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한국형 SF장르 개척자 된 '쌍천만 감독' 최동훈
[인터뷰365] 한국형 SF장르 개척자 된 '쌍천만 감독' 최동훈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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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액션판타지"'외계+인 '1부,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말 가장 기뻐"
- '도둑들', '암살'로 쌍천만 관객 감독 대열...7년 만의 복귀작은 2부작 '외계+인'
- 직접 시나리오 집필...2부 '외계+인'은 내년 공개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사진=케이퍼필름
'암살'이후 7년 만의 신작 '외계+인'으로 돌아온 최동훈 감독. '외계+인'은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스토리로, 외계인을 전면으로 내세운 한국형 SF장르다. 1, 2편을 동시에 제작해 선보인다. 2부는 내년 개봉된다./사진=케이퍼필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최동훈 감독은 내놓는 영화마다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력을 과시해왔다. 2004년 '범죄의 재구성'(213만 명)을 시작으로, '타짜'(402만 명), '전우치'(607만 명), '도둑들'(1298만 명), '암살'(1270만 명) 등 그가 연출한 작품 중 천만 영화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 무려 두 작품이나 된다.

그리고 '암살' 이후 7년만에 최 감독이 돌아왔다. 영화 '외계+인'을 통해서다. 'SF불모지'라 불리는 한국 영화계에 외계인을 전면으로 내세운 한국형 SF장르의 영화를, 그것도 1, 2편을 동시에 제작해 선보인다.

'외계+인'은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외계인과 로봇, 도사들이 나오고,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SF 장르에 액션과 판타지까지 버무려졌다. 올해 1편 공개에 이어 2편은 내년에 개봉된다.

'영화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최 감독에게도 여러모로 과감한 도전이다. 최 감독은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365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개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 SF를 제작할 국내 감독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외계인 죄수가 인간의 뇌에 봉인된다면?

- '외계+인'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등 굉장히 방대한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외계인이 나오는 SF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들었던 고민은 외계인이 왜 지구로 오는가였다. 지구에 물을 얻으러 왔을 수도 있고, 그냥 관찰하러 왔을 수도 있고, 인간을 납치하거나 파괴하러 왔을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지구를 감옥으로 쓴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예전 '빠삐용'이란 프랑스 영화를 보면 죄수를 대서양의 외딴섬에 가둔다. 작은 섬이 감옥이 되다니, 참 묘한 형벌아닌가. 죄수들은 자급자족하며 살지만, 인간과 단절되어 극심한 외로움에 정신 이상까지 생긴다. 그게 형벌이다.

외계인도 죄수를 가두기 위해 지구로 보낸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죄수를 인간의 뇌로 가져와 기억과 함께 봉인시킨다면? 이 생각을 스토리로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인간의 정신 이상도 혹시 외계인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사진=케이퍼필름

- '외계+인'이란 제목이 독특하다. 제목을 정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통상적으로 '외계인'으로 그냥 읽더라. 제목 짓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영화 '도둑들' 당시도 처음엔 ‘10인의 도둑’이었던 것 같다. 한 번 들으면 아는 제목을 더 선호하는 것 같더라. '타짜' 같이 직설적으로 들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 영화도 '외계+인'이 제일 쉬울 것 같아서 정했다. 영화에서는 외계인과 인간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외계인은 사람 몸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기억을 잃어버린다. 외계의 존재와 결합한 어떤 느낌을 주고 싶어서 '외계+인'이라고 짓게 됐다."

-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까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들이 흥행에서 큰 성공을 했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역시 관객들의 기대가 높을 텐데. 이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전작이 흥행했다고 그다음 작품이 흥행한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언제나 부담감이 있고 두렵다. 영화 감독에게 흥행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멍에' 같은 거다. 그리고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 작품을 찍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영화를 만들다 보면 흥행에 관한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진다. 영화를 찍는 어려움을 감내할 정도로 즐겁다. 제가 즐거워야 관객 역시 즐겁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잘 보여주지 않은 장르이긴 하다. 그러나 시각적인 즐거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대가 있었다. 제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만들고, 이를 관객분들께 보여주는 건 짜릿하다.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흥행은 참 넘기 어려운 산이구나'를 매번 느낀다. 그러나 흥행 보다 공들여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내겐 우선이다."

