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개 판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조용환, 그가 꿈꾸는 댕댕이 천국
[인터뷰365] 개 판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조용환, 그가 꿈꾸는 댕댕이 천국
  • 조현진 인터뷰어
  • 승인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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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가까이 반려견 장묘업에 몸담으니 ‘견생’이 보이더군요"
조용환 한국동물장례협회 회장은 20년 가까이 반려견 장묘업에 몸담았다. 반려견의 죽음을 그 누구보다 많이 지켜본 그는 개의 삶과 여정, 즉 "'견생'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개들의 육체를 태우며 세상 밖으로 보낼 때마다 짧은 기도를 한다고 했다./사진=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인터뷰어 = 견주 1700만명, 반려견 2000만 마리의 시대. 이쯤 되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개 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문득,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사람 반, 개 반으로 까지 성장하게 되었는지, 성장의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 졌다. 그리고 내 궁금증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미안하지만 난 아직 개들의 언어를 배우지 못했으니까) 찾고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바로 그 사람. 한국동물장례협회 회장이자 반려견 장례식장 '러브 펫'과 반려견 호텔과 놀이터 '댕댕이 천국'을 경영하는 조용환 회장을 만났다. 인터뷰 시작.

- 용어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애완견, 애견, 반려 견 어느 것이 맞는 표현입니까?

"반려견이 맞는 표현입니다. 애완견에서 ‘완’ 은 ‘희롱할 완(玩)’ 입니다. 장난한다, 업신여긴다, 얕본다.뭐, 이런 뜻이죠. 장난감을 완구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예전의 개는 사람들의 장난감 정도 였던 거죠.. 그래서 ‘완’ 자를 빼고 그냥 애견으로 쓰다가 견주들의 인식이 크게 상승하다 보니, 반려견으로 까지 표현이 바뀐 것이죠. 이게 그냥 생긴 말이 아니라 노벨 의학상과 생리학 상을 받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인 로렌츠 (Konrad Zacharias Lorenz) 박사가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움에서 처음 제시한 단어입니다. 여전히 우리도 많이 쓰지만 펫(Pet)이 아닌 컴패이넌 애니멀(Companion Animal)로 부르자, 라고요. 이제 우리도 애견을 인생의 동반자 혹은 반려자로 인식 하는 분들이 많아졌기에 ‘반려견’ 이라는 표현이 올바른 것이죠."

- 아하 그래서 반려견이군요. 이해 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좀 독특합니다.

"어떤 면에서요?"

- 반려견 장례식장과 반려견 호텔은 극과 극으로 보입니다만. 두 곳을 다 경영하시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반려견 장묘 업을 먼저 시작했어요. 20년 가까이 그 일을 했습니다. 각자의 인식이 다르겠지만 반려 견 장례식장은 견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죠. 사람도, 반려견도 언젠가는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니까요. 저는 반려견의 죽음을 누구보다 많이, 누구보다 오래 지켜본 사람입니다. 아마 수천 번 어쩌면 수만 번일 수도 있지요. 그 정도 해보니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견생’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 견생이요?

"네. 말 그대로 사람의 인생 같은 개의 삶과 여정? 뭐 그런 거요. 이 놈은 좋은 주인 만나 행복하게 살았겠구나, 이 놈은 병으로 오래 아팠겠구나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그래서 개들의 육체를 태우며 세상 밖으로 보낼 때마다 짧은 기도를 합니다. ‘네 영혼아 잠잠히 여호와를 바라라. 너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는 도다. (시편 62편 인용)’ 라고요. 이 기도가 나와 개들의 마지막 인사입니다. 그렇게 어떤 견생을 살았던 개라도 천국으로 가기를 기도하지요 어떤 훈련사 말대로 세상에 나쁜 개는 없으니까요."

- 감동적인데요?

