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칸영화제 수상' 송강호 "내 꿈은 관객들과 소통·공감하는 배우"①
[인터뷰365] '칸영화제 수상' 송강호 "내 꿈은 관객들과 소통·공감하는 배우"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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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칸 국제영화제서 남우주연상 수상
- 칸국제영화제 수상, 인생의 과정이지 목표 될 수 없어...관객들과 소통·공감 할 수 있는 배우되고 싶어
- 칸 영화제서 韓영화 달라진 위상 실감
- 해외서 영화 출연 섭외 거절...해외진출 고려 안해
-'디테일 장인' 봉준호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스타일 차이점은?
영화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사진=써브라임
영화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사진=써브라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 영화의 중심에는 배우 송강호가 있다. 송강호는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주역이자, 영화 ‘브로커’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이란 낭보를 안긴 주인공이다. 그의 명연기는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국민배우’를 넘어 명실공히 세계적 배우의 반열에 들었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송강호의 이번 수상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송강호는 '괴물'(2006, 감독주간)을 시작으로 총 7번의 칸 초청을 받았다. 이중 영화 ‘밀양’, ‘박쥐’, ‘기생충’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당시 늘 그는 강력한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평가받았고, 드디어 영화 ‘브로커’로 4번째 도전 만에 한국 배우 최초로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그에게 남우주연상의 기쁨을 안겨준 ‘브로커’는 일본 명감독 고레에다 감독의 국내 첫 연출작으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친 못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는 인터뷰 내내 겸손했다.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최고의 영예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주인공이었지만, “저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다”며 수상의 공을 ‘브로커’를 함께한 모든이들에게 돌렸다.

화상으로 만난 송강호는 칸 영화제를 다녀온 후 며칠 감기 몸살을 앓았다며 다소 거친 목소리로 “양해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영화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사진=써브라임
영화 '브로커'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사진=써브라임

- 먼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 소감 당시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수상소감은 짧은 시간 내에 끝내야 하기에 많은 얘기를 못 했다. 저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어떤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끄는 작품이 아니라, 모든 분의 열정과 재능으로 완성됐다. 강동원 씨, 배두나 씨, 이지은 씨, 이주영 씨를 비롯해 심지어 아기 우성이까지, 한장면 한장면 나오는 모든 배우분의 보석같이 빛나는 연기가 모이고 최고의 스태프가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다시 한번 이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 시상식 전 수상에 대한 기대나 예감이 있었나.

“수상은 단상에 앉아있는 심사위원들만 알고 호명하기 전까지도 알 수 없는 게 칸영화제다. 저 역시 호명 전까지 전혀 몰랐다.”

- 수상소감 당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했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순간들도 많았을 것 같다.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

“배우들은 다 똑같다. 집에 거의 못 있다 보니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그래서 되도록 영화제가 있으면 휴가라고 생각하고 함께 가서 단 며칠이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가족을 생각하면 사랑, 고마움, 연민 등 모든 감정이 느껴진다. 수상소감에서도 가장 중요한 멘트였고 꼭 하고 싶었는데, (말할 수 있어서)너무 좋았다.”

송강호는 칸국제영화제 단골 배우이자, 인연이 깊은 배우다. 그래서 ‘칸의 남자’로도 불린다. 그는 ‘괴물’(2006/감독주간)을 시작으로 ‘밀양’(2007/경쟁부문),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2008/비경쟁부문), ‘박쥐’(2009/경쟁부문), ‘기생충’(2019/경쟁부문), ‘비상선언’(2021/비경쟁부문)에 이어 올해 ‘브로커’(2022/경쟁부문)까지 총 7개의 출연작품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감독 주간으로 초청을 받은 ‘괴물’을 제외하고, 송강호는 2007년 영화 ‘밀양’을 시작으로 올해 여섯 번째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지난해에는 한국 남자 배우로는 최초이자, 한국영화인으로는 다섯 번째로 칸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발탁되는 영광도 안았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사진 오른쪽)와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송강호는 박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 등에 출연한 바 있다. 

- 올해로 칸국제영화제에 여섯 번째 참석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 칸 영화제와의 남다른 인연도 이어갔는데. 참석할 때마다 기분이 어떤가. 