영화 '암살' 후 번아웃…. 5년에 걸쳐 완성한 '외계+인'으로 활력 얻어

- '외계+인'이란 방대한 작업을 마친 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영화 '암살'이 끝난 후 약간 '번 아웃' 같은 게 왔다. 그렇게 하고 싶은 영화였고, 아주 오랫동안 준비했던 그 영화가 딱 끝나니까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멍했다. 그런데 5년에 걸쳐 이 작품을 하면서 다시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을 느꼈다. 영화를 만드는 건 힘들지만, 다 같이 모여 만들 때의 그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이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다만 건강은 안 좋아졌다. 영화를 끝낸 후엔 안 아픈 데가 없고 이명 증상이 왔다. 눈도 아주 침침해지고. 건강을 좀 잃어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 사실 이렇게 노골적으로 2편을 예고하는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았다. 2부작 동시 제작은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시리즈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그렇다. 1부와 2부를 동시에 찍은 건 '신과 함께'도 했던 작업이다. 김 감독과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연작이다. 일부가 끝나면 그 이후의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좀 있었다. 관객분들의 성향은 조금씩 변해간다고 생각한다. 연작으로 해도 지금의 관객분들에게 더 모험적이고 더 재미를 안겨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1부를 자체적인 완결성을 가진 영화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1부 엔딩에 고민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계속 변경해봤는데, 지금의 구성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 1, 2부 동시 제작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텐데.

"부담도 있지만,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기대감도 크다. 과연 개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감독 입장으로선 이렇게 개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선물인 것 같다."

- 아직 개봉 전이지만,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이 있다면.

"저 말고도 많은 감독님들이 SF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 역시 '승리호'가 나와서 기뻤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찍었단 말이야"라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난다."

'영화광'이었던 학창시절, 하루에 네 편씩 영화 관람 
'외계+인' 최동훈 감독/사진=케이퍼필름

-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순수창작물이라는 점은 또 다른 도전이었을 것 같다. '안전막'이 없다는 점에서 자기 검열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었을 텐데. 가장 두려웠던 점이나 가장 신경 썼던 점은 무엇이었나. 

"원작이 있는 '타짜'를 했을 당시엔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지긴 했다. 워낙 유명한 원작이고, 세계관이나 캐릭터들도 원작에서 가져올 수 있어서 다른 데 공을 더 들일 수 있다는 점이 좋긴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른 시나리오 보다 쓰는 시간이 두 배쯤 걸렸다.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글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른 얘기로도 많이 써보기도 했고, 등장 캐릭터들도 많았다. 그 캐릭터들을 추려갔고, 전혀 다른 얘기도 계속 써보며 어떤 게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지 스스로 계속 검증해 완성했다. 

제일 두려웠던 점은 저에 대한 걱정이었다. 한국영화에서 SF에 대한 전통이 없으니 관객분들께 이걸 어떻게 보여드릴까 그 걱정이 제일 컸다. 그 걱정을 해소하는 방법은 계속 써보고 사람들과 많이 대화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앞으로 SF를 만들 감독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2부 작업도 마무리 된 건가. 

"지난해 4월 촬영은 다 끝냈다. 이후 CG 보강 촬영을 위해 서울 도심을 좀 더 찍는다든지, 드론 촬영 등을 추가로 했다. 현재 2부 편집은 90% 정도 끝냈는데, 아직 보충 촬영은 없어도 될 것 같다."

'외계+인' 촬영 현장/사진=CJ E&M

- 영화를 보면서 많은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들이 떠올랐다. 레퍼런스나 오마주로 삼은 작품이 있는가.

