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美할리우드서 '맹활약' 정정훈 촬영감독 "지금은 배우는 단계죠"
[인터뷰365] 美할리우드서 '맹활약' 정정훈 촬영감독 "지금은 배우는 단계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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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보이', '아가씨' 등 韓대표 촬영감독에서 월드 클래스로...한국인 촬영감독 중 최초로 할리우드 진출 '맹활약'
- '스타워즈'시리즈 첫 한국인 촬영감독 참여...'오비완 케노비' 키스탭 참여
정정훈 촬영감독/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화상 인터뷰 중인 정정훈 촬영감독/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글로벌 영화 시장의 중심 미국 할리우드에서 맹활약 하는 정정훈 촬영감독은 특유의 감각적이고 디테일한 카메라 워크와 영상미로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촬영감독으로 불린다.

영화 '올드보이'(2003)를 시작으로 '친절한 금자씨'(2005), '신세계'(2013), '박쥐'(2009), '아가씨'(2016) 등 국내 대표작에 참여한 그는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2013)를 시작으로 한국인 촬영감독으로서는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후 '블러바드'(2015), '그것'(2017), '호텔 아르테미스'(2018), '좀비랜드: 더블 탭'(2019),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1), 언차티드'(2022) 등 매년 해외 유명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정 감독의 할리우드 입지와 명성은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한 6부작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하는 이 작품은 '스타워즈' 시리즈 속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 캐릭터 오비완 케노비의 귀환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정 촬영감독은 '스타워즈'시리즈에 한국인 최초로 키스탭으로 참여해 영화 완성도를 높였다. 

외신들은 그를 향해 "캐릭터의 숨은 내면까지 포착하는 정정훈 촬영감독"(VARIETY)라고 극찬했고, 메가폰을 잡은 데보라 초우 감독은 "정정훈 촬영감독은 놀랍고 완벽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정 촬영감독을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美스태프가 먼저 '오징어게임' 안봤냐고 물어봐...한국 콘텐츠, 자연스럽게 세계 안의 콘텐츠로 자리 잡아

언차티드 소니
'언차티드' 촬영 당시 정정훈 촬영감독/사진=소니픽쳐스

-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불린다.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시리즈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캐릭터 스토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클 것 같다. '스타워즈'시리즈에 한국인 첫 촬영감독으로 참여를 했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모두 영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제가 영화 학교에 다닐 때부터 교과서처럼 공부했던 '스타워즈'에 직접 참여하게 돼서 좋았다. 새로운 기술의 최전방에서 일하는 점도 굉장히 설렜고, 얻은 것도 많았던 작업이다. 굉장히 특이하고 희한한 경험을 많이 했다. 스타워즈의 팬심으로 본다면, 핼러윈 의상이 아니라 실제로 스톰 트루퍼 같은 스타워즈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직접 만나게 되어 신기했다. 스태프 중 스타워즈 팬들이 많다. 모두가 한 장면 한 장면에 흥분했고, 스토리가 전개되어 나가는 것에 모두가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 그동안 해외 작품에 다수 참여했는데. 해외 활동을 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제가 할리우드로 넘어왔을 때가 영화 '올드보이'가 모든 영화인의 레퍼런스가 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함께 일해본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두려움도 있었다.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영화라는 게 언어만 다르지, 하는 방식은 거의 똑같더라. 운 좋게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왔던 것 같다." 

-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 현장에서 일하면서 달라진 위상이나 변화를 체감하는가.

"제가 할리우드로 건너갔을 때만 해도 김치, 비빔밥, 불고기 좋아한다는 말이 첫인사였다. 제 앞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기도 했지만,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심지어 제가 한국인이라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화에 등장한다. 이제는 한두 작품의 한국 영화에 관한 관심보다 모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매우 깊어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공개됐을 때도 다들 난리가 났다. 내가 알기도 전에 미국 스태프나 감독이 먼저 얘기해줘서 알았다. 분위기가 역전된 거다. '오징어게임'을 봤냐고 제게 묻길래 그때는 "그게 뭔데?" 그랬다. 그랬더니 "여태껏 안 봤냐"며 추천하길래 보게 됐다. 또 가수 BTS(방탄소년단)도 현지 프로듀서, 감독, 배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래서 알게 됐다. 그 정도로 한국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세계 안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보편화 됐다. 이젠 한국에서 온 콘텐츠가 아니라 "그거 봤어, 그 노래 들었어?" 물어보니 뿌듯하고 기분 좋다."

'스타워즈'시리즈, 한국인 첫 촬영감독...'올드보이' 스타일 착안

'오비완 케노비' 장면/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하게 됐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했는가.

"사실 광적인 팬은 아니었다. 영화 학교 시절, '스타워즈'란 작품을 배우면서 영화를 접했고 그러다 보니 굉장히 건조하고 학습적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오비완은 과거에도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캐릭터여서 이번 작품 제의가 들어왔을 때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이번 시리즈를 찍게 되면서 스타워즈 팬이 됐다. 시리즈를 찍고 나서 옛날 것도 찾아봤다. 이제는 스타워즈를 공부하는 상황이 아니라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입장이 됐구나 싶었다."

