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굿피플] 20년 간 모은 119장 헌혈증 기증한 이성훈 소방관..."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길"(인터뷰)
[365굿피플] 20년 간 모은 119장 헌혈증 기증한 이성훈 소방관..."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길"(인터뷰)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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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년 간 모은 119장 헌혈증 기부...2017년에는 골수 기증까지 생명나눔 실천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주최 '2021 생명존중대상' 수상
- 공대 출신 회사원→대학병원 간호사→7년차 구급대원 활약...응급 상황에 처한 시민들의 '수호천사'
부산중부소방서 창선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이성훈 소방교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20여 년간 모은 119장 헌혈증을 기부하고,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 기증으로 생명 나눔을 몸소 실천한 주인공이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헌혈 감소로 혈액 수급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1년간 모은 헌혈증 119장을 소아암으로 투병 중인 아이들을 위해 기증한 소방관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부산중부소방서 창선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이성훈(1985~) 소방교는 20여 년 동안 꾸준히 헌혈을 이어오면서도 2017년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 기증으로 생명 나눔을 몸소 실천한 주인공이다. 휴가지에서도 거르지 않고 헌혈을 한다는 그는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좋은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전에는 사비를 털어 저소득층 21명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부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공대 출신인 이 소방교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간호사로 직업을 전향,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이력의 소유자다. 구급대원이 된 후에도 위기·응급 상황에 처한 시민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7년 차 구급대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속한 근무지는 부산 중구 남포동으로,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이자 유동인구가 많아 응급 신고가 잦은 곳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눈코 뜰 새 없는 한해를 보냈다는 그는 "2022년에는 꼭 코로나가 종식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새해를 앞두고 이성훈 소방교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20여 년간 이어온 헌혈, 그리고 골수 기증까지 생명나눔 실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21년간 모은 119장 헌혈증을 기부한 이성훈 소방교. 그는 소중한 생명을 살린 공헌을 인정받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2021 생명존중대상'을 수상했다. 

- 처음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친구 동생이 백혈병을 앓고 있었는데, 치료를 위해 헌혈증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그때 반 친구들과 함께 헌혈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헌혈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 헌혈을 하고 나면 나로 인해 누군가가 건강해진다는 사실이 좋았다." 

- 20여 년간 얼마나 자주 헌혈을 해온 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를 제외하곤 두세 달에 한 번씩 꾸준히 했던 것 같다. 헌혈할 시기가 되면 휴가지에서도 헌혈을 한다. 지난 여름 휴가지에서도 가족이 장을 보러 간 사이 헌혈을 하고 왔다. 이제는 하도 많이 하니까 그러려니 하신다." 

- 20여 년 간 모은 헌혈 119장을 백혈병어린이 재단에 기증했다. 개인적으로 119장의 의미가 있나. 

"2017년에 조혈모세포(골수 이식 기증)를 백혈병 투병 중인 학생에게 기증한 적이 있는데, 그때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모으기 시작했다. 제가 소방서에 다니다 보니 119번 때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동안 모았던 헌혈증을 기부하게 됐다."

이성훈 소방교는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얼마 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백혈병소아암협회의 저소득층 21명 아이들에게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을 나눠줬다"고 말했다. 그가 흘러가듯 무심코 던진 말이었기에 지나칠 뻔한 선행이었다. 아픈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비를 털어 선물을 샀다고 했다. 비상금으로 쓰기 위해 출동 가산비나 출동 간식비 등 2~3천 원 정도의 수당을 꼬박 모은 돈이다. 그는 "직접 크리스마스 카드에 글도 썼는데 아이들이 좋아했다. 편지도 받았다"고 웃었다.

아이들이 이성훈 소방교에게 보낸 감사편지. 이 씨는 얼마 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백혈병소아암협회 저소득층 21명 아이들에게 사비를 털어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을 나눠줬다. 
아이들 선물과함께줄 편지적는거입니다
아이들에게 선물과 함께 줄 크리스마스 카드를 적고 있는 이성훈 소방교. 

