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박누리 감독, '돈'으로는 살 수 없는 15년의 세월이 선물한 '힘'
[365인터뷰] 박누리 감독, '돈'으로는 살 수 없는 15년의 세월이 선물한 '힘'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3.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승완 감독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조감독 출신
-전공은 광고, 대학교 동아리에서 단편 영화 만들며 영화의 길로
-학생 때부터 유지태 팬 "시나리오 쓸 때부터 유지태 생각"
-장르 가리지 않고 좋아해 "장르보다 인물이 중요"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참아라. 참는것이 힘이다."

단편 영화의 연출부 막내로 시작해 스크립터, 조감독을 거쳐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 '돈'을 선보이기까지 15년의 시간을 견딘 박누리 감독에게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말을 고민하다가 건넨 답이다.

데뷔작인 영화 '돈' 개봉 역시 류승완 감독과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를 함께 작업한 조감독의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세상에 빛을 보기까진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2017년 여름 촬영을 마쳤으니 개봉까진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조급해 하기 보단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인고'의 결실이 영화 '돈'이다. 원작을 읽고 각색을 맡은 박 감독은 여의도 증권가 카페에 1년 동안 출퇴근하며 취재하고 주식을 공부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도 바로 주식이었다. 그의 선택은 공부했던 주식 정보를 영화에서 최대한 덜어내고 인물의 심리와 성장 과정에 중심을 두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이 움직이는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브로커를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돈'을 둘러싼 이야기다.

업계 1위 증권사에 입사는 했으나 빽도 줄도 없는 주인공 일현(류준열)은,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하지만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고, 실적 0원 신세에서 클릭 몇 번에 억 단위의 돈을 버는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

박누리 감독은 주인공 일현의 시선으로 '돈'이 우선시 되는 이 시대에, 과연 '돈'이란 무엇인지. 또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20일 개봉에 앞서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365와 만난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 대학교 동아리에서 단편 영화 만들며 영화의 길로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나.

개봉할때 까지 '좋은 때가 오겠지...좋은 때가 오겠지...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겠지' 생각하며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안한게 아니라 그 기간동안 준비할 시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더 고민하고 좋은 작품을 완성하려고 힘썼다.

-작품 구상을 처음 시작한것은 언제인가?

2015년 상반기에 원작을 처음 읽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에 들어가고, 개봉을 하는 지금 까지 계속 '돈'에 매진했다. 첫 작품인만큼 모든것을 올인한다고 생각했다. 조금 빈 시간이 생겨도 나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다른걸 할수도 없었다. 계속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했다.

-영화 감독은 언제부터 꿈꿨나?

대학교에서는 광고를 전공했는데 그때 단편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가 학교에 있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2004년 스물네살때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영화 현장에는 어떻게 들어왔나?

연줄이 전혀 없었다. 사설 영화아카데미를 통해서 단편 영화를 또 한 작품 찍었다. 학교 동아리에서 영화를 찍을 당시엔 막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됐을때인데 6mm 핸디캠으로 작업할때였다. 필름 작업이 너무 해보고싶었었다. 마침 필름 영화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고 단편영화 스태프부터 시작하게 된거다.

-그때 찍은 단편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공개가 안된 작품이다. 제작비 문제로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 류승완 감독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조감독 출신

-그럼 완성된 첫 작품은?

2005년 초 이후에 상업영화를 시작했다. 인터넷 스태프 모집 공고를 보고 연출부 막내부터 시작했는데 첫 작품은 '서울이 보이냐'라는 작품이다. 유승호 씨가 아역배우 할때 찍은 영화다. 저예산 상업영화여서 개봉도 늦어졌었다. 내 필모그래피에는 세 번째로 등록돼 있는데 이게 첫 상업영화다. 그뒤로 스트립터로도 작품에 참여했다. 한 작품 한 작품 계속 연출 파트에서 필모를 쌓아서 올라가려고 꾸준히 작품을 했는데 2년동안은 엎어진 작품도 많고 돈을 제대로 못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 감사하게 기회가 생겨서 '부당거래'에 참여했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남자가 사랑할 때'(2014)의 조감독이었는데 원래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모두 장르를 떠나 좋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사실 조감독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웃음) 

-현장에서 인연을 맺은 류승완 감독, 한재덕 프로듀서의 조언은 없었나?

주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가며 주신다.(웃음) 류승완 감독님도 그렇고 한재덕 대표님도 굉장히 존경하는 분들이다. 한재덕대표님은 사나이픽처스의 센 작품 색깔과 달리 평소엔 굉장히 애정이 넘치신다. 표현이 좀 무뚝뚝할때도 있는데 이번 작품을 함께하면서도 조감독 시절부터 쭉 봤지만 감독으로서 지켜줄것을 지켜주려고 하시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셨다. 

-이번 영화의 공동 제작을 맡은 월광의 윤종빈 감독도 SNS를 통해 홍보에 나섰더라.

부담스럽기도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든다. 많은분들이 작품을 좋아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안겨드리고 싶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첫 작품부터 각본을 맡았다.

