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①3인 3색 연극 ‘안티고네’를 만나다...정재호 연출편, 용들이 솟구친다
[서영석의 현장인터뷰]①3인 3색 연극 ‘안티고네’를 만나다...정재호 연출편, 용들이 솟구친다
  • 서영석
  • 승인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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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가 정재호, 권혁우, 송훈상의 '3인 3색' 연극 ‘안티고네’ 대학로 무대에
- 장 아누이의 각색본을 택한 ‘극단 이구아구’ 정재호 연출
- 배우 서광재 "정 연출의 주제 표출 감각 명확...작품 몰입도 높여"
- 배우 장주연 "연극 무대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대학로에서 자그마한 연극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 '제3회 3인 3색' 공연(8월 17일~9월 4일까지)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인 3색' 페스티벌은 대학로의 중견 연출가 3인이 동일한 희곡으로 각기 다른 배우들과 작업을 해 같은 극장에 올리는 프로젝트로,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 정재호 연출가, ‘예술공작소 몽상(夢想)’ 대표 권혁우 연출가, ‘극단 RM’의 대표 송훈상 연출가는 2020년 제1회 ‘현혹’(황대현 작)을 시작으로, 2회 ‘산돼지’(김우진 작)에 이어 올해 소포클레스의 희랍극 ‘안티고네’로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3회 역시 같은 연출가들이 참여한 ‘안티고네’ 공연이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서 꾸며졌다. 첫 번째(2022.8.17~21) 무대는 정재호 연출이, 두번째(8.23~28) 주자는 권혁우 연출, 마지막(8.30~9.4) 주자는 송훈상 연출이 해석한 ‘안티고네’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재해석한 3색의 ‘안티고네’가 궁금했다. 현장에서 만난 '3인 3색' 무대의 주역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 인터뷰를 총 세 편에 걸쳐서 게재한다. 

'3인 3색' 첫 주자 ‘극단 이구아구’ 정재호 연출 

‘극단 이구아구’ 대표 정재호 연출./사진=서영석

'3인 3색' 페스티벌의 대표 격인 ‘극단 이구아구’의 정재호 연출은, “이 시대에 희랍극을 하는 이유는 통치권자를 위한 인위적인 법(국법)과 인간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법(윤리와 도덕)의 간극을 토로해보고자 작품을 선정”했다고 한다.

법은 인간들의 질서를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엉뚱하게도 통치권자의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도 하는 형태에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가 시대를 초월해 세계 각국에서 무대화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3인 3색 페스티벌의 첫 번째 주자로 무대를 올린 정재호 연출은 소포클레스의 원전 중 장 아누이의 각색본을 택했다. 

그는 "장 아누이의 각색본과 저의 시각이 많은 부분에서 동일했다"며 "인간의 법과 권력의 법과의 이질성을 보는 시각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재와 동일시하기엔 무리가 따르겠지만, 작품에서 세상이 크레온 왕의 권력에 의해 망가져가는 것이 안타까웠죠. 극 속 죽은 오빠의 시신에 당연히 흙을 덮어줘야 한다는 안티고네의 위험한 발상이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한마디로 인간사가 압축된 작품입니다. 저는 작품에 ‘정원사’라는 인물을 삽입해, 정원사(꽃나무를 가꾸어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람)를 통해 이 작품의 설명에 주력했어요.”

이구아나의 '안티고네' 리허설 장면
‘극단 이구아구’의 '안티고네' 리허설 장면./사진=극단 제공

정 연출은 현재 대학로를 대표하는 연출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일반적으로 연극무대에서 쓰지 않는 정직선이란 생소한 행동선으로 대학로를 깜짝 놀라게 했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생뚱맞은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여느 공연과 달리 막이 열리기도 전에 배우들이 무대 후면에 정자세로 앉아있다.

정 연출은 이 장면을 “2500년 전에 죽었던 시체들로 가늠했다”며 “하지만 공연 시작과 동시에 이들은 긴 잠에서 깨어나 현대인으로 다시 환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연출의 뛰어난 발상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극단 이구아구의 '안티고네' 리허설 장면./사진=극단 제공

병정의 외침에 이들은 2천 년의 휴식에서 화들짝 깨어난다. 정재호의 ‘안티고네’는 이렇게 시작된다. 배우들에게 ‘절제’를 주문했던 연출은 공연이 진행되면서 휘몰아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극이 진행되면서 크레온 왕(배찬태)과 죠나(임은연)의 폭발적 연기와 안티고네(장주연), 이즈메네(정다은)의 차분한 앙상블은 정통고전 연극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공연에서 정원사 역을 맡은 배우 서광재는 진중한 연기로 극의 완성도에 힘을 더한다. 

“평소 크레온왕 역을 탐냈는데 공연을 마치고 나니 정원사 역에 많은 애착이 가더라고요. 특히 이번 공연에서 정재호 연출의 주제 표출 감각이 명확해서 작품에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연출적 시도는 관객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거든요. ”

이구아나 배우 서광재 서광재 제공
배우 서광재/사진=서광재 제공

정통 그리스 사극은 이 시대에 만나기 흔치 않은 공연이다. 그는 “물론 관객들의 취향에 아부하는 현대 멜로물들이 판을 치고는 있지만 그래도 진지한 고전극에 매력을 느끼는 관객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이러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진중한 정통고전극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서광재는 배우이자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그에게 후배 배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배우는 무엇보다 연출의 의도를 잘 따라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힘겨운 연기를 묵묵히 수행해 주신 배우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연기술에 치중하는 배우보다는 관객과의 가슴으로 울림을 가질 수 있는 진솔한 배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극단 이구아구의 '안티고네'의 연습장면/사진=극단 제공

더불어 이 공연에서 안티고네 역을 맡은 장주연은 안양예고와 명지전문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배우이다. 방송과 영화에 매진하다가 어렵게 연극의 길로 들어섰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무대 위 연출의 지시에 집중하며 다소 긴장했던 표청은 어느새 사라지고 미소와 행복함으로 물들었다. 

그는 “다시 공부한다는 신선함이 있다”며 “방송에서는 주로 단역으로 많이 출연하다가 이런 큰 역을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 감독님께 역할 제안을 받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부담감이 컸죠. 과연 내가 이 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연출님이 연출만 믿고 따라 오라고 하셨죠. 공연을 마치고 나니 엄청난 행복감이 밀려오는데 연극 무대가 이런 매력이 있는 줄 몰랐어요. 조금 더 안티고네를 구현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짧은 공연 기간이 야속하더라고요. 아직 많이 부족한 저를 잘 이끌어 주신 연출님과 서광재, 이은향, 임은연 선배님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이구아나 안티고네 역 배우 장주연입니다. 장주연 제공.
안티고네 역의 배우 장주연/사진=장주연 제공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제가 해야 할 일에 더 많이 집중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아이의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고희선이 조연출을 맡았던 이 공연의 각색은 김옥미, 안무에 김석중, 홍보 정영숙, 조명 김광훈, 무대감독 정지수, 음악에 박광배와 류혜원이 담당했다. 출연진은 배우 서광재, 이은향, 임은연, 장주연, 배찬태, 정다은, 강운, 남병우, 차승우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서영석
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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