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리뷰] '노인 일탈' 흥미롭게 무대화한 이우천 연출의 블랙코미디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365리뷰] '노인 일탈' 흥미롭게 무대화한 이우천 연출의 블랙코미디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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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기발한 소재와 깔끔한 연출 돋보여
 이우천 연출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공연 장면/사진=아트리버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노인들의 반란? 연극계 이변! 이우천 연출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11월 3일까지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입소문에 끌려 관람했는데 소재가 기발하고, 연출이 깔끔했다. 배우들도 놀이하듯 재밌게 연기를 펼쳐냈다. 웃으며 보지만 고령화 시대 노인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통렬한 메시지도 쏟아내는 블랙코미디였다.

요즘 화제거리가 없던 대학가에 왜 메르타 선풍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우선 소설 제목과 다섯 노인을 그려 넣은 포스터처럼 소설이 재미있어 읽은 독자들이 극장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은 김화영 배우가 이를 연극으로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판단해 김수미 작가와 민복기 작가의 각색으로 대본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원작의 장황한 이야기를 무대화 하는데 난제가 많았는데, 역시 이우천 연출의 명쾌한 솜씨가 이 작품과 맞아떨어졌다. 인물들의 캐릭터를 영상문자로 전달하고 산뜻한 디자인 문양으로 장소와 상황들을 제시해 복잡한 장면전환을 단순화한 것이다.

 이우천 연출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커튼콜 장면/사진=정중헌

그 덕에 배우들은 마음껏 놀 수 있었는데 캐스팅도 의외로 잘 맞아떨어졌다. 김화영이 메르타로 나오고 중진 고인배가 갈퀴를 맡아 중심을 잡았다. 연기파 이영석과 배상돈이 천재 역을 번갈아 맡고, 요즘 대학로 대세로 떠오른 강애심이 애교 만점의 스티나 역을, 미모의 이영숙이 극에 활력을 주는 안나 역을 맡아 황금의 앙상블을 이룬 것이다.

더욱이 상황마다 양념 역할을 한 젊은 두 배우의 활약이 정적인 노인 분위기에 동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멀티 역 이유진과 황무영의 다양한 변신 연기가 코믹하면서도 정곡을 찔러내 극에 감칠맛을 더했다. 여섯명의 노인이 보행기를 끌고 나타나는 초입부터 관객들은 기발한 이야기에 이목을 집중했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포스터

노인요양소 처우가 감옥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메르타 일당은 강도단을 결성해 국립미술관에서 모네의 명화를 훔친다. 성공하면 그 돈으로 일급 호텔에서 호사를 누리고, 잡히면 감옥에 가겠다는 전략이다. 작전은 성공하나 그림은 사라지고 받아낸 돈도 폭풍우로 잃어버린다. 결국 감옥에 가는 소망을 이룬 노인들은 현금수송차를 털자고 공모하는데...

복지 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어 메르타 할머니 같은 소설이 나오는 것은 고령화 시대에 노인 문제가 원만치 못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 노인들의 기발한 일탈이 한국 관객에게도 어필한 것이 메르타 선풍이라고 본다. 비현실적 환타지 같은 연극에서 노인 관객인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남달랐다. 노인에 대한 통렬한 메시지가 가슴에 꽂히기도 했다.

그러나 연극적으로는 만족치 못한 점도 적지 않았다. 무대 변환 없이 노인들의 집단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후반부는 흥미가 반감되면서 좀 지루하기도 했다. 제작 여건이 어렵겠지만 중간에 반전이 있었다면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재미도 있고 메시지도 칼칼한 올해의 화제작으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모처럼 연기파 배우들이 멋진 앙상블을 이룬 무대였고 관객이 밀려드는데 3일 막을 내린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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