- 헌혈증 기부도 쉽지 않은 일인데, 기부는 어떻게 결심하게 된 건가. 

"헌혈증을 기부하러 갔다가 아픈 어린이들을 보니 안타까웠다. 기증하면서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매년 선물 기부를 하고 싶다."  

- 헌혈을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은데, 스스로에 대한 약속인가. 

"나의 작은 힘을 보태 아픈 아이들이 건강해져서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 아닌가.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슈퍼맨이 된 듯한 기분이다.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이런 기분이 마치 중독된 것 같다. 제가 큰 일은 돕지 못하더라도 이 일은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헌혈 중인 구급대원 이성훈 소방교. 고교시절 친구 동생의 백혈병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헌혈을 시작한 이후 20년 넘게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아파하는 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슈퍼맨이 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 기증 "전국 4명 중 3명이 거절...제가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죠" 

- 조혈모세포 기증(골수 이식 기증)은 언제 한 건가. 기증 희망자 등록 후 막상 기증 연락을 받았을 때 고민은 안됐나.     

"2017년 경이었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을 한 지 10여 년이 흐른 후였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가 있다며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들어보니 환자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기증 희망자가 전국에 4명이 있는데 3명이 기증을 거부한 상황이었다. 마지막이 나였던거다. 나마저 거절하면 이 친구는 희망을 잃어버리는 거였다. (기증을) 한다고 했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 별말씀 안 하시고 잘했다고 하시더라. 

2017년 골수 기증을 위해 입원했을 당시. 이성훈 소방교는 당시 백혈병 환자와 유전자가 일치한 마지막 기증 희망자였다. 

- 그동안 소중한 생명을 살린 공헌을 인정받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수여하는 '2021 생명존중대상' 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살면서 이렇게 큰 상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 영광스럽다. 소방관으로서 이런 상을 받아서 더 행복하다. 앞으로도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따뜻한 소방관으로 살아가고 싶다."

-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

"모두들 좋아하셨다. 소방서에서는 우리도 헌혈을 해야겠다며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가족들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다. 헌혈을 자주하다 보니 혹여나 제 건강을 염려하셨던 부모님도 수상 소식에 기뻐하셨다. 그래도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 그래서 안 하겠다고 했나.

"해야지 어떻게 하나. 계속한다고 말씀드렸다. 하하.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나이까지 하고 싶다. 일단 300번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쯤이면 한 50대 정도 될 것 같다. 20년 넘게 헌혈을 해오다 보니 평생 해야겠다는 하나의 목표처럼 느껴진다.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좋은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그런 약속 같다."

회사원, 간호사, 그리고 구급대원으로 

부산중부소방서 창선119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성훈 소방교의 훈련모습.

언제부터 소방관을 꿈꾸게 됐는가.

"간호사로 일하던 중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병원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015년 임용된 후 현재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방서는 화재 진압과 구조, 구급 업무로 나뉘어있는데, 구급대원은 화재 진압시 구조된 환자를 처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 간호사로도 일했나.

"공대 졸업 후 영업관리업무를 담당하다 간호학과(동아대학교)에 편입했다. 졸업 후 3여 년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 공대에서 전혀 다른 분야로 과를 옮긴 건데, 적성에 맞던가.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전과(轉科) 였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적성에도 맞았다. 누구나 삶의 위기가 왔을 때 의료진을 만나지 않나. 그 순간에 내가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점이 뿌듯했다.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던 것 같다." 

- 회사원, 간호사, 그리고 소방관으로 직업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렇다. 하하. 지금 즐겁게 일하고 있다. 소방서 구급대원은 내겐 도전이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의사의 오더에 따라 행동하지만, 출동 현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스스로 판단하고 처지 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과 달리 현장은 정리가 안된 엉망이 상황이다. 마치 날 것과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 소방관으로서의 철학이 궁금하다. 