- '스타워즈'만이 가지고 있는 우주 세계의 모습을 담기 위해 가장 신경 쓴 촬영 기법은 무엇인가.

"우주가 배경이어서 그렇지, '스타워즈' 자체는 현실의 어느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다. 이 이야기가 미래고, 우주가 배경이기 때문에 꼭 이래야 한다는 것들을 많이 없애려고 노력했다. 이런 이유로 어느 스타워즈 팬들은 스타워즈 같지 않다는 분들도 계시고, 새롭다는 분들도 계시도 다양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동안 이런 배경들은 스튜디오 안에서 블루 스크린이나 그린 스크린을 주로 썼는데, 작품에서는 이를 배제하고 실제 배경들이 '볼륨'이라 불리는 큰 LED 스크린에 비추도록 해서 촬영했다. 배우들이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제 눈앞에 보이는 실제 배경으로 심도 있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굉장히 앞서 있는 기술이어서 그 안에서 한계도 많고, 잘못 찍으면 실제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테스트도 많이 하면서 관객들이 볼 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오비완 케노비' 장면/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스타워즈 시리즈는 배경이나 의상으로 고전 느낌이 묻어난다. 촬영하면서 이런 매력을 더욱 살리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스타워즈에 대해 너무 얽매이지 않고 드라마 위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이 부분이 제가 스타워즈에 합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동안 스타워즈는 알게 모르는 '룰'이 있었다. 자유스럽게 작업은 했지만, 분장 같은 것들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의상이나 배경들은 나름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기존의 스타워즈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지를 하려고 했고, 되도록 전편의 룰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변형하려고 했다. 의상이나 배경은 고전 느낌이 나면서도 고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옛날 스타워즈를 많이 참고했다."

- 데보라 초우 감독이 "정정훈 촬영감독의 전작들을 보면서 '올드보이'의 스타일에 착안해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는데, 어떤 장면인가.

"'올드보이'에서 스타일에 착안했다고 하면 많은 분이 여러 가지 장면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특정된 장면을 오마주로 썼다기보다 어두운 룩을 참고했다. 전체적인 룩이 이전 스타워즈 보다 굉장히 어둡다. 그래서 감독님이 조명이라던가 카메라 움직임들을 참고했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

- 이 작품은 어둠과 절망이 팽배한 세상을 배경으로 모두를 지키기 위해 잔혹한 제다이 사냥꾼에 맞선 오비완 케노비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고 있다. 오비완의 액션을 담을 때 어느 점에 중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기대 포인트가 있다면.

"제 촬영 포인트는 촬영이 눈에 안 띄고 자연스럽게 묻어갔으면 하는 거다. 그게 잘 된 거다. 1, 2편이 백그라운에 대한 설명이라면, 3편부터는 캐릭터에 대해 즐길 만한 얘기들이 펼쳐진다. 오비완이 누굴 만나고 어떻게 얘기가 진행될지가 기대 포인트다."

정 촬영감독이 밝힌 '할리우드 러브콜' 배경은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촬영 현장에서 정정훈 촬영감독./사진=유니버설 픽쳐스

- '그것', '호텔 아르테미스', '좀비랜드: 더블 탭',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 이번 '오비완 케노비'까지 다양한 장르의 규모 있는 작품에 참여했다. 해외에서 사랑받는 촬영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통역을 쓰고 있진 않지만,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 직접 대화하려 노력은 하지만,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는 말수가 적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가 항의도 안 하고 ‘나이스’(멋진)한 줄 알고 찾는 것 같다. 하하.

제가 찍은 작품들을 보면 작품별로 색깔이 너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가끔 '나는 누군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5년 후, 10년 후 제 작품이 뭐가 될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지금은 배우는 단계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 SF 장르 가리지 않고 뭐든 경험해 보려고 하는 시기다. 이런 다양성 때문에 저를 찾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사실 처음에는 '이방인의 시각'으로 본 미국의 스토리를 위해 저를 많이 찾았는데, 이젠 이런 얘기들은 자연스럽게 많이 없어졌다. 같은 영화인으로 함께 할 만하니까 찾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 박찬욱 감독과는 '박쥐', '아가씨' 등 7개의 작품에 참여하며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다. 박 감독 역시 최근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서로의 작품 공개를 앞두고 덕담도 했는가. 

"칸영화제 수상 전후로 연락을 드렸다. 감독상이 발표되자마자 문자를 드렸더니 칸 현장에서 바로 "송강호 배우와 같이 나란히 수상하게 되니 너무 재밌다. 좋았다"고 보내 주셨다.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더라."

- 작품에 참여할 때 자신만의 원칙이나 철학이 있는가.

"참여하는 작품에 몰두해 생각한다. 전작과는 좋든 나쁘든 다르게 시도해보려 한다. 촬영감독이지만 그렇다고 비주얼에 너무 치중해서 신경 쓰지 않고, 드라마를 어떻게 잘 보여줄지에 늘 중점을 둔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로 호흡을 맞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또 미국에서 미발표된 소규모 영화도 찍고. 좋은 작품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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