"외계의 존재가 지구에 온다는 내용의 영화는 수만 편이 있을 거다. 어릴 때 부모님께 도서관에 간다고 말하고 동시 상영관에 갔다. 매일 두 군데를 갔다. 동시 상영관에서는 두 편의 영화를 상영하니, 하루에 네 편씩 영화를 본 셈이다. B급 영화를 섞어서 해주는데, 그때 봤던 영화에 대한 기억이 많다. 또 고등학교 시절 봤던 '백투더퓨처'나 '에일리언', '토털리콜',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들은 그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못 느꼈던 장르적 흥분감과 상상력의 쾌감 같은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 좋아한 영화의 즐거움을 '외계+인'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홍콩 영화를 보면서 동양의 액션이 서양의 액션 영화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액션을 하는 배우들의 능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류준열 씨와 성룡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지형지물을 활용하고, 세트장에 가장 어울리는 동선이나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 고려를 시대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몇백 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삼국 시대도 생각해봤는데, 좀 번화된 길거리를 보여줬으면 했다. 조선 시대보다는 상업이 좀 더 번성했던 고려 시대가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조선 시대보다는 고려 시대가 신선이나 도사 같은 존재들이 있을 법한 마지막 시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고려 말로 설정했다."

 후반 작업만 13개월 걸려

영화 '외계+인' 1부 촬영 현장. 극 속 이안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사진 중앙)와 최동훈 감독(사진 왼쪽)/사진=CJ E&M

- 배우 라인업이 화려하다. 류준열(무륵 역), 김우빈(가드 역), 김태리(이안 역), 소지섭(문도석 역), 염정아(흑설 역), 조우진(청운 역), 김의성 (자장 역), 이하늬(민개인 역)등 쟁쟁한 출연진들이 출연한다. 

"제겐 배우들이 제일 어려운 존재다. 시나리오의 첫 관객이기도 하고, 저와 함께 영화를 찍은 파트너다. 감독과 배우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배우들이 조금 더 즉흥적이고 본능적이라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논리적이어야 하고, 전체를 다 구성해야 하니 좀 더 복합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배우들을 볼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운다."

- 극 속에는 '가드'와 '썬더'란 외계 로봇뿐 아니라, 외계 죄수들도 등장한다. 외계인 캐릭터 외양과 움직임 등 창작과 구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 같다.

"'가드'와 '썬더'는 프로그램된 기계이고, 외계 죄수는 생명체라고 볼 수 있다. 이 중 '썬더'는 프로그램이지만 생명체로 느껴지길 바랐다. 외계인은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는지 추측만 할 수 있도록 입은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외계인은 생명체이지만, 더 멀리 떨어진 존재처럼 보이길 원했다. 반면 '가드'와 '썬더'는 우리 관심사에서 더 앞에 와 있는 존재로 느껴졌으면 했다.

외계인 디자인은 가장 어려웠던 작업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SF영화를 많이 제작하지 않아서 이런 존재를 디자인할 아티스트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이런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 찾다가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과 '설국열차'를 디자인했던 아티스트 찾아서 부탁을 드렸다. 선배 감독의 덕을 많이 본 셈이다.

사전 작업은 12개월 넘게 했고, 디자인만 6개월 정도 시간을 들였다. 후반 작업은 13개월 동안 했다. 사실 비용은 잘 모르겠다. 영화제작자인 안수현 PD(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는 최동훈 감독의 아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영화 '도둑들', '암살'에 이어 이번 작품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가 제겐 잘 안 알려준다. 제가 그런 실제적인 비용을 들으면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생기는 걸 아니까. 저도 정확하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제 관심사는 예산이 초과되지는 않겠지 정도였다."

영화 '외계+인' 1부 장면. /사진=CJ E&M

- 극 속에서 삼각산의 신선 부부인 '흑설'과 '청운'으로 나오는 염정아-조우진 배우의 커플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염정아 씨와는 '범죄의 재구성', '전우치'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전우치'를 하면서 염정아 씨는 극적인 연기를 굉장히 잘하고,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염정아 씨가 얼마나 뛰어난 코미디적인 자질이 있는 배우인지 모를 거다. 염정아 씨가 맡은 '흑설'이란 캐릭터는 약간 새침하면서도 속정이 있고, 강하면서도 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였으면 했다.