"우리를 좋은 일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응급 상황이고 위기 상황에서 필요로 한다. 나는 하루에도 열 번씩 출동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생애 한 두 번 있을 만한 순간 아닌가. 그렇기에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해 드리려고 노력한다."

ㅋㅋ청렴갈매기라구 부산시공무원 홍보대사를 했었거든요 젊은공무원들 뽑아서 홍보하고하는거예요
이성훈 소방교는 부산시 공무원 홍보대사로도 활약했다. 

-평소 출동 건수는 어떻게 되나. 

"구급 출동이 하루 평균 10번 정도다. 1주일에 한 건은 자살 신고다. 요즘은 빈도가 더 많아졌다. 현재 담당지역인 남포동은 자영업자들이 많은 곳인데, 자영업자분들의 극단적 선택이 많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 요즘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인한 자살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도 꼽힌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로, 자살은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자살 현장에 도착하면 무섭다는 생각보다 이 사람 역시 누구의 가족일 텐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소식을 갑작스럽게 전해야 하는 순간은 가장 고통스럽다. 현장의 상황이나 지병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망자의 핸드폰을 찾아 등록된 보호자를 찾아 연락을 취하는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가족에게 전해야 할 땐 정신적으로 힘들다." 

- 트라우마를 겪은 적은 있나.

"동료들이 있기에 빨리 안정감을 찾는 것 같다. 현장 당시의 생각은 잠시 나지만 3명이 함께 출동을 나가기 때문에 동료들과 대화하고 식사하고 함께 생활하다 보면 어느샌가 잊게된다. " 

"나의 일, 누군가에게 꿈이 될 수 있다는 생각 하면 뿌듯해요"

- 구조 당시 위험했던 경험도 있나.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새벽에 출항을 앞둔 선원이 아프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환자가 있는 배까지 가기 위해선 항구에 줄줄이 묶여있는 큰 배들을 넘어가야 하는데, 그 묶여있는 배의 간격 폭이 정말 넓었다. 마치 게임 속 '슈퍼마리오'처럼 계속 점프해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파도가 치고 배가 흔들리다보니 자칫하면 배 사이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지만, 저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앞만 보며 건넜던 기억이 있다." 

-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출동할 때 지나가던 아이들이 소방차를 보며 손을 흔들어준다. 기분이 너무 좋다. 소방서에 견학도 많이 오는데 장래희망으로 소방관을 꼽기도 한다.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쁘다." 

- 일을 하면서  듯했던 일화를 소개하자면.

"시장에서 한 할아버지가 장을 보다 쓰러지셨다. 심폐소생술로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다행히 생명을 구하셨다. 며칠 뒤 그 분이 고맙다며 소방서로 박카스를 사 오셨다. 그때가 처음으로 내 손으로 사람을 살려본 경험이었다. '배운 대로 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겠구나'싶었다. 뿌듯했던 경험이다." 

아이들한테 선물가져다줄때입니당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백혈병소아암협회 저소득층 21명 아이들에게 사비를 털어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을 준비했던 이성훈 소방교.

- 코로나 장기화로 의료진뿐 아니라 구급대원 역시 최일선에서 힘든 한 해였을 텐데. 2021년 한 해를 뒤돌아본다면.

"코로나와 싸운 한 해였다. 확진자 이송을 위해 서울까지 장거리 이동도 많았고, 인력이 부족한 보건소로 파견나가 두 달간 코로나 예방 접종 주사를 놓기도 했다. 여러명이 인력 지원에 나서게 되면 그 자리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나머지 인원들도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힘든 한 해였다. 한 해를 보내면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말을 꼭 하고 싶었다."

- 2022년 한 해 바라는 희망이 있다면.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고 싶은 사람들도 함께 만나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껏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사진=이성훈 씨 제공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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