특별하게 각본을 써야 좋은 감독이 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데뷔작은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글로 표현하고 각본으로 완성할 수 있다면 그걸로 영화화 하는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원작을 읽고 각본을 쓰는 과정에서부터 지금의 배우들을 생각했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당시에는 다른 배우들을 떠올리기도 했겠지만 지금 함께한 배우들은 모두 전부 캐스팅 단계에서 처음으로 함께하고싶은 배우들이었다. 특히 번호표 같은 경우는 정말 쓰면서 유지태씨를 생각했다. 내가 학생때부터 20년 팬이었다. 영화 '동감'(2000)을 굉장히 좋아했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그런 풍채를 따라올 배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분위기에 '지적인 카리스마'라는 표현이 딱 맞는 분이다. 이 역할엔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 '돈'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포스터/사진=쇼박스
영화 '돈'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포스터/사진=쇼박스

◆ 학생 때부터 유지태 팬 "시나리오 쓸 때부터 유지태 생각"

-유지태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

후광이 느껴졌다. 복도 한군데 서있는데 공간이 꽉 차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선해보이는데도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질정도로 압도적인 느낌이 들면서 '아 진짜 번호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첫 인사할때 극중 '일현이 번호표를 만났을때 이런 느낌이겠구나'를 직접 느꼈다.

-유지태가 본인의 장면을 줄여달라 했다고 말했는데, 완성된 영화에서 번호표의 분량이 적은 이유가 그 때문인가?

일단 이야기가 일현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영화기 때문에 처음부터 분량이 많지는 않았다. 번호표는 일현이 닮고 싶기도 하고, 멘토로 느끼기도하고, 적대적으로 느끼기도하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분량을 줄였다기 보다는 번호표를 좀 더 카리스마 있고 존재감 있게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유지태)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예를 들면 목소리만 나오는 장면에서도 실제 그 장소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고민했다.

-유지태는 연출 경험이 있는 선배인데 현장에서 도움은 많이 받았나.

정말 의지를 많이했다. 선배님이 감독으로 데뷔를 하신 부분도 있지만 영화 현장에 오랫동안 계셨던 분이기 때문에 내가 감독으로서 어떤 고충을 겪고 있을거라는걸 알고계시더라. 선배로서, 어른으로서굉장히 많이 배려해 주시고, 스태프들과 같이 현장 분위기부터 작업 환경까지 감독이 최대한 많은것을 해볼 수 있게 같이 힘써주셨다. 

영화 '돈' 스틸컷/사진=쇼박스
영화 '돈' 스틸컷/사진=쇼박스

-가장 고민을 많이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주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보니 관객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을까, 주식을 모르는 분들도 쉽게 공감하면서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계속 고민했다. 원작 소설엔 주식이나 작전거래에 관련된 설명이 많았는데 영화는 그런 설명을 다 할수가없다. 설명을 하면 할수록 관객은 '이걸 다 이해해야되나?' 느끼게 될수도 있고, 그러면 영화의 메인 플롯인 주인공이 성장하고 변하는 과정을 따라가는데 오히려 불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설명을 최대한 배제하고 인물과 심리에 집중하게됐다.

-번호표가 일현의 멘토 역할도 한다 했는데, 실제 본인의 멘토를 꼽아본다면?

인터뷰중에 아부해도 되는건가?(웃음) 없다고 말하면 또 없다고 했다고 뭐라고 할텐데. 멘토로 삼았던 사람이 많다면 많고, 없다고 하면 또 없어서 한 사람을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제작사 대표님일수도 있고, 모셨던 감독님이 있을수도 있고,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외국에 계신 감독님이 될수도 있고... 닮고 싶은 분은 많다.(웃음)

-각본과 연출 중 어느것이 더 힘들었나?

글은 혼자 작업실에서 쓰는거고 아무래도 연출은 협업이다 보니까 현장 나가서 촬영하는게 조금 더 힘들긴 하지. 모든 스태프들의 팀워크가 잘 이뤄져야하니까. 그래도 우리 영화는 환경이 좋았어서 큰 사고나 힘든 일 없이 정말 스태프들도 내가 굳이 뭘 이렇게 해달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열심히 해주고 보조출연자 한분 한분까지 다 최선을 다해줬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사진=쇼박스

◆ 장르 가리지 않고 좋아해 "장르보다 인물이 중요"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때와 비교해서 현장의 여건은 많이 좋아졌나?

이 이야기는 날을 잡고해도 부족할 것 같다. 아무래도 스태프들의 처우가 나아지고 있고 제작 시스템이 확립되고 있다. 

-현장의 여성 스태프들도 많아지는 추세인가?

그렇다. 우리 영화는 여성 스태프 비율이 조금 더 많았던것같다. 영화계 전체적으로 봐도 그렇고 헤드스태프도 여성이 많아 지고 있다.

-박누리 감독을 보고 꿈을 키우는 현장의 후배들도 있을것같은데 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참아라. 참는것이 힘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인생 영화를 소개한다면?

아무래도 어렸을때 봤던 영화가 인생영화인것같다. '첨밀밀'(1996)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참여한 작품의 장르랑 상관없지?(웃음) 범죄 영화, 액션 영화 다 좋아하고 드라마, 멜로 장르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SF도 좋아하고. 나는 장르보다는 인물에 공감되는 영화를 좋아한다. 주인공이 한명이 될수도 있고 두명이 될수도 있고...인물이 작품안에서 성장한다던지 변화한다던지 그런면에서 울림을 줄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앞서 말한 두 작품도 그런면에서 나에게 여운을 남긴 영화들이다. 


관련기사

관심가는 이야기