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시의에 맞게 공연된 일제 잔재 청산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시의에 맞게 공연된 일제 잔재 청산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 정중헌
  • 승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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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연극 배우 2명 프로 데뷔
이우천 연출의 풍자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포스터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이우천 연출의 풍자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7월 28일까지 대학로 오르다 소극장에서 공연)는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재공연되어 의미가 컸다. 

자신이 쓰고 연출하는 주목받는 중견 이우천은 남북화해 무드가 고조된 지난해 '모텔 판문점'을 공연해 호응을 얻었다. '청산리...'는 정상철·이인철 등 중진 배우들 출연작을 작년에 이미 보았던 터라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3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첫째는 극단 대학로극장 창단 30주년 기념작이라는 점이다.

1989년 대학로극장 개관과 함께 출범한 극단을 이우천 연출이 2010년부터 운영하면서 정치 사회적인 작품으로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대안을 고민해 왔다.

연극인이 극단을 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필자로서는 지원도 부족한 속에서 30주년 기념 공연을 이어가는 이 대표의 의지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가슴이 싸하게 저려옴을 느꼈다.

풍자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공연 장면/사진=극단 대학로극장 공식 페이스북

두 번째는 작가적 상상력이 기발하고 재기가 번득인다는 점이다.

아직 젊다 보니 작품의 숙성도가 덜하고 시사적 내용들이 깊이 있게 천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왜곡된 구조를 파헤치는 그의 문제의식과 창작적 상상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텔 판문점'에서는 남남북녀가 땅굴을 연결해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에 비무장지대 일대를 남북 젊은이들의 '사랑구'로 만들자는 제안이 유니크했다.

이번 '청산리...'에서는 친일청산의 사명을 앞세워 시체를 사고파는, 다소 황당하고 엽기적인 소재로 왜곡되고 날조된 우리 사회의 위선에 일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이우천 연출은 잘못된 신념이 낳은 극단적 폭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작품 라스트의 반전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만 첫공연이어선지 관객 반응이 약한 점이 아쉬웠다. 엽기와 잔혹, 좌충우돌 해프닝에 관객이 비명 지르고 깔깔깔 웃어야 하는데 객석 반응이 약했다. 

셋째는 생활 연극의 중요성을 이우천 연출이 알고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연출은 이 작품에 (사)한국생활연극협회 공연의 주요 배역을 섭렵한 박영갑·김진태 두 배우를 캐스팅하여 프로와 한 무대에 세웠다.

풍자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공연 장면/사진=극단 대학로극장 공식 페이스북

이우천은 지난해 생활연극 '사랑장터2'를 연출해 아마 배우들과 가까워졌고 관객 호응도 끌어냈다.

70대 후반의 노익장으로 조직 폭력배 두목 역을 맡은 박영갑 배우는 아마추어 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유 있고 개성 넘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생협 창단 작품 '맹진사댁 경사'에서 맹진사로 호평을 받은 김진태 배우 또한 체중까지 감량해가며 시체 중개상 역을 프로처럼 해내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18일 첫 공연에는 이우천 연출과 박영갑 김진태 두 배우의 프로 데뷔를 축하해주기 위해 이사장을 비롯해 20명 가까운 생활 연극 배우들이 단체 관람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다. 친형제는 아니지만 극의 중심을 끌어가는 김장동·전민영·이준의 삼 남매는 연기 호흡이 척척 맞았다.

세명 모두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지만 첫째 김장동이 특히 중심축 역할을 유려하게 해냈다. 유일한 여자 역 박지연의 호연도 이번 공연의 특징으로 꼽을만하다.

제목 그대로 청산리와 광화문에서 달아오른 민족의 정기가 오늘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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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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