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단 '유목민' 손정우 연출가 "지역연극이 살아야 한국연극이 산다"
[인터뷰] 극단 '유목민' 손정우 연출가 "지역연극이 살아야 한국연극이 산다"
  • 김산
  • 승인 202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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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직격탄 맞은 연극계..."전시용 행정보다는 손에 잡히는 실용적인 행정 필요"
- 공연예술인 일자리 창출·지역 문화균형 발전 강조
루마니아 주립극장  객원연출로 초빙받아 작업하는 사진입니다..
극단 '유목민'의 손정우 연출가  

인터뷰365 김산 인터뷰어 = 코로나로 가장 타격을 입은 예술분야는 공연문화계이다. 

연극인을 포함해 공연인들이 설 무대를 잃어버린 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렇다 할 정책이 거의 없다는 게 문화예술인들의 주장이다.

특히 지역 공연문화가 존폐 위기에 처했으며, 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처우는 더욱 열악해졌다. 최근 정부에 ‘연극계에 일자리가 시급하다’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던 극단 '유목민'의 손정우(경기대 교수) 연출을 만났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손 연출은 '낙타풀', '끝나지 않는 연극', '유목민 리어', '고래가 산다', '노부인의 방문', '돈데보이', '리진', '한명'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2012·2013 서울연극제 연출상, 제3회 대한민국셰익스피어어워즈 연출상, 2019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 연출상, 서울연극협회 공로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손 연출은 전시용 행정보다는 손에 잡히는 실용적인 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손 연출이 제안한 현안 해결책은 2가지다. 공연예술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연극생태계 구축과, 문화분권 실현을 통한 지역 문화균형 발전과 지방거주 국민 문화향유격차 해소다.

- 문화계가 코로나 여파로 힘들다. 공연계 역시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연계 상황은.  

"코로나 19이후 많은 연극인들이 실직자가 됐다. 수십년동안 연극활동을 한 연극인 들이 무대를 떠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택배기사로 일하는 게 현실이다. 

문체부의 ‘2021 예술인 실태조사’(2020년 기준)에 따르면 연극인의 연평균 수입은 509.4만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예술작품 발표 횟수 또한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 2년간 지자체는 코로나 사전예방을 강조하면서 공연이나 축제를 아예 취소시키거나 관객수를 제한시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공연취소는 1만8152건에 공연예술분야의 누적 매출액 피해는 424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연극분야 경력 단절자는 코로나19이후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코로나가 종식되고 일상이 회복돼도 연극생태계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란게 중론이다. 특히 지역공연계가 그렇다." 

- 지역 공연문화계의 실제 상황이 어떤가. 

"얼마 전 전북익산에 있는 모 연극단체를 방문했을 때 극단 대표로부터 배우섭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배우들이 일거리가 없어 떠나기 때문이다. 익산뿐만이 아니라 지방연극 현장에서는 연극이 소멸될까 우려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연극인들과 연극단체가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본다. 지원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경쟁력 있는 예술단체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 ‘지자체(시·군·구) 지정극단’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단원들 인건비는 국가에서 지원하고 작품에 소요되는 제작비는 극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해당 지자체에서 관내 예술단체 중 1개 단체를 선정, 매년 2억원 정도의 제작지원을 하고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부담하는 것이다. 한국연극협회가 매년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지역 내 예술단체를 지정극단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제고해 볼 수 있다."

- 그러면 예산조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얼핏 보면 부담이 생길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연극협회 소속 극단 전체를 합치면 600여개 정도이다. 이들 극단들을 지자체 지정극단으로 선정해서 연간 2억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도 600억원(+지자체 매칭600억원)이면 된다.

광주아시아문화의전당 단일기관에 지원하는 정부지원금이 올해의 경우 1300억이다. 광주아시아문화의전당 한기관에 배정하는 예산 절반만 투입해도 지역 600개 극단 13000연극인들에게 최소한의 기본급여를 보장해주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에만 존치하는 국립극단을 광역시와 도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 지역 도립극단은 국립극단 예산의 20%정도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극단 2020년 예산이 110억 원 정도이다. 그에 비해 도립극단 중에서 비교적 형편이 나은 경기도립극단의 경우 예산이 23억원 정도에 그친다. 다른 광역시립 및 도립극단의 예산도 이보다 많지 않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공연 특성화 지역, 광역시립 및 도립극단이 없는 지역을 우선대상지역으로 선정해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할 필요가 있다."

루마니아 주립극장  객원연출로 초빙받아 작업하는 사진입니다..
루마니아 주립극장 객원 연출 초빙 당시 손정우 연출. 

- ‘위드 코로나’ 정국서 향후 어떤 문화정책과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예술인 인권 신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보완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예술단체 폐업 및 실업사태 방지를 위해 2021년 ‘공연예술분야 전문인력지원사업에 403억5000만원(추경예산)을 집행했다. 이 사업으로 지난해 4100명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228억 반토막이 났다. 사실인즉, 당초 국회예산에 잡혀있지 않아서 그마저 없어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불안정하게 처리해서는 안된다.

예측 불허의 이벤트성 예술정책으로 국민들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이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는 '공연예술 전문인력 지원에 관한 법'을 제정해서 예술인들이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론 극단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소극장에 대한 직접지원책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공연장 부족은 매우 심각하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몇 년간 부산, 대전 등 지역연극 전용 소극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지역 공연생태계가 심하게 위축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존치하고 있는 아르코 예술극장을 최소한 6대 광역시(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로 확장해서 공연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와 같이 폐교를 무대장치, 소품, 의상 보관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극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극장은 정부에서 공영제로 운영한다. 전용극장은 특성상 적자가 뻔히 보이기 때문에 개인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회적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민영극장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 현행 공연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

"공연의 본질은 현장성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느낌을 맛보기 위해 관객이 극장을 찾는 것이다.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이 이뤘으면 좋겠다. 공연물을 기록화, 디지털화가 지원의 전부가 돼선 곤란하다. 공연이 영화 방송 등 영상문화를 쫒아갈 순 없지 않는가. 공연이 현장에서 많이 이뤄질 수 있는 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손정우 제공

김산

문학박사, <엘렉트라><부장들><술값>극작, <안티고네><줄리어스 시저> 연출.

김산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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