 시장 등 유지들이 ‘어벙한’ 지방 하급직 관리를 검찰관으로 오인하면서 벌어지는 사태를 직접 화법으로 펼쳐 보인다.

시장과 판사 등 유지들이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감추기 위해 검찰관으로 오인당한 홀레스따코프에게 뇌물을 바치며 벌어지는 풍자극이다. 홀레스따코프는 허영과 엉뚱한 자만으로 우스꽝스럽고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적인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이 공연은 극단 춘추의 초대 대표인 고 문고헌 연출가의 2주기 추모 공연이자 그의 대표적 연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못돼먹은 속물 인간들이 하찮은 관리에게 쩔쩔매며 당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는 연극이다.

공연적 장점으로는 강희영을 비롯한 대학로의 고참 배우들의 대거 참여로 멋진 배우예술의 진수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 앞으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배우들 평균 연령이 이 공연을 넘어설 작품은 드물 것이다.

극의 배경은 러시아 어느 소도시. 이곳에 암행 검찰관이 온다는 소식에 전해진다. 시장과 판사, 병원장, 우체국장 등 도시의 관리들은 여관에 묵고 있는 하급 관리 홀레스따고프를 암행 검찰관으로 착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가짜 검찰관에게 돈을 비롯한 온갖 뇌물을 갖다 바치고 연회까지 베풀어 준다.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홀레스따고프는 관리들의 아부와 아첨에 도취되어 온갖 허풍을 떨며 그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시장의 딸에게 청혼을, 부인에게도 수작을 건다. 홀레스따고프의 허풍에 넘어간 사장은 고위관리를 사위로 맞게 되었다고 축제 분위기가 된다. 더는 빨아먹을 게 없다고 판단한 홀레스따고프는 친구에게 이 사태를 편지로 부치고 마을을 떠난다.

우체국장은 혹시나 자신들의 비위 사실이 들은 편지일까 봐 호기심에 편지를 뜯어 읽어본다. 그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아챈 우체국장은 관료들에게 그는 가짜였다고 전하자 경악에 빠진 이들에게 진짜 검찰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전해지면서 막이 내린다.

관료들의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풍자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이 공연의 연출을 맡은 송훈상(‘극단 춘추’ 대표)은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통파 연출가이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는 뭔가 석연치 않은 그림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현시대에 근 2백 년 전의 러시아 시대 상황에 대해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본을 통해 어느 정도의 파악이나 유추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연출은 이를 무시한건지, 간과한건지 의문이 든다. 몇몇 배우들에게 우리네 조선 시대의 그림이 엿보이는데, 한국적 해석이라면 통용 가능도 하겠지만 여타의 배우들은 러시아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통일된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은 동서양 연기가 어우러진 묘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이것이 만약 연출의 의도라면 그를 이 시대 최고의 연출가 반열에 올려도 무방할 것이다.

송훈상 연출은 연출 의도에 대해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공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익부 빈익빈의 열악한 상황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엄청납니다. 물론 예술가의 빈곤은 예술의 태생에서부터 함께 했기에 감수할 수 있지만, 여타의 서민들에게 관료들의 이중적 물질 만능에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기에 이에 대해 풍자(욕)를 하고 싶었죠. 마침 선생님(고 문고헌 연출가) 2주기이기도 하고 대표작이기도 해서 제작을 마음먹었습니다.”

이 공연에서 독특한 연기로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다. 병원장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정이주는 대학로의 연기파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지망생이었다. 가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대학 시절 탤런트 시험에 1차를 통과하고도 연극에 매료돼 연극배우로 전환을 했단다.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송훈상 연출의 연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정이주./사진=서영석

결혼과 육아로 한참을 무대와 떨어져 살았다는 정이주는 "무대를 사랑하고 좋아하기에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흥분 된다"며 공연을 앞둔 심정을 전했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가정에서 부인과 엄마의 역에서 벗어나 다시 배우로 서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지요. 개인적으로 체홉의 작품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의 출연 배우의 이름도 아르까지나로 바꿀 정도로 체홉의 작품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선 러시아 작품을 2번을 해 봤기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번역극 위주로 배우 생활을 해 왔기에 해석에 대한 자신도 있었기에 작품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무대를 비웠던 시간이 많았기에 바닥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연기를 돌아보는 계기와 인생을 정리해본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권력에 아부하고 서민에겐 으름장을 놓는 우리네 현실과 너무 맞아떨어지잖아요? 너무 재미있고 즐겁게 작업을 한답니다. 요즘 젊은 배우들이 너무 방송이나 영화에 매진하는 경우가 허다해 안타깝습니다. 먼저 인간이 되어야 배우가 되는데 연기를 기술로 인식하는 천박한 배우들이 있어요. 그러니 배타적 연기가 나오고 공연에서 하모니가 어려워지지요. 저는 무대를 위해선 모든 것 버린답니다. 버림으로써 다른 것들이 채워지니까요.”

인생을 살아온 중년 배우의 뼈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 고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송훈상 연출의 풍자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송훈상 연출의 연극 ‘검찰관’ 연습실에서 열연 중인 배우 유동하/사진=서영석

이 작품에서 과분한 역을 맡았다는, 주인공 홀레스따고프역의 유동하는 “후회하지 않을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이번 캐스팅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 시절 환경학을 전공했던 그는 연기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극단을 찾아갔고, 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부부가 배우인 그는 어렵더라도 끝까지 연기자의 길을 외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다.

“다른 인생을 살아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연기자의 길로 턴했죠. 이 작품은 우연한 기회에 캐스팅이 됐어요. 처음엔 막막하기도 하고 부담이 됐어요. 하지만 정통 극에서의 주인공 역에 엄청난 매력을 느껴 참가를 결정했어요. 대 선배님들과 같이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매일 배우면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공연에는 예술감독 정욱, 상임고문 김영무, 의상 이규태, 기획 이한순, 심홍철, 김소애, 캐리커쳐 류장천, 진행 현수현이 참여했다. 출연진으로는 판사역 강희영, 병원장 정이주, 우체국장에 김명중, 오시프 역에 김대환, 보프친스키 이윤상, 하인과 헌병 역에 권영민, 시장 이창익, 시장 부인 안나 역에 김주현, 마리아 역 김현숙, 홀레스따코프를 유동하가 맡았다. 공연은 2월 5일까지 대학로 한성아트홀1관에서 공연된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서영석
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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