또 남편 역의 '청운' 역으로 조우진 씨를 떠올렸다. 그가 염정아 씨 옆에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 봤다. 우진 씨가 코미디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내부자들' 속 연기 스타일이 좋았다. 시나리오 완성 전에 우진 씨에게 따로 연락해서 꼭 같이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외계+인' 1부 촬영 현장. 삼각산의 신선 부부인 '흑설'과 '청운'으로 나오는 배우 염정아, 조우진./사진=CJ E&M

-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는가.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두 배우가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상대 배우를 보고 웃더라. 컷하면 계속 웃고, 분위기가 점점 좋아졌다. 저는 특별히 지시를 내린 것은 없다. 둘이 마비가 되는 씬을 찍을 때도 난 "마비는 왔지만, 계속 수다스럽게 말을 해주세요"라고 했을 뿐이다. 두 분이 보여준 모든 동작과 호흡을 보고 놀랐다."

- 극 중 인물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극 속 '가드'가 키우는 어린아이(배우 최유리)가 있다. 이 역할이 영화에서 분량이 꽤 나오는데, 그동안 어린 배우와 작업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아역 배우들이 나온 여러 영화를 보면서 느낀건 어린 배우들을 어린 배우로 취급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최유리 배우와 호흡하면서 영화를 찍을 때가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잠수하는 장면이 필요했는데, 그 친구가 수영을 못했다. 커서도 도움이 될 거라며 수영을 배워보라고 말은 했는데, 실제 촬영 때 눈을 뜨고 잠수를 하더라. 그땐 눈물이 살짝 났다. 최유리 배우에게 정말 감사했다."

김우빈과 '도청'이 아닌 '외계+인'으로 호흡..."6년간 봐온 김우빈, 그 안엔 강한 무언가가 있어요"  

배우 김우빈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박 감독은 김우빈과 애초 '도청'이란 작품을 함께 하려 했지만, 김우빈의 암 투병으로 제작이 중단됐다. 그리고 김우빈의 완쾌 후 '외계+인'을 통해 다시 뭉쳤다. 김우빈에게도 이 작품은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김우빈은 최근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스크린 복귀작으로 최동훈 감독님 영화를 늘 생각했고, 감독님이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 '도청' 캐스팅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김우빈과 함께했다.

"가드는 외로운 존재이지만, 믿음직한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우빈이 고독한 '가드'역을 잘 해낼 것으로 생각했다. 김우빈 씨와는 전작인 '도청'을 하기 위해 만난 후 6년간 쭉 봐왔는데, 안정감 같은 게 느껴진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 젠틀하고 아주 좋은 사람인데, 그 안에는 굉장히 강한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가드' 역이야말로 김우빈 씨와 가장 맞다고 생각했다. 우빈 씨에게 일인다역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 조용한 배우가 "그래요? 그럼 하고 싶은데요" 그러더라. 그 배우가 가진 매력을 관객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영화 '외계+인' 1부 촬영 현장. 가드 역의 배우 김우빈/사진=CJ E&M 

- 극 속 배우 김우빈은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로봇인 '가드'와 '썬더' 역할을 맡아 일인다역의 연기를 소화했다. 특히 '가드'의 프로그램이지만, 다양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썬더'의 모습도 또다른 볼거리다. 핑크색 수트를 입은 '썬더'의 모습은 어떻게 탄생된 건가.

"우빈 씨와 '썬더'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밤에 의상을 담당하는 조상경(의상디자이너) 씨 사무실에 갔다. 그곳엔 한 만 벌 정도의 옷이 있다. 김우빈 씨에게 옷을 하나씩 걸쳐봤다. 구석에 분홍색 점퍼가 있길래 입어보라고 하니까 놀란 목소리로 "이걸요?"라면서 입어보더라. 의상이 배우에게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 깨달았다. 바로 자세와 걸음걸이가 달라지더라. 그걸 보고 "분홍색 양복을 만듭시다" 했다. 그날 바로 의상 합의가 됐다."

