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무대 인생 50년' 장두이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와 죠커'
[현장 인터뷰] '무대 인생 50년' 장두이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와 죠커'
  • 서영석
  • 승인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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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무대 꽉 채운 '연기의 진수' 장두이, 종합예술의 진면목 발휘
- 장두이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메소드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기회"
-"100살에도 ‘빨간 피터’ 무대에 오르고 파"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와 죠커' 리허설 현장에서의 배우 장두이./사진=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3월 15일, 서울 대학로의 드림시어터에선 ‘빨간 피터와 죠커’(3.16~4.3 드림시어터)의 리허설이 진행됐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극장 안은 몇몇 취재진 뿐이지만 열기로 후끈하다. 공연의 안내 멘트가 끝나자, 심플하지만 상상력을 요구하는 무대 위에 날카로운 푸른 조명이 떨어진다. 흰 분칠에 빨간 코의 삐에로, 일반인들의 귀에 너무도 익숙한 팝송, 에릭 크랩톤(Eric Clapton)의 ‘멋진 오늘밤’(Wonderful tonight)을 부르며 ‘피터’가 등장한다.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빨간 피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고 추송웅의 모노드라마로 유명했던 ‘빨간 피터’를 연극배우 장두이가 세번 째 앙코르 공연을 한다.

공연의 부제로 붙은 “장두이 연기 50주년”, “장두이 모노드라마 빨간피터 20주년 기념공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공연은 장두이 연기생활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실제는 51주년이지만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공연 자체가 무리였다는 판단에서였단다.

장두이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와 죠커' 포스터

아프리카 해안 정글, 사랑하는 애인과 노을을 즐기던 원숭이가 밀렵꾼에게 생포된다. 총을 맞고 기절한 피터는 철창에 갇혀 인간 세상으로 오게 된다.

철창 안에서 탈출을 위해 인간에 대한 관찰이 시작된다. 원숭이가 아닌 인간이 되어야만 탈출이 가능할 것이다, 라고 믿은 그는 4번의 성형 수술과 언어 등 인간교육을 받는다. 또 쑈 무대에 서기 위해 춤, 노래, 연기를 배워 서커스단에서 일약 스타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그는 부와 명예도 귀찮다. 다만 자신의 고향인 아프리카로 돌아가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애인이 그리울 뿐이다.

공연에서 장두이라는 배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춤과 노래, 연기가 아름다운 조명과 어우러져 환상적 무대를 만들어 종합예술의 진면목을 연출한다.

작품의 특징은 원숭이라는 동물의 시각에서 인간을 평가하는,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 출생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독특한 상상력이다. 태초부터 인간은 동물을 그저 식용이나 애완물로만 치부했는데 동물의 시각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뛰어나고도 섬칫한 발상이 그 속내를 드러낸다.

이 공연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인간화된 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가 관찰한 인간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피터는 강연회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과 회한, 인간에 대한 관찰을 토로하는데 이러한 장면들이 장두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연기를 통해 때로는 애수에 잠긴 듯 잔잔하게, 한 번씩은 극장이 무너질 듯 폭발적인 대사와 연기를 통해 극장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역시 명배우라는 호칭은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장두이는 50년 무대 연기자의 진수를, 비록 혼자이지만 극장을 꽉 채우고도 넘쳐흐르는 엄청난 에너지를 펼쳐 보인다.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와 죠커' 리허설 현장. 배우 장두이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사진=서영석

배우 장두이는 이 작품을 세 번째 앙코르 하는 이유를, “뛰어난 작가의 발상력이다. 그 시대에 이미 지구환경을 예견했으니, 내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메소드를 모두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작품적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추송웅 선배의 작품과 차별화를 위해 전기광 연출과 머리를 맞대고 각색에 무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나한테 맞는, 장두이가 가장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을 뽑아내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또한 동물 사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고요.”

장두이에게 배우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했다. 

“물론 경제력까지 받쳐준다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요. 아마 배우로 살다가 삶을 후회하는 분들을 거의 못 봤어요. 80살에도, 90이 되도 ‘빨간 피터’를 하고 있을 겁니다. 100살까지 살 수 있다면 그때도 ‘빨간 피터’를 하고 싶어요. 하하.”

'빨간 피터와 죠커' 리허설이 끝난 후 공연 관계자들과 함께 한 (사진 왼쪽부터 네번째) 배우 장두이, (앞줄 중앙) 전기광 ‘극단 드림시어터’ 대표이자 연출가./사진=서영석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전기광은 ‘극단 드림시어터’ 대표로 ‘동랑연극앙상블’에서 배우로 연극에 입문한 연출가이다.

2010년 이전 ‘개 같은 날의 오후’, ‘시집가는 날’ 등을 연출했고 무용 ‘바라서다’, ‘씻김’ 등과 가무악 ‘학도청람’, ‘청출어람’ 등을 연출한 재주꾼이다.

전 연출가는 “예술이 추구하는 바가 그렇듯이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창피한 줄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들이 세상을 살면서 후회, 반성을 하면서 성찰을 하듯이 또 전쟁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솔한 예술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향기가 그립습니다.”

공연 중 나오는 ‘멋진 오늘밤’(Wonderful tonight)의 가사 중, “파티(연극)에 가서 오늘 밤 어때?...나는 답했지, 멋진 밤이야(필자 의역)/(원문)“... We go to a party..., And then she asks me, Do feel all right? And I say, Yes I feel wonderful tonight...,”)“처럼 관객들은 극장 문을 나설 때 진솔한 예술적 향취를 듬뿍 지닌 채 ‘멋진 밤’을 향유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작품을 소개하는 극단 ‘드림시어터’ 단원들과 전기광 대표, 배우 장두이에게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빌어본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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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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