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결혼과 이혼의 세태 설득력 있게 표출한 정진수 연출의 '이혼예찬'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결혼과 이혼의 세태 설득력 있게 표출한 정진수 연출의 '이혼예찬'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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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연출과 연기로 오늘의 세태 실감나게 투영해
제4회 늘푸른연극제에 선정된 연극 '이혼예찬' 콘셉트 컷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제4회 늘푸른연극제에 선정된 극작가 윤대성과 연출가 정진수가 다시 만나 18일 아트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이혼예찬'은 무엇보다 안정된 연출과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로 관극이 편했다. 이는 작가나 연출이 연극의 정석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본다. 

문화부 기자 시절 청소년 뮤지컬 '방황하는 별들'로 만난 윤대성 작가는 '출세기', '노비문서' 등 사회성 짙은 희곡을 써왔는데 '이혼의 조건'이 원제인 이 작품도 남녀의 만남과 결별을 구세대와 신세대를 대비시켜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1976년 기자로 민중극단에서 만난 정진수 연출은 1980~2000년대 꾸준히 자신의 연출세계를 펼쳐온 중진으로 작품도 논리적이지만 현실에서도 비판의식이 날카롭다.

'이혼예찬'으로 제목을 바꾼 것도 역설적인데,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연극을) 나 좋아서 하는 거지 관객들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니다"라고 한 말에서도 그의 강한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제4회 늘푸른연극제에 선정된 '이혼예찬' 포스터

윤대성 정진수 콤비는 이 작품을 세 번째 무대에 올리다 보니 작품 전반에 여유가 묻어난다. 그래서 관객이 보기에 편하다. 희곡이나 연출에서 연륜이 배어나온 점도 있지만, 배우들 다수가 민중 출신이어서 연출과 호흡이 잘 맞은 것도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남편 역 박봉서는 오랜만에 적역을 맡아 온 몸에서 배어 나오는 중년의 체취와 노련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무대를 이끌었다. 상대인 부인 역의 차유경은 연극계에서 정평 있는 화술과 중심이 잡힌 연기력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었다. 

최 박사 역 조현건이 신뢰가 가는 묵직한 연기로 박봉서 차유경과의 앙상블을 받쳐 주었다면 역할은 적지만 아들 역 이병술은 요즘 세대의 이기성을 연기로 보여주었다.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모는 단초가 되는 유미 역의 윤정원은 여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성적인 매력 두 가지를 다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조금은 버겁게 소화해 냈다. 

미스터 한 역을 맡은 공재민은 딸 애라 역 이효진과 콤비를 이뤄 요즘 젊은 세대의 풍속도를 보여줬는데, 특히 공재민의 코믹 발랄한 연기가 잔잔한 연극에 웃음을 던져 주었다. 

제4회 늘푸른연극제에 선정된 연극 '이혼예찬'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 무대에 선 배우들/ 

모든 배우들이 감정의 오버 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전체적 앙상블을 이룬 것, 그러면서도 결혼과 이혼에 대한 편견을 깨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은 사실주의 연극의 정석을 지켜낸 연출의 힘이 컸다고 본다. 

대학로 연극이 양적으로는 많아졌지만 볼 만한 작품이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정석을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다고 리얼리즘 그 이상의 신선한 실험 정신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연극이 TV 드라마 같아 보이고, 배우들 또한 화술이나 무대 연기가 약하다 보니 관객의 발길이 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윤대성의 희곡을 정진수가 연출한 '이혼예찬'은 연극의 정석에 충실함으로써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우라를 형성했고, 관객도 무대 위의 상황을 자기 자신에 반추해 보며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필자도 이혼의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작품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대사가 가슴에 꽃혔고 배우들의 독백이 때로는 공감의 탄식을 불러 일으켰다.

연극은 구경이 아니고 느낌이라는 것을 '이혼예찬'을 보면서 새삼 확인했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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