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할리우드 대작 주역 꿰찬 '헤일로' 하예린 "어린시절 외할머니(손숙) 연극 보며 꿈 키웠죠"
[인터뷰365] 할리우드 대작 주역 꿰찬 '헤일로' 하예린 "어린시절 외할머니(손숙) 연극 보며 꿈 키웠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2.06.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호주 연극 무대서 경험 쌓아...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참여 파라마운트+ 대작 '헤일로'로 데뷔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배우 하예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제작한 SF 시리즈 '헤일로'의 주역을 꿰찬 신예다. 

OTT티빙에 론칭한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공개된 '헤일로'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한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Xbox 게임 ‘헤일로’가 원작이다. 26세기를 배경으로 인류와 인류가 만들어낸 최강의 전사 ‘마스터 치프’와 외계 종족 코버넌트의 갈등이 큰 줄거리다. 하예린이 맡은 '관하' 역은 마드리갈이란 행성에 거주하던 반란군의 리더의 딸로 등장한다.  

호주 연극 무대에서 연기 경험을 쌓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할리우드 주연급 배우로 이름을 올린 그는 알고보니 원로 연극배우 손숙의 외손녀였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외할머니의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외할머니의 연기 재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듯 '헤일로'에서 신인 답지 않은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를 이어간 그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경험 덕분"이라고 말했다.

동양인 역할, 무조건 그 기회를 잡아야 했다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 '헤일로'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는 물론, 한국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뿌듯하고 영광스럽다. 한국 시청자들도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할리우드 시리즈이지만, 한국어 대사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동양인 배우로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연극배우 출신으로 호주에서 연극을 주로 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되었나.

"대학교(시드니 국립극예술원(NIDA))에서 마지막 졸업 공연 중이었다. 선배가 '헤일로' 배우 모집 공고를 봤는데, 지원해보라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6살 동양 소녀를 뽑는데, 저와 맞을 것 같다면서. 그래서 1분짜리 자기소개 영상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7개월간 오디션이 진행됐다. 처음엔 '헤일로' 오디션인 것도 몰랐다. 첫 장면 대본에서 '마스터치프'라는 인물을 보고 그때야 '헤일로'라는 걸 깨달았다. 최종적으로 출연이 확정이 됐을 때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촬영장을 처음 갔을 때도 믿기지 않고 마치 꿈 같았다."

'헤일로' 장면/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장면/사진=파라마운트+

- 상업영화 대작은 첫 데뷔인데. 부담은 없었나. 

"외국에서는 동양인 역할이 생기면 무조건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제가 신인 배우이니 모든 기회를 잡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자는 각오였다. 부담감이 컸는데, 그러면 연기를 잘 못 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해서 그 부담감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손숙 "내가 하예린의 할머니가 되겠다"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하예린은 2019년 미국 ABC의 시리즈물 '리프 브레이크'(Reef Break)로 데뷔하며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시드니 연극 무대에서는 '파리의 제왕'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르며 영역을 넓혀 얼굴을 알렸다. 2021년에는 호주의 모든 영상 콘텐츠의 90% 캐스팅을 도맡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캐스팅 길드(CGA)에서 라이징 스타로 꼽히기도 했다. 

- 외할머니인 손숙 배우께서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예린 배우의 '헤일로' 출연을 자랑하기도 했다. 작품 공개 이후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선배 연기자로서 손녀에게 주는 피드백이 궁금하다.

"정말 손녀가 배우가 됐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오늘도 뵈었는데, "이제 손숙의 손녀가 아니라 내가 하예린의 할머니가 되겠다"는 말을 하시더라. 외할머니는 친절하신 분이다. 연기 조언을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고 '잘했다', '열심히 했다' 정도로만 말씀하신다."

- 배우의 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어릴 때 한국을 자주 왔다 갔다 하려고 노력했고, 외할머니 연극을 어렸을 때부터 봤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배우라는 직업이 신기했다. 그래서 그 길을 계속 따라갔던 것 같다. 지금도 연극을 엄청나게 사랑한다."

- 호주에서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랐는데. 연극의 매력은 무엇인가.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감정을 멈추지 않고 한두 시간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특히 현장에서 실제 리액션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멋지다. 예술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또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그래서 연극을 사랑하게 됐다."

- 외할머니가 출연한 연극 중에서 기억에 남거나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라는 연극이 있다. 외할머니가 신구 선생님과 같이 호흡을 맞추셨는데, 그 내용이 너무 슬펐고 마음이 아팠다. 제 마음에 많이 와닿았던 연극이다."

- 한국 활동 권유는 안 하시나.

"할머니께서는 함께 작품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신 것 같다. 한국에 기회가 생기면 꼭 하라는 말씀을 하는 편이시다."

연기 배우고 싶어 계원예고로 유학...내 인생 바꿨던 고교시절

하예린은 연기 공부를 위해 15세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원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다시 호주로 돌아가 시드니 국립극예술원(NIDA)에서 학사과정을 마쳤다.

- 한국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다. 어떤 계기로 다니게 됐나.

"시드니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호주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꿔왔지만, 호주에서는 동양인 배우를 위한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와 논의 끝에 계원예고로 진학하게 됐다. 이후 할리우드의 동양인 배우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분위기여서 졸업 후엔 호주 시드니 국립극예술원을 다녔다. 배우 멜 깁슨이 졸업한 곳이기도 하다."

