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전설의 복서' 장정구 전 챔피언 "글러브와 사각 링은 나의 동반자였다"
[인터뷰365] '전설의 복서' 장정구 전 챔피언 "글러브와 사각 링은 나의 동반자였다"
  • 김건탁 인터뷰어
  • 승인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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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살 권투 입문...2023년 WBC 라이트 플라이급(48kg이하) 세계챔피언 타이틀 획득 40주년
- 1983년부터 1988년까지 5년 7개월의 시간, 열다섯 번(15차) 타이틀 방어전을 지켜 낸 챔피언 벨트
-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후배들을 위한 받침대 역할에 충실할 것"
WBC 라이트 플라이급 15차 타이틀 방어전을 지켜낸 장정구 챔프.
WBC 라이트 플라이급 15차 타이틀 방어전을 지켜낸 장정구 챔프./사진=장정구 제공

인터뷰365 김건탁 인터뷰어 = 1970년대와 80년대 권투는 국민스포츠였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권투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한가운데 장정구 챔프가 있었다. 12살 어린 시절 권투에 입문하여 대한민국 권투(스포츠)를 세계적으로 알린 후, 지금도 권투만을 생각하며 외길을 걷고 있는 장정구 챔프. 본지는 2000년 WBC선정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복서 25인 선정’과 2010년 6월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장정구 전 챔피언을 만나 지금까지 그가 걸어 온 권투 외길 인생을 취재했다.

- 근황소개와 함께 인사말을 부탁드린다.

"권투인 장정구입니다. 평생을 해 온 권투(운동)라 요즘도 선릉에 위치한 체육관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방향을 잘 못 잡거나 궁금한 부분들이 있으면 조언을 건네며 선후배들 행사나 경조사 등이 있으면 참석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유별났던 어린시절...14살에 아마추어 권투선수로 데뷔

- 1980대는 한국 복싱의 황금기였다. 그 중심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는데 권투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

"제 고향이 부산 서구입니다. 부유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2남 3녀 중 막내였기에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유별났습니다. 몸집이 큰 친구들에게는 지는 것이 싫어서(힘으로 안 되기에) 피가 나도록 깨물고 도망도 다녔습니다. 당시 매주 일요일 저녁 MBC에서 ‘챔피언 스카우트’란 복싱 프로를 했는데, 이 프로를 보려고 7살 위 누나랑 엄청나게 싸웠습니다. 챔피언 스카우드를 시청할 생각으로 한 주를 기다렸는데 공교롭게 누나가 좋아하는 가요 프로그램과 시간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12살 때 어머니께 체육관 입관비와 회비 1500원을 받아 부산 극동체육관에 입문하여 14살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데뷔했습니다. 그 후, 부산 아마추어 선수권 모스키토급 준우승과 부산 신인선수권 우승이라는 성적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2살 어린 시절부터, 복싱 세계 챔피언을 꿈꾸었던 장정구
12살 어린 시절부터, 복싱 세계 챔피언을 꿈꾸었던 장정구

- 혹자들은 ‘타고난 싸움꾼’이라 말한다. 14살에 아마추어 복싱 계에 데뷔하여 곧바로 부산 신인선수권 대회 우승, 최고선수권 준우승 등을 차지하셨습니다. 하지만 학력 때문에 많은 설움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셨는데.

"제가 고등학교 학력이 없다는 부분을 문제 삼아 다른 체육관에서 대회 출전에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결국 78년 전국 체전 고등부 출전을 불허 당했습니다. 이때부터 협회와 관계기관의 이해 할 수 없는 행정과 판단이 거듭됐고 79년 만 16세 나이로 전국체전 일반부 부산 선발전에 출전하여 우승했지만 결국 다른 선수가 본선 출전 자격을 가져갔습니다. 당시 어린나이였기에 억울한 마음에 운동을 그만두려 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소속 관장과 사범의 권유로 프로로 전향하였습니다."

기록적인 15차 방어전 

- 내년(2023년)이면 WBC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챔피언이 된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15차 방어전을 치른 것은 경이로운 기록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장정구 챔프의 ‘의지력’과 오직 권투에 대한 ‘열정’이 만들어 낸 금자탑이었다. 당시를 회고하신다면.