영화 '외계+인' 1부 장면.

- 김우빈 배우가 로봇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어떻게 촬영된 건가.

"나도 CG 전문가가 아니어서 영화 촬영 전에 궁금했다. 공부하는 학생 같았다. CG로 만드는 캐릭터는 한계가 있으므로 배우가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빈 씨는 첫 촬영에서 수많은 마크와 좌표를 찍을 수 있는 검은색 쫄쫄이 복장을 입었다. 그 움직임을 기본으로 가드의 효과를 덧입혔다."

주차된 버스 100대를 옮긴 이유는

영화 '외계+인' 1부 촬영 현장에서 무륵 역을 맡은 배우 류준열./사진=CJ E&M

- 극 속엔 다양한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외계+인'만의 독특한 액션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이고, 어떻게 준비했는가.

"각각의 캐릭터만의 액션 아이콘을 주고 싶었다. 전 이 영화를 120번째 보고 있는데 여전히 김태리 씨가 총을 꺼내 들 때의 모습을 보면 쾌감이 느껴진다. 류준열 씨는 부채를 펼치고 접으면서 싸우는 씬이 있다. 그런데 부채가 쉽게 잘 안 접힌다. 거기에 와이어 액션까지 펼쳐야 한다. 액션이 참 어렵더라. 그동안 자동차 액션이나 총격전도 찍어봤는데, 배우가 자기 몸으로 움직여서 하는 액션이 가장 힘든 것 같다."

- 서울 시내에서 가드와 외계인이 싸우는 대규모 액션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구현한 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외계 비행선과 로봇이 싸우는 장면의 경우는 일단 엘리베이터 세트를 3개를 준비했다. 싸움이 벌어지기 전 엘리베이터, 싸우기 시작해서 중간 단계까지 가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한쪽 문이 박살 나는 엘리베이터를 준비해서 그 공간을 옮겨 다니며 촬영 했다. 배경도 실제 친숙한 서울 거리처럼 느껴졌으면 했다. 거리를 드론이나 차로 달리면서 실제 카메라로 담고, 거기에 효과를 입혔다."

- 특히 외계인과 싸우는 지하 주차장 씬이 기억에 남는다.

"어울리지 않은 공간에 덩치 큰 외계 비행선이 들어오는 장면을 통해 그 존재와 공간의 충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하 주차장을 배경으로 찍어야 했는데, 문제는 장소였다. 이 장면을 찍으려면 층높이가 높은 지하 주차장이어야 했다. 어렵게 찾은 곳이 성남의 시외버스 주차장이었다. 버스 기사님들께 요청해 그곳에 주차된 버스 100대를 다 옮기고, 거기에 우리 차들로 채워 넣었다. 3일 동안 준비하고 촬영은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100명의 버스 기사분께 감사드린다."

'최동훈표 멜로 드라마' 도전해보고파

최동훈 감독/사진=케이퍼필름

- '외계+인'을 한마디로 정의해준다면?

"예전 '범죄의 재구성' 당시를 떠올리면, 전 영화 한 편을 다 찍은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웠다. 그런데 첫 시사회가 끝나고 화장실에 가는데, 옆의 사람들이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네"라고 얘기를 나누더라. 그 말을 듣고 심장이 멎을 것처럼 기뻤다. '외계+인' 역시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 매번 다른 작품,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멜로다. 주변에서 멜로 장르를 못 할 것 같다는 말도 듣는다. 그럴 때마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못 만들 것 같다. 그러나 용기가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 사랑은 대단하다. 사랑과 이별은 인간답게 해준다. 사랑을 통해 느껴지는 충만감과 이별을 통한 통감 이런 감정의 중요성을 점점 느끼고 있다. 사람들에게 구상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게 멜로야?" 반문하더라. 제 시각에서는 멜로다. 저만의 방식의 멜로 드라마를 만들면 어떨까? 혼자 생각한다."

- 스스로 ‘어떤’ 감독인지 자평한다면.

"저는 평범한 사람이다. 두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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