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 해온 '고도를 기다리며' 50년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 해온 '고도를 기다리며' 50년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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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연출 사진(ⓒ극단 산울림
임영웅 연출가 ⓒ극단 산울림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2019년은 연출가 임영웅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한국일보 강당에서 초연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공연을 계기로 극단 산울림이 출범했고, 임영웅·오증자 부부는 1985년 홍대 앞에 산울림 소극장을 마련해 총 160여 편의 창작극과 번역극을 올려 한국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연극의 저변 확대에도 이바지해왔다.

임영웅 연출 '고도를 기다리며'와 극단 산울림의 50년 발자취를 기리는 행사가 5월과 6월에 걸쳐 세 곳에서 열리고 있다.

5월 7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소극장 산울림과 함께 한 연출가 임영웅 50년의 기록전', 산울림소극장에서 5월 18일부터 세차례 펼치는 토크 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명동예술극장에서 5월 9일 개막한 임영웅 연출 '고도를 기다리며' 등이다.

[극단 산울림]임영웅 연출_2
임영웅 연출가 ⓒ극단 산울림

'한국 연극계 스승이자 희망, 한국 현대연극의 역사이자 산 증인'. 5월 28일까지 열리는 기록전에서 나온 연출가 임영웅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었다.

마포아트센터 전시장에는 지난 반세기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의 포스터, 프로그램, 대본, 소품, 무대, 의상 그리고 출연했던 배우들의 스틸 사진들이 대거 선보였다.

자료 수집은 부인이자 불문학자인 오증자 교수가 했다고 하는데 공연 작품 인쇄물들, 특히 50주년을 맞는 '고도...'의 자료들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아 한국 공연사의 한 페이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오프닝에 많은 연극인들이 참석했다. 이순재·오현경·권성덕·이호재·전무송·손숙·정진수·권병길·김재건·손진책·김성녀·한태숙·윤석화·손봉숙·이승호·반석진·문삼화·오태근 등과 안평선·전세권·박정기·정중헌 등 원로들이 자리를 빛냈다.

최근 입원 중인 임영웅 선생은 휠체어를 타고 부인 오증자 여사, 딸 임수진 극장장, 아들 임수현 예술감독과 함께 행사를 지켜 보았다.

지난 반세기 한국 연극계의 리더로 활동해온 임영웅 선생은 올해 만 83세가 된다. 예술원 회원이자 생전에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그가 지금은 알츠하이머 초기라니 인생무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 임영웅 연출과 연극 기자의 만남 반세기

필자는 일간지 연극 기자를 시작한 1975년부터 임영웅 연출과 각별한 관계를 가져왔다. 임 연출은 이해랑·이진순·차범석 등의 뒤를 이어 한국연극계를 이끈 기둥이자 일꾼이었다.

88서울올림픽 기념 서울국제연극제에서 '고도...'를 공연하여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고 영국의 베케트 전문가이자 평론가인 마틴 에슬린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필자는 임영웅 연출의 '고도...' 해외 공연에 두 차례 동행 취재하는 행운을 누렸다. 첫 번째가 1989년 프랑스 아비뇽축제였는데 무대에 세우는 나무(박동우 미술)가 늦게 통관되는 바람에 일행이 기차역에서 바게트 빵으로 끼니를 때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아비뇽 공연이 계기가 되어 이듬해 더블린 공연이 성사되었다. 1994년 폴란드 북부 바웬사가 노동운동을 했던 그단스키의 비브제제국립극장에서 초청공연했을 때도 동행했다.

임영웅 연출이 마포구 홍대 인근에 산울림소극장을 개관해 '위기의 여자' 등 여성 연극 붐을 일으킬 때 필자도 기사로 일조를 했다.

임영웅 하면 '고도...'로 연결되지만 그는 수많은 외국작품만이 아니라 '환절기', '달집' 등 창작극 개발과 활성화에도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필자는 1975년 한국일보소극장에서의 역사적 초연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국내외에서 공연된 '고도...' 공연을 열 차례 가까이 관람했다.

◆임영웅의 작업을 기리는 배우들과 스탭들의 토크콘서트

사진자료1_토크 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 홍보 이미지
토크 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  

산울림 소극장에서 여는 토크 콘서트는 5월 18일 오후 4시 '산울림의 고도, 50년동안의 기다림'으로 막을 연다. 출연 배우들과 스탭들인 정동환, 안석환, 심재찬, 박동우 등이 출연하여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두 번째는 5월 26일 오후 4시 열리며 주제는 '산울림을 빛낸 여배우들'이다. 박정자, 손숙, 윤석화가 출연하여 여성 중심의 레퍼터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번째 콘서트는 6월 1일 오후 4시 '산울림의 현재, 새로운 만남과 시도들'이란 주제로 열린다. 임영웅 연출의 자제인 임수진 극장장, 임수현 예술감독이 출연한다.

◆ 임영웅 표 '고도를 기다리며'의 완판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중(5월 9일~6월 2일)인 극단 산울림 제작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 연출가의 50년 집념과 열정이 배어나오는 진국 무대였다. 70년대 이후 연대 별로 열 번 가까이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보았는데 이번 공연은 그 결정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우선 휴게 시간 포함 3시간 가까이 원작을 살려내고 오증자 번역의 대사가 우리 정서에 맞게 토착화된 점이 눈에 띄었다. 최근 병환 중이라는 임영웅 연출은 50세 '고도...'에서 시극처럼, 마임처럼, 연극처럼 자유자재의 연출력을 쏟아 부어 배우들을 큰 무대에서 마음껏 놀게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2019) 블라디미르 역의 배우 이호성/사진=국립극단

10일 캐스팅은 이호성(블라디미르)과 안석환(에스트라공) 콤비였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최고의 앙상블을 이뤄냈다. 두 중견 배우는 연출의 의도대로 마임이스트 못지않은 몸짓과 거침없는 화술로 무대를 누볐는데 장면 하나하나의 미장셴이 예술이었다. 두 배우는 무대 중앙의 나무를 중심으로 콘트라스트를 이루거나 음양의 조화를 보이며 호흡을 맞추었다.

배우 이호성은 이제까지 해온 블라디미르 중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안석환도 최근 몇년간 보인 연기 중 가장 빛났고 섬세했다. 전성기를 맞은 이들의 한껏 물오른 연기를 본 것만으로도 값진 기회였다고 할만큼 이번 '고도..' 기념 공연은 에너지가 넘쳤고 연극성을 잘 살려냈다.

'고도를 기다리며'(2019) 공연장면/사진=국립극단

다만 전반부에서 소극장 공연 때 만큼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소극장 때는 초반부터 웃음이 터졌는데 이번에는 인터미션 이후에야 웃음이 터지며 극에 활기가 돌았다.

임영웅과 극단 산울림, 산울림 소극장, 그리고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 공연 50년은 연극사에 남을 만한 기록들이다. 한 연출가의 생애와 연극 활동을 기리는 큰 이벤트가 세 곳에서 열리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임영웅은 한국 연극계의 거목이자 큰 자취를 남긴 연극인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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