"감동은 무슨. 아무튼 그렇게 오랫동안 죽은 개만 만나다 보니, ‘생로병사’ 중에서 죽음에 가까운 병사(病死) 만이 아닌 생로 (生老) 즉, 개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내가 일하는 장례식장인 '러브펫'과 '댕댕이 천국'은 10㎞ 정도 떨어져 있는데, 운전을 하면서 가끔씩 어쩌면 이 거리가 개에게 있어 삶과 죽음의 거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 자연스럽게?

"네. 자연스럽게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댕댕이 천국'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1년정도 해 보니 이게 쉽지 않아요. 반려견의 종류도 워낙 많고, 개 만이 아닌, 견주의 성격, 성향도 다 제각각 이니까요. 생각한 거 훨씬 이상으로 힘들어요. 솔직하게 장묘쪽에서는 내가 늘 최고라고 자부했지만, 반려견 호텔, 놀이터 이쪽에서는 아직 배울게 너무 많은 초보입니다. 사실 75살 된 노인에겐 큰 도전이죠."

조용환 한국동물장례협회 회장은 개들이 가장 행복해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댕댕이 천국'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75세. 조 회장은 "반려견 호텔, 놀이터 이쪽에서는 아직 배울게 너무 많은 초보"라고 말했다./사진=조현진

- 75살요? 그렇게 안보이시는데.

"젊을 때,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헬스. 그때는 육체미라고 불렀지요. 오지랖이 넓어서 봉사활동과 사회활동을 젊었을 때부터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좀 그만하려고 다 거절 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제 남은 간판은 한국동물장례협회 회장과, 국가 원로회의 이사 정도입니다."

- 한국동물장례협회는 어떤 단체입니까?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사단법인 입니다. 저처럼 동물 장묘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연대이지요. 사실 동물 장묘업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히 많습니다. 현재 영업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장례식장이 전국에 60여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다 불법이죠. 이동 화장터 같은 경우 100% 불법입니다. 그런데 1년에 약 100만마리의 개가 사망합니다. 60개의 장례식장만으로 절대 부족한 상황이죠."

- 장례식장을 더 늘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쉽지가 않아요. 우선은 장례식장 허가를 받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동물 장묘법을 주관하는 중앙 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 인데, 실제적으로 영업허가를 해주는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시,군)에 있기 때문에 입지 조건 등에 대해 해석이 다른 경우가 많고, 여전히 주민들 대다수가 동물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생각합니다. 당연히 민원이 발생하지요.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 쉽게 영업허가를 내주지 못 하는 형편입니다. (사)한국동물장례협회에서는 정부, 지자체, 그리고 예비 사업자까지의 의견을 종합하고, 조율해 줌으로써 각자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또한, 반려견 장례와 장묘에 대한 이슈들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한국동물장례협회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글로벌 장례, 장묘 기관인 IAOPCC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et Cemeteries & Crematories)의 한국 파트너입니다. 매년 9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떤 날인지 아십니까? 국제 반려견 추모의 날입니다. 미국인들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반려견 현상에 대해 상당히 궁금해 하고 놀라워 하고 있습니다."

- 반려견 호텔인 '댕댕이 천국'은요?

"약 1년동안 오픈 준비를 해왔고, 3~4개월 전부터 회사 이름인 (주)애니언파크 라는 이름으로 프리 오픈을 한 상태입니다. 오는 3월 중순에 정식 개장을 합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반려견을 더 친근하게 ‘댕댕이’ 라고 부른 다더군요. 제가 봐도 좋은 표현 같아요. 댕댕이들이 가장 행복해 하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한 거죠. 그래서 '댕댕이 천국' 이라고 상호를 정했습니다.