"프로 전향 후 ‘MBC 신인왕전’에서 데뷔전 포함 6연승을 하면서, 해당 체급 우승과 우수선수로 수상을 하였습니다. 82년 7월까지 18연승(7KO)을 하자 WBC 챔피언 일라리오 사파다와 경기가 잡혔습니다. 어린이대공원 잔디밭에서 훈련도중 맨발로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던 과정에서 엄지손톱만한 유리조각을 밝았습니다. 의사선생님이 한 달 정도는 쉬어야 한다고 하셨지만 일주일 후 시합이었기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결국 82년 9월 15라운드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1-2 판정패를 당했습니다. 이 패배가 없었다면 15차까지 방어전을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 자신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경기였습니다. 바로 상대방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습관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83년 3월(6개월 후) 알라리오 사파타와 리턴 매치가 이루어졌고 3회 TKO로 승리하면서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1983년 WBC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정정구 챔프. 사진제공=장정구
1983년 WBC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정정구 챔프./사진=장정구 제공

- 그 수많은 경기 중, 기억이 남는 경기는.

"1988년 일본에서 오하시 히데유키 선수와 치렀던 마지막 15차 방어전입니다. 당시 권투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 한-일전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시대적 상황이었습니다. 상대인 오하시 선수는 11차 방어전에서 맞붙어 이기기는 했지만 일본에서는 100년(한 세기)만에 나올 만한 천재복서라며 추앙받던 선수였습니다. 심리적 부담이 큰 경기였습니다. 더욱이 첫 해외 원정경기가 일본이었고. 안방(국내)에서만 이긴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죽기 살기로 몰아붙였습니다. 그 결과 7번을 다운 시키면서 8회 TKO승을 거두었습니다."

장정구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 경기
장정구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 경기/사진=장정구 제공

- 힘든 시절 장정구 챔프를 뒤에서 후원하신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 분들과의 사연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들이 있는데, 앞서도 잠깐 말씀 드렸지만 제 권투인생에서 첫 번째 패배를 기록 한 날입니다. 3~4일 잠을 못 잤습니다. 그동안 내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상대선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연구)과 여러 각도의 전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시합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스포츠계(권투 포함)는 주먹구구식이었기에 선수들을 위한 경기가 아닌, 프로모터들과 몇 몇의 특정인들을 위한 시합이 개최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은 어떠한 보호 장치도 없이 무방비로 경기에 임하였고 계약금과 대전료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면서 경기를 뛰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던, 정풍물산 문덕만 회장님과 사모 심영자 여사께서 권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자택에 생활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 주셨습니다. 저를 친아들처럼 보살펴 준 심영자 여사를 ‘어머니’로 생각하며 돌아가실 때 까지 은혜(마음)를 잊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위대한 복서 25인 선정..."'희망찬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 지난 2000년 WBC가 선정한 ‘20세기 위대한 복서 25인’에 선정되었고 아울러 20010년에는 프로복싱기자협회선정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당시 대한민국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기뻐했다. 그간의 소외를 말씀하신다면.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은, 국민여러분의 성원과 아낌없는 사랑 때문입니다. 15차 방어전을 마치고 챔피언 벨트를 반납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흘려온 땀방울과 노력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가는. 1991년 5월 마지막 경기로 은퇴했지만 지금도 저를 챔피언으로 기억해 주시는 국민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진. 2017년 12월. 미국 라스베거스 미라지호텔에서 개최된 세계복싱평의회(WBC) 제 15차 총회. 팬들이 선정한 위대한 선수 34인 선정 기념 챔피언 벨트. 왼쪽 장정구 챔프 오른쪽 마이크 타이슨
2017년 12월. 미국 라스베거스 미라지호텔에서 개최된 세계복싱평의회(WBC) 제 15차 총회. 팬들이 선정한 위대한 선수 34인 선정 기념 챔피언 벨트. 왼쪽 장정구 챔프 오른쪽 마이크 타이슨./사진=장정구 제공

- 챔프의 인생철학(人生哲學)은 무엇인가.

"제 인생의 모든 것은, 권투글러브와 사각 링 안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천인소지 무병이사”(天人所指 無病而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손가락 받을 일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정도를 지키는 삶,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현재 준비하고 있는 일이나 계획 중인 사항은 무엇인가.

"내년 2023년이 WBC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선후배님들을 모시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권투를 배우면서 땀 흘리는 후배들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몇 분의 선배들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너무나 힘들게 운동을 했기에 후배들은 조금이라도 편히 운동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본지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정구 전 챔피언
인터뷰365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정구 전 챔피언

- 후학들과 국민 여러분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지난 몇 년, 코로나19로 인하여 국민여러분 모두 엄청난 시련을 겪으셨습니다. 일상으로 돌아 온 현재. 저희 복싱(권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인이 더욱 열심히 하여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노력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 40여년의 시간을 함께 웃고 울어 주신 펜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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