“첫 칸국제영화제 방문은 16년 전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 씨와 함께였다. 늘 긴장은 되지만 축제를 즐기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같았던 것 같다. 수상의 긴장감이나 부담감보다는 최고의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가 소개됐고, 인정을 받았다는 점 자체가 늘 행복하고 즐겁다. 심사위원으로 지난해 참석했을 때는 영화들을 봐야 하고 회의를 해야 했기에 일정들이 부담은 됐지만, 한편으로 마음은 편했다.”

-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한 '기생충'(2019)이 201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미국 아카데미 4관왕 등 각종 영화제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K콘텐츠의 포문을 연 주역 중 일인으로 최근 한국 작품의 위상이 느껴지는가.

“이번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음을 느꼈다. 달라진 위상이랄까,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변화된 시선을 똑똑히 보고 왔다. 어디를 가든지 한국 콘텐츠나 한국 영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또 궁금해한다. 저 또한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봉 감독이 3년 전 ‘기생충’ 수상 소감에서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니다”란 말이 참 공감됐다. 당시 봉 감독이 “임권택 감독님부터 시작해 20년이 넘게 한 계단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한국 영화의 결실을 ‘기생충’이 받는 거다. 그분들이 켜켜이 쌓아온 이 계단에 올라선 것뿐이지,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딱 그런 것 같다. 많은 영화인과 스태프, 또 제작자분들이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과 영화에 대한 갈증, 노력 그리고 열정의 결과가 이제 세계 시장에서 빛을 보는 것 같다. 자긍심을 가질만한 현상이 된 것 같아 좋다. 앞으로 많은 한국 영화인들 그리고 제작자분들에게 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영화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사진=써브라임
영화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사진=써브라임

- 해외에서 영화 출연 제의도 많이 들어올텐데,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가?

“영화 ‘기생충’ 이후 미국에서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제가 최고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 세계 관객들과 팬들에게 최고의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란 생각을 늘 해왔다.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오래전부터 나눴던 얘기이고,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작업을 했지만, 제가 해외에 나가서 해외 작품에 출연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 봉준호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모두 디테일한 연출이란 공통점이 있다. 한·일을 대표하는 명감독 작품에 출연하면서 느낀 스타일의 차이점이 있다면.

“공통점이 참 많다. 두 분 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셨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자유로운 해방감을 주시고, 그래서 더 창의적이고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점은 거의 비슷하다.

차이점은 글쎄? 아무래도 감독님들의 디테일한 연출 방법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고레에다 감독은 조금 더 배우들과의 공감을 통해 그 디테일을 만들어간다면, 봉준호 감독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고 그것을 다시 배우와 검증한다. 방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놀라운 디테일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두 분 다 똑같다.”

칸 영화제에서 나란히 선 송강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의 기쁨을 안겨준 ‘브로커’는 일본 명감독 고레에다 감독의 국내 첫 연출작이다.

- 차기작인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촬영으로도 바빴다. 김 감독 작품은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어 다섯번 째다.

“김지운 감독이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 제일 먼저 문자를 보내셨다. 아마 새벽에 유튜브로 시상식 방송을 보고 계셨던 것 같다. 봉준호 감독하고 누가 축하 문자를 제일 먼저 보내나 경쟁하듯, 두 분이 보낸 문자가 1, 2등을 다퉜던 것 같다. 하하. 최근 VIP 영화 시사 때도 '거미집' 팀들이 와서 영화를 끝까지 보고 뒤풀이까지 와줬다. 영화를 보고 흔하지 않은 감성과 감동을 느끼고 간다며 큰 격려를 받았다.” 

- 천만 배우, 그리고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까지 배우라면 누구나 꿈꿀 일들을 다 이뤄낸 것 같다. 또 다른 꿈이 있는가.

“솔직한 심정으로, 칸국제영화제 수상이 너무나 영광스럽고 기쁘긴 하지만 기나긴 배우 인생의 한 과정이지 목표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얘기, 좋은 영화, 좋은 연기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배우로 소개되는 것이 제 꿈이다. 수상이나 영화제 초청도 영광스럽지만, 정말 궁극적인 꿈은 관객분들에게 계속 새로운 에너지와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인터뷰 이어서) ②'칸영화제 수상' 송강호, '브로커' 강동원·배두나·이지은에 대한 기억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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