- 학창 시절은 어땠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정말 '빡셌다'. 하하. 그러나 3년의 고교 시절은 제 인생을 바꾼 시기였다. 선생님들이 현실적인 배우의 삶을 얘기해 주셨다.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태도도 갖출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관하' 캐릭터, 색칠하고 싶은 데로 색칠했다

- 평소 SF 장르를 좋아했나?

"사실 SF 작품은 잘 안 보는 편이었다. 일반 드라마를 더 즐겼다. 그러나 '헤일로'를 찍은 후 SF 드라마가 촬영뿐 아니라 배우들이 얼마나 힘들게 찍는지 알게 돼서 존경하게 됐다."

'헤일로' 장면/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장면/사진=파라마운트+

- 극 속 '관하'는 거친 캐릭터로 나온다. 반삭 헤어와 패션도 독특했다.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하하. 좀 어려운 점은 있었다. 관하는 고집 세고 의견이 강하다. 또 생각하는 대로 말을 하고 적극적인 캐릭터여서 이를 소화하려면 용감해져야 했다. 그래서 자신감 있는 척을 많이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아침에 의자에 앉아 가발을 쓰면 내가 관하가 되고, 반란군이 된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에 캐릭터를 위해 헤어와 메이크업 미팅을 하는데, 담당자가 보여준 헤어스타일 사진을 보고 당황했다. 대기실에 가서 10분간 생각하다 결심했다. 관하는 의견도 세고 어떻게 보면 리더이기도 하다. 그래서 옆 머리도 밀었다. 지금도 머리 옆이 밀려있다. 7회 때는 관하의 좀 더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하하."

- 연기하면서 캐릭터의 어떤 면을 부각하고자 했나. 연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책을 사서 '헤일로' 세계와 인물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부했다.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어서 내가 색칠하고 싶은 데로 색칠했다. 관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은 상태의 인물이다. 그래서 고통과 아픔, 그리고 어떻게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6주간 토하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까지 운동도 했고, 식단도 조절했다."

- 촬영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CG(컴퓨터그래픽)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우주나 폭발 장면을 상상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많이 배웠고,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부다페스트에서 촬영이 진행됐기에 집을 떠나 먼 곳에서 혼자 있는 것도 힘들었다."

- 특히 1화에서는 뛰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뛰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하. 첫 장면을 찍는 데에 한 달 걸렸다. 당시 허벅지에 부상을 입었는데, 심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뛸 때마다 아파서 이를 악물고 촬영에 임했던 기억이 난다."

- '헤일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새로운 유니버스를 담았다. 스케일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액션도 많다. 한국어 대사도 들을 수 있다. 매력이 많은 작품이다. 게임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마스터치프'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 시리즈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꽃보다 남자', '시크릿가든' 한국 드라마에 푹...촬영 중 들렸던 BTS곡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 한국 드라마나 작품을 본 적이 있나. 좋아하는 한국 배우가 있다면.

"한국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한국 사극을 많이 보셨다. 이해는 못 했지만, 한국 자막을 본 기억이 난다. 나 역시 한국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시크릿가든'을 보면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 그때 배우 현빈('시크릿가든' 주인공)을 너무 사랑했던 것 같다. 하하.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도 많이 보는 편이다."

- 동양인 배우 중 혹시 롤모델이 있다면.

"송강호 배우를 존경한다. 산드라 오도 많이 좋아한다. 재능으로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동양인 배우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는 배우이기도 하다."

-K 콘텐츠 열풍을 직접 느낀 적이 있는가.

"촬영하던 시기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았다. 당시 대다수가 외국인 스태프였는데, 저한테 '한국 배우라서 정말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BTS(방탄소년단) 곡을 현장에서 트는 스태프분도 있었다. 한국인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내가 실패하면 안 된다, 이런 부담감이 더 생겼다."

동양인 배우 위한 기회가 더 많이 열리길

- 할리우드나 유럽 등 서구권은 동양인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 스펙트럼이 좁다고 하는데, 호주는 어떤가.

"사실 호주는 더 심하다. 호주는 할리우드보다 10년 뒤처져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느낀다. 호주는 동양인 역할이 나오긴 하지만, 그 이유가 와닿지 않는 기분이 들때가 있다. 얼마 전 호주에서 작품을 했는데, 나를 원해서 뽑았다기보다는 다양한 배우가 필요해서 캐스팅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실망했던 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동양인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나 기회가 훨씬 많이 생기고 있다. 동양인 배우들을 받아주는 게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기회가 생기는 건 너무 좋은 일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기회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헤일로' 배우 하예린./사진=파라마운트+

-동양인 배우를 대표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신인 배우지만, 기회를 얻었다. 프로듀서분들께 감사하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캐릭터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대단했고,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헤일로'는 제게 큰 작품이기도 하고, 큰 기회를 준 작품이다. 미래에 프로덕션 기업이나 학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젊은 동양인 배우들이 활동할 기회를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다."

- 다음 작품이 기대 된다. 향후 계획은.

"오는 7월에 시즌2를 찍기 위해 촬영지인 부다페스트로 간다. 9개월간 촬영한다. 앞으론 그것만 집중하려 한다. 그 촬영이 끝나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의 삶은 한 달도 먼 시간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하루를 차분히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하예린은 한국 방문이 오랜만이라고 했다. 촬영 일정과 코로나19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날 인터뷰 일정이 끝나면 오랜만에 만나는 외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함께 3대가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남은 한국 일정을 어떻게 보내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맛있는 것도 먹고, 에버랜드도 가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부모님도 한국에 계신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계획"이라며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