'댕댕이 천국'을 만들기 전에 여러 애견 호텔과 놀이터들을 가 보았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공간들이 개가 아닌 견주 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내 눈에는 보였어요.. 그건 잘못 이예요. 개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천연잔디가 아니라, 여름이면 40도 이상의 지열이 올라오는 그저 견주의 눈에 멋지게 보이기 만을 위한 인조잔디. 여러 가지의 조형물, 가구같은 것들이 실제로 개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때로는 아주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나는 '댕댕이 천국'은 철저하게 개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원칙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 댕댕이들의 눈 높이라…저도 견주입니다만 말이 쉽지, 실제로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맞습니다. 개를 편하게 하려면 상대적으로 견주에게는 불편 할 일들이 많겠지요. 그래서 '댕댕이 천국'은 까다로운 원칙들이 제법 많습니다. 일 예로 여기는 입소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예방 접종부터, 성격, 사회성, 호텔과 놀이터의 경험 유무 등이 다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예약없이 오셨다가 되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개들을 위해 더 나으니까요. 간혹 견주들이 자신의 반려견이 작은 품종이라 큰 개들이 있을까 두려워 하시는데 사실 큰개와 작은개는 분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울러져 살아야 하는 거예요."

- 철학적으로는 동의합니다만, 글쎄요. 견주들에게 설득이 되던가요?

"설득 해야지요. 그러기 위해 훈련사와 사육사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24시간 호텔을 지키는 관리사도 있습니다. 이들의 역할은 개들에게 ‘더불어 함께’ 를 가르치는 겁니다. '댕댕이 천국'은 개들에게 아주 재미나고, 즐겁고, 행복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한 공간과 경험 이어야 합니다. 그 경험이 견주 까지도 행복하게 전파 되어야 한다고 항상 우리 스탭들에게 당부하곤 하지요.

그러기 위해 당연히 저도 일을 합니다. 내가 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주는 사람인데, 반려동물 훈련사, 반려동물 관리사, 유기동물 관리사, 반려동물 매게 심리치료사, 반려동물 미용사까지 거의 1년동안 5개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 노인이 그 정도 노력까지 했는데… 설득 당해 주시지 않을까요? 하하."

- 그러게요. 정말 설득 당하면 좋겠는데… 저는 사람 반, 개 반이 되어버린 이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궁금함 때문에 회장님을 만난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몇 년 전부터 감사하게도 여러 대학에서 제게 시간과 교실을 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연세대학교 반려동물 전문가 과정 특임 교수를 비롯하여 건국대학교, 원광대학교, 동신대학, 서울기독교대학, 서울 문화예술대학 등에서 반려동물 전문가 양성을 위해 후학들을 가르치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토론을 하다 보면 질문하신 문제와 많이 만나게 됩니다. 대체적인 결론은 반려견과 사람과의 관계가 더 가까이 다가 올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영어 말하면 Up Close and Personal (가까이, 더 가까이) 이죠. 혼밥, 혼술 등 1인 가구가 늘어나다 보니 개와 사람이 반려자라고 까지 불리게 된 겁니다. 그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 지겠죠. ‘사람 반, 개 반’ 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글쎄요. 앞으로는 ‘개 반, 사람 반’이 되지 않을까요? 주어가 바뀐. 하하.

해답?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나도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아직 이 일들을 하는 겁니다. 더 해 봐야지요. 오늘 못 찾으면, 내일 또 찾아보는 거고. 점점 확실해 지는 건, 내가 죽을 때 까진 절대로 찾아내기 어려울 거다. 라는 생각을 이젠 합니다. 나이가 그런 거예요. ‘죽어도 안되는 일’ 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은 거. 그렇게 하루 또 하루 되는 것, 안되는 것 모두 인정하며 사는 거죠. 뭐."

곤지암 '댕댕이 천국'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반드시 먹고 가야 한다는 소머리 국밥 한 그릇을 조용환 회장에게 얻어 먹었다. 그의 말처럼 토렴을 한참 동안이나 반복해서 내어주는 국밥이었다. 확실히 맛이 있었다. 오늘처럼 진한 사람을 만나 한참 끓은 진국의 이야기를 배불리 먹은 것처럼. 인터뷰 끝.

*마에스트로(maestro)는 대음악가나 명지휘자를 이르는 말로 쓰이지만, 어떠한 분야에서 그 기능이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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